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밀린 작은 글들 네 개를 연타로 썼다. 원고료 받고 써주는 글도 있고, 그냥 아는 후배 도와주느라고 쓴 글도 있고. 뭐, 이번에 쓴 글 원고료 다 모으면 애들 태권도 도장 한 달치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거야 원.

올해 처음으로 섬의 날 기념일이 생긴다는 것 같다. 총선 공약에 도서 지역의 연안여객 공영제를 억지로 밀어넣은 기억이 나는데.. 이게 대선 공약까지 살아서 가고, 뭐 아직 죽은 의제는 아닌가 보다.

학술행사를 한다고 어떻게든 발표를 좀 해달라는데, 딱 애들 방학 때다. 여객선 공영제 문제 본지 너무 오래 되기도 하고, 시간도 어렵다. 나도 며칠만 좀 들여다볼 수 있으면 자료 업데이트 해서 해주고 싶은데,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도저히 무리다.

세월호와 관련한 '내릴 수 없는 배'에서 연안 여객 현황과 공영제 문제를 좀 정리했었는데, 아마도 자료로는 그 정도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전부인 것 같다. 돌고 돌아, 결국 나한테 부탁이 오는데..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도 여력이 없다. 나도 한참 배에 대해서 연구하던 시절이 있었고, 해양연구원이 서울 근처에 있던 시절, 친한 연구원들 통해서 이리저리 좀 줏어듣기도 하고.

그 바람에 오세훈이 서울에 크루즈 들여온다고 할 때, 웃기지 마라.. 결국 선봉에 서게 되었다. 양화대교가 지금 저 꼬라지가 되는데, 나도 아주 관계가 없지는 않은. 크루즈 산업에 대한 보고서도 좀 쓰고 싶고, 특히 공영제 필요한 예산 계산 같은 것도 다시 해주고 싶기는 한데.. 애 보는 아빠가 하기에는 좀 벅차다.

나는 돈 안되는 연구도 좀 하고, 돈 안되는 글도 쓴다. 요즘은 그런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골프장 경제성 평가도 내가 해놓은 게 거의 마지막인 것 같고.

그냥 혼자 생각해보면, 돈 안되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관심 있거나 궁금하면 그냥 하면 되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성공에 대한 강박증 같은 게 학자들의 호기심을 다 죽이는 것 같다. 옆에서 보면 정부에서 과제 주는 데에 쪼르르, 나래비를 서 있고, 조금만 그런 게 아니거나 공무원이 싫어할 얘기 같으면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한다.

목포의 김대중 기념관 근처에서 섬의 날 행사가 열린다는데, 학술행사에 도저히 못 간다고 답하고 나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럼 누구한테 부탁할까요? 글쎄요.. 예전에는 남 박사가 그런 거 좀 관심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에도 보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아무도 관심 안 가질 거를 계속 하다보면, 비록 작은 분야지만 우리나라 최초, 우리나라의 최고 분석, 그런 별 영광스럽지는 않아도 의미는 있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다. 그것도 소소한 즐거움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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