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오래 전에 미루어놓았던 팬데믹 문제를 올해는 다시 다루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유는 별 거 없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분자생물학 공부를 좀 해야할 것 같고, 그 핑계가 필요했다. 

내가 그동안 한 건 시간 설정에 대한 시나리오들을 만든 것이다. 

1. 올해 끝나는 시나리오는 없고, 가장 최근에 정리한 기본 시나리오가 내년에도 끝나지 않는 것이다. 

2. 내년에도 끝나지 않는다는 기술적 근거와 경제적 근거들이 좀 있다. 생물학자와 의사들 몇 분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내 말이 틀리다고 하는 사람은 아직 못 만났다. 더 길게 갈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좀 있었다. 

3. 트럼프가 뭐라뭐라 한다. 그가 프랑스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사노피에 준 돈이 360억 원 정도다. 그 수준에서 일이 진행되고, 그게 제일 큰 돈이다. 환상은 없다. 

4.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올해 연말이 되면 좀 이상한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지금 판단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5. 나는 내 형편에 맞게, 12월에 최종 판단을 하려고 한다. 데이타도 그 때 기준으로 보면 된다. 지금 하는 많은 전망치들은 그 시점에서는 택도 없는 예측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6. 멀리 떨어져서 보니까, 한국의 코로나 대응 1단계가 끝나고, 2단계 권력투쟁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이 기회에 자신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 

7. 이런 걸 포함해서 나오미 클라인은 '재난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캐트리나가 미국을 덥쳤을 때, 그렇게 했단다. 우리도 IMF 때 그렇게 했다. 박근혜도 세월호 이후 해경을 없앴다.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8. 1단계가 지난 지금, 한국에는 재난 자본주의와 '면피', 두 가지가 작동한다. 가볍게 면피라고 표현하지만, 결국은 정치다. 

9. 경제를 이유로 완화를 얘기하는데, 엄밀하게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 열었다 다시 닿았다,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제로서도 도움 안 된다. 기간을 넓게 잡고, 안정적인 보상과 대책을 만드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경제 주체에 대한 피해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10. 학교를 1주일 단위씩 개학을 늦추다가, 더는 어쩔 수 없다고 여는 것은, 면피가 작동하는 정치 논리다. 이것까지 포함해서 몇 달 간격의 사이클이 나타나게 된다. 이걸 잘 처리하면 최고의 정치집단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그 정도로까지 유능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면피다. 

11. 비대면 진료는,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에 의한 '재난 자본주의'다. 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할 줄은 몰랐다. 다른 것도 더 할 거다. 

12. 기재부 윈! 교육부 패. 

13. 여기까지가 코로나 1국면의 최종 상황인 것 같다. 

14. 세컨 웨이브를 외국에서는 9월~10월로 보는데, 우리의 경우는 6월~7월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개학 이후 1주일지, 개학 2주일지, 그런 우연적 요소에 의한 마이크로 요소들만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5. 열었다 닫았다, 면피와 회피가 반복되면서 한국이 뉴욕처럼 될 거다. 잘 하면 일본처럼.. 

16. 친구들한테, 유서부터 써 놓으라고 했다. 

니들 다 술 처먹고 담배 피잖아..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살아서 2년 후 봄을 볼 확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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