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우한 폐렴' 혹은 '우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아직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해는 간다. 주로 보수 쪽이고, 태극기 계열인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그런 말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태극기에 뿌리를 둔 한국의 보수가 지금 제일 급한 것은 대중적인 혐오감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진보에게도 그런 고착된 대중적 혐오와 관련된 이미지들이 있기는 했다. 대표적으로 민주노총이 애용하던 빨간 조끼. 민주노총 행사에 대학생들을 좀 데리고 갔더니, 조끼 보자마자 부들부들 떨던.. 걔들도 나름 운동권들이기는 했는데, 막상 성인들 노조 행사에서 빨간색 조끼를 보자마자. 

생태계열에게도 자기들은 좋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싫어하는 이미지가 대표적으로 꽁지머리에 개량 한복. 나도 계량한복 입어볼까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강력하게 뜯어말려서 놀랐던 적이. 

더 멋있어 보이지는 않더라도, 굳이 혐오감을 주면서까지 대중적 활동을 하는 건 좀 그렇다. 

예전에 보수 신문의 젊은 여기자가 우리 집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내가 받았다. 목소리가 바들바들, 불쌍했다고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극좌파 집에 전화를 건다고 생각을 한 건지, 바짝 쫄았던 것 같다. 

내가 아무 것도 안 했어도, 나와 만나는 사람들은 왕창 쫄거나 그랬던 적이 있었다. 좌파 중의 좌파, 스스럼 없이 공산주의자라는 말도 하고, "빨갱이라서 그래요", 이런다.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하거나 불편해서, '명랑'을 대표 간판으로 내걸기도 하고 나도 별의별 짓을 다 했다. 요즘은 '찌그러진 맛'을 건다. 날도 무디게 하고, 주장도 약하게 하고. 그래도 여전히 나는 한국에서 가장 극단에 있는 몇 명 중 한 명이다. 

코로나 19라는 공식 명칭이 불편할 수는 있어도 이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최근에 미국에 유입된 장수말벌을 '아시아 살인 말벌'이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한참 논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피차 마찬가지다. 되도록이면 중립적이고 인종주의적인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서 서로 노력하는 중이다. 

반중 혹은 중국 혐오, 정치적 의미는 알겠지만, 그런 의미를 담아 '우한 바이러스'라는 말을 쓰면 쓸수록, 보수에 대한 대중적 혐오는 더 강해진다. 언어가 그런 것이다. 정치적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일종의 혐오재다. 우리 편이든 아니든, 피곤한 얘기를 하는 거다. 그런데 혐오까지 붙으면, 그런 사람의 말을 안 듣는 것은 물론이고, 점점 더 고립된다. 

되도로이면 부드럽게 하고, 유머를 곁들이고,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것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게 21세기 방식이다. 

20대와 대화하기, 나도 너무 힘들다. 조금이라도 강하게 얘기하면 "가르치려고 한다", 태도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경우에라도, 그건 그게 아니라, 이렇게 말 할 수가 없다. 일단 후퇴.. 그럴 수밖에 없다. 너무너무 힘들다. 

힘들지만, 어쩔 거냐, 대화의 문법이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데 말이다. 

'동지'라는 말이 대표적 운동권 사투리다. 좋은 말이고,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인은 안 쓰는 말이다. "다시는 너와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 이런 의미로 상대방은 받아들인다. 어쩔 수 없이, 자주 쓸 수가 없다. 

우한 바이러스는 '동지'를 넘어 거의 '동무'급 단어가 되었다. 답답하고 억울하겠지만, 어쩌겠느냐.. 우리가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을. 

나야 한국의 보수들이 그렇게 더욱 더 혐오스러운 패션과 어법 안으로 들어가는 게, 사실 반가운 사람이다. 더욱 더 경쟁이 쉬워지니까.. 

좌파가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 운동권 사투리도 내려놓고, 속으로는 기분 안 좋아도 파안대소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한국의 보수들은 '우한 바이러스'와 함께 가지 않아야 하는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다.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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