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16건

  1. 2021.05.25 피케티 책 추천사.. 3
  2. 2021.05.15 연극, 단테의 신곡-지옥편
  3. 2021.03.19 줌 강연 소감.. 2
  4. 2020.12.21 씨네 21 연재를 시작하며.. 10
  5. 2020.11.11 개활지 산책 3
  6. 2020.10.14 마음의 에너지.. 2
  7. 2020.10.13 그리움의 시간들.. 1
  8. 2020.09.24 일정 더럽게 꼬인 날..
  9. 2020.09.09 코로나 덕분.. 1
  10. 2020.09.08 나이 먹는 것..

새로 나오는 피케티 책, 겨우 읽고 이제 추천사 써보려고 한다. 점심 먹을 시간이 넘어갔는데, 밥 먹을 형편은 아니고.. 커피에 연유 많이 넣었다. 하이고 달다.

얼마 전에 런던에서 나온 보편적 기본 서비스에 관한 안나 쿤트 책에도 추천사 달았던 기억인데..

하다 보니까 유럽 쪽에서 나온 책에 추천사 부탁이 너무 많이 온다. 줄이고 줄이는 데도, 이런저런 인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고. 또 사연이 있는 책인 경우도 있고.

그나저나 피케티의 책 '사회주의 시급하다'는 제목의 책에 추천사를 달려니까 막막하다. 이준석에 청년들이 열광하는 한국에서 사회주의, 하이고 마음이 답답하다. 내가 왜 이 어려운 일에 대답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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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단테의 신곡-지옥편' 연극을 봤다.

1. 세 시간 동안 버티고 보는 건 여전히 힘들다.

2. 신곡은 두 번 읽었는데, 가물가물, 느낌과 같은 실루엣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오리지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단어 엄청 나오는 거, 히틀러 나오는 거, 니체-마르크스-프로이드, 소위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세 가지 다리가 나오는 것 외에는 잘 모르겠다.

3.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곱게 차려입고 극장 오는 거, 놀랍다. 한국이 이제는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문득.

4. 클라식 중의 클라식인데, 뭔가 또 다른 발상 같은 게 생겨날 듯 말 듯, 고전의 힘을 다시 한 번 절감.

5. 대학로 연극, 좀 더 자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 이해 잘 못해도, 보는 게 남는 거다는 생각이 문득. 내가 만드는 걸 잘 못하면, 만들어놓은 거 보기라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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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안민포럼에서 '리셋 대한민국', 줌으로 발제하고 나니, 캑캑.. 이 책은 정치인 두 명하고 같이 한 책인데, 강연 요청은 주로 나한테 온다. 평소 같으면 "바빠요"하고 넘어갈 일인데, 책이 워낙 지지부진해서, 네 캄사합니다, 요렇게 하는 중. 인간 참 간사타. 

책이 1쇄 못 털면, 무지무지하게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그 다음부터야 지가 나가든지 말든지, 책의 힘으로 가겠지, 그리고 내깔려 두는 스타일인데.. 1쇄 안 나가면 출판사에 미안해서 전전긍긍. 

결국 1쇄 털 때까지는 찍 소리 못하고, 어지간히 시간 맞으면 강연을 결국 하게 되는. 약해지는 순간이다. 살다보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그나저나 줌으로 하면 덜 피곤할 것 같은데, 이게 막상 그렇지도 않다. 사람들 집중도 신경 쓰면서 얘기하다 보면 신경이 더 많이 쓰이기도 하고, 채팅으로 질문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질문하는 사람도 있고. 아이고 눈 돌아간다. 

그냥 질문할 때에는 사람들 눈치도 좀 서로 보고, 아주 돌발적인 상황은 좀 적은데.. 채팅으로 오는 질문은, 오매나야, 왜 이렇게 어려운 걸 나한테 물어봐, 그런 것들도 종종. 돌아삐리. 

mb 후반부쯤에 그런 생각을 좀 했다.. 증오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은 피곤하다. 그 시절에는 나도 증오의 언어와 증오의 힘으로 주로 움직였던 것 같다. 그게 단기적으로 힘을 끌어모으기에는 좋은데, 오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후로는 좀 더 사랑과 미래, 오지 않은 꿈, 아련함,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다. 

'아날로그 사랑법'이 아마 그 전환점에서 나왔던 책인 것 같다. 책은 더럽게 안 팔렸지만, 길고양이들 밥 주고, 돌보면서 실제 내 삶은 많이 변했다. 

아이들 둘이 연달아 태어났고, 내 삶도 많이 변했다. 삶은 이기는 게 다가 아니다. 그리고 성공하는 게 다가 아니다. 내 삶은 온통 실수투성이이고, 크고 작은 패배의 연속 같은 게 되었다. 그때마다 속상하다. 어떻게 매번 이길 수 있고, 매번 성공하는 사람이 어딨겠느냐.. 그리고 다음 길을 간다. 

줌의 시대, 아직은 꽤 갈 것 같다. 해보지 않은 감정적 흐름 같은 걸 느낀다. 줌으로 정보 말고 감정을 전달하는 법, 야 이거 만만치 않다. 오늘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있겠는가? 없는 걸 어떻게 보여줘. 

내게 주어진 시간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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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서 여기저기 개편인지, 필진 부탁이 꽤 왔다. 지금 경향에 연재하는 중이라서, 다른 데는 좀 어렵고..

결국은 씨네21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다. 처음 신문에 필자로 글을 썼던 게 서울신문이었는데, 참 오래도 썼다. 그 동안 한국은 뭐가 좀 좋아졌나, 문득 그런 생각이. 소득은 많이 높아진 것 같은데, 거기에 걸 맞는 삶의 질은 여전히 좀 그런 것 같다.

어제 김민경, 박세리 나와서 결혼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잠깐 봤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그렇게 얘기하는 게 시대상인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혼밥은 필수, 연애는 선택", 그렇게 시대가 변한 것 같다. 코로나와 함께 연애는 더 줄어든 것 같고, 대충 막 사는 아저씨들은 이 와중에도 단란주점 가시겠다고 또 온갖 편법이.

예전에 친구들 모이는데 좀 가던 시절도 있었는데, 맨날 증권 얘기만 하는 것까지는 그래도 좀 참았는데.. 골프장에서 캐디 꼬시는 얘기들만 길게 해서, 확 질려버렸던 적이.

내가 사람을 좀 가리지는 않는데, 일상적으로 노는 공간에는 노 골프. 그러다보니까 내 주변에는 골프 안 치는 사람들이. 골프 안 치는 남자들이 보통은 유흥주점도 잘 안 간다. 그 대신에 뭔가 좀 엎어보자는 반역의 흐름은 아주 강하고.

개혁이라는 얘기가 참 개떡 같은 얘기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말이야 부드럽고 현실적인 얘기 같지만, 결국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미지만 가져가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내년에는 좀 더 앞으로 좀 나가보려고 한다. '진보', 이런 개 뼉다구 같은 얘기는 가급적 안 하려고 한다. 좌파면 좌파고, 우파면 우판 거지, 뭔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진보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래서 좌파를 좀 더 전면에 내세울까 한다.

내 앞에 있던 사람들도 공개된 장소가 되면 좌파라고 잘 말하지 못하고, 진보라고 적당히 얼버무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말도 꼬이고, 논리도 꼬이고. 내 뒤로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생각보다 변화가 많지 않다.

어차피 꼴통에 똘아이라고 몰린 처지, 뭐 더 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50대 나머지 인생은 '자랑스러운 좌파'로 살아갈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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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도 그렇고, 직장 민주주의도 그렇고, 내가 주로 다루는 분야들은 스포츠로 치면 비인기 종목이다. 별로 다루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고, 큰 관심도 단 번에 끌기 어렵다. 그래도 하는 건 그게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고, 그런 이유 보다 비인기라는 이유가 더 큰 지도 모르겠다. 경쟁도 별로 없고, 이건 내가 하던 분야니까, 그렇게 횡포 부리면서 텃세를 부리려는 주인들이 별로 없다. 만약 이런 걸 다루는 사람들이 많고, 이미 충분히 잘 되고 있으면, 굳이 내가 분석을 하려고 나서지 않았을 것 같다. 

비주류로 살아가는 게, 사실 몸에 밴 인생이기도 하다. 왕따는 왕따인데, 왕따 당하는 쪽 보다는 왕따 놓는 것에 더 가까운 삶을 산 것 같다. 그냥.. 아무도 안 보고 싶어. 

그러다 보니까 몰려 다니는 걸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누군가에게 머리 숙이는 것을 더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내 일로 머리 숙여 본 적이 없다. 남의 일로는 “한 번만 도와주시라”,, 머리 많이 숙였다. 내 일로는 아직까지도 머리 숙인 적이 없는데, 이제 남은 인생, 머리 숙일 일이 있을까 싶다. 

지금까지도 비주류로 살았는데, 남은 삶이 더욱 비주류의 비주류가 된다고 해서 별로 불편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한국이 그렇다. 조금만 인기 있고, 뭔가 뜬다고 하면 우루르 몰려 가서 줄을 선다. 20세기 후반에 한국이 이러면 안 된다고들 했던 것 같은데, 새로운 밀레니엄이 오고 20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그런 것 같다. 

나는 한국이 좀 더 다양하고 다채롭고, 다원적인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20대부터 그랬다. 그리고 다들 하는 선택은 늘 싫어했다. 프랑스로 공부하러 간다고 하니까, 우와, 놀리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던지. 왜 미국 안 가? 별 다르게 대답하기 귀찮아서, 그냥 돈이 없어서 미국은 못 간다고 했다. 사람들은 만족했다. 아, 쟤가 원래 가난하지.. 

학위 받고 뭔가 얘기를 좀 하려니까, 너는 왜 미국 박사 아냐? 그래서 그냥 C급 경제학자라고 했다. 그랬더니 좀 덜 괴롭혔다. 겸손해서 나를 낮춘 게 아니라, 괴롭히는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서 그냥 낮추고, 뒤로 숨어서 살았다. 

2016년부터 애들 보는 일을 시작했다. 아주 편해졌다. 이제는 견제도 별로 없고, 굳이 찾아내서 “겨뤄보자”, 이런 사람들도 많이 사라졌다. 

조국 선배가 처음 청와대 갈 때 문자가 몇 번 왔었고, 나도 답을 했다. 뭐, 문자나 하는 것 보다는 친한 사이이기는 한데, 나는 애 보는 일도 버거워하던 시절이었다. 그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조국은 조국 인생 사는 거고, 나는 내 인생 사는 거고. 진중권에게는 선배라고 부른다. 진 선배가 학교 그만두고 글 쓴다고 할 때,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나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그 때도 같은 얘기를 했다. 진중권은 진중권 인생 사는 거고, 나는 내 인생 사는 거고. 

다음 달부터는 코로나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한다. 코로나 1차 유행 때 12월달이 되어서 다시 전체적인 전망을 다시 해야 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대체적으로 백신이 등장한 이후 혹은 백신이 등장할 것 같은 순간부터의 흐름과 그 이후의 장기적 변화를 보고 싶었다. 진짜 변화는 그때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누가 그런 것에 관심이 있겠나 싶지만, 초창기에 너무 뻔한 걸 가지고 얘기하기 보다는,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된 시점에 실제로 분석해야 할 것을 분석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잠시 돌아서 내 삶을 생각해보니까, 참 비인기 종목에다가 비주류 인생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긴 모습대로 피어나면 그만인 인생인데, 조금만 옆길로 걸어가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문명을 만들어낸 게 우리 모습이다. 

눈치 안 보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눈치를 안 본 건 아니다. 눈치를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아예 눈치나 눈총이 없는 한적한 곳에 펼쳐진 개활지를 걸어간 것 아닌가 싶다. 좁은 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고, 넓은 길이지만 돈 안 되는 곳에는 아무도 없다. 비인기 종목이고, 비주류이기는 하지만, 숨어 살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뭐 하는지 사정 되는대로 거의 대부분 알리면서 산다. 그래도 별 관심 없는, 그런 한적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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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하게 '마음의 에너지'라는 말을 한 번 써보게 되었다. 초창기 정신분석학에서 dynamic이라는 개념으로 많이 쓰던 말이기는 한데.. 초기 열역학적인 상상력을 사람의 삶에 적용하가 위해서 쓰던 개념 중의 하나다. 

뭐, 이런 골 아픈 얘기를 21세기에, 그것도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다시 꺼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좋든 싫든, 우울증과 자살 얘기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 기관에 자문을 하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별로 그렇게 내키는 주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 사회에 왜 이렇게 자살이 많은가, 직장 민주주의를 하면서 한 번은 다루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주제다. 

무슨 깨달은 사람처럼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진짜 딱 질색이다. 나이를 처 먹고 나니까. 누가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것도 좀 꼴불견처럼 보인다. 누구한테도 별로 그렇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을 나도 잘 모르고, 당장 내년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것도 잘 모르는데..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영 질색이다. 

그래도 '마음의 에너지'라는 단어는 뭔가 풋풋하게, 마음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만드는 것 같은 묘한 매력이 있기는 한 것 같다. 마음이 가는 거야 어떻게 마음대로 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런 에너지가 있다면.. 그 크기가 삶에서 늘 균일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내 삶을 돌아봐도, 마음의 에너지가 좀 높았던 때가 있고, 뭐 그닥..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열정' 같은 얘기를 별로 안 좋아 한다. 허버트 허슈만의 "열정과 이익"이라는 책이, 아마도 20대 초반 내 운명을 바꾼 책 중의 하나였는데.. 자본주의와 함께 어떻게 열정이 새로운 시스템의 모터와 같이 사용되었는가, 그런 얘기를 너무 일찍 읽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열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내 머리 속에서는 자동적으로 '자본의 음모'로 치환되어서 들린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 마음이 평생 그렇다. 누군가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얘기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고, 나도 열정을 가지려고 해본 적이 없다. 인간은 기계와 같이 그렇게 열정이라는 에너지로 폼뿌질해서 막 살아지고,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올해는 책이 코로나 때문에 '당인리' 한 권만 나오는 해가 되었고, 그나마도 작년에는 데뷔한 이후로 처음으로 책이 한 권도 안 나온 해가 되었다. 되는 대로 살아간다. 그래서 책들이 다 내년으로 넘어갔다. 일정이 어마무시하게 빡빡하다. 

일정표를 보니까 에세이집 하나 쑤셔넣을 공간이 없기는 한데.. 

'마음의 에너지' 정도의 주제로 에세이집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이 꺼지듯, 마음의 에너지가 사라지면 사람은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여전히 증오든 미움이든, 에너지가 넘치니까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양 쪽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뭔가 하고자 하는 생각이 정말로 없으면, 죽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이런 질문들 찬찬히 던져보면서 글들을 좀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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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치기를 막 끝냈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몇 개의 일을 거의 초치기로 끝냈다. 다 잘 끝난 것은 아니고, 내가 자료를 너무 늦게 봐서, 엉뚱한 자료가 온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도 하나.. 일요일 저녁에만 열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던 건데, 전체 자료가 10건이나 되어서 뒤로 미루다 보니. 하나하나 열어보니까, 이 인간들 완전 미필적 고의네.. 

막상 당장 해야할 것이 없는 순간이 오니까 순간 멍해진다. 뭐 하지? 

그리움의 시간이 찾아온다. 잠시 보고 싶은 얼굴들이..

저녁 때는 올초에 약속을 했던 광명시 강연이 있다. 너무 예전에 약속했던 거라서 안 한다고 하기도 그렇고. 아내도 오늘 저녁에는 일이 있다. 결국에는 장모님이 하루 집에 오시기로. 

메일에 강연 부탁 와 있는데, 미안해서 아직 못 한다고 답변을 못한 게 몇 개 있다. 그것부터 힘들다고 답변을 하기로. 

애들 태어나기 전, 아내가 박사 과정 있던 시절에는 여행은 보통 주중에 갔었다. 그것도 계절에 따라 사람들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그것도 다 옛날 일이다. 이제는 주말 아니면 어디 가기도 힘들다. 

매일매일 일상을 처리하는 생활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신문사의 생각과도 다르고, 여의도 피플들 생각과도 다르게 마음이 전개 된다. 기다리는 데에 익숙해지고, 참는 데도 익숙해진다. 그리고 계절이 변하는 것에 훨씬 더 민감해진다. 그것 말고는 크게 변하는 게 없어서 그럴 지도 모른다. 

애들 키우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리고 없는 사람인 마음으로 살아간다. 뭔가 시간 약속을 해야 하는 일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고, 규칙적인 일은 더더욱 안 한다. 언제 누가 아플지도 모르고, 더더군다나 코로나 국면이라 집에서 30분 넘는 거리에는 가급적이면 안 가려고 한다. 동네 어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에 큰 애 돌봄교실에서 귀가 조치가 내려졌었다. 

마음의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가끔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그리운 사람도 있다. 그래도 그 그리움이 오래 가지 못 한다. 조금 있으면 애들 학교 올 시간이거나, 학교 데려다 줄 시간이거나. 그리움의 시간이 오래 머물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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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오디오북으로 나온다. 프롤로그를 녹음해달라고 해서, 오전에 스튜디오에 갔다왔다. 간만에 강남에 갔다왔다.

저녁 때는 네이버 노조에서 영상 강연을 했다. 분당.. 우와. 가는 길도 겁나게 막히고, 오는 길도 살벌하게.

이런저런 이유로 노조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노조에서 오는 부탁은 어지간하면 들어주려고 한다. 노조라는 최소한의 안전판도 없을 때 벌어지는 황당한 일을 좀 목격했다.

노조라면 질색하고, 노조가 없어지는 것이 세상 좋아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 왕조 시대 생각났다. 왕조가 없어지고, 귀족 아니 평민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지도자가 된 사람들이 저지를 잘못된 일들도 무지하게 많을 것이다. 대통령도 잘 못하고, 부패도 하고.. 총리도 또한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못할 거니까, 왕을 계속 두자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여러모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유럽식이라면 정의당에서 주로 얘기하고, 민주당도 반대하지 않을 얘기지만, 거의 의제로 설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식으로 지금까지 진도를 나가는 중이다.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네이버 노조에게 뭔가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냥 내 식의 보람이다. 살면서, 보람 있는 일을 많이 했다.

내년에는 젠더 경제학을 정리하려고 한다. 많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년을 넘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책은 더럽게 안 팔리는 시대를 만났다. 이제는 괜찮은 책을 소개하고, 어떻게든 묻히지 않게 하는 것도 너무 힘든 일이다. 그래도 버티고, 좀 더 해보려고 한다. 나는 원래도 마이너의 마이너, 어려운 데에서 같이 고생하고, 그런 게 내 삶의 문화와 잘 맞는다.

티 안나게, 조용히 조용히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조용히 관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손을 보태고. 여전히 나는 조용히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동거리가 너무 많아지고, 오늘처럼 두 번씩 강남 아래로 가야하는 일이 벌어지면, 몸이 너무 힘들다.

그래도 먹고 사는 데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할 뿐이다.

연구원장 같은 것도 귀찮고, 무슨무슨 기관장이니, 그런 것도 다 귀찮다. 애들 보면서 조금씩 글 쓰고, 도울 수 있는 사람들 조금씩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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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를 사줬더니 큰 애는 오늘도 일찍 데리러 오라고 성화다. 친구들이 다 일찍 가는 데다가 비도 온단다. 이번 주까지는 태권도장이 문을 안 연다. 방법 없다. 세 시에 애들 다 데리고 왔다. 돌봄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정말 힘들다. 거리두기 하느라고 멀찍이들 떨어져 있고, 혼자서 책 보고 노는 게 다다. 돌아비리. 

어제 저녁에 아내가 식기세척기도 사고, 건조기도 사겠단다. 꼭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 부엌이 좁아서 놓을 데도 마땅치가 않다. 오랫동안 몸으로 때우면서 잘 버텼는데, 거리두기 2.5 2주차가 되면서 이 인내도 바닥이 났다. 그래, 돈으로 되는 건 돈으로 하자..

당인리 이후로, 출간 일정을 전면 재조정했다. 뭔가 좀 불편한데도 참고 했던 것들이나, 에디터가 확실하지 않은 것들은 다 연기. 전에는 뭐가 좀 안 맞아도, 그냥 참아가면서 했는데.. 그런 것들이 힘은 힘대로 들고, 성과도 별로였다. 그래도 좀 여유가 있을 때에는 다음에는 좀 편하게 해야지, 그렇게 참아가면서 했는데.. 코로나 국면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내년 겨울에 모든 것들이 정상화되어 있다면, 그 정도가 기적적인 일일 것이다. 쉽지 않다. 내년에는 둘째가 학교에 들어가는데, 최소한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이라고 해도, 앞으로도 2년은 더 이렇게 지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세 시부터 애들 데리고 오는 건, 좀 가혹한 조건이기는 하다. 

하는 일들을 극단적으로 줄여 놓은 상황이기는 한데,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더 줄이게 된다. 방법 없다. 삶이라는 게 되는 대로 하고 사는 거지, 죽어라고 무슨 결심을 해봐야. 

한 때 노마드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 시절에도 등대와 같은 삶을 꿈꿨었다. 서 있는 곳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삶, 그래서 작더라도 몇 개의 배에게는 도움이 되는 삶, 그런 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제 자리에 있는 삶은 도달한 것 같다. 목표의 반은 온 셈이다. 장하다! 

코로나 덕분에 이룬 게 없지는 않다.. 드디어 나는 꼼짝도 하지 않는 삶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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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갔다왔더니, 얄짤 없이 한 시다. 지친다. 올 여름 휴가도 애들 다 데리고 울산에 갔다왔었다.

40대에 아직 지치지 않았던 시절에는 울산, 제주도, 부산, 이렇게 지역별로 지역경제에 대한 책을 써볼까 하던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엄청 돌아다녔었는데.. 애들 키우면서, 이제 그렇게 힘 많이 드는 일은 못 한다.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다.

살면서 포기한 게, 아프리카 경제학을 포기하던 시절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석사 때 지도교수가 날리던 아프리카 경제 대가였다. 나중에 삶이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고 미루어둔 것인데, 그런 여유는 내 삶에 생기지를 않았다.

지역경제를 가지고 좀 다양한 버전으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활동량 많던 시절에나 생각하던 것이지.. 지금은 택도 없다. 잔고가 좀 여유가 있으면 이것도 좀 풍부하게 펼쳐볼 수 있을텐데, 캑캑. 애들 데리고 먹고 사는 것도 빡빡하다. 그런 연구에 돈을 들일만한 처지가 아니다.

지금 쥐고 있는 몇 개의 주제도 제대로 펼치지를 못해서 낑낑거리며 살아간다. 여기에 뭔가 더 얹는 건 무리다.

지방에 가면 사람들도 좀 만나고, 하루 밤이라도 자고 오면 나을 것 같은데..

그러면 아침에 애들 등교는 누가 시켜줄 것도 아니고.. 오후에 하원도 제 시간에 해주기가 어렵다. 캑캑.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날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점점 나이를 먹어서, 예전처럼 그렇게 영민하게 돌아다니기도 어렵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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