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63건

  1. 2022.08.28 제로 금리 이후.. 1
  2. 2022.08.28 로마 클럽 보고서 50주년..
  3. 2022.08.20 영면을 빕니다, 송성호 학형..
  4. 2022.08.17 왕따 놓기 딱 좋은 상황
  5. 2022.08.09 코로나 이후..
  6. 2022.07.31 천리길 - 빛바람
  7. 2022.07.29 니 땅이라면 이렇게 하겠냐? 1
  8. 2022.07.29 환경에 관한 생각.. 2
  9. 2022.06.21 행복한 삶.. 5
  10. 2022.06.17 마지막 종강.. 4

제로 금리의 시대가 이제는 끝나간다. 미국의 연준은 대략 3.5%에서 4.5% 사이 어딘가를 적정 금리로 보는 것 같다. 돈을 빌렸으면 응당 지불해야 하는 이자율. 

아담 스미스 등 고전학파에게 자연 금리라는 개념이 있었다. 특별한 외부 효과가 없는 안정된 균형 상태에서 발생하게 되는 이자율 같은 것..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오랫동안 돈을 빌리면 이자를 어느 정도는 내는 것이 상식이었다. 

일본에서는 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는 2008년 이후,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제로 금리,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인 상태가 계속 되었다. 돈을 빌리는 것이 별로 무섭지 않은 시대가 전개되었고, 돈을 빌려서 더 많은 수익률을 찾는 것이 개개인의 삶에도 중요하다는 시대가 전개되었다. 

지난 주에 상암동에 있는 누리꿈 스퀘어에 갔었다. 오마이뉴스가 이 건물에 있어서 처음 와봤던 곳이었다. 나중에 ytn과 mbc가 옮겨오면서 상암동 방송가 한 가운데 있는 건물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여기서 밥을 먹게 되었다. 시간상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들렀는데, 맙소사! 문 연, 아니 살아남은 가게가 몇 개 안 된다. 코로나 자가격리 한참 때 홍대 앞에 일부로 조사 차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점심 시간에 연 곳이 몇 군 데 안 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건 휴업이 많았지, 완전 망한 곳은 이렇게까지 많지 않았다. 

코로나 경제의 여파로 아주 긴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과 고이자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두 가지 충격이 동시에 오는 것인데, 하나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의 여파다. 또 하나는 장기간 제로 금리가 만들어 놓은 과잉 생산의 위기다. 돈 빌리는 것에 대한 위기가 별로 없으니 재화든 서비스든, 과잉 공급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이게 조절되는 과정이 아주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70년대 석유파동이 경제위기가 되는 과정에서도 과잉 생산이 조건으로 존재했었다. 그 시절과 비슷하다. 

지금의 20대와 30대는 고금리 시절을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다. IMF 경제위기가 끝나고, 21세기로 넘어오면서 한국은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잡은 나라가 되었고, 자본 과잉의 조건이 생겨나면서 이자율도 제로 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늦은 상황이 되었다. 이 시기가 이제 끝나고, 꽤 긴 기간 동안 이어질 적정 금리 – 느끼기에는 고금리 – 상황이 진행될 것 같다. 

그럼 고금리는 얼마나 오래 전개될 것인가? 여기에는 또 다른 장파동이 하나가 변수로 작동한다. 미국의 강달러 정책, 이 기조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인가, 혹은 그 후폭풍이 어디까지 갈 것인 것, 그런 또 다른 질문이 같이 있다. 90년대 이후 동구의 붕괴와 함께 형성된 세계화 국면이 전환되는, 그야말로 30년짜리 사이클이 개입하게 된다. 

트럼프의 정치는 많이들 얘기하지만, 경제는 거의 안 보는 것 같다. 트럼프는 외국에 간 기업들 다시 미국으로 오라고 했고,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려고 했다. 이게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오바마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차이점은 오바마는 말만 그렇게 했는데, 트럼프는 흔히 슈퍼 301조라고 불리던 공법 301조 같은 것들을 다시 총동원하다시피 한.. wto, 그딴 건 난 모른다, 그렇게 강압적으로 했다. 그게 지금의 연준의 인플레이션 논쟁의 뿌리에 있다고 본다. 

바이든 역시 그런 ‘제조업 미국’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고금리와 강달러 그리고 풍부한 고용을 제공해줄 제조업 강국, 그런 게 현재의 국제 상황을 만드는 세 축이다. 방향은 다 한 뱡향이다. 다른 나라야 죽든 살든, 미국에 풍부한 일자리를 만드는 “영광의 미국 경제”… 이걸 뭐라고 하겠나? 이 새로운 조건에 살 나라 살고, 죽을 나라 죽고.. 엄청난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마구 찍어대며 약달러 정책을 할 때는 유태인이 장악한 연준 등 음모론도 꽤 나왔었다. 지금 딱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는 중인데, 사실 미국의 힘을 회복하기 위한 음모적 배경도 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음모론 얘기는 거의 안 나온다. 미국이 자기네 상황부터 먼저 챙기겠다는 데야..  

연준의 기준금리 상승이 끝나면 금방 이자율이 내려갈 것 같이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마 적정 금리 혹은 자연이자율 같은 논쟁이 다시 나오게 될 것이다. 고전학파가 만개하던 시절과 비슷한 논의구도가.. 정책적 개입이 없고 평온한 시기, 얼마의 이자율이 과연 자연 이자율인가? 이런 논쟁들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자율을 낮추면 자본주의적이고, 이자율을 올리면 그렇지 않은 것이냐? 아니다. 자본주의의 내부 조절 과정의 연장이다. 재화와 서비스 그리고 화폐 사이의 균형 과정이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고, 여기에 정치가 얹히는 것 아니겠는가? 힐퍼딩의 <금융자본론>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머지 일들이야 거의 법칙처럼 진행될 것이기는 한데, 한국에서는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국민 경제의 상당 부분이 빚으로 버티는 걸 너무 오래 했다. 이자율이 낮을 때 생겨난 구조인데, 이 정도 극적인 변화가 생기면 내부적으로도 또 다른 흐름이 생겨나게 된다. 

90년대 세계화 국면부터 따지면 그야말로 30년짜리 장파동을 지금부터 겪게 될 것이다. 코로나가 이러한 변화를 격발시킨 것이지만, 더욱 더 압축적으로 폭발적으로 발생했을 뿐이지, 어차피 한 번은 생겨났을 변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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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넬라 메도우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의 원형 같은 것이었다. 급작스런 사망 후, 전 남편을 비롯한 로마 클럽 보고서 시절 그의 동료들이 그녀가 하던 작업을 모아서 유고집을 낸 적이 있었다. 이 책에 나온 결론들을 동북아 관점으로 재해석을 했던 책이 <촌놈들의 제국주의>였다. 이걸 한 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는 책을 50권째 책으로 하려고 생각 중이다. 


전쟁은 왜 벌어지는가, 그런 질문을 하게 한 책이 도넬라 메도우의 마지막 책이었던.. 오랜만에 그 시절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260300075?fbclid=IwAR1SC8Z5BYPdyMNFW9bTkg2YIg4BzLl1CkEu68537N_m82kKxq49WwSGOEY 

 

[녹색세상] ‘성장의 한계’, 그 후 50년

지금부터 딱 50년 전인 1972년 3월2일, 로마클럽의 유명한 <성장의 한계>가 발표되었다. ...

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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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북스 송성호 대표가 뇌출혈로 불귀의 객이 되셨다. 

차 마신 적이 있었고, 포도주를 선물로 받았었다. 소주라도 한 잔 하자고 했었는데, 코로나로 왕래하기가 어려운 시간이.. 

 

부디 세상의 모든 걱정은 여기에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영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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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많기는 많은 인생을 살았던 것 같은데.. 50이 넘으면서 내가 나에 대해 깨달은 것은,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점이다. 왕따 당하는 건 잘 모르겠는데, 전부 왕따 놓고 그냥 처박혀 있는 게, 대체적으로 편안하고 좋다. 

안 그래도 애들 방학이라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데, 둘째 빼고는 식구들이 전부 코로나 한 탕씩 하느라.. 일정도 개판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격리 기간이 생겨나서, 아무도 안 만나도 좋은 시간이 생겼다. 코로나라서 움직일 수가 없다는데.. 이것만큼 좋은 핑계도 없다. 

집안에 차분히 앉아서, 내 인생에서 내가 제일 잘 한 선택이 뭐였나 생각을 해봤더니.. 많은 선택의 뒤에는 대가가 있다. 그리고 때때로 그렇게 치룬 대가가 그 시절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너무 치명적인 경우들도 있었다. 가끔이라도 뒤돌아보며 후회할 여지가 생겨난다. 과연 그런 게 좋은 선택이었을까? 

작년에 아내가 차를 바꿀 때가 되어서 하이브리드 차를 사기로 했는데, 막판에 마음이 바뀌어서 전기차로 방향을 바꾸었다. 갑자기 돈이 몇 천만 원이 더 들어가게 되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수동 차라고 생각하고 잘 타고 있던 아반떼 스포츠를 차 사면서 끼워 팔았다. 내 이름으로 된 차 중에서는 수동이 아닌 적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아내가 타던 모닝으로 돌아왔고, 아내는 전기차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내 차도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었는데.. 그 후로 여유가 생기지는 않았다. 뭐, 그래도 별로 불편하지는 않다. 이 선택이 후회가 없는 거의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 외의 선택은, 사실 조금씩은 후회가 남았다. 그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도 몇 십 년 후에는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2012년, 둘째가 아파서 결국 육아를 시작하면서 내 삶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곳으로 가버리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공직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할 수 있는 여유도 사실 없었다. 내가 집 밖으로 나가버리면 아내의 삶이 아주 곤란해지고, 피곤해진다. 그런 대가를 치루면서까지도 하고 싶은 일도 사실 없었다. 

50이 넘으면 많은 사람들은 직접 뭔가를 쓰거나 분석하기 보다는 좀 더 사무적인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는 자리.. 그냥 나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한국 자본주의에 대해서 얼마나 더 분석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런 걸 하면서 조용히 내 삶을 마무리하는 편을 선택했다. 어차피 난 앞에 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무리지어 움직이는 것을 그렇게 즐기는 편도 아니다. 

매주는 아니더라도 1~2주에 한 번은 집 밖으로 나가서 술도 좀 마시고 그랬는데.. 몇 주 동안 집밖에서 술은 커녕, 식사도 같이 한 적이 없다. 코로나 이후로 몸을 많이 사리게 되는. 이게 술도 그렇다. 자주 보던 사람이랑 술을 마셔야 편하게 남들 흉도 좀 보고, 생각도 좀 얘기하게 되는데.. 너무 간만에 만나면, 할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잘 살어? “어, 그렇지, 뭐.” 그렇지, 뭐, 많이 쓰는 말이기는 한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무 의미 없이, 빈 공간에 채워넣기 위한 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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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까지로 코로나 격리는 끝났다. 크게 아픈 데는 없는데, 계속 잠이 온다. 시도 때도 없이 잤다. 오늘도 낮에 너무 졸려서, 또 잤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여전히 방학 중이고, 이번 주부터 태권도장을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아내도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격리되는 중에, 잠이 많이 오는 것 말고는 딱히 힘든 것은 없었는데.. 우리 집에서 제일 더운 둘째 방에서 자는 게 가장 힘들었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올해는 그 방에도 에어컨을 놓으려고 했는데, 내년에 좀 더 좋은 거 나오면 달기로 하고 한 해 미루었다. 우와. 더워서 정말 죽을 뻔. 

그 와중에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즐거운 얘기도, 그렇게 웃기는 얘기도 아니지만.. 다시 보니까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 엽서 같다. 맥락도 없이 보케가 끝없이 잡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맥락 없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엄청 온다. 80년 빈도, 100년 빈도, 통계로만 다루던 수치들이다. 100년 빈도, 200년 빈도, 이런 걸 가지고 논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까마득해서 잘 기억도 안 난다. 100년 빈도 논쟁 같이하던 어떤 엔지니어가 결혼식 때 엄청 큰 돈을 보냈던 게 기억이 났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인지,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고맙다는 얘기도 못 했다. 80년 빈도의 홍수.. mv가 100년 빈도로 4대강 설계하겠다고 했던 얘기가 잠시 기억이 났다. 

아직도 잠이 너무 많이 온다.. 계속 졸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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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목 아픈 건 좀 내려갔는데, 열이 아직 덜 떨어졌다.
나는 화 별로 안 내려고 노력하고, 짜증도 잘 안 내려고 한다. 남들 일상적으로 화내는 만큼 내가 화를 내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서 못 살아간다.
화가 날 것 같으면, 집안에 있는 스피커 위치들을 바꾼다. 당연하겠지만, 소리가 바뀐다. 그리고 바뀐 소리의 특징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익숙한 노래들을 좀 듣는다.
어제 밤에 마루와 내 방의 북쉘프를 바꿨다.
그냥 소리 확인차 양희은 노래들 들었는데.. 그러다 천리길을 정말 오랜만에 앞뒤로 다 들었다.
혹시 양희은이 천리길 부르는 게 있나 찾아보다가, 크라잉넛이 부른 것도 봤고. 그러다가 딱 우리 또래가 부르는 게 보였다.
참 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당시 사회학과에 수진이도 있고, 소진이도 있었다. 그냥 합쳐서 소진수진, 그렇게 불렀다. 나는 둘 다 친했다. 인연이 되려다 보니까 이 인간들 고등학교 선생님과도 한동안 술 마시는 사이가 되었고.. 소진이는 나중에 강사 시절에 같이 강사하는 사이가 되기도.
그 소진수진의 수진과 북한산에 놀러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수진이 부르는 천리길이 내가 처음 들은 천리길이었다. 그날 같이 갔던 선배들은 잘 기억이 안 나고, 또 한 명이 타박네야를 불렀던 건 기억이 나는데..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난다.
요 며칠, 흑사회 1, 2를 봤고, 오랫동안 안 보던 무간도 3편도 보았다.
너무 옛날 감성일 것 같아서, 무간도는 일부러 좀 안 봤다.
그렇기는 한데, 무간도 1편 보는데, 눈물 나올 뻔.
감성이라는 건, 참 잘 안 변하는 것 같다. 새로운 감성을 채워넣어도, 옛날 감성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술은 어떤 술을 마셔도, 결국에는 알콜 총량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데..
감성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온 감성인지, 그 기원의 꼬리표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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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공공기관 혁신안에 대한 생각

기재부에서 공공 기관 혁신안을 냈다. 하따, 안 선생, 안철수 향기가 물씬 났다. 공공기관에서 청년 취업 증가시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나쁘게 봤는데, 그 중에 제일은 역시 안철수 아닌가 싶다. 정권이 넘어갔으니까 이걸 다시 원상태로 복귀시키겠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공기업 증가분이 대략 11만 명 정도 되는데, 이걸 없던 걸로.. 

정권이 바뀌면 늘상 기관 길들이기 차원에서 ‘방만한 경영’을 내걸고 한바탕씩 쥐잡기 놀이를 한다. 이번에는 통상적인 그런 쥐잡기 놀이에 문재인 정부 때 늘어난 공공 부문 인력감축이 하나 추가되는 셈이다. 이긴 자가 “내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막을 방법은 없다. 다른 생각은 없어, 민영화는 아냐, 그냥 군기잡기..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장관 직무실과 비교해서 기관장 직무실 크기를 재고, 공무원 1급 집무실과 비교해서 간부들 방 크기를 비교하고.. 

하이고, 조선 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쪼잔함이 극치다. 줄 세우기를 하려면 그래도 뭔가 생산적인 걸 가지고 하는 게 낫지, 방 크기로 ‘호사스러움’의 딱지를 붙이니,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좀스럽기’ 짝이 없다. 해당 기관에서는, 그야말로 어쩌라구! 방을 잘라내기라도 하고, 뒤에다 판넬이라도 덧대서 방 크기를 줄이라는 말이냐? 네,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러다가 점심 메뉴도 비교하게 생겼다. 

이런 걸 경영평가랑 연계시킨다고 하면서, 절대로 탑다운 방식 아니라고 하는 기재부 차관 얘기를 들으면서, 조선시대 당상관 생각이 문득 났다. 

의미 없는 산하기관 정리하는 것은 나도 찬성이지만.. 의미 없는 산하기관이라는 게, 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게 의미 없는 것만도 아니다. 연계 서비스들이 자회사인데, 이걸 정리하라면, 이게 바로 민영화 아닌가 싶다. 하나하나 들여다볼 일을, 위에서 한꺼번에 실적내라고 하면 결국 공적 서비스의 중요한 고리들 하나하나가 민간에 넘어간다. 넘겨도 좋은 경우도 많지만, 이렇게 “줄을 서시오, 줄을 서!”, 그렇게 할 건 아니라고 본다. 

보유 자산 매각도 그렇다. 콘도 회원권, 골프장 회원권, 이런 게 왜 필요하냐고 하면, 당연 필요 없다. 이런 건 매각이 맞다. 

그렇지만 공기업 자산이 전부 다 이렇게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넓게 보면, 이게 ‘공유지’다. 그린벨트 기능을 하는 것도 있고, 공공 보유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공유지 비율이 가뜩이나 적어서 공공 택지 개발 같은 거 하려면 정부 땅이 너무 없다고 하면서, 이렇게 기회 날 때마다 공유지를 그냥 민간에 매각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고, 이게 개혁이냐,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건 몰라도 보유 자산 매각은 하나씩 평가를 하고, 이게 공적 기능이 정말 없는지, 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완충지로서 공간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그냥 냅다 팔아, 이러고 말 일이 아니다. 

인력 조정이나 사업 업무 같은 것은 정권이 바뀌면 다시 해석해서 조정하면 되지만, 매각된 공유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건 단순히 구조조정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MB 때 “니 돈이라면 이렇게 하겠냐”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윤석열 시대에는 조금 지나면 “니 땅이라면 이렇게 하겠냐”, 이런 말이 유행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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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가 감기로 열이 많이 난다. 키트 검사로는 괜찮다. 아직은 괜찮은..
방학 중인데, 열나면 학원 같은 데 아무 데도 못 간다. 오후에 간만에 옛 동료들 만나서 소주 한 잔 하기로 했는데, 망했다..
몇 달 전에 둘째는 코로나로 1주일 격리한 적이 있다. 그때도 큰 애는 안 걸리고 그럭저럭 넘어갔었다.
청소년 스키 선수 엄마한테 어떻게 하면 조금 친환경에 대한 의식을 줄 수 있을까 물어보는 메일이 왔다. 전혀 내용을 모르신다고, 한 두마디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친환경 스키장에 대한 여론조사 논문을 하나 보내드렸다.
요 며칠 친환경 스포츠에 대해서 논문 쓰고 싶다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야구를 워낙 좋아해서, 21세기 초반에 친환경 야구에 대해서 좀 살펴본 적이 있었다. 거의 아무도 이런 데 신경 안 쓰다보니까, 그나마도 알고 있는 게 내가 거의 유일한 상황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의 환경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그런 게 좀 더 상식이 될 것이라고 20세기 후반에 사람들하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20년이 넘게 흘렀는데,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이 환경이 훨씬 더 관심이 많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1991년에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 있었다. 난리가 났다. 내가 기억하로는 것은 환경과 관련해서 진짜로 한국 기업들이 긴장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지금 4대강의 녹조는 페놀 오염과 비교하면 몇 배나 더 큰 사건이다. 그래도 아무 일도 안 벌어진다.
환경과 관련된 얘기들을 좀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원래 내 박사 논문이 지속가능 발전에 관한 이론적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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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주에는 라디오 방송이 세 개가 있다.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바쁜 거 진짜 싫어하고, 바쁘다고 얘기하는 건 더 싫어한다. 정권 바뀌면서 새로운 정권이 어떻게 갈 것인지, 그런 얘기들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몇 번 하게 된 건데.. 아마 조금만 지나면 이런 걸 전문으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무슨 얘기를 할지 찾아가게 될 거다. 

인사하는 거 보면서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갈지 좀 감을 잡았고, 몇 번의 크고 작은 경제 대책들 그리고 아주 큰 경제정책 방향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서 조금은 더 감을 잡았다. 

보수도 참 상상력들은 없다. 시간이 몇 년이 흘렀는데, 좀 새로운 것 좀 꺼내들고 오면 놀라는 맛도 좀 있고, “이건 또 뭐여”, 그렇게 분석하는 재미도 좀 있을 것 같은데. 기본은 mb 때 아니면 근혜 시절에 봤던 거에, 그때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는 못 했던 것들을 좀 디밀고 있는. 

중요한 것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그런 미래에 대한 문제다. 나쁜 놈만 패고 있으면 좋은 세상 만들어지나, 절대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미래는 그렇게 오지 않는다. 나는 그 미래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는 게 재미가 있다. 누구 욕하는 거, 사실 재미 하나도 없다. 

오늘 kbs 라디오 열린 토론 녹음 방송에 갔었는데.. 문득 이 자리에 내가 노무현 정권 때부터 앉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권이 바뀌면 자리 위치가 바뀐다. 그렇게 자리를 바꿔 앉는 것을 벌써 몇 번을 했는지.. 그 시간 동안 맨날 욕만 하면서 살았다면, 정말 내 인생도 아무 것도 남지 않을 허탈한 인생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신장식의 ‘신장 개업’에 조그만 코너 하나 하는 중인데.. 학교랑 재계약을 안 해서 호칭 얘기가 잠시 나왔다. 그냥 ‘우석훈 씨’라고 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 했다. 말만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실제 생각도 그렇다. 몇 년 전에 직장 민주주의 작업 하면서 이 생각을 좀 많이 했었는데.. Mr. 위에 Dr. 그리고 그 위에 Pr., 이거 되게 이상하기도 하고 촌스럽기도 한 것 같다. 그때부터 그냥 내 호칭을 사람들이 어색해하면 그냥 씨라고 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 말했다. 

씨, 이 정도만 되어도 괜찮은 호칭이다. 사실 우리가 남 호칭을 그렇게 하나? 대부분 개, 소, 말, 이런 게 막 튀어나오고, ‘새끼’만 되어도 애교다. 존만, 씹만, 하여간 우리나라 역사가 길어서 그런지 호칭에 관한 욕도 아주 다양하게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다. 그냥 씨 정도만 되어도, 생유. 영화 <매트릭스>에서 불어가 욕하기에 제일 좋은 언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찰지고 쫀쫀하게 호칭에 대한 욕이 많은 게, 우리 말도 불어 못잖다. 

나는 내가 희망하는 이상적인 세상의 모습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면 되고, 그거면 내 삶의 의미는 충분하다. 그렇게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조금씩 하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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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종강했다. 아마 내 삶의 마지막 수업일 것 같다. 학생들은 착하고, 같이 얘기하는 것도 즐겁다. 그래도 이번 학기까지만 하고, 재계약은 안 하기로 했다. 정년까지 할 수 있는 경우이기는 한데, 아버지 쓰러지신 이후로 도저히 내가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나름 내 인생의 종강인데.. 학생들하고 학교 앞 카페에서 차 한 잔씩 하고 이런저런 얘기하고 마무리했다. 학생들 보면, 더 많이 알려주고 싶고,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주고 싶다. 대학원 수업과 학부 수업은 좀 다르다. 어쨌든 학생들에게는 인생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어쨌든 내 인생에서는 지나간 일이다. 즐거웠던 일, 아쉬웠던 일, 섭섭했던 일, 그런 게 잠시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도 이제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보이는 나이다. 벌려 놓은 일이나 하던 것들, 환갑 전에는 마무리하고 싶다. 아이들 태어난 다음에는 모든 일들의 속도가 떨어졌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포기하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진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 속도를 늦추고, 좀 더 천천히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할 수 없게 된 일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 않는 걸 보니까, 이제 조금씩 내려놓는 데에 더 익숙해지는 것 같다. 

나도 할 수 없는 일 혹은 하지 못한 일을 누군가에게 해보라고 하는 건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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