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가 갑니다. 정권이 바뀌었고, 많은 여건들이 바뀌었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가장 열렬하게 윤석열을 지지하셨던 분은 아버님이었습니다. 박근혜 탄핵 때 헌법재판소에 있었던 수많은 태극기 중의 한 명이 바로 아버님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불화하던 아버님은 암으로 쓰러지신 뒤 6개월 정도 버티다가 떠나셨습니다. 그래도 지난 연말에 받으셨던 항암 치료가 잠시 효과가 있어서 그래도 좀 맑은 정신으로 잠시 주변을 정리하실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버님을 보내드릴 수 있어서,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감상선 치료제를 다시 드시기 시작한 후로 어머님의 치매는 잠시 안정 상태가 되어 어머님이 아버지 장례식장에 오실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도 무난하게 화장도 할 수 있어서, 이래저래 감사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아버님이 떠나시고 나서, 사랑하는 막내 동생이 두 번이나 크게 병원 신세를 졌고, 다행히 의식이 돌아와서 남은 생을 즐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에는 우리 집은 꽤 잘 사는 집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많은 집이 그렇지만 아버님 사업이 망하신 이후로는 그냥그냥 어머님 월급으로 살아가는 집이었습니다. 아버님이 남기신 재산을 다 정리하고 보니까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살 돈이 안 되더군요. 제가 다섯 살 때부터 살던 지금 집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서 어머님이 여생을 보내기에 좋은 형편은 아닙니다. 이래저래 집값 폭등으로 뭘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서 어머님 사시는 댁은 내년 아버님 1주기 때 다시 고민하기로 일단 미루어 두었습니다. 

둘째가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천식으로 입원을 했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좀 일찍 병원에 가서 작년처럼 폐렴 직전까지는 가지 않아서 입원은 했어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동안에 너무 계속 누워만 있었더니, 둘째는 살이 너무 쪄서 결국 비만 클리닉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아내가 심장이 이상한 것 같아서 병원 응급실에 가기도 했습니다. 

별 하는 일도 없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시간 관리가 너무너무 어려워서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정년까지 보장을 해준다고는 하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제가 환갑도 못 볼 것 같아서, 이제 더 이상 학생들 만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결국은 정리를 했습니다. 국회 들어가는데, 무직이라고 썼더니 성결대 교수 아니냐고 해서 ‘전직’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저한테 얼마나 삶의 시간이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직이라는 삶에도 적응을 하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코로나 이후 다시 귀환을 했고, 저는 아담 스미스 등 고전학파에서 얘기했던 자연 이자율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너무 고달픈 삶을 살 것 같아서 포기한 원래의 제 박사학위 주제가 이런 자연 이자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적정 이자율’에 대한 논의가 좀 있을까 하고 지켜봤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았더군요. 

미국의 기준금리는 대체적으로 4%에서 5% 사이 어디에선가 정착할 것 같고, 아마 이 상태가 꽤 길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몇 년 동안 달러를 둘러싼 음므론이 세계적으로 좀 유행을 하기는 했는데, 그런 정도의 음모는 아니더라도 ‘달러 패권주의’ 정도의 이름 붙일 수 있는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미국은 충분히 버틸 수 있고, 그 중심으로 실물 경제까지 재구성되는 일이 벌어지겠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제로 금리에 익숙해진 경제 시스템이 재조정되는 과정이 좀 둔탁하기는 하고, 수많은 파열음이 벌어지겠지만, 코로나가 만든 진짜 경제적 충격이 이제 오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 이자율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해보려고 합니다. 루돌프 힐퍼딩을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지금 와서 힐프덩이 소구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윤석열이 수많은 경제 조치를 했고, 앞으로도 또 할 것이지만, 가장 큰 건 역시 중국에 대해서 “우리 길을 간다”고 명확하게 입장을 보인 것 아닌가 합니다. 다른 대안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 천천히 뒷끝이 나오겠지요. 아마 2년 정도 격차를 가지고 본격적인 실물 충격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그렇게 중국에서 나오는 기업들을 법인세를 낮춰서 다시 한국으로 수용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글쎄요. 경제 이론에 대해서 너무 생각하지 않는, 그야말로 어설프게 시장 경제만 얘기하는 모피아들의 찌라시 수준의 낙관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충격은 오게 될 것이고, 2년 정도 격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터져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합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제로 금리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에 익숙해서 새롭게 변한 경제적 질서에 정서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중국 경제와의 새로운 관계가 더해지면, 상당히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윤석열 경제 특유의 노동자 쥐어짜기로 넘어갈 수 있을까. 저는 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게 존재합니다. 노동자 핍박으로 단가 낮추기를 시도하는 건데, 이게 세계적 질서에 이제는 안 맞습니다. 예를 들면, 주3일 노동제, 이런 게 점점 더 현실에서 드러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일주일에 3일만 일을 한다는데, “하고 싶은 자 마음대로 일하게 하라”, 이런 쥐어짜기가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통할 수 있을까, 좀 어렵다고 봅니다. 

한 해를 지나면서 생각해보면, 올해는 기존의 ‘불안한 균형’이 결국에는 깨어지고, 이제 새로운 균형으로 전환되는 전환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교과서에나 보던 스태그플레이션이냐? 저는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경기 침체이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다시 원상으로 회복될 것이다, 이런 게 아니라 구조 자체가 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 기간에 기층 민중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버티는 게 정부의 역할인텐데, 아마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동자 쥐어짜기’와 감세로 이 파고를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매우 고답적인 결론을 내릴 확률이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때는 더 했다”라고, 이제는 돌아가신 저희 아버님처럼 말할 것 같습니다. 문재인 때에는 없었던 새로운 세계적 경제 구조의 변화가 지금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아버지에게는 그런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저희 부자는 제가 스무살이 되고 난 이후로는 거의 대화가 없었드랩니다. 

저는 사람들이 “경제는 심리”라고 말할 때, 별로 그렇다고 동의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매스의 행동으로서의 거시적 현상이 등장한다는 얘기를 케인즈도 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케인즈가 그 모든 것을 심리로 환원해서 설명하려고 했던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여전히 경제는 생산구조와 생산관계 그런 가치 측면의 많은 것들이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이자율은 그런 개념입니다. 이자율과 중국과의 관계, 그 두 가지가 결국에는 많은 것을 결정할 것이고, 그런 변화가 이제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 2023년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제에서 국가는 무엇인가, 그 질문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는 2024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간 단계로 많은 것들을 목격하게 될 2023년, 이제 본격적으로 ‘변화’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여러분들도 잠시라도 시간을 내시어 여러분들의 2022년을 정리하고, 더 즐겁고 신나는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한 준비를 하실 수 있기 바랍니다. 저는 2023년은 건강을 회복하는 한 해로 정했습니다. 어린이들 밥 해주고, 학교 데리고 오려면, 조금은 더 버텨야 할 것 같습니다. 

가내에 평화를 기원합니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