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 야구로 치면 1회 공방이 끝난 거라고 하는데..

벌써 잔치 벌일 구상부터 하고, 그나마도 '재난 자본주의' 방식으로 에쁜 넘들, 줄선 넘들한테 돈더미를 파악.

뉴딜이고 나발이고, 아직 상도 치루기 전인 부모 면전에서 재산 분할 다툼하는 자식 모습이랑 뭐가 다른가 싶다. 공공 의료 보상체계부터 좀 정비하고, 의료 관련 확충 계획도 나오기 제대로 논의하기 전에 돈 다발 나눠주기.. 보기 좀 그렇다. 의료진들은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고, 그런 얘기하는 데, 그런 의견들이 위로 안 올라간다고 아우성치는 걸 며칠간 보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091527011&code=940100&fbclid=IwAR2_0I6fwxjYBnlLU3oV8aE7nob30eKDHaTNUlwSNF-WwuaKJw3TAV9IL-0

 

침체된 경제 살릴 ‘한국판 뉴딜’의 향방은

밑그림은 그려졌다. 이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불러온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의 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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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앞으로 올 시대의 가치는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모른다. 서로 모르니까 답답해서 묻고 또 묻고.

산업화, 민주화, 이런 도식이 꽤 퍼져있지만, 박세일이 만든 이 도식을 나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별로 맞지도 않고, 너무 엘리트적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좋아한다. 박세일은 이렇게 잘 팔리는 이름을 만들고도, 본인은 별로 화려하게 살아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박근혜한테 찍혀서, 말년은 좀 어려웠다. 박근혜는 선진화를 밀었다. 선진이라는 수식어를 달면, 예를 들면 서비스 선진화법처럼, 그냥 민영화에 가까운 뉘앙스를 가지게 되었다.

선진화하다가 박근혜는 감옥으로..

그래서 선진화라는 단어는 쓰기가 어렵다. 코로나 이후로 한국이 몇 분야에서는 이미 선진국 오버, 이런 생각도 많이 퍼져있고. 선진국이 별 거냐 싶은.

'포스트 코로나'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개념은 너무 잔인한 개념이다. 한 쪽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고, 이게 1년이 갈지 2년이 갈지도 모르는 현재 진행형인데.. 너희는 죽거나 말거나, 나는 그 뒤에 뭘 해쳐먹을지 지금 고민하겠다, 진짜 인간적으로 쓰기가 좀 그런 용어이다. 돈이나 벌자, '돈파'들이 쓰는 건 몰라도, 정부에서 쓰거나 시민단체에서는 쓰기가 좀 그런 용어다.

니들은 죽어도, 나는 나에게 도움되는 일이나 하겠다, 그런 뉘앙스가 너무 강하다.

게다가 포스트 코로나의 사용 기한도 너무 짧다. 다음 판데믹이 오기까지는 5년도 안 될 가능성이 높고, 지금보다 더 무서울 거다.

아무 생각 없이 '포스토 코로나'라는 용어를 쓰면, 너무 잔인한 인간이거나, 유행이라고 그냥 막 따라 하는 아무 생각없는 사람으로 보일 확률이 높다.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자연스러운 변화의 방향 그런 걸 모아서 산업화, 민주화, 요런 정도의 위상을 가질 수 있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하여간 그런 걸 찾아달라는 부탁을 벌써 몇 번째 받았다. 낸들 알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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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유감..

이재용이 뭐라뭐라 말을 했다. 4세 승계 금지를 전제로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얘기를 박근혜 정부 때 말한 적이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아니고.. 그렇지만 이런 방식을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하여간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감격도 하고, 감동도 한 것 같다. 좀 이상한 형식이기는 하다.

삼성이 정말로 뭔가 할 생각이라면..

음지에서 움직이는 활동들을 안 한다는 얘기를 좀 했었으면 싶었다. '삼성 장학생' 육성도 이제 그만하고, 무엇보다도 대관 업무를 안 하겠다.. 이 정도는 얘기해도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삼성장학생, 좀 어마무시하게 많다. 내가 겪은 것도 좀 있고, 노회찬이 나에게 해주었던 엄청 다크한 얘기들도 좀 있고.

삼성은 그렇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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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하는 kbs 심야토론에 나가기로 했다. 큐시트 읽어보고 오늘 할 얘기들의 골자를 잠시 정리해봤다. 요런 얘기를 하기로 했다.

의료진들이 대응하는 방역의 성과를 보면서 우리가 진짜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후방에 있던 경제관료들이 나서서 후속 대책을 세우는 것을 보면서, 참 우린 아직 개도국이지.. 박정희 시대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지금 실장, 차관, 장관급들이다. 군사정권의 기억이 '한국형 뉴딜' 등 정부가 선보이는 새로운 대책에서 너무 짙게 보인다.. 방역 행정은 선진국, 경제 행정은 개도국, 이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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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학은 물 건너 가는가?

이 사건의 의미는 통계적으로는 하나다.

지금 한국의 방역 성공은 거리두기 효과가 큰가, 온도 효과가 더 큰가? 누구도 여기에 대해서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클럽 사건은, 바이러스 온도 효과가 최소한 현재시점, 미비하다는 말. 아직은 거리두기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081118001&code=940100&fbclid=IwAR3e1XMtuR0Wzy5TNCIj3CVWopSvy03944ahgc24nES9U4pArTSf-e2R9_U

 

[속보]'용인 확진자' 관련 추가감염 14명...12명은 클럽 접촉자

연휴 기간 동안 이태원의 클럽들을 방문한 후 확진판정을 받은 용인 거주 남성(29) 관련 추가 감염자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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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모란 교수를 만났다. 몇 달 전부터 우와, 대단한 사람이다, 놀랐던 사람. 정신 없어서 총리실 간담회 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는데, 기모론 교수 나온다고 해서, 갈께요, 그랬더라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길 가는. 멋진 사람을 보면 마음이 설래이는 게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2. 내일은 최재천 선생을 만난다. 요번주 가기 전에 꼭 차 한 잔 하시자고 연락을 주셨드랬다.. 나도 그 양반을 꼭 보려고 하기는 했는데.. 2~3달 후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3. 출판사 사정으로, 농업 경제학은 결국 내년으로 넘어갔다. 내가 뭔 이상한 거에 씌웠는지, 책 낼 때만 되면 에디터들을 그만두는. 몇 년째, 많은 책이 그랬다.

  4. 방법이 없어서 올해 출간 일정을 대대적으로 조정했다.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를 먼저 내고, 젠더 경제학도 연내에는 낼 생각이다. '페미니즘을 위한 경제적 변명', 일단 가제는 그렇게 잡았다.

  5. 속상한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나한테 속삭인다.

  6. 젠더 경제학까지 마무리하면, 팬데믹 경제학 준비를 시작할 생각이다. 12월에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7. 정부에서 정책 과제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고마운 얘기이기는 한데, 나는 외부 과제 안 한다. 책 쓰면서 안 한다고 마음을 먹었고, 아직도 어디서 돈 받아서 연구한 적 없다. 내일은 고맙지만, 좀 어렵겠다고 대답을 할 생각이다.

  8. TV 나가는 게 맘이 편치가 않다. 연말까지는 정말로 찌그러져서 살아야지, 그렇게 딱 마음을 먹었는데.. kbs 심야토론 나와달라고, 하도 간곡해서 또 마음이 흔들렸다. 이러니 내가 마음을 먹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

  9. 청년들이 하는 미래당에서 세미나에서 코로나 대응 발제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나도 좀 쉬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늘 힘들 때마다 집 앞에 와서 하소연하던 후배인데, 모른 척하기가 또 미안한. 내일은 해준다고 대답을 할까 싶은데, 마음 속으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10. 작년 10월쯤, 올해는 팬데믹 얘기 밀어놓고 밀어놓은 거 정리는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뭔 얘기를 해야하지? 예전에는 할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잘 생각이 안 났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던 와중에 딱 코로나 19사태가.. 가끔 내가 귀신 씌운 듯, "이게 지금 꼭 필요해", 그런 순간이 있기는 하다. 2007년쯤, '88만원 세대' 내고 얼마쯤 있다가, "이 시대에는 판데믹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정신이 없어서 결국 책은 못 썼다.

하이고, 코로나나 마나, 내가 몸이 힘들어서 죽겠다. 연초에 계획 세울 때에는 전혀 일정에 없게, 여기저기 자문회의 같은 데 불려 다니고, 1주일에 두 번씩 언론 인터뷰하는 별 그지 같은 일정이.. 인생, 계획이라는 게 무의미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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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메시지. 가볍게 읽다가 순간 눈물 흘릴 뻔했다.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들의 존엄성은 커녕, 표로도 안 본다. 한국의 경제 관료들은 더욱 그러하다. 노동자로서의 존엄성 같은 고급스러운 개념 대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이라도 인정하는 사람들이 경제 행정을 하는 날이 오기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070944001&code=970205&fbclid=IwAR1yMmwzbffyefLajUegsGyxh2B5v6CrN1z2iAB-iK4VJhaK3y3mWlhXi2M

 

교황 "코로나19 시대에도 노동자들의 존엄성 존중받아야"

“인간의 존엄성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노동자들, 모든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호소에 나의 목소리를 보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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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추천사는 받기도 하고, 안 받기도 한다. '당인리'의 경우는 출판사에서 받는 게 좋겠다고 했다. 소설가 김탁환, 웹툰작가 운 그리고 연상호 감독에게 받기로 했다. 나는 대장금의 작가였던 김영현 누님에게 받았으면 했는데, 모친이 위독하셔서 정신이 없으셨던.. 

아주 개인적인 일이지만, 소설을 쓰게 된 게 김영현 선배 때문이다. <모피아> 시절에 쓸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일단 쓰라고 하고, 이것저것 틀을 잡아준 게 김영현 선배였다. 이번에도 망설이고 있었는데, 일단 먼저 쓰고 다음에 고민하라고.. 무조건 내라고 한 게 김영현 선배였다. 

김탁환 선생 추천사를 보고, 사실 만감이 교차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책에는 추천사 전문을 싣기가 어려워서 문장 요약으로. 김탁환 선생은, 정말 내가 선생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김탁환의 삶에 대해서 좀 살펴봤다. 그리고 모방, 모든 것은 모방부터 시작이다. 그는 정말로 군더더기 없는 삶을 살아간다. 나도 내 삶의 군더더기들을 좀 없애려고 시도를 했는데, 그만큼 깔끔하게는 못하고.. 여전히 나는 엄한 일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뺏기면서 산다. 

다음 소설 작업은 아직 일정을 못 잡고 있는 형편이기는 하다. 올해 또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래도 내년에는 지금 잡고 있는 라인 중에 뭔가 하나는 정해서 해보려고 한다. 

연상호와 지냈던 인연의 시간들도 좀 깊다. 삶이라는 게.. 그야말로 진한 페이소스 같은 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좀 있다. 그럴 때면 연상호의 예전 모습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어쨌든 나도 '당인리'와 함께 삶의 또 다른 페이지를 넘긴 것 같다. 

_______
무르익은 작품이다. <당인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세밀하면서도 광대하게 펼쳐보인 명편이다. 상징이나 비유, 자의식이나 촌평이 아니라, 거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총체가 담겼다.
 우석훈이 <당인리>에 다지고 다져 넣은 지식과 정보는 도서관 수장고나 전문가의 학구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먼저 발견하고 상상한 자의 두려움에 차라리 가깝다. 2011년의 공포를 잊지 않고 간직했다가, 2020년 이 나라의 법과 제도와 기술과 시스템 속에서 되새김질하며 묻는다. 블랙아웃, 대재앙의 날이 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느냐고.
<당인리>의 인물들은 철저하게 지금 여기의 조건 속에서 움직인다. 위선과 위악, 용기와 비겁, 성취와 패퇴의 균형은 몇몇 영웅과 악인의 모험담으로 이 소설을 추락시키지 않겠다는 우석훈의 날 선 의지이기도 하다. 가장 짙은 어둠 뒤에 새벽이 오듯, <당인리>는 우석훈이 우리에게 던진 그믐 같은 이야기다. 희망의 불꽃을 피어올리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김탁환(소설가)
내가 사는 곳이 당인리 화력 발전소 근처여서인지 우석훈 작가가 안내하는 재난의 모습이 현실적이어서인지 무척 오랜만에 가슴을 두근거리며 책을 읽었다.
있을 법한 재난을 현실이 아니라 책으로 만나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이것이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는 좋은 허구, 좋은 소설이다.
- 연상호 감독
“정전이요.”
추천사를 부탁받은 소설의 내용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정전.
모종의 이유로 전기 공급이 끊어지는 현상.
위험이나 모험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평생에 몇 번쯤은 반드시 경험하는 흔한 일이다.
초월적 문명을 이룩한 외계인이 등장하거나,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들이 국내외 저명인사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것이 아니다. 가로수가 통째로 뽑혀 날아갈 정도의 강력한 태풍이나 핵폭탄 수십 개를 합쳐놓은 위력을 자랑하는 화산의 폭발, 치사율과 전염성이 극도로 높은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딱 사흘간, 대한민국이 정전된다.
‘당인리’는 바로 그것에 관한 소설이다.
어떻게 사흘간의 정전 따위가 ‘불편’이 아닌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TV, 전화, 라디오, 인터넷도 사라진다. 도로의 신호등이 무력화되고, 해가 저물면 현대인이라면 평생 경험하지 못한 진짜 암흑이 찾아온다.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데 소방수를 끌어올릴 펌프를 돌릴 수가 없다. 병원에서는 평소라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 나간다. 심지어 청와대는 6. 25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 피난을 간다.
여기에 공상이나 과장된 설정이 끼어들 틈은 없다. 모든 것이 당장 내일이라도 벌어질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고, 그 사실은 독자의 심장을 꿰뚫고 들어가 뇌 속을 맴돈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정치적 목적을 찾으려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소설가인 동시에 인지도 높은 경제학자이자 사회활동가니까.
하지만 난 다른 모든 것은 과감히 치우고 작품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이 소설은 무척 재미있다.
지금 당신에게 두세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소설을 선택하라.
그렇지 않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두세 시간 정도 늦게 잠자리에 드는 건 어떨까.
장담할 수 있다.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웹툰작가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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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독자 티타임..

매번 책 나오면 소박하게나마 독자들 좀 모시고 티타임 같은 걸 합니다. 제가 잘 돌아다니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또 애 봐야 해서 약속도 잘 잡기 어려운..

이번에는 환경재단에서 좀 도와주셔서, 시청의 환경재단 3층 레이첼카슨홀에서 (거듭 감사합니다, 꾸벅.)

이사 가기 전이기는 하지만, 이 방에서 몇 년 전에 시민들하고 사회과학 강좌를 몇 주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너와 나의 사회과학', 여전히 인세가 들어오는 나름 괜찮게 성공했던..

생활방역 기간이라 전처럼 좁은 데에서 끼어앉아서 하기가 좀 어려웠는데, 환경재단에서 도와주셔서, 좀 널널하게 넓게넓게 앉을 수 있게 된.

마실 건 출판사에서 좀 도와주실 거구요.

별 형식은 없고, 그냥 살아가는 얘기나 하고 듣는 그런 자리입니다. 책 발제를 따로 하는 것도 없고요.

그냥 가벼운 티타임 정도 하신다고 부담없이 생각하시면..

5월 30일 (토요일) 오후 3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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