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앞으로 올 시대의 가치는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모른다. 서로 모르니까 답답해서 묻고 또 묻고.

산업화, 민주화, 이런 도식이 꽤 퍼져있지만, 박세일이 만든 이 도식을 나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별로 맞지도 않고, 너무 엘리트적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좋아한다. 박세일은 이렇게 잘 팔리는 이름을 만들고도, 본인은 별로 화려하게 살아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박근혜한테 찍혀서, 말년은 좀 어려웠다. 박근혜는 선진화를 밀었다. 선진이라는 수식어를 달면, 예를 들면 서비스 선진화법처럼, 그냥 민영화에 가까운 뉘앙스를 가지게 되었다.

선진화하다가 박근혜는 감옥으로..

그래서 선진화라는 단어는 쓰기가 어렵다. 코로나 이후로 한국이 몇 분야에서는 이미 선진국 오버, 이런 생각도 많이 퍼져있고. 선진국이 별 거냐 싶은.

'포스트 코로나'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개념은 너무 잔인한 개념이다. 한 쪽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고, 이게 1년이 갈지 2년이 갈지도 모르는 현재 진행형인데.. 너희는 죽거나 말거나, 나는 그 뒤에 뭘 해쳐먹을지 지금 고민하겠다, 진짜 인간적으로 쓰기가 좀 그런 용어이다. 돈이나 벌자, '돈파'들이 쓰는 건 몰라도, 정부에서 쓰거나 시민단체에서는 쓰기가 좀 그런 용어다.

니들은 죽어도, 나는 나에게 도움되는 일이나 하겠다, 그런 뉘앙스가 너무 강하다.

게다가 포스트 코로나의 사용 기한도 너무 짧다. 다음 판데믹이 오기까지는 5년도 안 될 가능성이 높고, 지금보다 더 무서울 거다.

아무 생각 없이 '포스토 코로나'라는 용어를 쓰면, 너무 잔인한 인간이거나, 유행이라고 그냥 막 따라 하는 아무 생각없는 사람으로 보일 확률이 높다.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자연스러운 변화의 방향 그런 걸 모아서 산업화, 민주화, 요런 정도의 위상을 가질 수 있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하여간 그런 걸 찾아달라는 부탁을 벌써 몇 번째 받았다. 낸들 알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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