책에 관한 책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다. 아직 50권은 안 되었지만, 그래도 얼추 비슷하게 썼다. 그 과정에서 아주 작은 노하우 같은 게 생겨났다. 기술까지는 아니고, 일종의 루틴 같은 것이라고 할 건데. 그런 걸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하다가. 결국은 포기했다. 

내 책도 제대로 못 파는데, 괜히 잘 팔리지도 않을 책 작법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게다가 나도 쓰는 스타일이나 준비 방식으로 계속 바꾼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결국 그런 건 못할 것 같다고, 접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뭘 쓸지 생각을 하고, 내용을 잡고, 구조를 잡고, 압축하고, 그런 기술적인 일은 이제 나도 어느 정도는 한다. 그렇지만 기술은 기술일 뿐이다. 기술이 영혼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어쨌든 나도 책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는데, 그런 얘기들을 도서관 경제학에 합치기로 한 건 2년쯤 전의 일이다. 결국은 책에 관한 얘기들이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때 나하고 한 약속이 있다. 세상에 없던 책이 아니면 쓰지 않겠다.. 물론 같은 책은 없다. 그렇지만 주제나 다루는 방식 등 없던 것을 얘기하거나 없던 스타일을 사용하거나, 하여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런 책은 쓰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성질 한 번 참 더럽다. 그래서 여러 편집자들을 불편하게 했고, 일단 하고 싶은 것은 뒤에 하고, 팔릴 만한 것부터 먼저 하자는 수많은 얘기를 들렸다. 팔릴만한 거? 사실 내가 갖고 있던 출판 리스트에는 그렇게 팔릴만한 것은 애당초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얘기 그리고 할 수 있는 얘기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별로 상업적인 사람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얘기들을 꺼내고, 보통 신문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고.. 주목받지 못한 소외된 존재들의 얘기를 주로 했다. 그게 편해서가 아니라, 사실 그것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사람이 되었다. 이래저래 나는 적이 많고, 꼭 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꽤 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제 책이 그렇게 되었고, 도서관이 그렇게 되었다. 문청, 문학 소년, 문학 소녀, 그런 단어들이 사라졌다. 없어져 가는 것들, 그런 이야기의 무더기가 책에 관한 것이 되었다. 이런 얘기들을 한동안 차분하게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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