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16건

  1. 2022.03.10 대선 다음 날..
  2. 2022.03.07 아디오스, 오영호..
  3. 2022.03.06 오영호 떠나다..
  4. 2022.03.05 나를 위해 하는 일 4
  5. 2022.03.03 어머니의 투표.. 4
  6. 2022.03.02 고된 하루..
  7. 2022.02.28 시신 기증, 생각보다 복잡다..
  8. 2022.02.17 92년 장마, 종로에서 2
  9. 2022.02.07 고래 심줄..
  10. 2022.01.31 un이 원하는 인재상.. 2

대선 끝난 다음 날, 새벽에 개표 방송을 하는데, 나중에는 좀 피곤했다. 나도 늙었다. 예전 100분 토론에서 끝장 토론한다고 할 때에도 긴장감이 잔뜩 서서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오늘 따라 오전에 동탄에 갈 일이 있고, 안양에도 가야 했다. 운전도 힘들고, 익수가지 않은 동탄에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것도 힘들고. 

저녁에 라디오 방송에서 나와 달라는 게 있었는데. 그 시간에는 도저히 서울에 갈 수 없어서 힘들다고 했다. 

내일은 또 병원에 두 군데나 가야 한다. 이젠 나도 나이를 먹어서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닌다. 그냥 하루에 한 군데만 가면 좋겠는데, 꼭 편하게 해준다고 하루에 몬다. 아버지 폐암 진단하는 시절의 예약이라, 연기를 몇 번 했다. 그랬더니 날자만 같고, 오전, 오후, 각패로 벌어졌다. 우와 돌아비리.. 더 연기하면 날자 잡기 더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가려고 한다. 

정작 큰 일은 텅텅 비어있던 둘째 방과후 교실에 전부 사람들이 몰려와서 추첨을 했는데, 둘째가 축구도 떨어지고, 로봇교실도 떨어져서 울상이 되어 있는. 

둘째일 해결해주는 게 사실 오늘 한 가장 큰 일이기는 한 것 같다. 둘째 얘기가 로봇 교실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에는 큰 애가 있어서 같이 있어서 가기 싫다는 거다. 괴롭히고 때리고.. 

내일 둘째가 큰 애한테 원하는 게, 예를 들면 때리지 않는다. 세 개 종이에다 적어오면 셋이 앉아서 계약서 쓰기로 했다. 서명도 하겠단다. 

둘째는 계약금으로 부페 혹은 돼지갈비집 두 번을 계약금으로 받고, 큰 애는 계약대로 이행하면 TV의 배트맨 영화 시리즈 소장용으로 구매하기로. 그리고 계약한 사이닝 보너스로 내가 만 원씩 용돈 주기로. 

그렇게 둘째가 큰 애랑 하는 로봇 교실 신청하는 걸로 계약 조건의 기본을 만들었다. 그 협상에 30분 걸렸다. 어쨌든 둘 다 계약에 대해서 만족하는.. 

오늘 어려운 일을 많이 했는데,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들과의 계약서를 쓰기 위한 사전 계약 교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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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차관 상가. 참 인생 덧없다. 2주 전에 조만간 다 모여서 술 한 잔 마시자고 통화했었다..

아디오스, 오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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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산업부에 있던 오영호 차관이 어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한 십년은 더 있을 것 같았는데, 허망하다. 마지막 통화했던 게 열흘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가족들하고 사우나 가셨다가. 

그 양반 총리실 산업심의관 시절에 같이 일하기 시작해서, 그 후의 나머지 인생을 거의 같이 살았던. 워낙 많은 일을 같이 해서, 내 인생하고 거의 분리가 안 되는 양반이다. 내가 한 일은 오영호와 같이 한 일, 오영호와 같이 하지 않은 일, 그렇게 구분이 될 정도. 

내일부터 조문 시작한다고 해서, 저녁 때 가기로 했다. 

오영호 없는 인생은 이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이래저래 가슴만 먹먹하다. 

사는 게 뭔가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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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만나면 이렇게 얘기한다. 제가 저를 위해서 하는 일은 음악 듣는 것과 수영, 두 가지 밖에 없더라구요. 

나머지 일들은 식구들과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사회를 위해서, 그렇다. 

음악은 좋아서 듣는 거고, 수영은 싫어도 참고 하는 거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가 움직이고 뭘 하는 건 아마 다음 정권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 후에는 곧 환갑이 된다. 그때쯤 되면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을 조금 더 늘리려고 한다. 

40이 되면서 mb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박근혜, 이렇게 10년 동안 나의 40대가 지나가 버렸다. 40대는 나에게 암흑의 시간이 되었다. 

환갑이 넘어가는 순간에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이런저런 전망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20대가 대거 우파로 전환되는 한국의 미래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직도 좀 어색하지만 그런 한국이 오고야 말았다.

5년 후의 한국은 어떨까? 이제 좀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대선 끝나면 녹색당 당대표들하고 차 한 잔 하기로 했다. 찾아온다고 해서, 그러실 필요는 없고, 제가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그랬다. 전에도 가 본 적이 있다. 녹색당은 앞으로 5년, 무엇을 해야할까, 그런 고민을 진짜로 좀 해보려고 한다. 

피터 폴 앤 매리, 앨범을 들으면서 지금 이 시간에 이게 맞는 선곡인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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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병원에서 몇 주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이제 치매가 많이 진행되어서 약 먹고도 금방 또 약 달라고 하신다. 건보에서 실사 나왔을 때에 구구단을 물어봤는데.. 우와, 구구단은 정확하다. 

담당 의사 소견으로는 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그렇다고 한다. 다른 병원에도 갔었는데, 거기서도 우울증이 심해서 진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는 한데.. 선거일 언제냐고 물어보신다. 집에서 어머니는 늘 TV조선 틀어놓고 계신다. 보궐 투표일자랑 자세히 알려 들었다. 어머니랑 같이 지내는 둘째는 못 본 척 한다. 보나마나 어머니는 윤석열 찍는다. 병원 간다고 몇 주만에 겨우겨우 집에서 나왔고, 오고 가는 거 둘째 동생이 혼자 못 하니까 나까지 온 건데.. 그 와중에 선거일 물어보신다. 어머니는 투표를 하러 가실 수 있을까? 차 없으면 집 밖으로 못 나가신다. 너무 오래 누워계셔서 이제 허리도 많이 아프시다. 병원에도 겨우겨우 오신.. 그래도 투표는 하시고 싶으시단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이번 대선에 관심이 아주 많다. 태권도장 앞에 이재명 유세차가 와서, 아주아주 신기하게 구경한 적이 있던. 둘이서 토론을 막 하더니, 큰 애는 이재명 지지한다고 했고, 둘째는 심상정 지지한다고 했다. 둘째한테 물어보니까 일 잘 할 것 같다고 한다. 얘들이 좀 더 커서 중학생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더 커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를 거역하면서 살았다. 우리 집 친가, 외가 다 털어서 내가 처음 나온 좌파다. 어머니의 큰 오빠는 6.25 때 학교에서 북으로 끌려갔다. 그 일로 외할아버지는 속상해 하시다가 어머니 고등학교 들어가시자마자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다. 외가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들 했다. 다른 건 아니고, 반곱슬인데, 외할아버지의 손자 중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반곱슬이다. 북에 끌려간 당신의 큰 아들을 생각하면서, 결국 오래 못 사시고 일찍 돌아가셨다. 

부모님하고는 정치 얘기는 거의 안 한다. 아니, 아무 얘기도 안 한다. 아버지는 딱 한 번 진보신당 시절 노회찬 서울 시장 나왔을 때 노회찬 찍으신 적이 있다. 특별히 찍으라고 한 적은 없는데, 내가 돈 손해를 너무 볼 것 같아서 찍으셨다고.. 그 후로는 평생 노회찬 욕 엄청 하신. 그 소리 듣기 싫어서, 집에는 일부러 안 갔다. 

생각하다 보니 다시 열 받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내가 유학 간다고 할 때 정말로 몇 번 우셨다. 그냥 공무원 하지,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아버지는 내가 학위 받기 전에는 학위 못 받고 국제 미아가 될 거라고 하셨고, 학위 받고 난 다음에는 취직 못 할 거라고 하셨다. 지금도 공무원 하지 않고 공부한 거를 평생의 한으로 생각하신다. 

이번 선거에는 정작은 내가 문제다. 윤석열과 안철수가 단일화한 이 시점에도 아직 누구 찍을지 못 정했다. 녹색당 당원이다. 녹색당에 후보 나오면 이번에는 군말 없이 찍을 생각이었는데, 녹색당 후보는 없다. 그 다음 순위로 미래당인데, 이 사람들이 초장에 김동연 캠프로 합류했다. 난감하네. 

그래서 별 명문도 없이, 적당히 누군가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냥 이백육 찍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너무 잘 모른다. 그리하여, 아직도 나는 누구 찍을지 잘 모르겠다. 복잡한데, 그냥 처음으로 투표 표기할까, 그런 생각도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오늘 오전의 고민도 끝, 점심을 뭐 먹을까 잠시 생각을 했다. 그 고민은 1분도 안 되어서 정리되었다. 해먹을까, 나갈까, 잠시 생각하다가 물냉면 먹고 싶다.. 결정 끝. 정치는 집밥과 냉면의 고민보다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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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된 하루다. 저녁 때 집에 돌아왔더니 단내가 입에서 풀풀 난다. 

원래 오늘은 이렇게 고된 날이 아니었다. 오후에 성남에서 주로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사람들과 좌파 에세이 모임을 하나 하면 되는 널널한 날이었다. 

몇 년간 어머니 담당했던 의사 선생님이 원래 약속된 날에 휴가를 가게 되면서, 급하게 새로 일정을 잡으면서 아침 일찍.. 

둘째가 4달에 한 번 약 타는 그런 늘 가던 것과 같은 거라고 정말로 몇 달만에 어렵게 병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오기는 했는데.. 오늘은 건보 요양등급 절차 중 하나인 의사 소견서 받기 위한 진료 보는 날이다. 병원에서 어머니를 만나기는 했는데, 내가 나타나는 순간, 어머니는 기분 확 안 좋아지셨다. 뭔가 있는 거야.. 

인지검사를 해야한다는데, 이런.. 그건 병원에서 하루에 세 명밖에 못한단다. 뭔가 있나, 신경 잔뜩 세운 어머니를 기만(!)하면서, 결국 의사가 소견서는 오늘 써주기로 했고, 인지검사는 세 달 후, 결과는 다시 그 한달 뒤. 한 시간 넘게 병원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의견 청취, 그런 거 한 뒤에 겨우 일정이 끝났다. 둘째 동생과 어머니 태우고 화곡동 집으로 모셔다 드린 후.. 

88로 서울을 죽 관통해서 다시 성남으로.. 요즘 먼 거리는 전기차 타다가, 간만에 모닝으로 긴 거리를 달렸더니, 아이고 액셀이 빡빡하다.. 엄청 밟아야 겨우 80키로 나오네. 

예전에는 성남에 이래저래 올 일이 많았는데, 언제 마지막 왔더라.. 곰곰 생각해보니까 이재명 성남 시장하던 시절, 시장실에 몇 번 온 적이 있었고, 그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 뒤에 한 번 더 왔었나,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작은 모임이라서, 정말 속닥하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성남에서 집에 오는 길이 이리 멀었나? 문정동 살던 때에는 정말 성남은 한걸음 거리였는데, 우와 수서부터 더럽게 막힌다. 오늘 같이 힘든 날은 더 막히는 것 같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노을이.. 이런 날엔? 딱 장현의 <석양>이 생각났다. LP를 가지고 있는데, 공간 형편상 턴테이블 돌릴 형편은 아니고. 게다가 고양이랑 같이 쓰는 방에 턴테이블 돌렸다가는 무슨 사단이 날지 모른다. 

집에 돌아와서 장현을 딱 트는 순간, 그래 이거야, 내가 사랑했던 날들.. 70년대의 그 끈적끈적하 소리. 나의 정서는 아직도 저 곳에 뿌리를 두고 있군, 가슴이 벅차 올랐다. 

참 고된 하루, 어머니랑 몇 달만에 벼르고 벼르다 병원에 갔는데, 진짜 진이 다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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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장기 기증하고 시신 기증 절차를 밟으려고 했는데, 애들 학교 방학이 2달이나 되었고, 정신이 없어서 뭘 못했다. 그래도 겨울 지나기 전에 마무리할까 싶어서 이것저것 마무리하는 중이다. 

시신 기증을 먼저 하려고 알아봤더니, 이건 정부 절차는 아니고 그냥 병원에서 알아서 하는 절차다. 유언장 작성하고, 가족동의서 같은 거 미리 만들어놓는 건데.. 미성년자인 자녀 동의도 필요한가? 그게 나중에도 유효한가? 머리 복잡해져서, 바로 처리하려던 걸 잠시 정지. 

아내하고는 몇 년 전에 얘기를 했다. 내가 죽고 나서 원하는 건 딱 하나였다. 장례식 하지 말 것. 나는 생일도 안 했고, 애들 좀 큰 다음에는 생일날 케익 자르는 것도 안 한다. 

그냥 나 때문에 뭔가 번접해지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그냥 조용히 사는 게 제일 좋고, 복닥복닥거리는 것도 별로다. 죽을 때라도, 아주 조용히 하고 싶었다. 

장기 기증은 전부터 생각은 했었는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보면서 그래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도 더럽게 나쁘고, 간도 별로다. 폐도 아마 쓸 데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도 뭐라도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절차는 내일 알아볼까 한다. 연초에 할까 했었는데, 오늘 내일 미루다 보니, 벌써 봄이 오는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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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앨범을 들었다. 정태춘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2002년,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이다. 그 시절에 두 개 앨범 다 많이 들었다. 그 중에서는 <오토바이 김씨>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다. 마침 그 시절에 문정동에 살고 있었다. 배달 가는 오토바이 김씨는 잠실에서 시작해서 성남으로 간다. 그 때 내가 주로 움직이는 동선이었다. 용인에 있던 에너지관리공단으로 가는 출근길이 딱 그길이었다. 그 시절에 내린 큰 결정이 아내와 결혼하는 것과 공단을 그만두고 책을 쓰는 것이었다. 그 시절엔 그랬다. 

첫 차 앨범은 그 뒤에도 종종 들었는데, 92년 장마는 거의 안 들었다. 2년 전인가, 강원도에 강연 갔다 오면서 차 안에서 너무 졸려서 이것저것 듣다가 간만에 들었다. 그리고 어제 대전에서 밤 늦게 돌아오면서 다시 한 번 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졸려서. 

92년 장마 종로는 음악적으로도 훌륭하고, 사회적으로 훌륭한 앨범이다. “나 살던 고향”은 생태적 가치 평가와 관련해서 글도 쓴 적이 있다. 뭐, 지금 들으면 가사들이 좀 그렇지만, 해금이 사용된, 나름대로는 내게는 여러 감정을 주는 노래였다. 

그래도 이걸 선뜻 잘 듣기 어려웠던 것은, 시대가 많이 변해서 그렇다. 1992년, 30년 전이다. imf 경제위기는 물론이고, 김대중 집권도 이루어지지 않은 ys 시절의 얘기다. 음악은 리듬감이나 구성이 지금 들어도 모던한 느낌을 주지만, 노래 안의 얘기는 그렇지 않다. 

시청 광장에서,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시대 감성이라는 게 있다. 나는 80년대에서 나오고 싶은데, 기껏 나온 게 92년에 멈추어 서있다고 하면 좀 무섭다. 그래서 일부러 피했다. 그래도 그게 내 감각이고 정서라서, 들으면 좋기는 하다. 

정태춘의 노래 가사에는 패배가 일상화되어 있다. 90년대 초반 정서가 그랬을지도 모른다. 노태우가 대통령이던 시절이다. DJ는 물론 YS도 아직 대통령이 되지 않던 시절.. 

참 모순이다. 90년대는 커녕, 50년대 엘라 피츠제랄드 노래나 그보다 더 먼저 나온 재즈들은 그렇게 잘 들으면서, 시대의 변화라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 정태춘이라서 그런 것 같다. 정태춘, 참 말 많이 하기는 했다. 노래 안에 얘기들이 가득하다. 30년 지난 그 얘기들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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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신경이 고래 심줄처럼 굵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건강보험공단에서 하는 어머니 등급 실사가 오늘 있었다. 거의 두 달 걸린 것 같다. 이제 병원에서 소견서 받는 또 어마무시한 일이 남았다. 이건 3월 초로 예약이 잡혔다. 

그 사이에 어머니는 계속 누워만 계셔서 허리가 아프시다고 하고, 이제 아주 짧은 거리 말고는 거동을 못하시게 되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아버지 집에 같이 사는 바로 밑의 둘째 동생이 엄마 밥을 했는데, 얘도 한 달 버티더니,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고 한다. 

그 사이에 아버지 병원에서는 코로나 pcr 검사가 어렵게 되자, 아예 면회를 금지시켰다. 아버지는 잠깐 정신이 돌아오시는 하셨는데, 타시던 차를 둘째시켜서 파시려고 했는데, 여의치가 않다. 인감이 어느 건지 기억을 못하신다. 그냥 폐차시키면 간단한 일 같은데, 그것도 본인이 없으면 어쩌기가 어렵다. 

돌아서면 골 아픈 일이 줄을 서 있다. 어제까지 아내가 애들 겨울방학이라 거의 마지막이 될 육아휴직을 썼다. 2월까지는 애들 방학이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장모님이 오셨다. 

우리 집이 삼형제다. 삼형제가 다 나서서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매달리고 있는데도, 아직 질서정연한 상황은 아니다. 아버지가 처리하지 않고 그냥 두셨던 오래된 우리 집의 숙제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아버지는 모른다고 그냥 누워 계시고, 어머니는 말씀은 그렇게 안 하시는데, 집 팔고 이사가시는 거 싫다하시고. 뭐, 그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사 망했을 때, 파산 신청하고 뒷처리하는 거 비슷할까? 기쁠 일은 거의 없고, 기계적이고 무덤덤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꼭 그 자리에 없으면 안 되는 일이 대부분. 

골목길에 주차할 엄두가 안 나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겨우겨우 차를 대고 걸어갔다. 어린 시절에 학교 갔다가 애들하고 뛰어놀던 곳이기는 한데, 너무 많이 바뀌어서 나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는. 사실 좀 더 가까운 유료 주차장에 가기는 했는데, 그 사이에 주차장이 문을 닫았다. 뒤에서는 빵빵거리고 순간 패닉. 30분을 헤매고 헤매서 겨우겨우 대기는 했는데, 점심 먹을 여유는 그 사이에 사라져버린.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많은 경우 이런 순간에는 통장이 텅, 이런 경우가 많았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내 통장에 최근 돈이 가장 많은 순간이다. 코로나로 몇 년간 처박혀 있었더니, 사람들 밥 사주고 그런 돈들이 그냥 통장에 남았다. 아버지 처음 입원했을 때 중간정산을 그냥 내 돈으로 냈었다. 그 몇백만 원이 정산되어서 다시 오늘 통장으로 왔다. 생각도 안 하던 돈이 통장에 들어오니까.. 원래는 이 돈 들어오면 스피커 살려고 아버지 병실에서 불 꺼놓고 그 낙으로 몇 주를 버텼었는데.. 그냥 눈 딱 감고 아내에게 백만 원 송금했다. 그냥 가지고 있으라고,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만큼이나 춥고 어두운 시절을 보내고 있을 영화 감독 한 명에게, 내일 저녁 때 술처먹기로.. (술은 오늘 먹고 싶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안 맞아서 그냥 얌전히 수영장에나 갔다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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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는 애들 데리고 화곡동의 어머니에게 갔다 오려고 한다. 매주 갔었는데, 지난 주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못 갔다. 내일은 일산 친가에도 애들만 데리고 가기로 했다. 

아내도 뭔가 자기 일을 해야 하는데, 정말 이렇게 억지로라도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너무 긴박한 삶을 살게 된다. 

오늘 점심은 그냥 피자시켜 먹기로 했다. 둘째가 피자 죽어라고 안 먹는다고 했는데, 피자 먹고 싶어하는 큰 애를 위해서 통 크게 양보를 했다. 고구마 클러스터로 시켜주면 먹겠다고. 

어제 저녁에는 정말 오래된 선배들하고 술 한 잔 했다. 그 멤버로 같이 밥 먹은 게, 96년이 거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선배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도와주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냥 해주고, 괜히 해주고,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좌파 얘기는 나에게 있던 무거운 짐을 덜어낸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받기만 하고 내놓는 것은 없는 삶은 무거운 마음을 만든다. 

오래된 일이지만, UN에 p4로 갈 기회가 생겼었다. p4, p5, 그 주변에서 선택을 한 번 할 수 있었는데.. 결국 un은 안 갔다. 그리고 아내랑 결혼을 했다. 그즈음 친했던 친구들 두 명이 oecd로 갔다. 회의가 있어서 oecd 본부 갔다가 카페테리아에서 딱 만난. 게다가 두 명을 한꺼번에. 그때 봤던 친구 한 명이 지금은 인천대에 있던 옥우석이다. 

21세기는 un과 워드뱅크, oecd 그 근처에서 일하던 시기에 맞았다. 

그 시절에 이걸 내려놓고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으로 그 생각을 진지하게 한 것은 부다페스트였던 것 같다. 일본의 에너지기구인 네도에서 작은 유람선을 빌려서 un 행사를 했다. 다뉴브 강 위의 유람선에서 이렇게 계속 사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화려하고 멋지기는 하지만, 나는 그냥 내 삶을 소비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화려한 것을 추구하지 않는 삶은 그때 형성된 것 같다. 어지간하게 화려한 것은 그때 다 해본 것 같다. 그게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이렇게 인생을 낭비하고 지낼 거면, 그래도 사회에 도움이 될 책 몇 권이라도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황당한 사고 치지 말라고 다 말렸다. 나중에 산업부 차관이 된 오영호 국장이 몇 달만 기다리면, 외국에 자리 만들어서 좀 휴식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오영호가 한 얘기는 대부분 다 들으면서 살았는데, 그 얘기는 안 들었다. 

그만둔다고 하니까,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이 정말 싸늘하게 막 뭐라고 했다. 이 인간, 산업부 국장 시절부터 무지무지 도와줬는데, 햐, 진짜 싸늘했다. 이사장실을 나오면서, 그만두기로 한 게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 뒤로 녹색당, 민주노동당, 그런 춥고 배고픈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웃다가 가끔은 울고. 노회찬과 일을 한 것은 그 시절이었다. (노회찬 없는 세상은 그 뒤로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un 시절의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10대들이 un의  p1, p2 혹은 p3에 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사람으로 키우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 문득. 

un에도 un 룰이 있고, un 분위기가 있고, un이 원하는 인재상이라는 게 있다. 여혐 남성, un 인터뷰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난민에 대한 un의 입장이라는 것은 뻔한 데, 난민에 대해서 여유로운 입장이 아니면 un에 들어가기 어렵다. 그건 워드뱅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첨병이라고 하는 워드뱅크에도 그들이 원하는 보편적 인재상이 있다. 우리에게는 그냥 세계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화에 앞장 선 금융자본주의 기구 정도로만 이해되는 imf도 실제로 그런 곳은 아니다. 거기도 기후변화를 고민하고, 빈국의 빈곤 탈출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un은 물론이고 국제 기구가 가진 전반적인 흐름이 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하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극단적 미국 중심 사고를 미국인이 아닌 사람이 하면 왕따 된다. 빈곤과 생태 그리고 젠더에 대해서 기본 소양에 가까울 정도로, 기본적인 스탠다드가 있다. 

선진국만 모인다는 oecd는 안 그럴까? oecd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국민으로서 인류 보편의 자세로 요구되는 것들이 있다. 

미국의 공화당 지지하는 젊은 사람들을 좀 알고 지냈던 적이 있다. 그들에게도 자기들끼리의 상식적 룰 같은 게 있고, 그들이 생각하는 도덕과 윤리가 있다. 

아주 오래 전 un 일하던 시절을 요즘 다시 생각해본 건, 그 안에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협업하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un이 원하는 인재, 그런 생각을 좀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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