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낸 책들이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선방하는데, 50대 에세이가 혼자 헤매고 있다. 이유는 모른다.

지난 책들을 별로 돌아보지 않는 편이다. 망한 책들이 늘어나면서, 지난 것 보다는 새로 쓸 책에 더 많은 힘을 들이려고 한다. 그 편이 정신 건강에도 낫고.

하여간 그러고 있는데, 이번에 오디오북을 만들면서, 앞의 프롤로그는 직접 녹음을 좀 해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다고 했다.

내 인생이라는 게, 살다 보니 내 주변의 또래 친구들과는 아주 멀리 와 있는 삶이 되어버렸는데.. 돌아보면 망한 얘기들의 연속이다.

누군가나 어떤 단체들을 도와주고 묻어가는 거, 딱 질색이다. 가난하거나 별 볼 일 없이 사는 건 괜찮은데, 구질구질하게 사느니, 접싯물에 코박고 죽겠다.. 딱 고런 마음으로 살아간다.

내가 도와주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 인생의 바닥에 있거나, 혼자서는 헤쳐나오기 어려운 심연 한 구석을 헤매고 있을 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총리가 된 정세균이 정계 은퇴를 고민하던 순간이 두 번 있었는데, 두 번 다 내가 말렸다. 몇 년간, 보통은 매주 2~3번, 1년간은 거의 매일 보면서 지냈다. 그런 그에게도 1년에 한두 번 밥 먹는 이상은 안 한다.

사람이 그렇다. 엘리트 특히 엘리트 남성은 기본이 동고독락이다. 고통은 나누어지지만, 즐거움은 나누어지지 않는다. 그걸 20대에 알았다. 그래서 고통만 나누고, 한 번도 즐거움을 나누자고 해본 적이 없다.

결혼 초에는 그래서 돈이 한참 없던 시절이 있었고, 아내가 고생 무쟈게 했다. 시간이 지났더니, 아내가 강해졌다. 나 믿고는 세상 못 살겠다고, 자기가 알아서 살아간다.

50이 넘어가면서 나는 내려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려놓았다. 뭐, 내려놓고 싶지 않은데, 결국에는 내려놓을 수밖에 없던 것도 있고.

내 인생에 무슨 엄청난 의미가 있을까? 그딴 거 생각 안 해본지 이제는 꽤 된다. 그냥 산다.

그렇다고 삶이 재미 없는 건 아니다. 그냥 살아가도, 그 안에 소소한 재미가 있다.

박용진이 상임위에서 밀려나서 교육위로 쫓겨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아주 약간 같이 했는데, 그 뒤에 교육3법으로 맹타를 날렸다. 지켜보면서, 흐믓했다. 그런 맛이 있다.

김해영은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는데, 이번 선거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별 걱정은 안 한다. 언제 어디서든 자기 못은 충분히 하고 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점에 올라간 사람을 종종 본다. 그 정점을 지키기 위해서 발버둥을 쳐도, 마음이 정리가 안 된 사람은 오래 있지를 못 하는 것 같다.

물론 드물게 '캐시끼'라서, 줄 타고 줄줄줄, 끝까지 잘 올라가는 넘들도 가끔 봤다. 아, 20년 전에 캐시키인데, 아직도 캐시키네. 놀랍다.

어쨌든 이렇게 내려놓던 시절의 얘기를 정리한 책이다.

햐.. 그렇게 내려놓고, 코로나로 얼마 되지도 않는 강연도 없어지고, 정말 애들하고 놀기만 하면서 지내도 되는 순간인데. 동네에 있는 찻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된장. 뭐, 돈 드는 일도 아니고, 그 정도 못해주겠나 싶지만.. 좀 많다.

하여간 이 책이 워낙 헤매서.. 작년에는 에세이 안 썼다.

농업 경제학 마무리하면, 다시 간만에 에세이 쓴다.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 농업 경제학에 이어서 10대들에 대한 책 두 번째다. 에세이 형식으로 할 거고, 내가 읽은 책 얘기 중에서 내가 다시 10대가 되면 꼭 읽을 책을 골라볼 거다.

좀 안 바쁘게 지내고 싶은데, 오늘 오후에만 약속이 세 탕이다. 나한테 도움되는 건, 옛날 친구들 만나서 술 처먹기로 한 거 하나 뿐.. 요즘은 정말 오래된 친구들도 가끔은 만난다. 딱 그만큼 삶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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