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버지 1주기였다. 정확히는 전주 일요일. 이번에도 카니발 렌트했다. 어머니는 치매 등급을 받아서 집에 누군가 와주셨는데, 결국에는 싫다고 하셔서 그것도 그만두었다. 돈 아깝다고 하시는데, 등급 받기 전에는 비싸다고 매일 그러셨다. 지금은 등급이 나와서 경제적 부담은 거의 없는데, 결국은 싫다고 하셨다. 데이 케어 센터를 알아볼까 싶은데, 그것도 싫다고 하신다. 

막내 동생은 작년에 수술을 두 번 크게 했다. 진짜 가까스로 살아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아버지 1주기라서 오기는 왔는데, 몸이 편한 상황은 아니다. 

나를 진짜로 힘들 게 한 건 그런 건 아니다. 큰 애가 금방 화장실 갔다 왔는데, 집에 오려고 출발하자마자 소변 마렵다고.. 인천 고속도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차 돌려서 화장실 찾느라고.. 길은 더럽게 막히고. 골목길로 들어가서 삼겹살집에 부탁해서 겨우 들어갔다. 그렇게 집에 오려는데, 이번에는 성단대교 앞에서. 돌겠네. 더럽게 차 막힌 데에서 겨우겨우 차 돌려서 목동으로 갔는데, 급한데로 들어가다 보니까 이번에는 목동 운동장이다. 마침 축구팀이 들어오는 중이라서, 길을 막았다. 운동장 반바퀴를 돌아서 겨우겨우 화장실 찾았다. 점심 때 물을 많이 마셨는데, 산 근처라서 길거리에서 파는 칡즙도 사줬다. 그렇게 마무리했나 싶었는데, 둘째는 밖에서 찬 바람 맞았는지, 결국은 감기 걸렸다. 해마다 폐렴으로 입원하는 아이라서, 감기 걸리면 온통 비상 국면이다. 

저녁만 먹고 나는 바로 잤는데, 계속 무리를 해서 그런지 아침까지 기절 모드로.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인데, 일단 잠부터 자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뻔뻔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일 일은 내일 해결하고, 오늘 잠은 지금 당장 자고. 나도 걱정하기 시작하면 걱정할 일도 많고, 기분 나쁜 거 따지기 시작하면 또 한 없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그게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건 없다. 일단 잠부터. 

살다 보면 흐름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나이를 먹고 나니까.. 내가 어떻게 사느냐와는 별 상관 없이, 챙겨야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문제 풀듯이 한 번에 풀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수학 만큼 명료한 것도 별로 없었다는.. 그거야 그냥 풀고, 안 풀리면 다시 풀고. 그리고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면 되는 거였는데, 일상은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손 댈 수 없는 변수, 콘트롤 변수가 아닌 것들이 많다. 그런 게 사는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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