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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22.04.25 프랑스 대선과 극우파.. 2
  5. 2022.04.14 감사만 하면서 살고 싶은.. 8
  6. 2022.03.30 인수위 보고서를 기다림.. 2
  7. 2022.03.30 anti-social 8
  8. 2022.03.28 쫄면에 물을.. 3
  9. 2022.03.27 우정과 환대의 공간
  10. 2022.03.24 앞으로의 5년 4

변화..

책에 대한 단상 2022. 5. 21. 14:08

요즘 시간 관리가 너무 어렵다. 학교는 원래 2년씩 재계약하면서 정년까지 하는 조건인데, 재계약 안 했다. 내가 시간 관리를 잘 못 해서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아쉽다는 생각이 아주 안 든 건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무리다. 아디오스. 

이제 나도 50대 중반이다. 큰 애가 환갑 잔지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본다. 아빠는 환갑 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환갑 전에 내가 하던 일은 마무리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목표는 일단 그렇다. 쓰던 것들 마무리하고, 구상만 해놓고 전개하지 못한 것들 마저 하다 보면 5년은 후딱 갈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고독이라는 감정을 잘 못 느꼈던 것 같다. 왕따 되기 보다는 왕따 놓는 스타일, 난 니들하고 안 놀아.. 

아이들 키우면서 정말 몸서리치게 고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내랑 교대로 애들 데리고 나가서 잠깐씩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려고는 하는데, 그래봐야 서로 밀린 일들 처리하면 시간이 후딱 간다. 고독이라는 게 그렇게 고급스러운 감정인지는 그때 처음 알았다. 몇 년 동안 고독할 시간이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 같다. 

그래도 그냥 같은 또래들 친구랑 어울리면서, 그렇게 남은 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하다가는 시간 가는 것이나 세상 변하는 것을 전혀 모르게 될 것 같다. 세상은 변하고, 흐름은 더욱 더 긴박하게 변한다. 거기에 맞추기는 어렵더라도 이해도 못 하고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내 주변에 늘 사람이 많았었는데, 요즘처럼 사람이 없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이들 몇 년 키우다 보니까. 정말 내 삶은 미니멀하게 되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전혀 모르고 생소하던 사람들을 찾아서 만나고, 또 물어보고 한다. 몇 년 동안 여유 되는 대로 중2~중3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제 좀 이 틀을 바꾸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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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경제학은 고등학교 강연 요청이 좀 온다. 어지간하면 고등학교는 갈려고 하는데, 내가 시간을 잡기가 어렵다. 

직장 민주주의도 강연 부탁이 꽤 온다. 코로나 전에는 진짜 많았는데, 정말로 형편 되는 데 몇 개만 했다. 

좌파 에세이는, 하기로 했다가 취소된 게 이래저래 열 개 가까이 되는 것 같다. 확실히 좌파라는 주제는 비인기 주제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혐오재이기도 한 것 같다. 

도서관 한 곳에서 이걸로 강연을 잡아서 간다고 했는데, 결국 그거만 빼고 아무 거나 하고 싶은 거, 이렇게 연락이 왔다. 좌파만 빼고 아무 거나.. 이래저래 없어지다 보니까 환경운동연합 독서모임에서 발제해주기로 한 거 하나 남았다.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면 좌파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기는 한데, 돈만 생각하고 살아온 삶도 아니고, 이것저것 형편 보면서 나에게 유리한 것만 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싫었고. 무엇보다도 인생 후반기를 정리하는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내가 누구냐, 그런 얘기를 좀 명확히 하고 싶었다. 

어제 라디오 방송하면서 “진보 경제학자와 좌파 경제학자가 차이가 뭐냐?”, 이런 청취자 질문에 답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진보와 좌파라는 질문이 답 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그 중에서 이 질문은 가장 쉬운 답이다. 경제학으로 좁혀서 생각하면 이건 정말 쉽다. 사회경제학, 맑스주의 경제학, 케인즈 좌파, 제도주의 좌파, 생태 사회주의, 좌파 경제학도 조금 복합적이기는 하지만, 정의나 분류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베블렌은 맑스는 별로 안 좋아했지만, 넓게 보면 제도학파 전통에서의 좌파의 한 흐름을 형성하는 것은 확실하다. 진보 경제학이라는 건 없다. 지금에 와서는 ‘진보’라는 말을 지금 우리가 의미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사실상 없다. 

적당히 좀 살면 안되는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살살 살 수는 있지만, 적당히 살기는 싫다. 여건에맞춰, 형편에 맞춰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덜 열심히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때그때 상황 봐서 적당히 사는 건 싫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진작에 했겠지. 

오늘 부천의 어느 고등학교에 가기로 했다. 그 바람에 큰 애가 학교에서 집에 버스 타고 혼자 오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혼자 할 수는 있는데, 내가 있으면 보통은 데리고 왔었다. 둘째 초등학교 3학년 되는 올해까지는 그래도 우리 집 어린이들 하교하고 돌보는 건 좀 더 하려고 한다. 

다음 달에는 어머니 병원에서 인지 검사 받는 게 큰 일이다. 아버지 재산 정리하는 것은 머리가 아파서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6개월 내에 처리하면 되는 일이라서, 방학 되면 하려고 한다. 지금은 아직 머리 지끈지끈한 일들이 너무 많다. 

어제 아는 사람이 대학교 2학년인 자기 딸 얘기라고 하면서 전해줬는데, 남자들이 ‘개념 탑재’ 안 되면 한국인은 멸종이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 시대에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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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요양 보험 등급 판정 받을 때 쓴 진찰비 환급해가라고 전화 연락이 왔다. 원래는 어머니 카드로 했는데, 번거로워서 그냥 내 계좌 불러줬다. 문재인 시절에 암 치료와 치매 치료는 확실히 이전보다 나아지기는 한 것 같다. 처음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판정이 나오고 나면 그 다음에는 돈이 확 떨어진다. 나도 아버지 병원 입원비 중간 정산 때 쓴 몇백만 원도 결국 나중에 환급받았다. 몇 가지는 문재인이 개선을 하고 가는 게 있기는 하지만, 그런 얘기가 지금은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 내가 가지고 있던 루틴이 많이 깨졌다. 장례식 겨우겨우 마쳤더니, 그 다음 주에는 둘째가 코로나 확진이라서, 일주일 격리하느라고 또 묶여 있었다. 그러면 그렇게 있는 동안에 밀린 일들을 좀 처리할 수 있나, 그렇지는 못하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아직 아버지가 남긴 재산도 다 파악을 못했다. 하이고, 만 원 미만 계좌가 왜 이렇게 많은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여기저기 진짜 다양하게도 흩어져 있다. 아버지 사시는 집을 이사를 할지, 그냥 지낼지, 아주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매일 생각이 변한다. 아버지 돈을 다 모아도 휠체어 다닐 수 있는 집으로 이사 갈 형편은 아니다. 어머니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하이고 복잡다.. 어머니가 평소 때 같으면 이건 일도 아닌데, 지금은 치매가 좀 진행이 되어서 의사결정이 어렵다. 매일매일 생각이 바뀐다. 

애들 학교에서 장례식 때 결석한 거 처리하기 위한 서류로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떼어보니까, 아버지 항목에 ‘사망’이라고 네모 박스 안에 담겨 있다. 기분이 잠시 좀 그랬다. 어머니는 얼마나 사실까? 잘 버티면 10년은 더 사실 것 같은데, 치매와 우울증 그리고 강박증 같은 게 점점 더 심해져서 사소한 일들 하나도 처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눈이 안 가는데, 그래도 누가 보내줘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잠시 살펴봤다. 참 눈 안 가게 정리되어 있다. 평소 같으면 받자마자 쭉 봤을텐데, 진짜 눈 안 간다. 186 페이지인데, 첫 페이지 펴자마자 안철수 향기가 물씬 난다. 뭐가 윤석열 생각이고, 뭐가 안철수 생각이고, 구분하는 것부터 힘들다. 너무 머리 팽팽 돌아야 해서, 몇 페이지 보다가 잠시 보류. 소통이라고 제목을 쓰고 db 얘기만 잔뜩 나온다.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면 이게 소통인가? 아이고, 안 선생.. 

몇 페이지만 잠시 봤는데, 재정준칙 도입한다는 초반부까지 보고 말았다. 딱 드는 생각이, 흔히 모피아라고 불리는 경제 공무원들이 나라 가지고 놀겠다는 생각이. 나는 재정준칙에 대해서 무조건 안 된다,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게 국정 과제로까지 올려서 추진할 일인가 싶은 생각이 문득. 그래봐야 민주당이 아직은 과반이 넘어서 되지도 않을 일인데, 떡허니 국정 과제 앞 부분에 올라와있다. 지출 효율화라는 구정 과제를 제대로 하려면 예산당국과 재정당국을 분리해서 mb 이전으로 돌아가는 큰 변화부터 시도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하여간 안철수의 고집과 윤석열의 무관심이 만나서 서로 결이 다른 정책들이 좀 섞여 있는데, 하나하나가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떻게 통과된 것인지 생각을 좀 해봐야 하는 사안들이다. 안철수 걸 골라내는 게, 이게 안철수 정부가 아니라서 그렇다. 그가 얼마나 더 힘을 쓸지, 얼마나 더 버틸지, 지금으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거 분석도 하고, 토론회에서 발제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내 코가 석자다. 당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줄을 서 있다. 이것만 들여다보고 있을 형편이 당장은 아니다. 

일이 너무 밀려서 오늘은 간만에 밤을 새야겠다. 안 그러면 도저히 너무 밀려서 헤어나오지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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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는 마크롱이 58.2%를 득표하면서 끝났다. 기권표는 28.22%에 달했다고 한다. 

마린 르뼁의 연설을 들었는데, 우와.. 무지무지 살벌한 어투다. 곧 있을 총선에서 자기가 끌고 나갈 테니까, 위기에 빠진 공화국을 살려내자고 하는 것 같다. 극우파의 연설은 아버지 르뼁 때 몇 번 들은 적이 있고, 토론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찬찬히 들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마린 르뼁의 연설은 처음 들었다. 

생각해보니까 극우파 연설은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극우까지는 아니고 중도 우파 정도라고 할 수 있는 시락의 연설은 종종 들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통령 되고 나서, 기술적 현실의 문제로 딱 한 번만 더 핵실험을 해야 하니까, 여기에 대해서 양해를 해달라고 하는.. 이게 나중에 영화 <고질라>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프랑스 정보요원인 장 르노가 영화에 나왔던 건 이런 이유고.. 

마린 르뼁의 연설 중에 모여 있는 지지자들을 계속 보여줘서 어쩔 수 없이 봤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다. 예전 아버지 르뼁 시절에 봤던 지지자들 보다는 확실히 젊어진 것 같다. 유로 의회에서는 극우파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최대 정당이다. 

한 때 스위스 극우파는 열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아직도 생소하다. 유럽 뉴스라고 해봐야 가끔 르몽드 들여다보는 정도만 보는데, 이래서는 각 국가별로 소소한 사정들을 알기가 어렵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좀 넓게 보고 각국의 극우파 사정들에 대한 연구들을 좀 해보려고 한다. 아는 게 너무 없다. 작년에 스웨덴 극우파 볼 일이 있어서 살펴봤는데, 당명이 민주당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내가 너무 아는 게 없어서 좀 그랬다.

이준석은 예전에 좀 알고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중도에서 출발을 했는데, 대선 지나면서 부쩍 극우파 쪽으로 이동을 한 것 같다. 

결국에는 글로벌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이 분야에도 존재하는 것 같다. 선진국이 되면 벌어지게 되는 일종의 선진국 현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자본주의가 궁극에 만나게 되는 어느 단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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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아버님 무사히 잘 보내드렸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아버님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 찐한 기억을 가지고 떠나셨을 것 같습니다. 


거듭,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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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큰 애가 학교 안 가고 줌수업을 시작했다. 

마음은 한 달만 지방에 가서 밀린 일들 좀 처리하고 오면 딱 좋겠구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번 학기부터 애들은 학교 돌봄 교실은 안 하고, 방과후만 한다. 애들 데리러 오는 시간이 제각각이고, 그나마 태권도장이 마지막 시간에 겹치지 않으면 난리 부르스가 난다. 

줌 수업한 큰 애가 학원 보내달라고 해서, 운전하고 들어와서 잠깐 앉았더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둘째인데, 이따 4시에 집에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빠가 갈께.. 

시간이 이렇게 조각 나고, 저렇게 조각 나고. 저녁 때 기자들하고 식사 자리가 있는데, 올 생각 없느냐는 전화가 없다. 택도 없다고 그랬다. 전화 끊고 돌아서는데, 고위직에 임용될 것 같은 사람 같이 볼 생각 없냐는 전화가 왔다. 당분간 여건상 아무도 안 만난다고 했다. 보기는 지금 내가 누굴 보겠냐. 

아내가 휴가를 하루 낸다고 해서,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이게 하루이틀 하는 게 아니라서, 그렇게 한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기쁜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다시 5.1 채널 해볼까 하던 시절에 봐두었던 미니 스피커가 있다. tv 좀 큰 걸로 바꾸면서 마루에는 입체 음향을 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아내가 얼마 전에 산 서랍장은 절대로 치우면 안 된다고.. 도저히 프런트 스피커 놓을 공간이 나오지가 않는다. 후면 스피커 배치 위치도 간당간당하고. 결국 포기. 

아버지 장례 때문에 돈 나갈 거 계산하다가 머리고 뽀개질 것 같아서.. 캠브리지 오디오 미니 스피커 싸게 나왔길래 그냥 주문했다. 39만 원. 애들 조금 더 크면 언젠가 tv 큰 걸로 바꾸고, 그때는 애트모스 설치하리라, 그때 쓸 스피커를 미리. 잠시 기분이 좀 풀렸다. 오늘 저녁에 배달 온단다. 아주 예전, 그러니까 부천 살던 시절에 캠브리지 오디오를 메인으로 쓰던 시절이 있었다. 결혼 하기 전, 그야말로 현대 다니던 시절이었다. 대기업 과장 시절. 

이렇게 쪼개진 시간 사이사이에 5년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질문들을 가끔 던져본다. 정치 얘기는 아니다. 정치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정치에 대해서 그렇게 고민하는 건 아니고. 집값은 어떻게 될까, 사교육비는 어떻게 될까, 물가는 어떻게 될까, 그런 질문들이다. 차분히 10개 정도 질문을 정해서 대답해보려고 한다. 사실 나도 궁금하다. 인수위 보고서를 그 어느 때보다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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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social

책에 대한 단상 2022. 3. 30. 01:57

대선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보수 쪽 인간들의 스타일이 조금은 더 뚜렷하게 잡히는 것 같다.

윤석열은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에 너무 많은 것을 걸었다. 경상도 말로 ‘싸나’라고 하나? 싸나가 한다고 했으면.. 나는 한다고 했으면 하는겨! 별로 나는 풍수지리 같은 거 잘 믿지도 않고, 점도 안 보는 편이다. 대학교 졸업할 때 운동권들이 사주 보러 가고, 심지어는 국운도 점 보러 간다고 할 때..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윤석열을 보면, 이건 미신을 믿는 거 아니라고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마치 멱살을 잡고, “내가 너랑 소통한다고 했잖아”, 이렇게 흔들어대는 격이다. 행정에서는 그걸 “거칠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그게 검사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행정은 좀 거칠고 투박하다. 내내 그럴까? 

이준석은 유럽식으로 표현하면 anti social, 반 사회적 속성이 그냥 드러나는 것 같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취해야 하는 최소한의 에티켓 같은 게 있다. 이건 혐오도 아니고, ‘갈라치기’ 같은 익숙한 통치술도 아니고, 그냥 anti social.. 사회적으로 형성된, 그런 사회적인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너무 잘 나서 그런가? 사회화가 덜 되었다. 그건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에티켓 같은 것이다. 이념이 다르고 윤리가 달라도 우리가 한 사회에서 같이 살기 위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세 같은 게 있다. 약자의 문제가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이건 표나 정치와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다. 왜 청와대나 국회 안 가고 지하철에서 이 난리야! 결국 이 소동은 장애인 단체에서 지하철 집회는 안 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 혐오 같은 고상한 철학적 용어로 이해할 게 아니라, 그냥 사회적인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안티 소시얼,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런 인간들과 5년을 지낼 생각하니, 머리 한 구석이 빡빡하다. 그래도 또 살아야 하니까, 더 정신 똑바로 차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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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면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먹었던 기억이다. 학교 앞 분식점이었는지, 광화문 분식점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세상에 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나 싶었다. 북경 오리는 런던에서 처음 먹었다. 지금도 가장 맛있게 먹은 북경 오리는 런던에서 먹었던 것이었다. 참 신기하고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쫄면만은 아니다.

  
태국 쌀국수 중에 꽤 오래 삶기는 해야 하지만, 쫄면만큼 쫀쫀한 국수가 있다. 유학 시절에는 그걸로 쫄면 비슷하게 많이 해먹었다.

 
밤에 배고파서 쫄면을 해먹기로 마음을 먹었다. 콩나물도 데쳐서 넣고, 삶은 계란 빼고는 분식집하고 거의 비슷하게 했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물을 넣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그냥 물 넣고, 얼음 왕창 때려넣고, 육수 느낌 내려고 쯔유를 조금 넣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천상의 맛 같았다. 냉면 느낌 보다는 물회 느낌이 더 났다. 포항 같은 데 가면 양념 조그만 한 물회가 나오는데, 그런 느낌이었다. 너무 단 음식 별로 안 좋아한다. 양념 너무 많이 한 물회는 달아서 별로.. 


속상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오늘은 소주 한 병 탁 마실려고 했었다. 며칠 전에 배달 시켰더니 서비스로 준 소주 한 병이 냉장고에 그대로 있다. 독한 기분에 속상한 마음까지 태워 보낼 때에는 역시 소주 만한 것이.. 


물 넣은 쫄면 먹고 나니까, 소주니 뭐니 술 마실 생각이 싹 사라졌다. 햐, 맛있게 먹은 여운이 굉장히 오래 간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워낙 맛있다는 것만 처먹고 다녀서 그런지, 뭔가 맛있게 먹고 감동적이라고 하는 순간이 별로 없다. 일단은 요즘 음식들이 너무 달고.. 


팬데믹 3년째, 느는 건 요리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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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환대라는 예전에 자주 사용하던 개념을 사용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이것저것 다시 찾다보니.. 김현경 선생은 요즘은 뭐하고 계시나, 궁금하기도 하고. 

정재승과 조한혜정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대결과 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하는 요즘, 우정과 환대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잠시 조한혜정이 주목했던 40대에 대한 생각도 이리저리 들었다. 한때 서태지 세대라고 불리웠던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나는 서태지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새로운 다양성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IMF가 그들의 삶에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을지도..

뭔가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주 오래 전 정재승의 인터뷰를 보면서, 일요일 오전을 마무리한다. 

 

http://ch.yes24.com/Article/View/17417

 

[정재승이 만난 사람들]우정과 환대의 돌봄 인문학, 조한혜정 교수 | YES24 채널예스

삶이라는 건 하나의 사이클이에요. 그걸 아이들이 모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네가 60이 될 때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바람이 불 때도, 눈보라가 칠 때도 있겠지만 그걸 모두 겪

ch.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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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이 국회의장이 되었을 때, 국회 안에서 뭔가 해보라는 권유가 엄청 많았다. 그때도 별 거 안 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후, 나는 애들 보던 거 그냥 하고, 아내가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적응을 하는 거를 뒷받침하면서 살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다들 줄 서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한 자리 하는 걸 보면서, 나는 그냥 좀 안 그러고 싶었다. 소소한 이유를 따지면 정책에 대한 결이 달랐던 것도 좀 있었고. 

이제 정권이 바뀌었다. 이제 나는 본격적으로 50대 중반이다. 망했던 나의 40대가 다시 생각이 났다. 나의 40대는 mb와 함께 시작이 되었고,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나의 40대는 온통 헤매고 고생하고, 슬퍼하고, 먹먹해하던 기억만이 남았다. 

내 인생을 잠시 살펴보면, 그래도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원 없이 해볼 수 있는 시기는 그야말로 한 턴, 공교롭게도 이번 정권의 5년,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마 그 시기가 지나면, 지금처럼 가만히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생각이 나고, 새로운 시도가 생각이 나는.. 그런 때가 지날 것 같다. 에이징 커브, 아마 나에게도 그런 게 올 것 같다. 

평생 머리가 팡팡 도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12시가 넘어가면 잠이 쏟아져서, 집중해서 글을 쓰는 건 하기가 어렵다. 밤 새서, 아니 며칠씩 밤을 새던 그런 시기는 나에게도 끝이 왔다. 아마 몇 년 지나면, 낮에도 집중이 어려운 그런 때가 올 것 같다. 

일단 정한 것은 내가 하던 일들을 5년 내에 어느 정도는 마무리해서, 어느 때 손을 내려놓아도 괜찮은 상태를 만들어 놓으려고 한다. 안 하던 일을 새로 하기는 어렵고, 그냥 하던 일들을 마무리하는 정도로. 아마 5년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지금 무슨 엄청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좌파 에세이를 쓰면서, 나의 남은 날들을 누구와 보내게 될지 생각을 많이 했다. 어쩌면 그런 생각이 나에게 그런 글을 쓰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좀 더 어려운 사람들, 더 힘든 사람들, 그들과 나 생의 나머지 시간들을 보내려고 한다. 더 소수자, 더 어려운 곳, 평생을 그런 곳에서 지내려고 노력했고, 나머지 삶들도 그렇게 될 것 같다. 

60대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둔 것이 없다. 아주 옛날에는 그 시간이 오면 <삼국지> 같은 거다 새로 쓰면서 지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그것도 어린 시절의 생각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불어 번역은 괜찮게 하는 편이다. 노년에는 책이나 번역하면서 보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그게 생각보다 체력과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일이라서.. 그것도 어려울 것 같다. 그냥 나 쓰는 용돈이나 번다고 생각하면, 이름 걸지 알고 그냥 매절로 번역하는 정도의 일을 해도 그냥그냥 살아갈 것 같기는 하다. 나는 돈을 많이 쓰는 스타일의 삶을 살지는 않았다. 

한 가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정부 기구나 공기업 같은 데 무슨 자문이라고 하면서 틈틈이 가서 아무 소리나 막 하고, 밥 얻어먹고 오는 일.. 그런 것은 정말 안 하고 싶다. 

시민단체 같은 데에서 발제 부탁이 와서, 몇 개는 해줬고, 앞으로도 좀 할 게 있다. 생협에서 가을에 기념 강연 같은 거 해달라고 해서, 그것도 해준다고 했다. 아마 그렇게 어렵지만 근근이 버텨가는 단체들 조금씩 도우면서, 그렇게 내 삶의 남은 시간들을 쓸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박용진을 조금씩 돕는 중이다. 별 다른 이유는 없다. 그가 도와달라고 했는데, 오죽하면 나에게 도와달라고 했겠느냐 싶은 생각이 더 컸다. 박용진을 알고 지낸 건 오래 된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이고, 아내와 결혼하기 이전에도 알았었다. 그 사이에 그도 나이를 먹었고, 나도 나이를 먹었다. 엄청난 도움을 주는 건 아니지만, 아마 앞으로도 5년간은 조금씩은 도와주게 될 것 같다. 진짜 개인적인 일이고, 우정에 의해서 하는 일이다. 

40권 약간 넘는 책을 썼다. 50권까지는 어떻게든 가 볼 생각이다. 내년, 늦어도 후년에는 어떻게든 마무리가 될 것 같다. 나 혼자 ‘경제 대장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어느새 내 인생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그런 인생은 너무 긴장도가 높고, 머리가 복잡한 스타일이 삶이다. 그렇게 죽어라고 살다가는 버나드 쇼가 얘기한 데처럼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런 얘기 나오기 딱 좋다. 

조희연 선생을 개인적으로 좀 아는 편이다. 그는 말년에 교육감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의 삶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더 조용하게, 아무도 모르는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내 삶을 정리하고 싶다. 
회사 생활을 만으로 치면 28세부터 시작했다. 그때부터 평생을 욕 먹으면서 살아왔다. 좌파로 살면, 한 일오도 욕 먹고 하지 않은 일로도 욕 먹고, 그냥 무지하게 욕을 먹게 된다. 언젠가는 그런 것도 다 사라질 날이 오기는 할 것이다. 욕 하는 건 이제는 자식 밖에는 없는 삶, 그런 시간이 나에게도 올 것이다. 

그렇지만 5년간은,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한테 욕 더럽게 먹는 그런 삶을 당분간은 살게 될 것 같다. mb 때 청와대 홍보수석인가, 하여간 그런 인간이 “애 입 좀 막으라고”, 생난리를 쳤나보다. 하여간 난리 부르스가 났다. 녹색성장과 원전 정책에 대해서 글을 쓰던 시절이었다. 그때 한 번만 더 협박하면 그간에 있었던 일 다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 뒤로는.. 움직일 공간이 앞으로도 없고, 뒤로도 없는 그런 삶을 살았다. mb 때도 버텼는데, 윤석열 때 못 버티겠나 싶다. 

그 시절에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 했는데, 후보 시절 근혜가 그걸 읽었다고 누가 알려주었다. 근혜가 대통령 되고, 제일 처음 한 일이 외교부에서 통상교섭본부 떼어다가 산업부에 붙인 일이었다. 그게 fta 책의 최종 결론이었다. 근혜 대선 캠프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었는데, 못 들은 척 했다. 나중에 인수위 사람들은 보자고 해서 잠시 만났다. 그래도 근혜 시절에도 목숨 부지하고 사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5년 간은 그런 시절을 또 겪을 것 같다. mb 시대와와 윤석열의 시대가 뭐가 다른지, 몸으로 겪어보면 알 일이다. 어쨌든 인수위 끝나면 인수위 보고서는 차분하게 읽어볼 생각이다. 여유가 되면, 작은 팜플렛 스타일의 책 한 권은 쓸 생각이 있다. 나도 인수위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 영화 <짝패>에서 류승완의 대사가 이렇다. “이제부터 전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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