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를 처음 샀던 것은 <커피 프린스 1호점> 때의 일이었다. 원래 나온 오리지널도 샀고, 대사와 함께 같이 나온 익스텐디드 버전도 샀다. 그리고 10년 가까이 운전하면서 주로 들었던 노래도 커피 프린스 1호점 노래였다. 이윤정 피디가 미국 가기 전에 약간의 교류가 있었는데, 그래서 이 드라마를 많이 봤던 건 아니다. 운전할 때 티맵을 주로 쓰는데, 여기에 AI가 시작되면서 음악 듣기가 너무 편해졌다. “아리야, 드라마 커피 프린스 노래 틀어줘”, 이렇게 하면 러브홀릭의 <화분>이 맨처음 나온다. 그렇게 한참을 듣다가 “아리야, 러브홀릭 노래 틀어줘”, 이렇게 듣다 보면 어지간하면 목적기에 도착한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2007년에 나왔다. 그 사이 10년이 넘게 지나서 너무 옛날 노래가 되었다. 그 다음에 드라마 ost 앨범을 산 게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멜론으로 충분히 잘 들을 수 있는 데에도 굳이 CD를 산 것은, 나중에 죽기 직전에 이 앨범이 듣고 싶어질 것 같아서 그렇다. 드라마 한참 하던 초기에는 두 장짜리 전곡 수록 앨범이 나왔는데, 내가 샀을 때에는 그건 이미 품절이었고, 화보집이 들어가 있는 한 장짜리 CD 밖에 없었다. 

드라마 대본을 구해서 읽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미스터 션샤인>은 투자 받기 위해서 제작사에서 만든 기획의도 등이 들어간 프리젠테이션 자료도 보았다. 대본을 볼 수 있겠느냐고 부탁을 했더니, 관련 자료까지 따라서 왔었다. 

한동안 드라마 볼 형편이 아니다가 드라마를 다시 본 건 <응답하라 1994> 이후였다. 응사와 응팔 다 재밌게 봤고, 음악도 챙겨서 듣기는 했는데, 대부분 카피 버전이라서 그때 듣고 시간이 지나가면 잊혀질 음악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죽기 전에 응사 음악 틀어줘, 응팔 음악 틀어줘,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대충대충 뭐가 있나, 그렇게 듣다가 강렬하게 드라마 ost를 사고 싶다는 충돌을 갖게 한 것은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의 <어항>을 듣고 난 후의 일이다. 솔직히 스텔라장이 누군지도 몰랐고, 젊은 가수들 노래 들을 기회도 별로 없었다. <어항>은 녹음 상태가 한국 음악 같지 않게 너무 좋았다. 스텔라장을 꼭 만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항> 녹음한 스튜디오는 가보고 싶었다. 가사가 너무너무 좋았고, 녹음이 기가 막혔다. 그래서 그 후로는 오랫동안 스피커 자리를 옮기거나, 앰프를 바꾸면 모니터용 음원으로 스텔라장의 <어항>을 많이 썼다. <나꼽살>이라는 팟캐스트를 김미화랑 같이 진행할 때, 초기에 <나꼼수>가 녹음하던 스튜디오를 같이 썼다. 파스텔 뮤직이라는 홍대 앞 인디밴드들 주로 녹음하는 곳이었다. <문화로 먹고 살기> 책 작업하면서 장기하 음악 같이 하던 사람들 인터뷰도 했었고, 파스텔 뮤직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었다. 나중에 몇 달 동안 파스텔 뮤직 스튜디오에서 가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었다. 초기에는 파스텔 뮤직 엔지니어들이 팟 캐스트 편집도 해주었었다. 

두 개의 스피커가 있는 스테레오에서는 왼쪽, 오른쪽의 위상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오디오 마케팅에서는 한 쪽 벽이 넓은 곳에서 쇼파에 앉아서 음악을 듣는 사진을 주로 쓴다. 그렇게 좌우 벽이 대칭적이고, 딱 쇼파에 앉았을 때 고음이 나오는 트위터가 귀의 위치에 있게 들을 수 있는 자리, 그걸 ‘스윗 스팟’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설치하고 그 자리에서 들어야 좋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기는 한데, 일상 생활에서 그걸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 쪽 벽이 막혀 있거나, 책장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좌우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일단 이것부터 맞추는 게 먼저다. 

그럴 때 주로 쓰는 음원이 스텔라장의 <어항>과 아이유의 가을 아침이다. 이게 특히 녹음이 잘 되어서, 보컬 목소리가 스피커 약간 윗쪽, 머리 위에 잡히면 좌우 정위가 맞는 거다. 이게 안 맞으면, 맞을 때까지 끙끙거리면서 맞을 때까지 큰 스피커 위치를 조금씩 옮기면서 노동 무한반복. 스피커를 자기 있는 쪽으로 살짝 돌리는 걸 ‘토우인’이라고 하는데, 이걸 사용하면 좌우 정위를 맞추는 게 좀 쉬워지기는 하는데, 나는 토우인을 안 하는 쪽 소리를 더 좋아한다. 보컬이 악기에 묻히면 모니터링 음원으로 사용하기가 좀 그렇다. 

가끔 케이블 검은색, 빨간색 색깔을 잘못 맞춰서 좌우가 아예 바뀔 때가 있다. 물론 바보 같은 짓을 한 건데, 가끔은 그런 일도 벌어진다. 그때 왼쪽, 오른쪽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듣는 노래는 롤러코스터의 <어느 하루>다. “시계 바늘소리 너무 크게 들어와”, 그렇게 시작하는 보컬이 오른 쪽에서 시작한다. 리드 기타는 왼쪽에서 시작한다. 드럼과 기타로만 노래를 진행하다가 나중에 베이스가 들어온다. 이때쯤이면 보통 노래와 같이 보컬이 정가운데로 이동해 있다. 여기에서 별 문제가 없으면, 이 때 스텔라장의 <어항>을 다시 한 번 틀어본다. 

<어항>은 보컬과 피아노로 시작하고, 한 소절 지나고 나면 기타가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베이스가 들어온다. 스테레오에서는 좌우 정렬 개념만 있는 건 아니고, 음장이라고 부르는 위아래 효과도 있다. 제일 큰 건 역시 보컬이다. 보컬이 윗쪽 부분에 제대로 맺히는 것을 비롯해서 악기들이 정위치에 있는지, 이걸 음상이라고 부른다. <어항>의 녹음이 음상이 잘 살아있어서 여전히 스피커나 앰프 배치 바뀌면 제일 먼저 들어보는 음악이 되었다. 물론 다른 노래로 해도 되는데, 새 스피커 사면 누구나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들을 틀어보게 된다. 예전에 들었던 그 감동이 새 시스템에서 살아있는지, 더 좋아졌는지, 그런 걸 제일 먼저 확인해보고 싶어진다. 

<청일전자 미쓰리>의 <어항>은 음원을 사기는 했는데, 음반은 사지는 않았다. 내가 옛날 사람이라서 여전히 음악을 들을 때, 들을 만한 노래를만을 편집한 플레이리스트 방식으로 듣지는 않고, 앨범 전체를 듣는 방식으로 듣는다. 그래도 계속 들을만한 노래가 3~4개는 되야 앨범을 사지, 하나만 있을 때 앨범을 사기는 좀 그렇다. <청일전자 미쓰리> 망할 뻔한 중소기업을 회생시키는 얘기다. 경제학자라서 재밌게 본 드라마인데, 마침 그 시절이 직장 민주주의 분석 작업하던 때였다. 응팔의 덕선이가 평직원으로 나왔다가 사장이 되어서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는 얘기들에서 꽤 많은 생각을 끌어낼 수 있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좀 복잡한 경로로 보게 된 것인데, 제일 큰 이유는 지금처럼 OTT가 유행하기 이전에 OTT 방식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라서 보게 되었다. 스튜디오드래곤이라서 만든 드라마인데, 그 이유로 본 건 아니고, OTT 투자의 사전 제작방식으로 만들면 어떻게 다른가,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드라마 <킹덤>이 막 기획되면서 기본 스토리만 잡혀있던 그런 시절이었다. 

오프닝 음악이 너무 좋았는데, 용재 오닐은 이름만 들었지, 사실 이때 처음 들었다. 드라마 오프닝 볼 때마다 꿈꾸듯 황홀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얘기는 슬픈 얘기다. 삶의 종점인 것처럼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 사나이들, 조선이 망하던 그 시대 얘기가 즐거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완익을 맡은 김의성의 연기가 너무너무 좋았다. 그래 저게 나쁜 놈이지! 

그전에 유연석 나온 영화를 몇 개 봤는데, 솔직히 좀 별로였다. 응사의 칠봉이 때, 좀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같은 짝사랑 역할인데 구동매는 정말 가슴이 저렸다. 정의 같은 것은 없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 연정만큼은 진짜일 것 같았다. 세 사나이의 엇갈리는 삶 속에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음악만이 남았다.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이오. 혹시 아오? 내가 그날 밤 귀항에게 들킨 게 내 낭만이었을지..”
“조선 최고 사대부의 아기씨가 하기에는 과격한 낭만 같은데.”

배 위에서 노젖는 유진 초이를 얼굴을 보며 고애신이 했던 대사다. 사랑, 때로는 위험하고 위태롭다. 그때 나왔던 노래가 일레인(Elaine)의 <슬픈 행진>이었다. 내가 살았던 한 순간을 다시 기억할 때, 이런 걸 재밌게 보고 듣던 그 순간이 다시 기억날 것 같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아직 내가 열심히 살았던 순간, 그런 순간이 기억나면 좋을 것 같다. 

https://youtu.be/z1QWZV300q4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