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잠시 생각을 2020. 5. 16. 19:53

나의 양심은 새만금에서 출발하였다.

총리실에 있던 시절, 새만금 검토를 아래 층에서 했다. 나는 당시 이중 생활을 했다. 생태경제연구회를 통해서 새만금 대안 경제성평가를 같이 하고, 월급 받으러 다니는 총리실에서는 입 꼭 다물고.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이중인격으로, 결국은 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여건도 당시 안 좋아졌다. 김진표가 국무조정실장, 장관으로 왔다. 여건이 아주 안 좋아졌다. 그만 둘 준비를 하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그리고 삼보일배가 시작되었다.

활동가들이 삭발을 했는데, 삼보일배로 삭발한 여인과 결혼했다.

우리 집에는 골프 치는 사람도 와서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는 하지만, 새만금 찬성하는 사람은 우리 집에는 못 들어온다.

인생의 친구인 이재영을 만난 것도 권영길 삼보일배를 준비하면서, 민주노동당 파트너가 이재영이었던.. 그렇게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이재영이 어느 날 메일에서 삼보일배를 '일보삼배'로 잘 못 적었다. 현장에서, 그렇게 하면 스님들 다 죽는다고, 좀 봐달라고.. (그러나 그 스님들보다 이재영이 먼저 죽었다.)

내가 아직 학자로 글을 쓰고, 뭔가 하고 있는 것은 새만금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에, 아직 이 문제를 못 풀었다.

문재인 정권을 만드는데 나도 상당한 관여를 했다. 그렇지만 그를 따라서 공직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우리의 대통령은 새만금을 사랑하시고, 새만금 공항을 사랑하신다.

난 나의 양심을 속이고 싶지 않다.

전북에서 올해가 새만금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 해라는 연락을 받았다.

물론 나는 아니 우리는 지는 데 익숙해 있다. 새만금 싸움에서 결국 대법원에서 졌다. 한두번 지는 것도 아니다. 가끔 이기고 맨날 졌다.

나는 글을 많이 쓴다. 이 얘기도 하고, 저 얘기도 하고, 하여간 별의별 얘기들을 다 했다.

그래도 아직 새만금은 해결하지 못했다.

아마도 내 인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새만금을 해결하려다 새만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람.

이렇게 남을 것 같다. 그래도 그건 내 양심이다.

내 삶과 내 친구들 심지어는 부인마저 모두 새만금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내려놓을 수 있는데, 새만금은 해결될 때까지 내려놓지 못할 것 같다.

가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와 내가 해야하는 최소치를 추청한다.

최소치는.. 민주주의나 정의, 이런 게 아니다. 딱 하나 남으면 새만금.

나의 양심은 정의하기 쉽다. 새만금, 그렇게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내 삶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명료하다.

나와 새만금을 논의하는 사람들이 나의 친구들이고, 나의 벗이다. 2002년부터 그렇게 살아왔고, 아직도 그렇다.

아내랑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새만금 농성 간다고 삭발한 날이었다.

양심을 지키느라 인생이 어려워지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양심을 지키다 보니 결혼도 하게 되고, 애도 낳게 되고, 결국 애들 밥 먹이는 일도 하게 되었다. 나의 양심은 내 삶을 배반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삶을 저울에 올리고 탈탈 털면 저울 눈금에 '새만금'이라고 나올 거다.

난 그렇게 살다가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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