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는 전북 교육청에서 고등학생 강연을 하고 싶다고.. 한참 고민을 하다가, 간다고 했다. 이래저래 강연할 처지가 아니기는 한데, 그 즈음부터는 10대들을 위한 독서책 쓸 시점이라, 이래저래 겸사겸사.

당인리 책은 그냥그냥 그런데, 웹툰은 몇 주 전에 출판사 통해서 계약이 마무리되었다. 영화 판권하고 드라마 판권 묶어서 영상 판권으로의 계약도 마무리되었다고 며칠 전에 들었다. 시원섭섭하다. 몇 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던 생각이 문득.. 제주도에 특히 많이 갔었다. 이젠 진짜, 제주도 안 가고 싶다. 남들 평생 가는 것보다 훨씬 많이, 이미 너무 많이 갔다.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게, 싫기도 하지만, 고통스러운 성격이다. 그냥 조용히 츄리닝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관찰하고 목격하는 것을 좋아한다. 왔다갔는지 말았는지, 전혀 티 안 나는 그런 스타일의 삶이 훨씬 좋다.

새로 시작하는 방송에서 같이 하자는 아주 진지한 얘기를 들었는데, "재밌겠어요"라고 선뜻 답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이 갑갑하기는 한데.. 힘든 건 힘든 거다.

근혜 때는 이것저것 되는 대로 방송도 많이 했다. 워낙 꽉 막혀있는 때라서, 뭐라도 좀 열고, 얘기를 해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다.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니고. 야당 시절이야 의무감으로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내용 정리하고, 얘기 만들고, 그런 거 몇 번 더 하다 보면 나의 50대도 끝나갈 거다. 그러면 한 세상 가는 거 아닌가 싶다.

더 유명해질 것도 없고, 더 많은 영광도 더 필요 없다. 지금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보다 충분히 영광스럽다.

노회찬 죽고, 더 해서 박원순도 죽었다. 띨띨이들..

죽고 나면 그만일 것을, 뭘 그렇게들 힘들게 살았나 싶다.

매운 인생 책 준비하면서, 나의 50대에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대로 살아간다. 목에 힘주지 않고, 남들 도울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벤츠를 타야겠어, 이런 미친 짓만 하지 않으면 특별히 힘들 거나 고통스러울 것이 없을 인생이다.

등대 같은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더 이상 불을 켤 수 없을 때, 그냥 조용히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정두언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소주 한 잔 하자고 해놓고, 끝내 소주 한 잔 마시지 못했다. 그도 죽었다.

아 그러고보니.. 원희룡 제주도지사 되기 전, 한참 헤매던 시절에 같이 감자탕에 소주 한 잔 하자고 해놓고, 시간이 또 그냥 지나가버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전형적으로 남들 왕따 놓는 스타일의 삶을 살았다. 다 귀찮아, 그냥 혼자 있을래.

사랑방, 뭐 그런 단어와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조용히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좋다. 그래서 유학 시절에 참 좋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가난하기는 했지만, 혼자 있을 수밖에 없던 시간.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고 나니..

그래도 자꾸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내가 못 돌아본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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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서 컴 새 출발하고, 프로그램들 새로 깔았다. 세상 좋아졌다. 컴 나가면 주섬주섬 플로피 디스크에 도스부터 다시 출발하던 시절 생각해보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쭉쭉쭉, 금방 된다.

컴 살까 했는데, 꽤 된 컴이지만 상태 좋은 것 같아서 1년 더 쓸 생각이다.

둘째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지금처럼 애들 등하교 신경 쓰면서 살 거니까, 2년 반 정도 남은 것 같다.

아마 그때쯤이면 50권도 어느 정도 대충은 끝이 보일 것 같다.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좀 더 한국 사회의 최전선의 끝에까지 가보기 위한 몸부림일 뿐.

세상이 좋아져야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들 보이려고 하는 일도 아니고, 영광을 보려고 하는 일도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돈도 큰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세 끼 먹고 사는 데 불편함이 없으면 그걸로 족하다.

몇 년간은 더 애들 살살 보면서 쥐 죽은 듯이 살까 한다. 돈도 아껴 쓰고.

당인리 쓰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한동안 신세진 사람들 밥도 좀 사고, 고맙다는 얘기돋 하면서, 평소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다.

글 쓰다 보면 관련된 사람들 만나서 이것저것 배우고 들을 일이 많다. 그렇게 시간을 내고 나면 친구도 만나기가 힘들다. 옛날 친구도 진짜 오래 못 봤다.

그래도 최근에 사람들 너무 많이 만났다. 좀 어색하다.

노회찬 떠나고 나서, 진짜 느껴지는 게 좀 많았다. 나중에 상가 집 문턱에서 만나지 말고, 좀 더 자주 신경 쓰고 보는 게 낫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와, 피곤하다.

남자들 특히 엘리트 남자들의 세계가 그렇다. 힘 과시하고, 서로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처절한데.. 그래그래, 니 말이 다 맞다. 하이고, 피곤하다.

다시 좀 처박혀서, 밀린 글들이나 좀 해결해야겠다..

내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농업 경제학 마무리하고 싶다.

컴이 꼬박 나의 24시간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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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는 소규모 독서 모임 위주로 몇 번 가벼운 자리 정도 할 생각이다. 원진녹색병원 노조랑 이동학이 하는 독서 모임 그리고 청주의 독서모임에 가기로 했다. 너무 멀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 한 잔 마시는 느낌으로 할 수 있는 거, 부탁이 오는대로 몇 번은 더 할 생각이다.

엄청나게 무거운 마음으로 정색하게 얘기하는 거, 사실 내 취향은 아니다. 무거운 얘기도 가볍게, 무서운 얘기도 명랑하게, 그렇게 더 밝게밝게 그런 톤으로.

30대 초중반에 한국의 생태주의자들, 어지간하게 한 번씩 만나고 그랬는데..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엄청 진지하고, 사람들 구박 겁나게 하는데, 도저히 내 취향 아니다.

그때 많이 참고한 게 내가 만났던 파리의 트로츠키주의자들. 마이너 중의 마이너들이고, 똘아이 중에서도 개똘아이 취급 받던 20대 트로주의자들.

근데, 이게 우연인지.. 남자든 여자든, 겁나 잘 생겼다. 철학과 대학원 수업에 잠시 들어갔는데, 동구가 붕괴하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느냐.. 한참 열변을 토하다가 울었던, 아직 소녀티가 나던 학생이, 이사도라 덩컨 느낌이었다. 괜히 나도 같이 울어야 할 것 같은.

몰리고 몰리다 보니까 힘들어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늘 웃으려고 하고, 좌우당간.. 그 인간들 분위기가 아주 멋졌다.

그즈음에 이재영과 노회찬과 주로 놀면서, 나도 분위기 확 바꾸어서. 그래 놀자, 그리고 웃자. 그때부터 명랑이 모토가 되었다.

그 뒤로는 되도록이면 웃으려고 하고, 남들한테 어지간해서는 이래라 저래라, 그런 얘기도 안 하려고 한다.

신비주의 같은 것을 권유해준 사람도 있었는데, 신비주의는 뭔 개뿔.. 내 삶에 신비라고는 없다. 내가 재밌게 본 신비는 신비 아파트 외에는.

폼 잡아봐야 다 헛거다.

당인리는 점점 더 가볍고, 작은 모임 위주로 갈까 한다. 무서운 얘기, 무섭게 하는 게, 그거 별 재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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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는 이래저래 만드는 과정이 좀 고통스럽기는 했다. 진짜 뼈골을 갈아넣는 느낌이었다. 초고 돌렸더니 어렵다고 아우성이었다. 다 뒤집어엎고, 어지간한 에피소드들은 다 날렸다.

지진 현장에 도착한 공무원들 에피소드는 마지막까지 날리기가 아까웠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이 소위 missing person이 되어버리는.. 끝까지 남아있을 사람들 아니면 중간에 다 날리고.. 어려운 얘기도 다 날리고.

메가, 기가까지는 사람들이 봐줬는데, 여기에 테라 나온 다음에는.. 이건 또 뭐여? 결국 내용과 상관 없이 사람들 피곤하게 만드는 단위 같은 것들도 다 빼고, 퍼센트만 남겨놓았다.

모피아 때에도 계약 관련된 것은 출판사에 일임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한다. 잘 알지도 모르면서 콩 내라 감 내라, 영 내 스타일 아니다.

현재로서는 웹튠은 계약 마무리 단계인가 보다.

거의 10년도 더 된 일이기는 한데, 나중에 아주 유명해진 만화가들이 같이 작업을 하자고 했던 적이 있었다. 너무 바쁜 시기이기도 하고, 또 건강도 아주 어려운 때라서.. 그 사람들이 지금은 어마무시하게 유명해진.

하여간 기왕에 해보게 된 거, 웹튠도 몇 개 더 하기로 했다. 만들기로 한 얘기들이 몇 개 더 있다.

모피아 때에는 드라마 판권이 먼저 팔렸는데, 근혜 시대가 되면서 결국 편성은 되지 않았다.

영화 판권은 아직 모르겠다. 연락 오는 데가 좀 있기는 하다는데, 조금 시간을 가지고 결정하기로 했다. 영화는 한다고 해도 갈 길이 멀다. 코로나 국면에서 상황도 안 좋고. 시간을 가지고 좀 생각해보면서 결정하잔다.. 그러시라고 했다.

50권 중에 소설 두 권이 들어가 있다. 2~3권 더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동화책도 한두 권 들어갈 거였는데, 애들 보면서 동화책 읽어주는 틈틈히 동화까지 준비하는 게, 무리데쓰.. 그 사이 아이들도 이미 커서, 동화의 세계는 패스. 제목도 정하고, 얘기 구상도 다 끝났는데, 내려놓는 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아쉬운 것들의 연장이다.

책으로 치면 블록버스터급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들이 좀 있다. 도서관 경제학은 필라델피아를 갔다와야 하고, 국내 조사도 많다. 이래저래 뭔가 연이 안 맞기도 하고, 충분하게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일단 보류.

이승만도 완전 블록버스터급으로 돈 많이 들어간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돈도 엄청 들어간다. 부산 체류 기간을 잡아놔야 하는데, 어마무시하게 돈 들어갈 거다. 돈도 돈이지만 당장 내가 없으면 애들 등하교가 문제다. 대안이 별로 없다. 이것도 일단 좀 뒤로 미루고.

블록버스터급 책은 책 그 자체로는 계산이 안 나오고, 내 돈도 좀 박아야 한다. 책에 돈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더 사줄 것도 아니고. 나도 이제 덩치가 커져서, 꼭 돈 되거나 팔릴 만한 거나, 그런 기준으로 책을 쓰지는 않는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돈은 안 되지만 돈은 많이 들어갈 거, 그런 것들을 더 많이 다루려고 한다. 나도 그런 걸 안 하면 누가 어려운 문제를 다루겠나 싶다.

민간 연구소 연구원장 제안이 왔었다. 돈도 많이 주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게, 편안하게 해주겠다고 하는데.. 싫다고 했다. 지금도 충분히 편안하고, 하고 싶은 거 충분히 하고 있다. 내가 엄청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최전선에서 문제를 드러나게 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것, 그렇게 살면 충분하다.

50권이 될지, 그보다 조금 모자랄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하기로 한 것들 잘 마무리하다 보면 나의 50대도 지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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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는 어제 3쇄 들어갔다고 합니다.

오 예!

재쇄 찍고 국 끓여먹는 줄 알고 잔뜩 쫄았는데.. 며칠 사이에 천 부 이상 나간.

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은덕인 줄 알고, 틈 나는 대로 정화수 물 떠넣고 고맙다는 절이라도 올리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코로나 국면에서 다들 힘든데, 책이 특히 더 어렵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아동 도서 매출이 많이 늘어서 별 차이가 안 보이지만, 신간 특히 새로 데뷔하는 저자들이 많이 어려워합니다.

좋은 저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책이 볼 게 없다고 독자들이 더욱 외면하게 됩니다. 빈곤의 악순환입니다.

저는 첫 책 낼 때부터 과도하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회과학에 처음 등장한 전업 작가라는 과도한 칭송도 시작하자마자 받았구요.

궁상도 떨만큼 떨었지만, 지금 새로 시작하려는 저자들은 저 보다 훨씬 어려운 조건에게, 어떻게 서점 매대에라도 한 번 서보면 여한이 없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쨌든 저도 힘 닿는데로 더 많은 저자와 작가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파리에 6년 반을 살았습니다. 놀랐던 게, 파리 시민들이 생각보다 책을 많이 읽습니다. 문제작이 나왔다고 하면 연금 받는 할머니들이 카페에 앉아서 새 책 읽는 것을 삶의 큰 즐거움이자 긍지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걸 보면서..

우리도 이런 시대가 오면 좋겠다는 소망 같은 것을 가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선진국은 그런 나라라고 생각하고 국민소득 만 달러 시대를 꿈에 부풀어 살아왔는데.. 막상 3만 달러가 되고 보니까, 우리는 좀 그와는 다른 미래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 좋은 책을 쓰라고 하는 사람은 아주 적고, 지금이라도 높은 자리나 실속 있는 한직에 가라는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고마운 말들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인리 3쇄를 맞아..

저도 일쇄라도 털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데뷔 시절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얼마 전 환경재단의 도움으로 넓은 방에 아주 뜨문뜨문 앉아서 독자들과 티타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금 전에 아주 큰 대기업에서 직원 행사에 특강 해달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뭐, 돈 아주 많이 준다고 하더군요.

당인리 3쇄 찍었다는 출판사 전화 받고, 특강에 가기 어렵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저는 작고 의미 있는 독자모임에 가기를 즐겨하고, 크고 폼 나고 - 돈도 많이 주는 - 자리에 가기를 즐겨하는 사람으로 제 여생을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독자들의 '한푼두푼'으로 빠듯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명랑하게 꾸려가고 싶은 게 제 소망이지, 스타 저자로 폼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삶이 제 소망은 아닙니다.

시간 나는 대로 한국의 어렵고 힘들고, 조명받기 어려운 삶들을 찾아서 구조를 드러내고, 개선을 시도하는 그런 경제학자로 남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힘 있는 자리에서 크고 강력한 대책으로, 그런 것도 많이 해봤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렇게 좋아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작게 그러나 의미있게 의견을 나누고, 그런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서 세상이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게 된다는 게 제가 배운 한국의 가장 희망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거듭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가장 춥고, 가장 어두운 자리, 그곳에 만년필과 노트 하나 들고 돌아다니는 50대 아저씨의 모습, 그게 제가 꿈에도 그리는 저의 모습입니다.

(그 만년필이 꼭 스타워즈 만년필일 필요는 없지만, 저는 여전히 사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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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충격으로, 당장 여름에 발간 계획이던 농업경제학이 내년으로 넘어갔다.

이번에 1쇄 겨우겨우 털면서, 온갖 궁상을 다 떨었던.

책 내기가 무서워졌다.

농업경제학은 마무리만 지으면 끝나는 거라서 내기는 낼텐데..

내년으로 미루어놓은 도서관 경제학 등 아직 쓰지 않았고, 판매가 불투명한 책들은 킬.. 직전이다.

선인세 받은 게 약간 있기는 한데, 그건 돌려주면 되는 거고.

계약된 책들의 일부를 죽일지, 그냥 갈지, 요 며칠 내로 결정하려고 한다.

당인리처럼 궁상 떨면서 굽신굽신거리고, 멸시당하면서 책 쓸 거면..

그렇게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50권을 생각하고 책을 쓰는 중인데, 40권에서 마감하는 방법을 오전 내내 고민했다.

40권이면, 세 권 남았다.

이제 그만 세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점심 먹었다. 그만하면 오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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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책 새로 나오면 페북과 블로그, 독자 몇 분과 차 한 잔 마시는 티타임을 했습니다.

소란스러운 모임은 아니라서 보통 열 분에서 스무 분 사이 오셨습니다.

작년에 책 나오고 처음으로 한 권도 책이 나오지 않아서, 이번에는 사이가 좀 길었기는 하지만요.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도 좀 했고, 여건이 되는 경우는 출판사 회의실에서도 종종 했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 국면이라, 좁은 데서 하기는 좀 곤란한데..

환경재단에서 방을 빌려주셔서 이번에는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합니다.

이사오기 전, 이 방에서 시민 대상으로 한 사회과학 입문 특강을 몇 주간 진행해서 '나와 너의 사회과학'이라는 책으로 나온 적이 있기도 한, 좀 인연이 있는 방입니다.

출판사에서 마실 건 준비해주실..

5월 30(토요일) 오후 3시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06 동화빌딩 3F

특별히 따로 등록하거나 그럴 절차는 없지만, 댓글로 준비해주시는 분들이 규모를 알면 조금 도움이 되시기는 할 것 같네요.

그럼 토요일날 뵙겠습니다.

 

http://www.greenfund.org/m15.php?fbclid=IwAR3htekiCJEVxnA6HQy6riUhDjGEtXBuFILRLQNyuLH5cmYcuJEj3hDCyLk

 

환경재단

 

greenfu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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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라, 시사인의 김은남 기자네 집에 애들이랑 다 놀러가서 밥 먹고 왔다. 결혼하기 전에도 그 집에서 술 마시고 자고 오기도 하던, 정말 식구처럼 지내는 집이다. 그렇게 알고 지낸 게 20년 가까이 되니까, 애들끼리도 잘 알고.

그 집 둘째 아드님이 중2에서 이제 중3으로 넘어간.. 농업경제학 등 10대 연구에서 중요한 모델이기도 하고. 내 주변의 중학생 아드님, 따님들, 일단 총동원.

하여간 그렇게 놀던 중에 박원순 시장의 전화를 받았다. 오전에 당인리를 읽었는데, 본인이 요즘 주로 하고 있는 얘기랑 너무 똑같아서 일단 전화부터 하셨다는..

소설에서는 서울 시장은 몇 번 나오는데, 그 중에서 과거 장면의 서울 시장은 박원순이 모델인 것은 맞다.

그가 잘 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다. 물론 모든 인간이 그렇다. 그 중에서 에너지 쪽에서는 썩 잘 하는 측면이 있다. 약간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하다. 좀 더 크게 그림을 그리고 했었으면..

그래서 실제로 당인리에서 서울 시장의 모티브는 박원순이기는 했다. 물론 현실의 박원순 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생각을 하는..

이게 소설이 될지 안 될지, 그런 고민을 하던 시절에 현실의 박원순을 보면서, 다른 건 몰라도 에너지 쪽에서는 박원순이 이런 걸 계획했다는 상상이..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모티브가 된 것은 사실이다.

당인리에서 중요한 기술적 설계는 시장과 구청장이 사태 이후 수습하면서 했던 일련의 액션 플랜이다. 그리고 이건 '로컬'이 하는 일이다. 나는 한국의 로컬이 지금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여기에는 나의 소망 같은 것들도 좀 담겨있다.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만약 서울 시장이 박원순이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그가 서울 에너지공사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나는 좀 다른 방식의 얘기 전개를 생각했을 것 같다.

오세훈 시절의 서울시라면 이런 건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말만 멋있게 하지, 속에는 좀 너무 이상한 게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박원순이 시장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랬던 사람이다. 블로그만 하고 sns는 안 했었는데, 그가 시장 보궐선거에 나오면서 처음으로 sns를 했다.

당인리에는 적지 않은 모델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캐릭터가 서울 시장이다. 그가 이런 분산형 에너지에 관심이 없다면 순수 뻥이지만, 내가 아는 박원순이라면 이랬을 것 같다..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는 한데..

막상 당인리 오전에 너무 재밌게 읽었다고 시장한테 전화를 받고 보니.. 기분이 묘했던 것도 사실이다.

당인리의 핵심 모티브는 서울 시장으로 상징되는 로컬과 중앙의 대립이다. 그리고 전력은 물론이고 에너지 전체에서도 이건 여전히 진행 중인 갈등이고 모순이다.

시장이 거듭거듭 고맙다고 하는데, 잠시 뭐라고 대답할지 답변을 잃었었다.

세상은 어쩌면 좋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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