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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7.01 원고 절제..
  3. 2019.06.28 교회 보수 or 교회 극우파..
  4. 2019.06.27 아주 특이한 문장 하나.. 1
  5. 2019.06.25 무짜증 인생 2
  6. 2019.06.25 아이 폰
  7. 2019.06.20 아내 출장 나흘째.. 1
  8. 2019.06.18 50권 끝나면.. 5
  9. 2019.06.16 도시틱한.. 1
  10. 2019.06.13 점심 먹자.. 2

경향신문에 8월부터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하자고 했다. 둘째 병원에 입원하던 시절에는 칼럼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도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인데, 하자는데 굳이 싫다고까지 할 건 아니라서.

방송과 글이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방송을 택할 것 같은데, 나는 글을 택하는 편이다. 특히 요즘은 더 그렇다. 둘째 입원하면서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봤는데, 그 때 방송은 접기로 했다. 남 앞에 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방송은 신경이 너무 많이 쓰인다. 얼굴 알려지는 것도 불편하기도 하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것 같다. 나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고, 누가 날 모르는 게 더 좋다.

방송에 나가서 인기를 만들어야 책을 팔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조언해줬다. 그렇게 할 거면.. 책을 안 쓰고 만다. 사람들이 기가 차 했고, 세상 물정 모르고, 요즘의 트렌드를 모른다고 했다. 그거 그렇게 잘 알았으면, 원래 다니던 데 그냥 얌전히 붙어 있다가 본부장도 하고, 에 또.. 그렇게 한평생 잘 처묵고 살았을 거다.

둘째가 아프면서 내 삶에는 전체적인 구조조정이 한 번 있었다. 50대 에세이 쓰면서 정말 정리 많이 했다. 우선순위도 바뀌고. 나는 좀 더 솔직하고, 단순하고, 그리고 덜 인기 있는 방식으로 살기로 했다. 그게 오래 가는 방식이기도 하고, 더 튼튼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 낼 때마다 독자 티타임을 만들기로 했다. 뭐, 많은 사람들이 오는 건 아니지만, 나도 좀 얘기를 듣고.

세상을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애들 보면서도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은 좀 있을 수 있다. 나는 그거를 하면 된다. 못하면? 뭐, 할 수 없고.

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경제 인류학 같은 데에서 want not. lack not이라는 표현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그래서 화폐 경제학 가지고 박사 논문 쓰려고 준비하다, 결국 논문 과정 1년 뒤로 미루고 그 얘기로 박사 논문 썼다. 원래 가치론 공부하려고 유학간 건데, 이래저래 유학 간 이유가 바뀌게 되었다.

요즘 내 생각이 그렇다. 개인이 want not, 이건 별 의미가 없다. wishiful thinking이든 want not이든, 미국식으로 분류하면 self help.. 소위 미국식 자기계발인데, 스스로 자기를 돕는다는 selp help, 좀 처절하다. 국가나 공동체는 못 믿어..

뭐, 한국은 그보다 더 한 상태이기는 하다. 가족 말고는 암 것도 못 믿어.

그래서 한국은 문명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무지막지 하게 많은 것을 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는 이게 좀 불편했다. 대충 하면 안 돼?

"난 딱히 원하는 게 없다"고 몇 년 전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실성한 사람 보는 것처럼 하거나, 뭔가 거짓말을 한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제발 어디가서 그런 얘기 좀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많았다. 굳이 재수 없게 보이기 싫어서 그냥 입을 다물었는데..

want not은 내 전기 박사 논문(프랑스 학제가 좀 독특하다)과 후기 박사 논문 두 개를 관통하는 주제다. 한 때 세계적인 콜로키움들의 주제이기도 하고, 철학 책들도 이 얘기를 많이 다루었고.

"난 별로 원하는 게 없어", 생각보다 이거 족보 있는 얘기다. 이걸 사람들에게 얘기하면서 내가 알게 된 건.. 엄청난 욕망이 있거나 아니면 있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다. 뭐, 그 강박이라도 내려놓으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강력한 에너지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에 떠는 것 같다.

사실 말만 그렇게 하고, 나도 그냥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죽지 않기 위해서 바둥대면서 살았던 것 같다. 승진 욕심은 별로 없어도, 뭘 하려면 더 많은 권한이 필요하고.. 뒤돌아보면 그 얘기가 그 얘기다.

노회찬 책에 글 하나를 쓰면서, 정말 친구를 몇 명이나 마음 속에 묻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삶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게 뭔가?

하여간 이런 마음들을 좀 담아서 경향신문 칼럼 대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없다. 좀 재수 없지만, 원트낫래크낫 이렇게 써보고 싶기도 하고. 의미는 있지만, 글자 배열이 왕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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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원고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 나는 카피 라이터 같은 비싼 원고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차피 나한테 오는 원고의 원고료는 살벌하게 박하다. 그래서 잘 안 쓰는데, 이렇게 알고 저렇게 알고, 모른 척하기가 좀 그런 원고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너무 많다. 밀리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털어내는 데도 와서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노회찬 책에 들어가는 원고, 안 써줄 수 없고. 386비판 책 해제, 안 써줄 수 없고. 경향신문에서 부탁하는 원고, 이것도 안 써줄 수 없고. 털어도 털어도 와서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물론 이런 글들 원고료가 좀 넉넉하면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쓸텐데, 전혀 그런 건 아니고. 속 마음으로는 내가 그냥 그 돈 드릴테니, 저한테 글 써달라고 하지 마세요 ㅠㅠ.

오늘부터 애들이 태권도장에 다니기 시작한다. 여름방학 때 큰 애를 데리고 있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깡자로 데리고 있는 건 너무 무리하다는 게 아내의 판단이다. 도장에서 차로 집근처까지 - 물론 그래도 꽤 멀다 - 오니까, 어린이집과 학교를 두 번씩 돌아다니는 부담은 좀 줄게 된다. 태권도 도장이 둘이 30만 원이다. 지금까지 구청에서 하는 발레 교실에 갔었는데, 거기는 한 달에 3만5천 원..

애 둘 태권도장 보내는 30만 원 근처에 가는 원고료는 없다. 내 노동의 가치가 태권도장 비용도 안 되나? 그런 생각하면 그냥 아무 것도 안 쓰고 싶다. 그래도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데는 좀 낫다. 너 말고도 글 쓰고 싶다고 하는 사람 줄 섰어.. 이런 마음인 데가 더 많은 것 같다. 내참. 그럼 뭐하러 부탁은 했슈? 그런 말이 입 끝까지 나오려다가, 아참, 나는 약자지.

이번 주말을 보내면서, 머리도 더 숙이고 몸도 더 낮추고, 그렇게 살기로 크게 마음을 먹었다. 이것저것 속상한 일이 좀 생기기는 하는데, 짜증 낸다고 풀릴 일도 아니고, 뭐라고 한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속 한 번 상할 때마다 머리를 더 한 번 숙이기로. 내가 잘 못했다, 내가 죽일 놈이다.. 그래, 내가 잘 못했네.

인상 쓰고, 성질 내봐야, 그래 나만 손해다.

확 열이 받으려고 하는 순간에 마음이 편해진 건, 예전에도 많이 얘기한 고장난 시계에 대한 비유다. 약간 틀리는 시계는, 사실 하루에 한 번도 맞는 일이 없다. 고장난 시계는, 하루에 한 번은 정확히 맞는다. 언제 맞는 줄 몰라서 그렇지.. 고장난 시계처럼 지내는 것,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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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회 보수'라는 표현을 써봤는데, 그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보수인데 교회를 다닐 수는 있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보수는 성조기 들고 다니는. 이건 교회를 통해서 보수가 된. 그리고 성조기 들 정도면 다른 나라에서는 보수라고 안 부르고, 극우파라고 부를 것 같다. 드골 같은 민족주의 보수가 아무리 영국이 2차 세계대전 때 자기를 도와줬다고 해서 유니온 잭 들겠냐? 그러니까 현 상황에서는 '교회 극우파'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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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개새끼들이 모여서 개좆 같은 나라가 만들어진다"

마음 가는대로 쓰다 보니까, 이런 문장을 하나 책에서 쓰게 되었다. 아마 편집 하면서도 이 문장은 건드리지 않을 것 같다. 전후맥락상, 꼭 필요한 문장이다. 한국을 내부에서 관찰하면, 이런 문장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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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꽤 많은 글을 이미 써줬고, 적지 않은 글들을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힘들겠다고 사양했다. 그래도 요 며칠 내에 써줘야 할 글이 두 개나 남은 걸 보고, 확 짜증이 생겼다. 저녁은 아내가 해서 겨우겨우 먹고, 이것저것 좀 치우는데 둘째가 갑자기 등뒤로 타고 넘어서 확.. 에고, 큰 애인 줄 알았는데, 둘째다. 그야말로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랴. 성화는 부려서 무엇하려. 뭐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그냥 웃고 만다.

화는 잘 안내지만, 그 대신 요즘은 짜증을 좀 낸다. 다 인격 부족이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무짜증 인생'이란 생각을 잠시 했다.

내 삶에 더 이룰 만한 뭔가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무슨 엄청난 일을 하고 싶지도 않다. 뭐, 마냥 놀고만 지낼 수는 없으니까 이것저것 고만고만한 일들을 조금은 하기는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화내지 않고 잘 지낼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짜증까지 안 나는 건 아니다만.

'무짜증 인생'을 한 번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편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편하기 위해서다. 남한테 티는 잘 안 내려고 하지만, 그래도 짜증이 아예 안 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내 수준에, 해탈은 어렵지만, 무짜증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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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폰

아린이들 메모 2019. 6. 25. 07:11

여섯 살 둘째가 자기한테는 아이폰을 사달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한참 생각했다. 나도 아이폰을 쓰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키즈폰 얘기를 듣고서야 무슨 말인지 알았다. 키즈가 아닌 '아이'니까, 자신을 위한 '아이' 폰 사달라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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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출장 나흘째. 어제는 저녁 시켜 먹었고, 오늘은 그냥 나가 먹을려고 했었다.

하다 보니까 점심을 하남까지 가서 먹고 올 일이 생겼고, 또 움직이는 게 귀찮아지기도 했다. 게다가 생각할 일이 너무 많아서.. 머리 복잡할 때면 가능하면 운전 안 하려고 한다. 사고 나봐야 나만 피곤하다.

그냥 애들하고 슈퍼 가서 삼겹살 사다가 먹었다. 삼겹살이 아무 것도 요령이 필요 없기는 한데, 내가 삼겹살은 또 맛있게 굽는다.

공격적인 인생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요즘의 나는 극도로 수비적인 인생이다. 최소한의 것만 하고, 그것도 힘들면 바로 포기한다. 포기하는 것도 많지만, 그 속도도 거의 울트라 광급이다. 아쉽지 않냐? 애들 둘 손 잡고 다니는데, 이것저것 욕심내봐야 곤란해지기만 한다. 혹시라도 오는 길에 둘째 잠들면, 다 꽝이다.

저녁 때 친구들이 모여서 술 마신댄다. 물론 당연 가고 싶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친구들하고 술 처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오늘 저녁은 야구를 하니까.. 사실 나한테 거짓말 하는 거다. 야구는 술 마시면서 핸펀으로 틈틈이 봐도 되는데.

그래도 내일 저녁이면 아내가 돌아온다. 이 짓도 내일이면 끝이다.

사실 아내에게 더 길게 출장가도 된다고, 가라고 하는 건 주로 내 쪽이다. 애들이 점점 커가면서 이제는 좀 길게 있는 것도 덜 힘들 것 같다. 정 힘들면, 매일 저녁 시켜 먹어도 된다. 지지금은 오히려 시켜 먹는 게 더 귀찮을 때가 있을 정도다.

시간은 내 편이다. 50대 에세이에 썼던 얘기 그대로다. 돈이나 재산이나, 그런 거에 비하면 나의 가장 큰 자산은 상대적으로 시간이다. 돈을 내라고 하거나 재산을 내라고 하면, 내놓을 게 없다. 그렇지만 시간은 상대적으로 풍족하다.

멋으로 하는 일, 폼으로 하는 일, 습관적으로 하는 일, 거의 다 내려 놓았다. 그러면 고립되지 않느냐? 물론 고립된다. 그렇지만 인생을 놓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다. 인생에 겁나게 중요한 일, 별로 없다.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섭섭해 할 일도 없다.

그래도 욕은 먹는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 그건 그냥 버틴다. 삶이라는 게, 원래 뭘 해도 욕 먹고, 뭘 안 해도 욕 먹는 거 아니겠나 싶다. 애들한테 욕 먹는 것도는 낫다.

아내 출장 4일차, 그래도 짧게 배웠다. 난 이제 친구들이 술 마시는 데에도 참고 안 나갈 줄을 알게 되었다. 20대에는, 그걸 절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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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 권을 낼 예정인데, 한 권은 12월에 붙어서 내년으로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하반기는 농업경제학과 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 그렇게 두 권을 쓸 계획이다.

내년에도 목표는 세 권이다. 소설책 한 권, 젠더 경제학 그리고 역시 내년 안에 나올지 아니면 살짝 해를 넘길지 아리아리 하지만, 도서관의 경제.

50권까지는 하여간 책을 계속 쓸 생각인데, 마지막 50권째는 코멘터리 북이라서 그걸 빼고 나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비는 게 딱 여섯 권이다. 남은 권수가 얼마 없어서, 좀 신중하게 고르려고 한다.

내가 요괴 나오는 공포 얘기를 워낙 좋아한다. 오죽하면 학생들을 위한 생태경제학을 '생태 요괴전'으로 했겠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귀신 얘기는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2년 전에 아프리카 퇴마사 얘기로 한 번 틀을 잡으려고 하다가, 정신 없어서 내려놓은 적이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2005년에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때는, 나도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하여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꾸역꾸역 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지금 여섯 살인 둘째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2학년 때까지면 딱 4년이다. 지금 속도로 하면, 얼추 그 때쯤 50권이 끝난다. 둘째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학교 데려다 주는 건 그만 하려고 한다. 저녁 밥이나..

남은 권수가 별 수가 없어서, 앞으로 다룰 주제는 좀 생각해서 정하려고 한다. 꼭 해야하는 거 아니면 별로 할 생각이 없다.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것을 굳이 내가 쓰려고 고생할 이유도 별로 없는 것 같고.

50권 다 쓰고 나면 뭐하고 살지, 아직은 생각해놓은 게 전혀 없다. 미리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생이란 게 미리 생각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노년의 삶의 대해서 정한 원칙, 딱 하나 밖에 없다. 공직은 안 한다.. 귀찮다.

공동체에 대한 기여는, 책 50 권 쓴 걸로 어느 정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 하면, 진짜 할만큼 한 거 아니겠나 싶다.

사고 싶은 거 아무리 돌아봐도, 이제 센서 단자가 붙었다 말았다 하는 카메라 정도.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비 딱 맞추는 정도의 삶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돈 많이 쓰는 삶, 별로 재미 없다. 화려하지도 않고, 호사스럽지도 않고.

텃밭 한다고 옆집 사서 다 밀어버리고 진짜 텃밭 하는 사람을 안다. 텃밭이 재밌다고 그 옆의 집을 하나 더 샀다. 그래서 집 두 채 크기의 텃밭을 한다.

그 인생, 하나도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그 재산 물려받고 싶어서 그 자식들이 처절하게 이상한 짓 하는 거 몇 번 보고 나니까.. 저게 뭔 짓이여.

30대 때에는 나중에 나이 먹으면 우리 밀 키워서 그걸로 소주 내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술까지 만들면, 아예 바로 뒤질 것 같다. 곰곰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그 이후로는 뭔가 해보고 싶은 일이 내 인생에 생기지가 않았다.

목표를 세우고, 그걸 성취하는 것.. 그거, 별로 재미 없다. 그냥 되는 대로 살고, 안 되면 마는 것, 그 안의 잔재미,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그저, 뱃살이나 좀 빠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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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애들 데리고 시내 나갔었다. 박물관 가려고 했었는데, 박물관은 택도 없고, 그냥 기웃기웃 시간이 다 갔다. 간만에 50미리 렌즈. 일부러 그렇게 도시 느낌으로 하려고 한 건 아닌데, 꽤 도시틱한 사진들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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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쓸 때 한 부분을 싹 드러내고 다시 쓰는 결정을 가끔 하게 된다. 뭔가 잘 안 읽히고, 어색하면 고치느라고 헤매고 있는 것보다는 그냥 드러내고 다시 쓰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책의 앞부분이나 뒷부분은 그냥 새로 쓰는 게 무조건 나은데.. 중간을 드러내고 다시 쓰는 건 어려운 결정이다. 분명히 기능적인 뭔가가 있어서 거기 그렇게 해놓은 건데. 그 기능적인 부분을 유지할지, 그것도 바꿀지, 중첩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시 쓰면, 필요한 내용들이 날라가서, 반드시 더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 주 내내 뭔가 마음에 들지 않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잘 몰라서, 내내 먹구름이었다. 그냥 드러내고 다시 쓰기로 했다. 어떻게든 덜 고쳐보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방법이 없다는 게 결론.

날리기로 결정을 했으니.. 점심 먹자. 점심 먹을 자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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