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63건

  1. 2022.03.21 정권 교체기에 글 쓰는 법은? 1
  2. 2022.03.18 열불이 나도.. 8
  3. 2022.03.18 오매냐야.. 4
  4. 2022.03.18 녹색당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1
  5. 2022.03.18 노인과 바다 4
  6. 2022.03.15 "보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11
  7. 2022.03.13 조안 바에즈 75세 생일 앨범.. 1
  8. 2022.03.10 대선 다음 날..
  9. 2022.03.07 아디오스, 오영호..
  10. 2022.03.06 오영호 떠나다..

10년 전만 해도 토론회에 나가면 발제 아니면 안 간다고 하는 입장이었다. 어차피 시간을 써야하는 일이니까, 뭔가 하려던 얘기를 새로 하는 거 아니면 시간 내기가 어렵다는.. 

물론 그때만 해도 아이들 태어나기 전이라서 내가 힘과 정열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요즘도 가끔은 발제를 하기는 하는데, 그건 아주 드물고. 그럼 토론은? 신세진 사람이나 그렇게 피치 못 할 경우 아니면 토론은 이제 거의 나가기 어렵다. 

글을 쓸 때에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인기가 있거나 없거나, 새로운 시점이나 문제를 드러내는 글 아니면 가급적이면 안 쓰려고 한다. 나중에 내가 들여다 봤거나 “이걸 내가 왜 썼지”, 이런 마음이 드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공을 들여 쓰는 글들이 있다. 주로 모아서 내는 책에 들어가게 될 글이 그렇다. 한 번도 하지 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시기를 조망하는 글 같은 걸 쓰려고 한다. 현안에 대해서 맞냐, 틀리냐, 이렇게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은 한 번 썼다. 팬데믹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행정 목표로 그린 뉴딜이 들어갔을 때, 여기에 원격 진료가 끼어들어갔다. 로비도 좀 있었고, 매우 특별하게 의료 쪽 행정관료들이 너무 전진배치된 시대 상황도 좀 있었다. 그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린 뉴딜 내에서 원격 진료의 위치가 좀 내려갔다. 아주 효과가 없는 글은 아니었지만, 이런 글을 자주 쓰는 게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현안에 대해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글만 쓰는 건 좀 그렇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좀 이유가 있다. 

내 앞에서 글을 쓰던 사람들 중에는 거의 같은 글을 서로 다른 매체에 여러 번 반복해서 쓰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물어봤더니, 글을 써도 효과가 없어서 결국 반복하게 된다고 한다. 이해는 가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워낙에 마이너의 마이너라서, 그렇게 반복할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미학적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매체든 작은 매체든, 기왕 쓰기로 한 것은 최선을 다 한다. 그리고 매번 거기에 맞게, 새로운 접근이나 틀이나 아니면 해석이라도 바꿔서 새로운 글을 쓰려고 한다. 

정권이 교체하는 시기에는 글쓰기가 어렵다. 특히 경제에 관한 글은 더욱 그렇다. 그냥 공약 하나하나 들고, 이게 맞다 틀리다, 그렇게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실제 그렇게 될지, 아니면 인수우 과정을 거치고 현실로 나오는 과정에서 어떻게 될지, 그걸 미리 알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무슨 글을 써야 하느냐? 

이런 고민을 이제 써줘야 하는 글 몇 개를 놓고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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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이 워낙 전문가들 만나서 하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 가면 보수 일색이다.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별반 차이 없다. 차이는 보수 정권일 때에는 신나게 떠들다가, 민주당 정권일 때에는 좀 다소곳하게 경청하는 자세를.. 이러 데들이 여전히 보수쪽 전문가 일색인 게, 끈 타고 내려온 진보 쪽 인사들이 정말 얼척 없는 소리만 하며서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모르면 가만히나 좀 있지. 아니면 정말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거 검토하는 회의는 무슨 대단한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영광도 없는데, 자료는 또 갑나게 복잡하고.. 힘든 거에 비하면 먹을 게 없다고, 일 마무리 될 때까지 잘 안 나오고 중간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성실 복무, 끝까지 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이 후속 회의에 계속 나오게 되는데, 그런 건 또 보수 인사들이 잘 한다. 

그럼 나는 왜 불러주나.. 워낙 그 세계에서 오래 살아서, 불쌍하다고 불러주기도 하고, 간만에 옛날 얘기하면서 밥이나 먹자고 불러주기도 하고. 뭐, 그런 노스탈지아 같은 이유도 좀 있는 것 같고. 아니면 결과 알면 생난리 칠 거니까, 미리 얘기를 같이 하는 게 낫다고 부르기도 하고. 하여간 그렇다. 

공교롭게도 대선 끝나고 이런 자리가 몇 번 있었는데, 후아.. 나는 듣지도 못한 인수위 내부 얘기들을 어찌다 잘들 알고 계시는지, 누구는 가려고 했는데 못 갔다. 누구는 오라고 했는데 안 갔다 등등. 고개 박고 묵묵히 짜장면 먹으면서 듣고 있는데, 짜장면발이 전봇대처럼 뻣뻣해서 목으로 넘어가지가 않는. (맛있는 짜장면이었는데, 훌륭한 짜장면님 탓을 해서 그저 송구스러울 뿐이다.)

속으로 열불이 나고, 입맛이 뚝 떨어져서 비싼 중국집에서 결국 고추가루 달라고 해서, 왕 맵게 해서 겨우겨우 먹었드랬다. 열량폭발 짜장면을 놓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문 걸어잠그고 못 본 척 하면 그만인데, 아직은 나도 현업이라, 동종업계에 돌아가는 일들을 그냥 모른 척하고만 있으면 먹고 살 수가 없다.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나도 알고는 있어야, 먹고는 살 것 아닌가. 

짜장면 먹고 나서 ‘대오대불’은 아니더라도 ‘대오각성’ 정도는 한 게, 잘난 척들 하는 거 얄밉다고 등 돌릴 것도 아니고, 괜히 심통난다고 궁상떨 게 아니라는 것. 그래봐야 골리는 사람들만 더 재밌고, 신날 것 아닌가 싶다. 

영화 <전우치>에 보면 초랭이가 괴한들을 물리친 후 이렇게 말한다. 

“이럴 시간 있으면 책이라도 한 자 더 디다봐!”

그렇다. 궁상떨 시간 있으면 한 자라도 더 디다보거나, 한 번이라도 더 웃길 수 있는 유머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낫다. 오늘부로 나의 궁상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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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콘퍼런스 하나에 발제를 해주기로 되어 있어서, 이제 발제문 쓰기 위해서 행사 개요 등 본격적으로 살펴보는데.. 


오매나야. 축사를 물경 윤석열 당선자가 한다는. 몰랐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행사인 줄 알았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제목을 보니까 부제로 "20대 민선정부 국정과제와 코리아 비전"이라고 되어 있다. 


이론이론.. 워낙에 보수 쪽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서 하는 행사에, 나는 그냥 끼워넣기로 들어가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나이를 처먹다 보니까, 묻어가기 전략이 통하는 데가 별로 없다. 막연한 주제인데, 여기서는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하이고 정신 없다. (이거 원고 묶어서 책으로도 나온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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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녹색당 평당원이다. 사실 당원도 아니고, 후원하듯이 후원회비 내는 게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실 거의 모른다. 하승수와 이유진이 있을 때까지는 좀 알았다. 그 이후로는 거의 잘 모른다. 이제는 아무도 기억을 못할 것 같지만, 녹준이라고 불리는 녹색정치 준비모임 시절부터 초록정치연대 시절까지는 상근을 했었다. 그 시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예금 잔액도 제로로 떨어졌다. 

마지막 잔고에 5만 원이 남았던 적이 있었다. 그걸 찾아서 같이 상근하던 사람들 아구찜 사줬다. 일종의 작별 인사라고나 할까. 하승수가 운영을 맡으면서 비로소 녹색당은 공식적인 당으로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후로도 내내 당원이기는 했지만, 뭘 한 적은 없다. 그럴 여력도 안 되고. 

녹색당 사람들이 얼마 전부터 차 한 잔 하자고 계속 연락을 해서, 다음 주로 약속을 했다. 만나는 거야 상관은 없지만, 사실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최선을 다 해서 도와주겠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만나기가 편한데, 그럴 형편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녹색당 활동을 계속하면 송파 구청장 같은 데 출마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송파구에 살았다. 내 인생에서 딱 한 번 출마를 고민했던 순간이었다. 송파구에서 종로로 이사 오면서, 그것도 다 옛날 일이 되었다. 성격 탓이다. 나는 남들 앞에 서는 걸 안 좋아한다. 

mb 때와 근혜 때에는 그래도 누구라도 공간을 열어서 방송에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좀 있었다. 그래서 좀 했었는데.. 지금 같아서는 그것도 별로다. 애들 보느라고 여건도 안 된다. 

지난 대선 때에는 녹색당에 아쉬운 게 하나 생겼다. 수많은 소수 정당 중에서 녹색당 대선 후보가 있었으면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한 표 꾹, 했을 것 같다. 현실적 의미는 없을지라도 가치가 없지는 않다. 그래도 작은 정당에서 대선에 나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그냥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인생에서 ‘명랑’이라는 기조를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은 녹색당 시절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웃음도 잃으면 다 잃을 것 같았다. 

윤석열 시대, 생태 같은 것은 뭐 어디 장식품으로 쓸래도 쓸 데가 없는 가치가 되었다. 그건 이재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더욱 가열차게 전선을? 

이게 어려운 것은, 생태와 같은 미래 가치들이 청년과 청소년의 꿈과 연결된 것인데, 청년의 보수화와 함께.. 시민단체들 등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곳들이 다 위기이고, 점점 더 위기가 심화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현장 중심으로 지역 운동을? 여기도 동력이 많이 떨어져서, 녹색당 같이 어려운 곳에서 할 수 있는 게 현실적으로 협소한다. 

한국의 시민 운동이 지금 딛고 서 있는 어려움과도 일맥 상통한다. 우리가 했던 시민운동이라는 게, 참 어려운 시도였다. 배가 가려면 물이 필요한데, 배가 물을 만들면서 갔던 것과 같다. 시민이 시민운동을 만든 것이 아니라, 죽도록 고생해서 시민운동을 만들고, 회원들과 함께 시민 사회 자체를 만들면서 나아갔던 것. 

그런데 폭넓은 시민의식, 이런 게 20대와 부딪히면서 물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일부 단체의 일이지만, 지도부의 일부가 청와대나 정부 기관에 폭넓게 들어가면서 기득권 세력으로 청년들에게 기득권 세력으로 비춰진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시민단체들도 운신의 폭이 아주 좁아졌다. 

녹색당이야 뭐 얻어먹은 것도 없는데, 이래저래 움직일 공간이 너무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머리 빡빡하다.. 그냥 있는 것 같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다. 심심해서 혹은 여유가 있어서 녹색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도 다 걸고 하는 것이다. 

간단한 목표를 바란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녹색당 대선 후보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정도일 것 같은데, 그게 만만한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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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저녁 먹자마자 수영이고 뭐고, 그냥 골아떨어져서 자고 새벽에 깼다. 대선이 끝나고, 너무 무리했다. 내일 아침에는 강남에서 회의가 있다. 

둘째가 덥다고 계속 옷을 벗고 자더니, 숨쉬는 소리가 안 좋다. 검진키트.. 음성이다. 환절기 때마다 한바탕씩 하고 넘어가는 아이라, 이 시기면 골골 거린다. 아이 확진이면, 회의고 뭐고 일단 다 정지인데.. 이젠 어디서 누가 확진이라도 하나도 안 이상하다. 

습관적으로 적당한 노래를 틀었는데, 모차르트의 엘비라 마디건이 나왔다. 뭐라고 할까. 가슴 깊은 곳에서 편안함이.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콘서트를 틀었다. 모차르트 음악이 무슨 갑자기 창작 욕구나 그런 것을 막 터져나오게 하지는 않지만,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해지기는 한다. 이 시대와는 상관 없는 음악이기는 하지만, 손열음의 손을 거치면 다시 우리 시대로 소환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마흔살이 되었을 때 mb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근혜 시대.. 돌이켜보면 나의 40대는 그렇게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증오하고,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갔는데, 그 시기에 한 일이 거의 없다. 하고 싶던 거, 원하는 거, 그냥 미루면서 10년을 버텼는데… 

과연 증오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진정한 자세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거고, 내 삶은 내 삶이고.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논리가 얘기하는 거고, 윤석열 이후에 앞으로 벌어질 얼척 없는 일들을 생각하면, 모차르트 아니라 모차르트 할아버지가 와도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동안 탈계몽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누가 누구에게 뭘 가르친다는 말인가? enlightment라고 하는, 그런 계몽은 21세기에는 사라진지 오래다. 원로라고 하는 것도 사라졌다. 백기완 선생의 죽음이 상징적인 사건일까? 나이 많다고 해서 원로라고 하는 건 이미 옛날 얘기다. 지성이라고 하는 가슴 떨리는 단어가 있었지만, 그런 것도 의미를 잃은지 오래 되는 것 같다. 지성은 이제 ‘셀럽’으로 교체되었고, 셀럽은 지성과는 작동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IMF 이후로 학자라는 말이 전문가라는 용어로 대체되는 시기가 있었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전문가주의도 이제는 사라진 것 같다. 전문가라고 해서 권위가 더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한동안 이외수의 ‘존버’가 유행했다. 버티고 버텨서, 뭘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에 대한 거대한 사보타쥬가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국방부의 시계는 그래도 째각째각 돌아간다는 말처럼 한국 자본주의는 이러거나 저러거나, 이윤 극대화 아니 지대 극대화를 위해서 째각째각 돌아간다. 집 들고 ‘존버’, 이 사람들이 결국 다 가져간 거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문제가 많다. 그런 건 언제나 많을 거고, 그래도 사람들은 또 하루를 살아간다. 헤밍웨위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막막한 바다 위에서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삶, 도대체 위안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결과. 그래도 약간의 유머로 또 하루를 살아가는. 삶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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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끝냈어야 하는 씨네21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하루 늦게 마감이다. 선거 이후에 아직도 내 입장이 잘 정리되지가 않았다. 젠더 갈등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다가, 이게 너무 틀에 박힌 것처럼 뻔한 얘기일 거라서, 잠시 생각하다가 포기. 


'일탈'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나는 아이들 키우면서 너무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다. 나에게도 일탈이 가끔 필요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탈이라는 게 너무 뻔하다. 별 재미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탈이라는 게 뻔하다. 애들 학교에서 오기 전에 잠시 별로 상관 없는 일을 하거나.. 그래봐야 이동 거리는 목동에서 대학로 사이 어딘가이다. 멀리 가기도 어렵다. 게다가 언제 확진이라고 아이 데리고 가라고 할지 몰라서, 그나마도 요즘은 거의 안 간다. 


문득.. 컴에다 "보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이라고 제목을 썼다. 사실 이게 나에게 가장 간절한 얘기 아니겠나 싶다. 사실 나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나머지는 점심 먹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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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한 가운데에 살이 엄청 쪘드랬다. 겨우겨우 10칼로 줄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10킬로 더 줄이라고 한다. 나도 3~4킬로는 더 줄일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 

근육도 3킬로 더 필요하단다.. 그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선거 있는 주에는 별 것도 아닌 일들이 가득 차서 수영장에 한 번도 못 갔다. 주말 오후에 진짜 수영장 가기 싫었는데 – 그것만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기 싫은 -, 그래도 “살아야 한다”, 그런 마음 하나로 억지로 갔다왔다. 수영장 거의 매일 가던 작년에는 근육량도 나이 평균 치보다 더 높게 나왔었고, 신체 모든 지수가 다 괜찮았다. 한동안 먹던 약들도 다 필요 없다고 해서, 몇 달 동안 아무 약도 안 먹었다. 

일주일 동안 너무 무리였던지, 저녁 먹자마자 쓰러져서 자서, 아침 아홉시도 넘어서 일어났다. 그래도 피곤하다. 

주말 내에 월간지 글 A4 4장 그리고 짧은 칼럼 하나를 써야 하고. 정운찬 선생 아니 전총리에게 부탁 받은 컨퍼런스용 논문 하나를 써야 한다. 이건 책에도 실린다고 하는데, 자 보자, 마감이 1주 남았다. 이글들의 취지가 모두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란다”, 돌아삐리. 

시민단체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발제를 토요일 자기 직전에 전화를 받았다. 어렵다고 하는 게 맞는데, 또 워낙 오래된 혈맹이라, 차마 힘들다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돌아비리. 

나도 이제 50대 중반이다. 이제 MB나 근혜 때처럼 반 정부 투쟁 맨 앞에 서서 그렇게 지낼 여건이 안 된다. 그 시절에는 김미화 등과 함께 매주 팟캐스트도 했었다. 이제 그렇게 살기는 어렵다. 

좌파 에세이 쓰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아주 많이 했었다. 내가 무슨 영광을 더 보겠다고 남은 시간을 보내겠나 싶었다. 좌파답게, 더 춥고 배고픈 사람들과 남은 내 시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여력 닿는대로, 조금 더 하는 거지, 이제 막사 제쳐놓고 길거리로 뛰어나가는 일은 하기 어렵다. 

대선 끝난 첫 일요일 오후, 조안 바에즈의 75세 기념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게 있었나? 며칠 전에 조안 바에즈 버전의 <No woman no cry>를 아주 감동적으로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가 젊었을 때 아주 열정적으로 불렀던 <도나, 도나>, 이런 걸 듣고 싶은데, 이제 할머니가 된 조안 바에즈 앨범을 듣다 보면 뭔가 또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는, 그야말로 느낌적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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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끝난 다음 날, 새벽에 개표 방송을 하는데, 나중에는 좀 피곤했다. 나도 늙었다. 예전 100분 토론에서 끝장 토론한다고 할 때에도 긴장감이 잔뜩 서서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오늘 따라 오전에 동탄에 갈 일이 있고, 안양에도 가야 했다. 운전도 힘들고, 익수가지 않은 동탄에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것도 힘들고. 

저녁에 라디오 방송에서 나와 달라는 게 있었는데. 그 시간에는 도저히 서울에 갈 수 없어서 힘들다고 했다. 

내일은 또 병원에 두 군데나 가야 한다. 이젠 나도 나이를 먹어서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닌다. 그냥 하루에 한 군데만 가면 좋겠는데, 꼭 편하게 해준다고 하루에 몬다. 아버지 폐암 진단하는 시절의 예약이라, 연기를 몇 번 했다. 그랬더니 날자만 같고, 오전, 오후, 각패로 벌어졌다. 우와 돌아비리.. 더 연기하면 날자 잡기 더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가려고 한다. 

정작 큰 일은 텅텅 비어있던 둘째 방과후 교실에 전부 사람들이 몰려와서 추첨을 했는데, 둘째가 축구도 떨어지고, 로봇교실도 떨어져서 울상이 되어 있는. 

둘째일 해결해주는 게 사실 오늘 한 가장 큰 일이기는 한 것 같다. 둘째 얘기가 로봇 교실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에는 큰 애가 있어서 같이 있어서 가기 싫다는 거다. 괴롭히고 때리고.. 

내일 둘째가 큰 애한테 원하는 게, 예를 들면 때리지 않는다. 세 개 종이에다 적어오면 셋이 앉아서 계약서 쓰기로 했다. 서명도 하겠단다. 

둘째는 계약금으로 부페 혹은 돼지갈비집 두 번을 계약금으로 받고, 큰 애는 계약대로 이행하면 TV의 배트맨 영화 시리즈 소장용으로 구매하기로. 그리고 계약한 사이닝 보너스로 내가 만 원씩 용돈 주기로. 

그렇게 둘째가 큰 애랑 하는 로봇 교실 신청하는 걸로 계약 조건의 기본을 만들었다. 그 협상에 30분 걸렸다. 어쨌든 둘 다 계약에 대해서 만족하는.. 

오늘 어려운 일을 많이 했는데,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들과의 계약서를 쓰기 위한 사전 계약 교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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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차관 상가. 참 인생 덧없다. 2주 전에 조만간 다 모여서 술 한 잔 마시자고 통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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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산업부에 있던 오영호 차관이 어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한 십년은 더 있을 것 같았는데, 허망하다. 마지막 통화했던 게 열흘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가족들하고 사우나 가셨다가. 

그 양반 총리실 산업심의관 시절에 같이 일하기 시작해서, 그 후의 나머지 인생을 거의 같이 살았던. 워낙 많은 일을 같이 해서, 내 인생하고 거의 분리가 안 되는 양반이다. 내가 한 일은 오영호와 같이 한 일, 오영호와 같이 하지 않은 일, 그렇게 구분이 될 정도. 

내일부터 조문 시작한다고 해서, 저녁 때 가기로 했다. 

오영호 없는 인생은 이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이래저래 가슴만 먹먹하다. 

사는 게 뭔가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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