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당인리'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19.01.24 일상의 세월호
  2. 2019.01.21 block comedy
  3. 2018.11.15 당인리 견학.. 4
  4. 2018.11.09 당인리 준비를 시작하며.. 3

한전 비상 매뉴얼 등 에너지 관련 정부 매뉴얼 등 분석이 어느 정도 끝났다. '일상의 세월호'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정도 되는 나라에서, 이렇게 밖에 못하나 싶다.

매뉴얼이 제대로 되어 있어도 현실에서는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매뉴얼은, 대략 시퀀스 분석을 해봐도, 10개 이상의 루프홀을 가지고 있다. 이건 돌아갈 수가 없는 비상 매뉴얼이다.

그나마도 위기 상황 때 어떻게 할 거냐고 난리를 쳐서 겨우 매뉴얼이라도 만들 걸로 알고 있는데..

10년 이상 한전 사장 등 간부들 뽑는 걸 근거리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mb 때는 무슨 장로라고 힘 쓰고, 박근혜 배려한다고 황당한 애들 넣고. 박근혜 때도 황당무인지경으로.

괜찮은 사람과 형편없는 사람이 붙었을 때, 괜찮은 사람이 선택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자랑스러운(!) 전통이 바뀌었을까? 바뀌기는.. 판박이처럼 똑같다. 이거 왜 그런겨?

일제 때 총독부에서 유능하다고 한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만든 이후로, 괜찮은 넘과 나쁜 넘이 경합하면 언제나 나쁜 넘이 이기는 행정의 유구한 전통이 만든 lock-in 현상일까? 혹은 나쁜 의미의 경로의존성?

세월호를 은유로 쓰면, 우리는 많은 분야에서 아직도 '내릴 수 없는 배'를 타고 있는 것 같다.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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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 comedy라는 단어가 있다. 헐리우드식 용어다. 나는 이걸 '소품 코메디'라고도 부른다. 한 블록 내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얘기할 때 이렇게 부른다. 코미디는 아니지만 제임스 완의 기념비적인 공포 영화 컨저링이 이런 구분에 들어갈 수 있다. 정확히 한 블록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건이 건물 하나와 정원 사이에서 벌어진다. 제대로 된 공포영화들이 이렇게 한 블록 안의 일로 집어넣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공포의 원조격인 '어셔가의 몰락'은 아예 집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다.

그에 비하면 또 다른 원형인 '드라큘라 백작'은 동선이 크다. 첫 장면부터 루마니아의 백작성에 도착하기까지, 마차 장면이 초반에 길게 펼쳐진다. 그리고 루마니아 성에서 런던에 이르는 항해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그걸 거슬러가서 루마니아까지의 추격적, 역시 귀족의 상징인 드라큘라답게 동선이 크고 시원시원하다.

얘기를 한 블록 안에서 마무리지을 것인가, 기왕에 블록을 벗어난 것, 시원시원하게 움직여볼 것인가.. 얘기를 시작하기 전, 동선 스케일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고, 공간의 이동 경로도 어느 정도는 설계를 해야 한다.

<장미의 이름>이 대표적으로, 얘기를 만들기도 전에 대부분의 얘기가 벌어진 수도원에 대한 설계부터. 이건 얘기가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가 얘기를 자연스럽게 인도해 낸 경우.

그렇지만 여전히 block comedy는 많은 사람의 로망이다. 한 블록 내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고도 밀도 있는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영화 <그래버티>가 우주 공간이라는 무한한 공간을 설정하고 있지만, 사실은 인공위성 몇 개 내에서 벌어지는.. 이것도 block comedy의 쟝르에 넣을 수 있다. 지구 괘도가 한 블록이라고 하면, 좀 큰 블록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지도가 있고, 주소가 있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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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애들 자는데 옆에서 그냥 잤다. 늦게 자거나 일찍 자거나, 일어나는 시간은 어린이집 가는 시간으로 똑같아졌다. 내년에는 큰 애가 학교 들어가서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게 내 삶의 거의 유일한 고민인 것 같다. 하는 일이 없으니, 고민도 없다.

점심 때 최운열 의원과 밥 먹기로 했다. 참 복잡하게 얽힌 인연인데, 짧은 몇 달간을 뜨겁게 보냈던 것은 맞다. 복잡한 상황은 결국 간단하게 해소가 되었다 - 해결이 아니라. 둘째가 거푸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방법 없이 내가 애들 돌보는 수밖에 없었다.

오후에는 당인리 발전소와 서울에너지공사 견학가기로 되어 있다. 현대에 입사한 것은 96년이었다. 과장 특채라서 별도의 교육 과정은 없었는데, 그 대신 그 사람들이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짜주었다. 몇 주에 걸쳐서 공장 시설들을 돌아보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달 공장 등 시설들에 들어가면서 살았다. 같이 가기도 하고, 혼자 가기도 하고.

20년이 넘게 그렇게 살다보니, 그게 생각의 원천이 되었다. 처음 인천의 전기로 보러 갔을 때 그게 내 삶의 일부가 될 줄은 몰랐었다. 공장도 가고, 유기농 현장도 가고.. 그렇게 살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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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타 센다이 공장에서 위기가 오면, 요넘으로부터 초기 기동이 시작된다..)

1.

<모피아>사 손에서 나온 건 큰 애 막 태어난 그 즈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대선이 있었다. 드라마 판권은 팔렸는데, 박근혜 정권, 결국 편성되지는 않았다. 영화 판권은 막판에 서고. 하여간 그런가보다 했다.

 

처음에 <모피아>는 공무원의 부패와 관련해서 3부작처럼 디자인했었다. 두 번째는 교육 마피아, 세 번째는 건설 마피아.

 

두 번째 얘기는 이화여고 학생과 중앙고등학교 학생의 사랑 이야기로 구상을 했었는데, 얘기가 너무 슬펐다. 그래도 좀 덜 무겁고, 조금은 경쾌하게 하고 싶은데, 이 얘기를 너무 슬프고 칙칙하지 않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모피아 시리즈는 손을 놓았다.

 

2.

2년 전 여름, 정권이 바뀔 거니까 <모피아>를 영화로 살려보자는 얘기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안 한다고 했다. 그 사이에 드라마 판권은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벌써 이미 몇 년 전에 지난 얘기를 또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얘기를 만드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 잡은 라인이 결국 <당인리>가 되었다. 모피아 작업할 때 그 팀이 그대로다. 그 사이 꽤 많은 변화가 생기기는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어쨌든 너무 돈 없어서 헤매던 그 시절보다는 조금은 나아졌다. 초근목피 수준은 넘어섰다.

 

그렇지만 내년 한 해만 더 고난의 행군을 하자고 했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고, 돈을 넉넉하게 쓸 때는 아닌 것 같다. 한 해만 더 고생을 하자고 했다. 최소 비용으로,최소 조건으로..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모피아> 쓸 때처럼 그렇게 정말 아무 것도 없이 전전긍긍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 때는 이준익도 어려웠고, 우리들 모두 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내고 있었다. 사회도 어두웠다. 명박 시대 막 끝나고, 다시 박근혜와 함께 5년을 지내게 된.

 

3.

<당인리>는 전기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소설을 표방한다. 겉만 그렇게 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얘기도 기술과 기술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그 밑에 숨은 음모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음모를 벗어나서 이기게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남자들에 치여서 후방 지원을 하는 자리, 그야말로 한직으로 현업에서 밀려난 세 명의 여성 엔지니어에 대한 얘기다. 그리고 역시 엔지니어인 처장급 남성이 한 명 나온다. 여성 스리톱에 남성 한 명,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장 최신의 전력 관련 기술들이 사건 클라이막스 즈음에 대거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는 실제로 센다이 대지진 이후 만들어진 토요타 센다이 공장에서 지역 위기 상황에 대비해서 설치, 운영 중인 바로 그 시스템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기본적으로는 최신의 덴마크 연구와 일본의 연구들을 결합, 지금 우리가 뭔 짓들을 하고 있느냐, 이 개명천지에.. 고론 얘기들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수소차 얘기하는 아저씨들이 지금 뭔 짓을 하고들 하고 계시는 것인지. 2년 전 최초의 구상에서 수소차는 아주 약하게 들어갔는데, 지금은 서브 라인 중에서는 메인 급으로. 어느 정권이나, 에너지는 별로였다. DJ 때가 그나마 좀 나았던 것 같기는 한데, 그 때도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기는 어려웠다.

 

4.

겸임교수는 두 번을 했다. 두 번 다 공대 대학원이었다. 그냥 숨 죽이고 잡 일 해주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교수 되는 길이었는데, 30대의 내 나이에 숨 죽이고 기다리면서 살기가 싫었다. 성공회대와 연대에서 강의 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강의를 공대에서 했었다. 그런 이유로, 내 후배와 학생들의 대부분은 공대생들이었다. 내 주변에 공대생들 바글바글하다.

 

기술에도 드라마가 있다.”

 

얼만 동료에게 했던 얘기다.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도 드라마가 있다. 그렇지만 기술의 내면에도 드라마가 있다. 왜 우리는 220 볼트를 쓰는데, 미국과 일본은 아직도 110볼트를 쓸까? 한국이 선진국이라서? 그들이 우리보다 민주주의 국가라서 그런 건 아닐까? 그리도 구석구석에 수많은 사연들과 사연들 그리고 사회의 작동 방식이 숨어있다. 그런 얘기가 하고 싶어졌다.

 

5.

애들 보느라고 준비하고 구상해놓은 것들이 너무 내깔려져 있었다. 내년부터는 너무 묵히지 말고 좀 정리를 하나씩 해나가기로 했다.

 

급하게 밀린 게 SF가 하나 있고, 정치 코미디가 하나 있다. 정치 코미디는 기본 틀은 거의 다 잡았는데, 그야말로 일상에 치이고 치여서. 고양이 애니메이션도 미루어 둔 게 너무 미루다 보니.. 이제는 기억마저도 가물가물.

 

당장 뭘 급하게 할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몇 년 동안 여유생기면이라는 별 되도 않는 핑계로 미루어 둔 것들을 내년부터는 하나씩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그리하야 내년은..

 

추수는 언제할지 모르지만, 씨를 뿌리는 한 해로. 가난은 하지만,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해서, 많은 씨를 뿌려두는 한 해로. <모피아> 이후 지난 6년을 돌아보면, 정리는 제대로 못했지만, 이것저것, 하기는 참 많이 해두었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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