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에세이 쓰는 동안에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보통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새벽 시간에 워낙 능률이 좋아서, 그렇게 한 것도 있지만, 그게 자연스러웠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그렇게 새벽 시간을 쓰기 때문에 술 한 번 마시면 사실 타격이 컸다. 술 먹고는 글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하루치 일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뭔가 기념할 날, 뭔가를 마무리한 날, 그런 날 주로 술을 마신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날.

죽음 에세이를 쓰면서, 진짜로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닌데, 저녁 먹고 나서는 잠이 쏟아져 바로 잤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났다. 몇 달을 그렇게 지냈다. 

예전 박사 논문 쓰던 시절에 그런 사이클로 몇 년을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집에 오자마자 자기 시작해서, 새벽에 일어났다. 시간은 얼마 없고, 읽어야 할 것은 많고, 미방 등 수학 문제도 풀어야 했다. 절대 시간이 부족하니까, 극단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그 후로는 그렇게 한 적이 없었는데, 죽음 에세이 쓰는 기간에 다시 그 시절의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적지 않은 책을 썼는데, 그 동안에 생활 패턴이 바뀐 적은 없었다. 

죽음 에세이 초반 좀 지났을 때, 이 책의 셋업이 잘못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톤도 너무 무겁고, 내가 겪은 얘기를 중심으로 셋업을 만들었는데.. 명사 에세이라는 책 분야가 있기는 한데, 나는 그런 명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에세이집을 냈을 때에는, 이런 방식으로 했었다. 그때는 내가 명사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그 언저리 어디엔가는 걸쳤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쓰는 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냥 어린이 둘 키우는 아빠일 뿐이다. 한동안 이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사람들이 나의 일상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시절의 습관이 남아서, 죽음 에세이의 셋업이 되었다. 

그걸 다 들어냈다.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명사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삶에 끼어 있던 거품이 아직도 덜 빠진 것 같다. 사실 죽음이라는 주제가 그런 걸 깨닫게 해준 것 같다. 다루기 어려운 주제에 너무 설렁설렁 습관처럼 들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다시 읽고, 데이터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나도 위기를 많이 겪었다. 책 쓰고 망한 적도 많지만, 그래도 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근데 처음으로 위기라는 생각을 했다. 셋업을 잘못 설정했다는 생각은 처음 했다. 그리고 더 큰 건, 그게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때 책을 그만 쓸까 하는 생각을, 데뷔하고 처음 했다. 

그래서 정말로 그만 두려고 했다. 남은 계약들이 몇 권 있지만, 그만하기로 하면, 계약금 다시 주면 되는 일이기는 하다. 행정적으로는 말이다. 아마 지금 내 통장이 넉넉한 상황이면,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셋업도 제대로 형성시킬 수 없는 상황이면, 책은 그만 쓰는 게 맞다. 

그냥 일정대로 책을 쓰기로 다시 생각한 것은, 며칠 후의 일이다. 그때 하고 있던 분석이 우울증과 치매였다. 이 분석들은 내 능력 이상으로 잘 되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보고 있던 드라마가 <대명풍화>였다. 명에 대해서 내가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절감했다. 모르는 게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많다. 좀 모르는 것과 생판 모르는 것은 좀 다르다. 명나라에 대해서 정말로 내가 너무 몰랐다. 명 초기에 순장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100일 정도 이 민족이 북경을 포위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알았는데, 처들어온 게 어떤 나라인지도 몰랐다. 북경 갔을 때, 자금성도 안 보고 왔다. 북경성 담벼락이 그렇게 높다는데, 그것도 안 보고 오다니! 

모르는 건 문제가 없다. 모르는 걸 알고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어를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고, 북경도 가보기로 했다. 타이완도 가볼 생각이다. 익숙하지 않은 건 익숙해지면 되고, 모르는 건 공부하면 된다. 

그렇게 죽음 에세이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때쯤 저녁 무렵이면 잠이 쏟아져서 곯아떨어졌다. 일찍 잤으니까 일찍 깼다. 책을 쓰면서, 이렇게 긴장이 올라간 적이 없었다. 워낙 어려운 주제라서 그렇다. 그리고 내 꼴도 꼴이 아닌 상황이다. 그냥 이 모든 것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직은 어려운 거 분석할 때, 보람이 느껴진다. 그리고 뭔가 의미 있는 결과를 찾아내면 행복하기도 하다. 아직은 좀 더 배울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죽음 에세이 본문을 마쳤다. 날려버린 셋업에 들어간 내용 일부는 서문이라는 형식에 넣었다. 그렇게 새로 쓴 서문도 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날리고 새로 썼다. 새로 쓴 게 훨씬 낫다. 톤을 어느 정도는 정했다. 

어제까지는 쉬었고, 오늘부터 새로 죽음 에세이 고치기 시작한다. 어제는 일부러 술 때려 마시고 늦잠도 잤다. 다시 늦잠 자는 스타일로 가려고 한다. 저녁 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은 긴장감을 높이는 데에 좋기는 하다.

제일 큰 문제는 밤 10시에 하는 저녁 수영을 못 가는 일이다. 하이고. 무엇보다도 긴장도를 그렇게 높이면 일상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계속 그렇게 지내면 제 명에 못 산다. 텐션을 좀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도를 너무 높이면, 웃음이 나오기 어렵다. 명랑도 힘들다. 인상 쓰고 최선을 다 하는 것,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고, 그렇게까지 해서 성과를 만드는 건 별로다. 나는 그런 삶과 이별하기로 했다. 저녁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 그것도 내 스타일 아니다. 그렇게 계속 지내면, 없던 암도 새로 생길 것 같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느낀 게 많다. 지금도 살살 살지만, 앞으로는 좀 더 살살 살 생각이다. 그 대신 습관처럼 생각하고, 습관처럼 느끼고, 그렇게는 안 하려고 한다. 너무 열심히 살면, 모든 것이 패턴화 되고, 그 패턴 안에 들어가서 새로운 것을 못 찾고, 익숙한 방식으로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래봐야 힘만 들지, 좋을 게 아무 것도 없다. 

조금 더 설렁설렁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지금부터 죽음 에세이, 고치기 시작한다.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게 목적이다. 날려버린 셋업도 다시 구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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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에세이 본문은 끝냈고, 서문까지 달았다. 우와, 죽다 살았다.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시작하기 전에는 진짜 몰랐다. 글이라는 게 뭔지, 진짜로 이번에 많이 느낀 거 같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더럽게 어렵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주제다. 보고 싶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피하고 외면하고 싶어하는 주제다. 그냥 접을까, 몇 번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다루는 것은 생각보다 에너지와 감정 소모가 많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죽음과 관련되면 사소한 일이 아닌 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죽음이라는 것은 없다. 죽음은 허투루 다룰 수가 없고, 숫자 속에 숨겨진 일들이 자꾸 보이게 된다. 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고, 아픔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나. 그때마다 나도 살아온 삶들을 돌아보게 된다. 젠장. 나는 왜 그런 개떡 같은 결정을 하였던가, 그런 생각들이 결국 들고야 만다. 나는 왜 그렇게 했을까? 

내 삶을 돌아보면, 늘 이기고, 잘 한 기억만 있을까? 나에게도 수 없는 이불킥의 기억들이 있다. 그걸 되새기면, 감정이 많이 소모된다. 하이고, 나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수없이 많은 지점을 되새기게 된다. 그걸 버티고, 또 다음으로 넘어간다. 

생각해봤다. 나는 이렇게 봤다와 나는 이렇게 살았다, 이건 관찰에 대한 감정적 무게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고 내가 뭐 대단하게 모범적으로 살아온 것도 아니고. 한 칸 한 칸이, 글로는 드러나지 않는 무게감을 지고 걸어가는 길 같다. 

하여간 그렇게 일단 서문까지 달아서 본문은 끝냈다. 책 쓰면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앞부분의 셋업에 해당하는 얘기들은 일단 다 날렸다. 나에게는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읽는 사람에게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감정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부분은 날리고, 그 얘기는 그냥 서문에 넣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본문 고치기 시작할 거다. 셋업을 날려서, 결국은 대수술이 필요하다. 책 쓰면서 이렇게 고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능력부족이다. 

톤 조정도 좀 하려고 한다. 죽음이라는 무게에 너무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는데, 여전히 톤이 좀 무겁다. 좀 더 명랑하게 바꾸어 보려고 한다. 보는 사람들이 그래도 좀 맘을 편하게 하고 읽을 수 있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장치들은 다 써보려고 한다. 

죽음을 밝게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좀 웃기게 얘기하려는 시도는 해보고 싶다. 멋적은 농담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무 농담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다. 

이번에 죽음 에세이를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그런 삶에 대한 생각도 했고, 책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글에 대한 생각도. 

주제가 이번처럼 어려우면, 너무 고생스러운 대신에, 보람은 있다. 재미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아니고, 보람 정도 느껴지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그리고 크게 배운 게 하나 있다.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을 좀 더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런 걸 미리 계획하거나 설계하기는 힘들다. 나도 미리 다 알고 쓰는 게 아니라, 분석해보면서 하나씩 찾아내는 거라서, 이런 걸 과정을 미리 만들 수는 없다. 그래도 좀 즐기는 마음을 가지려고 하고 싶다. 

내일부터는 이제 다시 고치기 시작한다. 좀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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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정권..

잠시 생각을 2023. 12. 22. 02:53

한동훈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되었다. 어차피 이렇게 할 거, 뭘 그렇게 긴 길을 돌아왔나 싶다. 문재인 때 그래도 민주당이 두 번은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지만, 너무 못했다. 윤석열 초기 기세는 좀 했었다. 2년도 되기 전에 가진 거 다 털어먹었다. 

앞으로 군인 통치랑 검찰 통치가 비교되는 일이 좀 더 많아질 것이다. 검사들의 시대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다.  적당히 하다 말았으면, 그래도 꽤 갈 수도 있었을텐데. 이렇게 티 내면서 대놓고 하면, 사람들 눈에 다 보인다. 

검사 대통령에 검사당 만들어서 무슨 좋은 일이 있겠나 싶다. 검사 정권 5년이면 길다. 검사 정권이 10년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군인이든 검사든, 적당히 해쳐먹고 마는 걸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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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책은 오전에 마지막으로 손을 봐서 보냈다. 이제 초고가 마무리되었다. 작년 1월에 준비를 시작한 건데, 늦어도 올 여름에는 끝낼 줄 알았다. 결국은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고,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마무리짓지 못했다. 사는 게 늘 그렇다. 

책 한 권이 떠나고 나면, 그 전에 뭐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책이라는 게, 생활인 보다는 미친 놈에 좀 가까워진다.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감정을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렵다. 감정이 과해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아무 감정이 없으면, 글이 너무 밋밋해진다. 책이 끝나면, 그걸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 오늘 저녁은 출판사랑 술 마시기로 했다. 원고 터는 날이면 늘상 하던 일이다. 요즘은 술 때려 마시는 일이 별로 없기는 한데, 그래도 원고 마무리 짓는 날은 술 때려마신다. 아직은 다른 털어내는 방식을 모른다. 지난 여름에 식구들하고 해외여행을 갔다왔었다. 그 때쯤이면 원고가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일정을 잡았는데, 택도 없었다. 괜히 마무리 짓지 못한 글만 생각하느라, 마음만 더 무거웠다. 

며칠 좀 쉬고 앞에만 좀 쓰다가 미루어 두었던 죽음 에세이를 마저 쓸 생각이다. 다른 제목을 생각했던 게 있었는데, 요즘 하고 싶은 제목은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이다. 이게 죽음과 뭔 상관이 있겠나 싶지만, 사실 이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기는 하다. 누군가 전화해서 어떻게 지내냐고 하면, 뭔가 길게 설명하기가 어려우니까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얘기한다. 통장 잔고가 좀 달랑달랑하기는 하고, 내년 봄까지는 보리고개를 넘겨야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큰 걱정 없고, 크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우리 집 어린이들 때문에 거의 강제적으로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루틴이라는 게 크게 의미가 없는 삶이었는데, 요즘은 루틴이 많이 생겼다. 뭔가 규칙적이라야 루틴도 생기고 그러는데, 요즘 내가 그렇게 산다. 크게 골치 썩는 일 없고, 간절하게 소망하는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까 담담하게 죽음에 관한 주제들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죽음 에세이를 마치고 나면, 도서관 경제학을 쓰려고 한다. 책에 대한 얘기들 그리고 시설로서의 도서관이 아니라 관계로서의 도서관의 역사 같은 얘기들을 좀 더 해보려고 한다. 내년 봄에 할 일이다. 어쩌다 보니까, 도서관을 적으로 생각하는 정권을 만났다. 자기가 책 안 읽는 거야 상관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책 보는 것도 싫어하고,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책 읽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것 같다. 해방 이후 한국의 좌우가 모두 합의했던, “도서관은 중요한 거다”, 이게 깨질 줄은 미처 몰랐다. 보통 정치인들이 책 읽는 형편이 되지 않더라도, 책은 읽는 척한다. 보수 쪽 사람들에게 건네들은 얘기로는, 박근혜도 책을 읽는다는 거였다. 예전에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하더니, 딱 그런 경우다. 살다 살다 이런 이상한 정치 지도자는 전두환 이후로는 처음 봤다. 

어린이들 보는 처지에, 이것저것 복잡하게 욕심 내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할 수 있는 걸 조금씩 할 뿐이다.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바쁘다. 연말이면 망년회 몇 개는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데, 올해는 망년회도 안 할 생각이다. 내가 그럴 형편이 아니다. 연말에 어린이들 데리고 해외 여행 갈 계획이 있었는데, 둘째가 언제 응급실 가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것도 힘들게 되었다. 강릉 한 번, 울산 한 번, 그렇게 짧은 여행을 하려고 한다. 

마음 속 기분으로는 아직 여름인 것 같은데, 벌써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이 되었다. 시간 가는 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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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말..

낸책, 낼책 2023. 11. 15. 07:25

어제 kbs를 막 그만둔 최경영과 간만에 통화를 했다.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핸펀에 ‘최경영 뉴스타파’라고 적혀 있었다. 그가 전에 kbs를 그만두고 뉴스타파에서 일하던 시절에 종종 만났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그가 다시 kbs를 떠나는 시간이 또 왔다. 역사는 돌고 도는 거라고 했던가?

Mb는 통치 스타일이 좀 거칠었다. 그래도 회유할 사람은 회유하고, 만날 사람은 만나고, 그렇게는 했던 것 같은데. 윤석열도 거친 것 같다. 찌르고, 베고, 밀어내고. 온통 피투성이다. 살살 하는 법이 없다. 온 세상이 다 보도록 한다. 

한 때 돈과 말에 대한 책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화폐론에 대한 얘기를 정리해보려고 했던 건데, 시기를 놓쳤다. 그 시절에는 달러 음모론이 시중에 가득 차 있었다. 미국이 달러를 자기 맘대로 하고, 그게 다 음모이고.. 화폐는 뭐냐, 그게 어떻게 작동하느냐, 그런 얘기를 차분하게 하기에는 시기가 좀 안 맞았다. 나도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애들 태어나고, 이것저것 정신이 없었다. 돈 파킨틴, 이런 아무도 안 보는 사람들 얘기를 차분히 정리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윤석열은 힘만 생각하지, 돈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보통은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돈 가진 사람과 공무원들이 그쪽으로 몰려간다. 공무원들도 싫어하고, 돈도 싫어하는 보수 정권은 처음 본 것 같다. 돈이 직관적으로 윤석열을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돈은 보수적이다. 그렇지만 피 보는 걸 싫어하기도 한다. 자기가 피 보는 건 더욱 싫어한다. 

윤석열의 시대에 번영은 오지 않을 것 같다. 과학자들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적 성향이다. 정치 얘기는 안 좋아한다면서도, 은근히 mb와의 친근을 과시하거나, 박근혜가 되면 나라가 안정될 거라는 얘기를 하고는 했다. 그런 과학자들이 연구개발비 삭감으로 제대로 되통수 맞았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미스터리다. 꿈에 뭘 이상한 걸 봤나? 

세상에 흐름이라는 게 있다. 사냥개들이 피 뿌리면서 설처대면, 그 시대가 끝나간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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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시절에 서울을 4~5개의 지역으로 나누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했었다.  자치라는 눈으로 보면, 서울은 너무 크다. 그리고 그게 국가적으로 더욱 큰 불균형을 만들고 있다. 여기까지는 다 동의가 되는데, 과연 어느 지역이 서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갈 것인가, 여기에서 행정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지점이 나온다. 서울에서 갈라져 나오는 것을 받아들일 지역이 없다. 가장 최근의 논의로는 강남구가 서울시 재정에서 독립하고 싶다는 얘기가 있어서, 그러면 강남은 별도의 지자체로 나고, 나머지 지역에 새롭게 분할 구도를 만들면 안 되느냐, 그런 논의가 있기는 했었다. 

서울을 나누는 게 맞는데, 행정적으로 불가능해서 그냥 버티면서 이렇게 지내왔다. 뭘 더 갖다 붙이는 게 맞다는 건, 박정희가 그린벨트 만들던 발상하고도 다르다.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일 거면, 그린벨트가 뭐하러 필요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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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문제 책 서문을 끝냈다. 원래는 서문 없이 바로 1장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하려고 했었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일본 드라마 <콰르텟>을 최근에 봤는데, 뭔가 좀 느껴지는 게 있었다. 저출산 문제가 지금 상황은 우리가 더 심각한데,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좀 고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원래 계획에 없던 서문을 나중에 추가하게 되었다. 하여간 나도,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올해는 집에 일이 많았다. 특히 우리 집 어린이들이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둘째가 혼자 학교 왔다갔다 하고, 좀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가을에 경제와 인권 대중강연 같은 것도 할 생각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둘째를 작년보다 올해 훨씬 많이 보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훨씬 많이 친해졌다. 학교에서 오면 마루에서 같이 뒹굴뒹굴, 나는 음악 듣고, 둘째는 내 옆에서 뭉개고 있다. 살면서 아들하고 이렇게 지낼 시간이 얼마나 있겠나 싶다.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데도, 맨날 힘들다. 능력의 한계치가 이만큼이 아닐까 싶다. 그냥 혼자 생각해보면, 10년 된 모닝 타고도 하나도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게 나의 유일한 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덜 쓰고, 덜 먹고도 잘 버틸 수 있다. 그래도 맨날 도니가 없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뭉텅이로 나간다. 그냥, 식당 가던 걸 줄였다. 카페는 언제 마지막 갔는지, 이제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하다. 한참 더울 때 어린이들이 빙수 먹고 싶다고 해서, 카페에 갔었는데.. 자주 가던 데는 코로나 때 문 닫았고, 옆에 있는데 갔더니 빙수가 없었다. 망. 어린이들이 커갈수록, 내가 쓰는 돈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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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낸책, 낼책 2023. 10. 20. 09:14

환전기 최근에는 가을에 맞는 환절기가 우리 집에는 아주 힘들다. 올해는 둘째가 입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몇 년간 가을이면 폐렴이나 천식으로 입원을 했었다. 

오늘은 둘째가 몸이 힘들다고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계속 몸이 안 좋다고 했었다. 편도선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하는데, 열은 없다. 

집에서 오늘은 학교 쉬라고 했다. 오전에 병원에 데려갈 생각이다. 

저출생 책은 오늘부터 원고 고치기 시작한다. 1장 앞부분의 시작이 너무 편안해서, 서문을 따로 안 달 생각이었다. 

요 며칠 동안 일본 드라마 <콰르텟>을 봤다. 현악 사중주단에 대한 얘기인데, 생각보다 미묘했다. 음악 얘기라는 게, 열심히 했어요, 잘 됐어요, 그런 게 대부분이다. 그 얘기를 극적으로 만들다보면, 그 중간에 시련과 고난을 어마무시하게 많이 넣는다. 콰르텟은 좀 그런 거랑 스토리 구조가 아예 다르다. 엔딩에 나오는 곡이 너무 멋져서, 도대체 누가 이렇게 노래를 잘 불러, 했다. 제1 바이올린으로 나왔던 배우가 부른 노래인데, 일본판 겨울왕국을 불렀다. 엄마나야.. 배우 겸 가수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저출생 책 서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음악을 가지고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았다. 3류가 꿈을 버리지 않으면 4류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런 몇 개의 문장이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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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엄살도 없고, 꾀병도 없다. 일요일날 시름시름하더니 오늘 학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을 혼자 많이 했다. 열은 없다. 

아침에 학교 갈지 말지 고민을 하다가,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힘들면 보건실에서 쉬라고 했다. 오는 것도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오후에는 방송이 있었다. 

집에 오니까 둘째가 나 보고 울기 시작했다. 길에서 그냥 걸어가다가 넘어졌는데,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났다. 그렇게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뭐가 서러웠던지 나 보자마다 닭똥 같은 눈물을. 얼마 전에 집에 손님이 오면서 이것저것 사온 것 중에 젤리를 꺼내줬다. 

그리고는 내가 지쳐서 잤다. 애들 볼 때에는 주중보다 주말이 훨씬 힘들다. 잠결에 큰 애한테 분리 수거하고 음식물 쓰레기 좀 치워달라고 했다. 그게 주로 밀린 거였는데, 나중에 깨서 보니까 마루의 쓰레기통도 비워놓았다. 이게 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비상금으로 5천 원 줬다. 요즘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사먹어도 되냐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요즘은 큰 애도 민감하고 둘째도 민감하다. 어렸을 때 심통내거나 삐지는 것하고는 좀 양상이 다르다. 예전에 읽은 육아책에서 개구쟁이들이 사실은 상처 잘 받는 스타일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집 어린이들이 따 그렇다. 아마 자신의 자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서가 좀 더 복합적이 되고, 상처도 잘 받는다. 그렇게 자라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 어린이들의 변화를 보고, 내가 만나는 수많은 50대들을 보면, 좀 비슷하 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50대들도 초등학교 5학년만큼 예민하다. 술자리 한 번 정도가 아니라 한 마디로 “다시는 안 봐”, 이런 반응이 나오기 쉽다. 몸은 늙어가고, 변한 상황에 대한 정서는 아직 자리잡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몸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이걸 받아들이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만큼의 새로운 생각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큰 애는 키가 많이 컸고, 조금 있으면 자기 엄마보다 커진다. 그래도 마음은 아직 어린이다. 동생만 주고 자기는 안 주면 바로 삐진다. 그 사이의 불균형이 지금 내가 보는 복합성을 만드는 거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실 인간의 나이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은 40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노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고, 10대부터 키워온 생각의 알고리즘은 이제 절정을 향하고 있다. 50대가 되면 그걸 버려야 하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안정적인 소프트웨어와 아직은 버텨주는 하드웨어, 그게 40대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직 번치앟고, 새로운 일을 거침 없이 시작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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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에 대하여..

낸글 2023. 10. 1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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