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추천사는 받기도 하고, 안 받기도 한다. '당인리'의 경우는 출판사에서 받는 게 좋겠다고 했다. 소설가 김탁환, 웹툰작가 운 그리고 연상호 감독에게 받기로 했다. 나는 대장금의 작가였던 김영현 누님에게 받았으면 했는데, 모친이 위독하셔서 정신이 없으셨던.. 

아주 개인적인 일이지만, 소설을 쓰게 된 게 김영현 선배 때문이다. <모피아> 시절에 쓸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일단 쓰라고 하고, 이것저것 틀을 잡아준 게 김영현 선배였다. 이번에도 망설이고 있었는데, 일단 먼저 쓰고 다음에 고민하라고.. 무조건 내라고 한 게 김영현 선배였다. 

김탁환 선생 추천사를 보고, 사실 만감이 교차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책에는 추천사 전문을 싣기가 어려워서 문장 요약으로. 김탁환 선생은, 정말 내가 선생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김탁환의 삶에 대해서 좀 살펴봤다. 그리고 모방, 모든 것은 모방부터 시작이다. 그는 정말로 군더더기 없는 삶을 살아간다. 나도 내 삶의 군더더기들을 좀 없애려고 시도를 했는데, 그만큼 깔끔하게는 못하고.. 여전히 나는 엄한 일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뺏기면서 산다. 

다음 소설 작업은 아직 일정을 못 잡고 있는 형편이기는 하다. 올해 또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래도 내년에는 지금 잡고 있는 라인 중에 뭔가 하나는 정해서 해보려고 한다. 

연상호와 지냈던 인연의 시간들도 좀 깊다. 삶이라는 게.. 그야말로 진한 페이소스 같은 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좀 있다. 그럴 때면 연상호의 예전 모습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어쨌든 나도 '당인리'와 함께 삶의 또 다른 페이지를 넘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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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은 작품이다. <당인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세밀하면서도 광대하게 펼쳐보인 명편이다. 상징이나 비유, 자의식이나 촌평이 아니라, 거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총체가 담겼다.
 우석훈이 <당인리>에 다지고 다져 넣은 지식과 정보는 도서관 수장고나 전문가의 학구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먼저 발견하고 상상한 자의 두려움에 차라리 가깝다. 2011년의 공포를 잊지 않고 간직했다가, 2020년 이 나라의 법과 제도와 기술과 시스템 속에서 되새김질하며 묻는다. 블랙아웃, 대재앙의 날이 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느냐고.
<당인리>의 인물들은 철저하게 지금 여기의 조건 속에서 움직인다. 위선과 위악, 용기와 비겁, 성취와 패퇴의 균형은 몇몇 영웅과 악인의 모험담으로 이 소설을 추락시키지 않겠다는 우석훈의 날 선 의지이기도 하다. 가장 짙은 어둠 뒤에 새벽이 오듯, <당인리>는 우석훈이 우리에게 던진 그믐 같은 이야기다. 희망의 불꽃을 피어올리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김탁환(소설가)
내가 사는 곳이 당인리 화력 발전소 근처여서인지 우석훈 작가가 안내하는 재난의 모습이 현실적이어서인지 무척 오랜만에 가슴을 두근거리며 책을 읽었다.
있을 법한 재난을 현실이 아니라 책으로 만나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이것이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는 좋은 허구, 좋은 소설이다.
- 연상호 감독
“정전이요.”
추천사를 부탁받은 소설의 내용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정전.
모종의 이유로 전기 공급이 끊어지는 현상.
위험이나 모험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평생에 몇 번쯤은 반드시 경험하는 흔한 일이다.
초월적 문명을 이룩한 외계인이 등장하거나,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들이 국내외 저명인사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것이 아니다. 가로수가 통째로 뽑혀 날아갈 정도의 강력한 태풍이나 핵폭탄 수십 개를 합쳐놓은 위력을 자랑하는 화산의 폭발, 치사율과 전염성이 극도로 높은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딱 사흘간, 대한민국이 정전된다.
‘당인리’는 바로 그것에 관한 소설이다.
어떻게 사흘간의 정전 따위가 ‘불편’이 아닌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TV, 전화, 라디오, 인터넷도 사라진다. 도로의 신호등이 무력화되고, 해가 저물면 현대인이라면 평생 경험하지 못한 진짜 암흑이 찾아온다.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데 소방수를 끌어올릴 펌프를 돌릴 수가 없다. 병원에서는 평소라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 나간다. 심지어 청와대는 6. 25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 피난을 간다.
여기에 공상이나 과장된 설정이 끼어들 틈은 없다. 모든 것이 당장 내일이라도 벌어질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고, 그 사실은 독자의 심장을 꿰뚫고 들어가 뇌 속을 맴돈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정치적 목적을 찾으려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소설가인 동시에 인지도 높은 경제학자이자 사회활동가니까.
하지만 난 다른 모든 것은 과감히 치우고 작품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이 소설은 무척 재미있다.
지금 당신에게 두세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소설을 선택하라.
그렇지 않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두세 시간 정도 늦게 잠자리에 드는 건 어떨까.
장담할 수 있다.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웹툰작가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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