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홍차가 마시고 싶어졌다. 고등학교 1~2학년 때 새벽 다섯 시에 mbc fm에서 영어 강의 시간이 있었다. 2년간 그 시간에는 영어 공부를 했다. 그때 육개장 사발면을 많이 먹었고, 식빵과 홍차로 버틸 때도 있었고, 나중에 보니까 그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여간 그때 생각이 났는지, 며칠 전부터 홍차가 마시고 싶어졌다. 나중에 얼 그레이도 마시고, 다즐링도 마시고 그랬었다. 책을 쓰고 난 뒤로는 홍차로는 택도 없어서, 커피를 많이 마셨다. 

커피를 딱히 마시고 싶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맛있는데, 농업 경제학 조금씩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커피 원두 가격의 폭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별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를 좀 덜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홍차가 없나 보니까, 없다. 하긴 산 적이 없으니까. 일본에서 홍차 가루 사 온게 있기는 했는데, 너무 오래 되서 비린 맛이 난다. 이건 아니고. 꽤 전에 로얄 밀크티 사놓은 게 있다. 너무 달아서 그렇게 자주 마시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아직 좀 남았다. 하이고, 달다.. 

어지간한 차는 다 있는 동네 구멍가게에 갔는데, 별의별 둥글레차와 한방차까지 다 있는데, 홍차가 없었다. 그때 처음 그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람들이 요즘 홍차를 잘 안 마시나보다. 혹시나해서 편의점도 가 봤는데, 역시 홍차는 없었다. 예전에는 커피와 홍차, 그렇게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별 기능이 없는 홍차가 요즘 인기가 없는 것 같다. 결국은 주문했다. 

홍자를 제일 맛있게 마셨던 것은 영국 리즈에 갔을 때였다. 학회가 있어서 처음 논문 발표하러 갔을 때였다. 오후에 그냥 리즈 시내 걸어서 돌아다녔는데, 말로만 듣던 할머니들이 꽃단장하고 오후에 카페에 홍차 마시로 나온 걸 보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그런 모습을 못 봐서, 정말 신기했다. 그때 할머니들이 각설탕 하나씩 홍차에 넣는 걸 보고, 나도 설탕 넣어서 먹어봤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때가 막 토니 블레어 당선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나를 초청한 영국의 젊은 교수들과 밤에 맥주 한 잔 마시면서 토니 블레어 얘기 열심히 듣던 것도 꽤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니까, 그때 리즈에서 할머니들 옆에서 달달한 홍차 마셨던 것이 역시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커피를 진짜 많이 마셨다. 대학원 때 커피에 대해서만 몇 시간 동안 배웠던 게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직까지도 커피 농장에 한 번도 못 가봤다. 물론 홍차 농장에도 못 갔다. 올해는 조금씩 시간을 내서, 식품 공장들에도 좀 가볼 생각이다. 

호기심이 아직도 줄지는 않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왜 홍차를 덜 마시게 되었는가, 이런 게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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