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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장님, 많이 못 놀아드려서 죄송...

2018.07.26 15:01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오전에 기분이 좀 이상했드랬다. 점심 때 문예출판사에 갔었다. 그랬더니, 노회장님 별세. 고인의 뜻에 따라 직계가족들만 모시고 조촐히 장례...

이 양반하고 얽힌 얘기를 풀면 책 한 권은 좀 그렇고, 2~3장은 나올 만한 얘기들이 많다. 하여간 경제학 전공인 양반이라, 몇 년간 노닥노닥, 사연이 많다. 진짜 친구처럼 지냈다.

"우박사, 우리랑 책 한 권만 더 합시다."

사회적 경제 책을 내고 나서, 이 양반이 몇 번을 부탁을 했다. 그렇다고 달랑 한 권만 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도서관 책 등 책에 관한 책 두 개를 묶어서 여기서 하기로 했다. 그게 타계하신 분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 진짜 몰랐다. 건강이 좀 간당간당하기는 했지만, 워낙 잘 버티셔서 한 10년은 더 노닥노닥거리고 놀 줄 알았다.

아드님을 만났는데, 우신다. 장례도 따로 없어서, 문상이라고 치면 내가 첫 번째로 간 셈이다. 햐아, 진짜 가는 데 순서 없다더니.

노회장님하고 나는 정치적 견해는 많이 다르지만, 많은 것이 통했다. 나는 죽고 나면 장례 따로 지내지 않는 게, 식구들한테 남겨놓은 거의 유일한 유언이다. 처음 만났을 때 장례식 얘기가 나와서, 나는 장례 안 지낼 거라고 했더니, 이 양반이 자기도 그렇댄다. 햐, 그리고 진짜 장례식 안 했다.

돈이 있어도 건물 챙기는 것은 좀 아니라고 하는 생각이 같았다. 태극기에 가까운 보수지만, 그렇다고 태극기 들고 나가시지는 않고.

이 양반하고 한동안 태극기 흉 많이 봤다. 출판계 사장 중에는 누가 가고, 누가 가고... 멀쩡하신 양반들이 왜 그러신디야.

어렸을 때 갈메기 조나단 얘기를 너무 재밌게 봤었다. 데미안도.. 그게 이 양반이 내신 책들이다. 시간을 훌쩍 건너 뛰어 지난 몇 년간 친구처럼 지냈다. 나도 영향을 많이 받고, 실제 도움도 좀 받고.

예정된 책이 앞으로도 여러 권 더 있는데, 사회적 경제 책 딱 한 권 하고 보내드리게 되었다.

전병석 회장님, 천국에 가셔서 몇 년 동안 못 드신 술이라도 친구분들과 맘껏 드시길. 더 오래 같이 놀아드리지 못해서 늘 송구스럽기만 하네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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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리그..

2018.07.20 10:10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50대 에세이에서 사회과학 저자를 3부 리그로 표현했었다. 그리고 나는 진짜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관객은 별로 없어도 엄연한 현역이다. 매 게임, 최선을 다 한다. 묵묵히 그냥 할 일을 다 한다. 최선을 다 해서. 아프거나 힘들면, 쉰다. 여긴 1부 리그가 아니다. 대체 선수, 그런 건 없다. 잠시 쉰다고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 안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의 등판이 기쁘다.

올해 아주 덥다. 내년에는 출간 일정을 잘 조절해서 무더운 7~8월 쉬고, 아주 추운 1~2월 쉬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그외에는, 별 불만 없다.

그래서 친구처럼 지내던 양반들, 요즘 조금씩 찾아서 차 한 잔이라도 하는 중이다. 운이 잘 맞으면 점심 같이 먹고.

나는 77학번들하고 같이 공부했다. 하다보니 그랬다. 실제로 현업 시절에도 그 사람들하고 일을 많이 했다.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 인생의 친구들인 셈이다. 이제는 대부분 은퇴하는 나이들이다. 그래도 한살이라도 덜 먹은 내가 찾아가서 차라도 한 잔.

책이란 게 묘하다. 사회과학은 특히 묘하다. 했던 얘기 다시 안 하고, 다루었던 주제는 다시 안 다루려고 한다. 그러면 이제 거의 다 써서 손 털고, 판 접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써야될 게 더 많아진다. 이것저것 해달라고 의뢰 오는 것도 많다. 점점 는다. 왜 이런지 생각해봤다.

획일성 때문이라는 게 내가 내린 임시 결론이다. 팔리는 거, 되는 거, 유행인 거, 이런 데 다 몰려 있으니까 그 흐름에서 조금만 빗겨간 것들이 다 황무지다. 물론 그게 3부 리그의 정의이기도 하다. 유행을 빗겨난 것, 인기 없는 것 그러나 의미도 없지는 않는 것.

직장 민주주의, 이런 걸 정면으로 다룬 책이 한 권도 없을지는 몰랐다. 정색하고 도서관을 분석한 책, 이런 게 없을지도 몰랐다. 농업경제학, 아무도 이런 건 이제 하려고 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이런 주제들이 수 십개가 넘는다.

여기가 내가 게임하는 3부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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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2018.07.19 14:09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오늘 점심은 친한 기자랑 밥을 먹었다. 몇 년 동안 못 본 사람들, 요즘 약간 한가해져서 찾아보는 중이다. 하다 보니까 주로 아줌마들하고 주로 밥을 먹게 된다. 진짜 내 주변에 이렇게 여성 동료들이 많았었나? 나도 놀라게 된다. 신문 칼럼 얘기가 나왔다.

"그래도 좀 쓰는 게 영향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가 않나요?"

"글쎄요. 책에서 나오는 영향력 말고는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영향력이라.. 몇 년만에 들어보는 단어인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생각해본지 너무 오래되는 일이라서. 예전에 시민단체의 싸움에 앞장 설 때는 지면 하나, 방송 하나, 그런 게 너무 중요했다. 그래서 나도 죽기 살리고 버텼던 시절이 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은 별로 재미 없다. 미래에 대한 얘기, 다른 미래로 가는 방법, 이런 것들이 재밌다. 그걸 위해서 지금 현재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고. 현실에서의 영향력, 별로 재미 없는 방식이다.

내 책을 읽을 독자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미래에 대한 얘기를 써나가는 지금의 방식, 나는 딱 좋다. 영향력, 그딴 건 필요없고. 2~3년이든, 4~5년이든, 그 시기에 필요할 것들을 지금 만드는 일, 충분히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나도 이제 50이다. 예전처럼 밤을 새고 전국을 누비면서 현장을 뛰어다는 일, 이제는 그렇게 못한다.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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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의 4번 타자다...

2018.07.18 18:0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직장 민주주의, 초반부의 셋업은 거의 끝나가고, 중반부로 넘어가기 위한 꺾기 들어가는 중이다. 이 책은 내 인생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한국의 사회과학 저자는 또 다른 분야 사람이 느끼기 어려운 보람이 있다. 돈으로 생기는 만족감과는 좀 다른 종류의 느낌이다.

작년에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그냥 차분히 내가 하던 일을 하는 게 가장 큰 애국일 거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냥 나는 내가 하는 속도대로, 내가 하던 리듬대로, 새로운 생각을 계속 만드는 게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게 사회에 대한 기여도 가장 높은 것 같다.

이대호가 그런 얘기 했었다. "나는 조선의 4번 타자다." 나도 언젠가 그런 얘기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조선의 사회과학 저자다." 아직은 좀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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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전세 2018.07.19 09:14 신고

    응원합니다.^^

  2. 잘보고 갑니다 ^^

양념만 다른 음식...

2018.07.12 16:52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직장 민주주의, 도서관, 농업, 이런 게 요즘 내가 주로 분석하는 것들이다. 직장 용어로 하면, '한데 것', 한직에 있는. 한참 '핫'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들. 가끔 사회적 논쟁이 바로 벌어지면서 세월호 사건처럼 빨리 책을 쓴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나는 한산한 주제들을 많이 다루었다. 이런 것이 당시로서는 미래 논의이기도 하지만, 경쟁이 없어서 소위 '나와바리 경쟁'이 없다. 나는 원래도 내 전공, 니 전공, 이러면서 나와바리 싸움 하는 거 아주 극도로 싫어했다. 88만원 세대 때에도, 한 데 것 중의 한 데 것이었나. 청년 얘기, 이런 걸 누가 볼란가, 그랬었다.

나도 tv를 본다. 내가 고민하고 분석하는 얘기들은, tv에 절대 나오지 않는다. 신문에도 거의, 아주 가끔만. 도서관 얘기, 이런 거 거의 안 나온다. 농업 경제학, 택도 없고. 그래서 좋다. 한산하고 조용하게 작업할 수 있어서.

tv를 보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tv만 보고 있으면 정말 바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새로운 것은 tv에는 없다. 맨날 '미래'를 얘기하지만, 진짜 미래는 tv에는 한 컷도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먹는 거는, 엄청 나온다... 대부분, 너무 달게 양념을 해서. 한국 사회, 촛불 집회 이후로, 어쩌면 양념 과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같은 음식을, 이 양념, 저 양념, 굵은 후추, 가는 후추, 백후추, 이렇게 양념만 바꿔가면서 먹으라고 한다. 좀 다른 거 먹고 싶을 때, 그냥 맵게 해서 먹으면 안 될까? 요즘 청와대에서 나오는 거 보면, 오래된 메뉴들을 그냥 설탕, 고추가루, 겨자, 양념만 바꿔가면서 먹으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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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기분 좋은 오후

2018.07.10 22:42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오후에 파주에 갔다가 운전하고 집으로 왔다. 내가 하는 일들이 뭐 특별히 잘 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기분 나쁠 일들도 조금씩은 있다. 그래도 집에 오는 길에 간만에 기분이 좋았다. , 별 일은 없다.

 

그냥 동료들과, 지금 하는 일을 좀 천천히 하자고 얘기했을 뿐이다. 좋다고 한다. 그럼 된 거다.

 

좀 빨리 하자, 좀 열심히 하자, 이런 말을 안 한지 좀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빨리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특히나 뭔가 만드는 일은, 제 시간에만 해도 잘 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너무 늦지만 않아도 다행이지, 빨리 한다고 될 일은 별로 없다.

 

열심히 하자, 마찬가지다.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나? 열심히 하자고 해봐야, 아무 일도 안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괜히 입만 아프다. 그리고 서로 갈구는 느낌 들어서, 기분 안 좋다.

 

50대 에세이를 끝내고 나면서, 내 생각도 좀 바뀌고, 성격도 좀 바뀐 것 같다.

 

지공어지간하면 천천히. 물론 괜히 시간을 끌지는 않지만, 조급해서 빨리 하려고 하는 것은 이젠 가급적이면 안 하려고 한다.

 

엄청난 전략이나 전술 같은 것을 가지고 이렇게 지공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내 속도대로, 내 호흡대로 움직이는 것, 그리고 더 늦어져도 문제가 없게 설계를 하는 것, 나는 그런 게 즐겁다. Slow but sure.. 한 때 윈도의 캐치프레이스였던 이 표현이 요즘 내 생각과 비슷하다.

 

시간은 가급적 천천히, 무리하지 않게 잡고, 동료들을 믿는 것, 이게 요즘 내가 일하는 방식이다. 2년 전인가, 두산이 엄청 잘 했다. 김태형 감독에게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봤다. 뭐라뭐라, 막 그랬다. 그러면 공격은요?

 

칭찬 많이 해주는 수 밖에요.”

 

공격은 워낙 변수가 많아서, 그냥 칭찬해주는 수밖에 없다는. 그게 그 해 우승한 감독의 비법이었다.

 

뭔가 만드는 일이, 야구로 치면 공격과 같다.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공정 돌리듯이 그냥 돌린다고 해서 뭔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일 애매한 게, 뭔가 나오기는 나오는데 불량품과 표준품 사이에 애매하게 걸려 있을 때. 버리기도 그렇고, 고쳐서 뭔가 하기도 그렇고.

 

요즘 가끔 사람들이, 왜 그러구 사느냐고 얘기를 한다. 뭔가 좀 폼 나는 것을 기대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그럴 때 이렇게 대답을 한다.

 

제가 이제 겨우 50입니다.”

 

그렇다. 난 아직 쉰 밖에 안 되었다. 한두 턴, 뭔가 엄청나게 더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걸 그냥 폼 잡는 데 쓰고 싶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 하면, 난 아직 10년의 여유가 더 있다. 천천히, 정말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데 내 시간을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빨간 모닝 타고 파주에서 집에 오는데,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되서 결국 포기한 일들이 있다. 경제 다큐..

 

사세 미약하여. 하면 좋은 일이기는 한데, 나나 내 주변 동료들이나, 아직은 그런 걸 할 준비가 덜 되어 있다. 어주 먼 미래의 일로.

 

마시따 밴드의 돌멩이, 요즘 가사가 가슴 속에 팍팍 박힌다.

 

구르고 또 굴러서 멍 투성이가 되도

세상끝에 홀로서 당당히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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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거절 메일을 쓰고...

2018.07.09 14:39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100만 원 정도 준다는 강연 세 개에 못 가는 이유를 달아서 메일 세 개를 썼다. 딱 눈 감고 가면 300만원인데. 그런데 그 딱 눈 감고를 못하니까, 숨도 좀 돌릴 새가 있는 50대를 내가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돈 준다고 다 처먹고 살았으면, 나는 벌써 헤어나올 길 없는 어느 dead end에서 헤매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세상, 돈이 다가 아니다.

text와 관련된 일 아니면 안 한다. 작은 시민단체에서 조그맣게 시작하는 '거대한 출발', 이런 명분이 없는 일도 잘 안 한다. 돈이 없으면 조금 불편하지만, 명분이 없으면 많이 불편하다. 그리고 욕심 때문에 하는 일은, 겁나게 불편하다.

그래도 10분 사이에 300만 원을 허공으로 보내고, 커피라도 한 잔. 누가 나 괜히 만 원만 주면 좋겠다... 꽁으로 들어오는 돈도 가끔 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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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내기자영업자 2018.07.17 23:10 신고

    내게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요? 나는 얼마를 벌어야 하나?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그냥 나의 속도대로...

2018.07.06 02:57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지난 2년, 맘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아홉수, 진짜로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그래도 그 시간 동안 내가 잘 한 게 하나 있다면.. 내 시간의 흐름대로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는 것. 더 하고 싶은 게 있거나, 질러가고 싶은 게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가 생각한 원래의 흐름대로, 그냥 천천히, 못 견딜만큼 더디게 지냈다. 뭐든지 후다닥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수많은 변화와 기회들이 생겨나는 상황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올드하다'는 그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뚜벅뚜벅 가게 되는 것. 뭐든 하나하나 직접 내 손으로 만들지 않으면, 결국은 올드해진다. 그리고 일일이 만드는 것에 시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40대에 너무 막 살았다는 글을 얼마 전에 썼다. 사실 막 살려고 막 산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줬고, 좋은 조력자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다. 그 때는 몰랐다. 그 시절에 한 건, 내가 한 게 아닌 게 많다. 그냥 나도 끼어있었던 것을, 내가 뭔가 했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 뭔가 엄청? 그건 착각일 뿐이다.

그 막 살았던 40대에 건진 것이 없지는 않다. "내가 하면 다르다", 이런 생각은 완전히 버렸다. 내가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과는 덜 나오고, 결국 초조해지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 술 처먹고. 그렇다고 남한테 신경질 낼 처지도 아니니까, 또 혼자서 술 처먹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 흐름대로 가는 지금의 이 호흡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

(뭐 좀 빨리 좀 내놔보라고 주변에서 온통 난리다. 나는 그냥 내 호흡대로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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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좋아, 나 천잰가봐

2018.07.05 15:15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책의 실마리를 잘 찾은 날은, 어쩜 좋아, 나 천잰가봐.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엉키면?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그렇다. 내가 하는 일이 대체로 너저분하다. 써놓은 거 다 날리고, 오늘 다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았다. 느낌 좋다. 어쩜 좋아, 나 천잰가봐. 다시 요지랄을. 한국에 직장 민주주의가 오는 날... 요절할 뻔했던 어떤 천재가 50에 대오각성해서, 한국의 직장 민주주의에 관한 책으로 첫 발을 떼다.. 요렇게 기록될지도. 요런 너저분한 생각이라도 계속하지 않으면 사회과학 저자로 버틸 수가 없다. 야구도 계속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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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극한까지...

2018.07.03 11:09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시간이 지나면 정책은 좌우가 결국 비슷한 지점으로 수렴한다. 현실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렇다고 그 논쟁과 논의 과정을 생략하고 먼저 가운데에 가 있으려고 하면 안철수가 된다. 돌고 돌아서 사람들의 선택과 타협의 결과로 거기에 가야지, 나는 여기로 올 줄 알았어, 먼저 거기에 가면 정치인 안철수가 된다.

책을 쓰는 것은 정치와는 정반대의 과정인 것 같다. 논리이든 감정이든, 극한에 갈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생각 혹은 한 가지 감정으로 얘기가 최대한 전개되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극한까지 추구하는 것이 책의 정신인 것 같다. 감안해서 읽거나 타협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 극한까지 가는 경험을 제시하는 것, 그래서 독자는 책을 읽게 된다. 지금은 그렇다. 적당히 타협하는 글은 신문만 펼치면 사설에서 매일 볼 수 있다.

샤르트르는 까뮈가 너무 세속적이라고 비난하고는 했다. 그렇지만 까뮈도 사유의 세계에서 극한까지 상황을 몰고 간다. 이방인이 그랬고, 페스트도 그랬다. 그게 극한이고, 그런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독자도 않다. 그렇지만 만일 벌어진다면 당신은 무슨 선택을 하겠는가? 이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나는 지독할 정도로 극한까지 질문을 끌고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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