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변수들은 인플레이션이나 이자율 자체가 아니라, 세계적인 레짐 체인지일 것 같다. wto가 만들어지는 90년대 초반 이후 세계화 국면이 한참 진행되던 시점까지 다자간 자유무역 질서가 세상을 보는 가장 큰 눈이었다. 

트럼프 때 이게 깨어졌고, 궁극적으로 세계적 레짐이 어디로 갈 것인지 미국도 방향을 못 잡고,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가 좀 흘렀다. 여기에 팬데믹이 등장했다. 변화가 팬데믹 사이클에 맞춰 더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은 원튼 원치 않튼 강달러 시대를 만들었고, 이 강달러가 세계적 경제 질서를 급격하게 변하게 만들었다. 일단은 강달러 악셀을 세게 밟았고, 미국이 경제의 주도권을 다시 쥐었다. 냉전 시대 이후에 형성된 세계의 보호자로서의 미국의 모습은 이제 없다. 미국 정치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트럼프 혹은 그런 스타일의 귀환일 것이다. 지금 강달러에 어려움을 느낄 다른 나라 살필 형편이 아닌 것 같다. 

환경에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전쟁은 좀 멀게는 오존층 파괴와 관련된 몬트리올 의정서 정도로 올라갈 수 있다. 냉장고를 비롯한 냉매를 사용하는 제한된 제품들이 무역 전쟁의 서막을 알린 것 같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무역 전쟁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wto나 그딴 국제적 중재 같은 것은 마치 없는 것과 같다. 

유럽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미국이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영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마크롱이 맨 앞에 나서 있다. 아주 익숙한 포맷인데, 미래라는 이름으로 지역 생산품과 보조금을 연계시키는 것은 wto 체계에서는 아주 이질적인 것이다.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룰라의 주도로 중남미 권역에 대한 경제 통일과 함께 단일 통화가 추진 중이다. 워낙 이 지역 경제가 고질적으로 어려워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과연 룰라의 리더십이 이 정도로 갈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각개격파되던 중남미 경제에 새로운 논의의 전환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지역화라는 말을 그 전에도 썼지만, 이렇게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지역화는 90년대 이후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에 생산지를 두고 남을 기업은 얼마인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될 것인가, 그런 게 새로운 질문이 되었다. 결국 지역별 규모의 경제가 새로운 레짐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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