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큰 애가 TV 광고에서 나오는 문구를 물어봤다.

 

아빠,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저게 무슨 말이야?”

 

, 차는 무조건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야.

 

프랑스 살던 시절에 차와 사람이 나면 무조건 차의 잘못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운전사와 보행자 사이의 과실을 따진다. 그런데 프랑스는 차와 사람 사이의 사고로 문제를 인식한다. 운전자는, 금속으로 된 차에 의해서 보호되는 사람이고, 보행자는 아무 보호 없이 차와 충돌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같은 원칙으로, 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하면 오토바이가 우선이다. 그건 프랑스 얘기가, 아직도 우리는 차와 사람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의 의사결정 문제로 이 문제를 본다. 공평한가? 뭐가 공평한가? 유전무죄의 연속일 뿐이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명제는 자연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가 생각해도 사람이 존재론적으로 사람보다 먼저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우리에게는 사람보다 차가 먼저인 시대를 살았다. 그래서 이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명제가 최소한 한국에서는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패러독스를 형성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차가 사람보다 먼저다. 도로 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산업적으로도 그렇고, 시장 논리로도 그렇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차가 가장 존중 받는 동네는 나름 중산층 거주지역이라고 생각하는 목동이다.

 

목동은 애매한 지역이다. 강남만큼 재건축을 밀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송파구 일부에서 하는 것처럼 자기가 자기 돈 내고 집을 고치는 리모델링으로 갈만큼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다 넉넉하지도 않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재건축으로 가야하는 동네다. 그런데 이 재건축 논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생각해낸 것이 차가 먼저다.”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은 충분한 주차 면적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은마 등 강남 아파트들도 그렇지만 목동은 거의 전역이 주차장이 없다. 난리다. 주차 타워를 짓거나, 지하주차장을 좀 더 확보하면 된다. 그리고 거주지역의 주차장 정비라는 차원에서 구청이나 시에서 일정한 재정 지원을 해줄 명분도 충분히 있다. 단지 전체가 리모델링으로 가면 장기적 지구단위계획 같은 것을 통해서 주차 시설을 확보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가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목동은 재개발을 원한다. 리모델링으로 자기 돈 내고 집 고치는 것으로 갈만큼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서 주차장이 없으니까, 재건축으로 가자”, 이 논리를 찾아냈다. 사람이 사는 데 편하든 불편하든, 주거지역이 쾌적하든 말든, 아무 상관도 없다. 차가 밤에 잠을 잘 공간, 주차장을 위해서 모든 것이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 목동 아파트들이 지금 가려고 하는 방향이다. 서울시 공무원들? 물론 손 들어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아직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나 하는 얘기다. 이것이 1차 패러독스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겠지만, 차가 먼저던, 사람이 먼저든, 이 공익성 광고를 하는 주체는 자동차 보험을 하는 보험회사다. 차도, 사람도, 다 수단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돈이 먼저다. 간단한 명제지만, 2중적 패러독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로 해석하든,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 명제의 패러독스가 해소되는 순간은, “사람이 차보다 먼저다”, 이런 상식적이고 보편적으로 옳은 명제를 위해서 누군가 돈을 대서 광고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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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오면 늘 하던 독자 티타임, 요번에도 할까 합니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6월 30일이나 그 다음 주 토요일 오후 정도 생각하는데. 시간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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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통 새 책을 쓰기 시작할 때 부담을 느끼거나 긴장하는 일은 거의 없다. 첫 파일을 만들 때, 그냥 여느 일상과 똑 같은 기분으로 그렇게 시작한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이게, 뭔가 엄청 단단한 벽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시작할 때면 블로그 같은 데에 얘기를 시작하고, 사람들 반응을 좀 살핀다. 물론 그런 반응이 꼭 유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상관 관계가 있다. 직장 민주주의의 경우는, 진짜 벽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바닥을 모르는 심연. 구멍 밑의 깊이를 살피기 위해서 돌을 던져봤는데, 바닥에 닫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느낌? , 이건 뭐지?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 old-fashioned love song… 요 느낌이다. 출간 기준으로도 나도 벌써 13년차다. 이런 식의 터엉, 요런 느낌은 처음이다. 반응의 감도는 알겠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쩌지? 방법 없다. 그냥 하는 수밖에.

 

2.

이 책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줄넘기를 다시 시작했다. 전에는 책 쓰는 중에는 수영을 주로 했었다. 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다른 건 할 줄 몰라서. 수영장 안 간지 1년쯤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전에도 한동안 못 갔고. 저녁 시간에 가야 하는데, 애 보다 보면 슁하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시간이면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규칙적으로 수영장 가기가 어렵다.

 

왜 줄넘기를 갑자기 시작했을까? 큰 애가 줄넘기를 막 배우려고 하면서 집에 줄넘기가 생겼다. 애들 것 뺏어서 줄넘기를.

 

설경구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그냥 건너 들은 얘기다. 힘들 때 죽어라고 줄넘기를 했다고 한다. 설경구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격렬하다. 하여간 그가 힘든 시기를 겼었고, 아직도 겪고 있다고는 알고 있다. 그가 줄넘기를 하던 그 시절, 나는 그냥 술만 마셨다. 사실 나도 그 시절, 그만큼 삶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난 그냥 술만 마셨다.

 

설경구의 고난이 이제는 끝이 났을까? 아직은 잘 모른다. 영화 <불한당>에서의 연기는 꽤 산뜻했다. 그 시절에 그가 줄넘기를 하루에 만 개씩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냥 술만 마셨다.

 

술 마시고 책 쓰는 사람도 있다고 알고 있다. 좋고 나쁘고는 아니고, 스타일 문제다. 나는 한 잔이라도 마시면 그 날 일은 마감이다. 사진도 안 찍는다. 그렇기는 한데, 책 쓸 때 술을 자주 마시기는 한다. 이유는 많은데, 하여간 평소보다 자주 마신다.

 

3.

다음 주부터는 직장 민주주의 책 쓰기 시작한다. 이번 책 쓰는 동안에는 줄넘기를 하기로 했다. 안 그러면 내가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아예 안 마시겠다, 그러면 좋겠지만, 그런 건 좀 어려울 것 같고. 책과 관련해서 술을 마시지는 않기로.

 

이 정도면 내가 책과 관해서 가지고 있는 루틴을 거의 다 깨는 셈이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다. 직장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그만큼 벽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이제 나는 더 이상 분노로 움직이지도 않고, 경제적 필요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럼 절실함으로 움직이는가? 절실함, 그딴 것도 없다. 절실한 마음으로 내가 했던 것은, 사회적으로는 유의미했던 것 같기는 한데. 대체적으로 나에게는 아픔만 주었다. 나의 절실함은 나를 위한 절실함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재미가 있으면 딱 좋겠지만, 직장 민주주의는 재미와는 좀 거리가 먼 주제다. 특히 나에게는 이제 더욱 더 그렇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재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명분은 있다. 이게 중요하다는, 그런 명분은 있다. 그러나 명분만으로 사람이 전력투구하게 되지는 않는다. 명분을 향해서 움직일 때, 자기도 모르게 몸이 좀 굼뜨게 된다. 움직이기는 하는데, 머리 꽁지가 서면서 피가 팍 몰리는, 그런 느낌까지 오게 되지는 않는다. 그게 명분의 한계다.

 

그럼 이번 책은 무슨 힘으로?

 

나는 줄넘기의 힘으로 하려고 한다.

 

설경구는 하루에 만 개를 했다고 한다. 된장난 해보니까 천 개도 못한다. 천 개는 커녕, 하도 간만에 하니까 500개도 할까 말까. 그게 나의 줄넘기의 힘이다. 그래도 그 힘으로 직장 민주주의라는 큰 벽을 한 번 올라가보려고 한다. 에게? 그래도 술의 힘이 아닌 게 어디냐. 잘 와닿지도 않는 당위와 명분의 힘 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이 힘든 일을 하는데, 나한테 보상이 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하루에 줄넘기 천 개 하고 무슨 보상!!)

 

내가 제일 하기 싫은 게 강연이다. 이번 책 무사히 마무리하고 나면, 책 나오고 하는 강연을 제외한 나머지 강연은 이제 내 인생에서 포에버 굿바이. 장소, 주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이제 더 이상 강연은 안하는

 

그리하여 나는 하기 싫은 줄넘기를 나에게 강요하고, 그 대신 무사히 마무리하면 따로 부탁받아서 하는 강연은 다시는 안 하는 것으로 내 안의 거래를 마쳤다 (나도 뭔가 남는 게 있어야…)

 

이렇게 나는 새로운 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나도 진짜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간만에 애기똥풀 접사를 찍다 얻어걸린 벌. 조리개를 조금 더 조이고 싶었는데, 꿈지락거리면 벌은 그냥 날라가버린다. 그냥 사정 되는대로... 이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다음 주부터 쓰기 시작할 새 책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 긴장된 상황에서도 걱정이 내려가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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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표지 디자인. 교정 보면서 표현 바꾼 것들 외에는 아무 별 변화 없이 나갈 듯 싶다. 디자이너들이 나를 생각하면, 이제는 얄짤 없이 소주와 소주병인가 보다. 10년 전 디자이너들이 별 편견없이 나를 생각하면, 방독면, 화염병, 몽둥이, 러버계통 물품들, 이런 거였는데... 사실 요즘은 가능하면 소주는 덜 마시려고 하는데. 나는 크게 의견 준 건 없고, 싫다는 소리만 안 했다 (다른 대안은, 소주병을 쳐다보고 있는. 뭐, 별반 다르지는 않은...) 내가 살아온 생이 이런가 보다. 소주병이 제일 잘 설명해주는 인생.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30대 초반에는 '포도주 박사'라고 나를 부르던 교수들도 많았다. 이제 포도주 이미지는 떼었다... 일년에 몇 번, 포도주를 마시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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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다. 아내는 해외출장 중이다. 어린이집은 논다. 결국 친가에 애들을 맡기기로 했다. 아침에 갔다 저녁 때 오는 건데, 왔다갔다 두 시간, 다 해서 네 시간은 운전만 한다. 그래도 이게 낫나? 물론 낫다. 하루 종일 애들 둘 보고 있으면, 죽는다. 잠시라도 쉴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양희은을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듣는데, ‘아침이슬이 나왔다.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지나와서 그런지, 문득 초등학교 6학년 때 생각이 났다.

 

이유는 모른다. 그 때도 6월쯤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담임 선생님이 풍금을 치면서 아침이슬을 가르쳐주었다. 의미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지만, 노래는 재밌었다. 우리는 골목골목 다니면서 이 노래를 틈틈이 불렀다.

 

한 달쯤 지났을까? 선생님이아침이슬은 길에서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6학년이지만 우리들 때문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길에서 이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다시 이 노래를 부르게 된 건, 대학교 들어가서 소주 집에서. 그 시절에는 이미 집회에서 아침이슬 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아마 그 시절에 고분고분하던 모범생 모드가 내 인생에서 없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굳이 아침이슬을 그 때 배우지 않았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1 때 담임은 상대적으로 가장 나았다. 그는 학교에 별 관심이 없었다. 적당히만 해주면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그 때가 청년기로 치면, 나의 전성시대였던지도 모른다. 책도 가장 많이 읽었고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평생 먹고 살게 된 많은 상상력의 기반이 중3 때부터 고1 때까지 읽었던 무지막지한 소설책들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2 겨울방학에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냐면, 맨날 누워서 방학 내내 책을 읽었더니 척추가 휘었다. 한동안 고생했다. 집은 춥고, 책은 읽어야 하고, 이불 속에서 누워서 보느라.

 

2 때 담임은, 나와는 상극이었다. 물론 대학에 들어가서 더 황당한 교수 아니 교수 새끼들 을 보면서 고2 담임은 역대급에 들어가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하여간 상극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좋은 선생님이다. 그건 별로 부정하고 싶지는 않디. 교육에 열성이 아주 높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를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그는 나를 싫어했던 것 같다. 아마 당신 교사 기간에 가장 냉소적인 학생으로 기억하는 것 같다. , 어떻게 보든 상관 없는데, 너무 많이 때렸다. 그 때까지는 대학은 그냥 국문과 간다고 적당히 생각하고 살았는데, 최종적으로 국문과를 안 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내가 겪은 국문과 출신 선생님들은 애들을 너무 많이 때렸다. 그리고 애정이라고 했다. 내가 꿈에라도 사람을 때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은 것은, 그 시절의 국어 선생님들 때문이다. 나는 문학도를 꿈꿨는데, 저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때리는 거야 교련 선생님들이 왕이고, 체육 선생님들이 제왕이기는 한데, 그 사람들은 애당초 개차반으로 나선 거라서 신경도 안 썼다. 실제로는 교련 선생님이나 체육 선생님들에게는 거의 맞은 적이 없다.

 

3 때 담임 선생님은 드물게 식크한 사람이다. 물론 생긴 것은 전혀 식크와는 무관한 사람이었는데, 내가 만난 사람 중에는 역대급으로 식크하다. 세계사 선생님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는 내 인생에 결국 감옥에서 끝나거나, 헤매다가 잘 하면 공무원이나 되거나, 뭐 그럴 거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은 학교에 또 다른 세계사 선생님은 전교조 이전에 학교 운동의 대부 같은 양반이었다. 결국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미국으로 이민 간다. 담임은 나에게 아무 기대나 아무 간섭이 없었다. 나도 크게 사고 치지는 않고. 되는 대로 살았다. 뭐 하라는 것도 없었고, 특별히 어디 가라는 것도 없었다.

 

세 명의 담임 중 나는 누가 되고 싶을까? 사실 아무도 되고 싶지 않지만, 굳이 고르라면 3학년 때 담임 같은 사람을 고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애들한테 아빠는 고3 담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뭐 하라는 것도 크게 없고, 뭐 되라는 것도 별로 없고, 노는 것도 누구 때리는 것만 아니면 이래도 잘 했어, 저래도 잘 했어.

 

이래서 우여곡절 끝에 경제학과에 들어갔는데, 나를 가르치게 된 누님 두 분을 만나고 완전 놀라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있었나, 진짜 깜짝 놀랐다. 한 양반은 나보다 좀 늦게 유학을 와서 뒤늦게 박사가 되었다. 여전히 현장에서 눈부신(?) 활약 중. 그리고 또 한 명이 나중에 대장금의 작가가 된 김영현 선배, 하여간 어지간히 드라마 많이 쓰게 된 양반이다. 그 때 놀랐다. 우와, 똑똑한 게 이렇게 멋진 거구나. 집에서는 재수하기로 하고, 재수 하기 전에 잠깐 놀려고 아니 술 처마시려고 갔던 대학인데, 결국 이 양반들하고 노느라고 그냥 눌러앉았다. 재수는 뭔 재수. 살면서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을 다시 볼 것 같지는 않았다. 지내고 보니까 그 때 내 생각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엄청난 사람들을 만난 거였다.

 

그리고 아침이슬을 다시 부르게 되었다.

 

박정희 시절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전두환 시절에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초반을 보냈다. 지금도 어린 시절이나 학교 다니던 시절을 회상하면 어두워진다. 사람들이 특히 선생님들이 아주 개차반 같았다. 신해철이 그 선생님들 욕을 신랄하게 했다. 대부분 동의한다. 그렇지만 가끔 생각해보면 그 때 선생들이 개차반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회 평균 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학교 밖의 험악한 세상에는 그보다 더 형편무인지경인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친구들과 가끔 만나시는 것 같다. 가고는 싶은데, 애 보느라 자주 가기는 어렵다.

 

이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아직도 답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좀 아닌 것은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악다구리 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그것만은 명확해지는 것 같다. 남한테 소리 지르고 싶지 않다. 다른 건?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건 잘 모르겠는데, 되고 싶지 않은 것만 자꾸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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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 분야는 모르겠는데, 한국에서 사회과학은 세 개의 허들을 넘는 것과 같다.

 

1번 허들. 이게 당신 문제예요

 

쉽게 애기하면 배달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배달하기가 어렵다. 더 쉽게 배달할 수 있는 양식을 찾으면 안돼? 현재로서는 책 밖에 없다. 방송도 경제분야에는 심층취재나 다큐 같은 게 거의 없다. 사회 운동으로 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도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하니까 깊이 들어가기가 어렵다.

 

2번 허들. 아냐 아냐 난 알고 싶지 않아.

 

이 문제는 짜장면의 칼로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과 같다. 미세먼지 문제도 초기에는 같았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 알아봐야 일상이 더 피곤해지기만 한다.

 

3번 허들. 난 모를 것이니까 너도 알 필요 없어.

 

좀 더 적극적인 거부다. 그냥 자기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필요 없으니까 주변에서 아는 것도 거부하는. 이런 골 아픈 일을 뭐 하러 해? 그게 딜레마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1999년 벨기에에서 <로제타>라는 영화가 나온 적이 있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그래서 로제타 법안이 나오고, 청년 의무할당제가 시행되었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 없는 것인지, 한국이 이런 사회가 아닌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다른 매체는 이런 고민을 해주지 않으니, 아직까지는 위태로운 3단 허들 뛰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2.

직장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잡을 때 좀 고심을 했다. 비슷한 표현으로, 산업 민주주의가 있고, 작업장 민주주의가 있다. 그리고 한국 버전에서 직장 민주화라는 표현도 있다. 이런 걸 전체적으로 살펴봤는데, 우리 맥락에서는 직장 민주주의가 가장 나은 것 같았다.

 

그리고 금방 깨닫게 되었다

 

, 이게 배달의 문제1번 과제인 주제구나. 그리고 여기에 2번과 3,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아, 너도 그런 데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벽에 부딪혀 있다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찾아볼 수 있는데된장, 확실한 것은 팬시와는 정반대, 문화적 트렌드와도 정반대에 서 있는 주제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기이한 침묵이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 같다.

 

한 가지, 흔히 말하면 잠재성즉 중요성은 높다.

 

중요하기는 한 건데, 별로 인기는 없을이론이론.

 

3.

사실 한 달 전에는 이미 쓰기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주변 상황 좀 살펴보느라고 시간을 좀 더 썼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직장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인기가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너무나 기이할 정도로 침묵이 오래 있었다는. 왜 그런지, 알 듯 모를 듯.

 

잠시 눈을 들어보면 허들이 세 개, 그것도 아주 높게 서 있다.

 

솔직한 마음이라면, 그냥 이거 안 하고 싶다.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도 있는데

 

, 벌써 한다고 했는데. 주저주저.

 

사명감만 가지고 책을 쓸 수는 없다. 그렇게는 써지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좀 다른 동력이 더 필요할 것 같기는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누군가 벨기에의 <로제타> 같은 영화를 만들어주거나, 아니면 거기에 비견할 만한 경제다큐 같은 거 만들어주면 좋겠다. 나는 그냥 좀 계속 쉬게

 

하여간 경제 얘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고, 경제 영웅들이 그렇게도 많은데 아직까지도 직장 민주주의가 사회적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이 기이한 상황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경제는 나한테 물어봐”,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이렇게나 많은데그냥 그런 데서 이 문제는 우리 거야, 남의 나와바리에 들어오지 마”, 요런 얘기 해주면 좋겠다.

 

토깔 때에도 명분이 있어야

 

그런데 있을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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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바쁜 시절과 아주 안 바쁜 시절 두 개를 아주 짧은 기간 내에 극단적으로 경험해본 것 같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고, 위기도 양 쪽에 다 있는 것 같다. 바쁠 때 생기는 문제점이야,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겪어보는 것이고. 높은 자리에 있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만든 현대는 무조건 바빠야 한다는…

바쁘지 않을 때, 이 때는 사실 마음을 처리하는 게 제일 힘든 것 같다. 자꾸 누군가 원망스럽고, 뭔가 싫고, 이런 마음이 든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바쁘지 않을 때에는 그런 것만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그래서 자꾸 바보 같은 생각만 더 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 그럴 바에야, 그냥 바쁘게 지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바쁘지 않은 게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정말로 마음을 차분하게 갖는 연습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뒤집어도 마찬가지인 명제다. 마음을 차분하게 할 수 있으면, 바쁘지 않은 것이 더 의미가 있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도 하다. 바쁘지 않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 그게 더 멀리 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렇지만 멀리 가서 뭐 하게? 어디 뭐 맡겨놓은 거 있남? 멀리, 실력, 효율적, 이런 말들도 다 털어버리면 바쁘지 않은 시간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 때 뭔가 진짜를 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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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박물관.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놀려고 했는데, 둘째가 꼭 가고 싶다고 졸라서. 여기는 언제 가도 잘 논다. 큰 애가 마음 속에 되고 싶은 것들을 정했다. 야구선수, 축구선수, 발레리노, 군인 그리고 경찰... 나는 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친척들은 전부 내가 육사 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 그 시절에는 육사 아니면 서울대 법대, 이게 아저씨들의 로망이었다. 나는 그냥 국문과 가면 될 것 같았고, 점수도 딱 거기 맞춰서 고만큼. 그랬더니 해준 거 아무 것도 없던 친척 아저씨들이 그거 안된다고 완전 생난리를. 그럼 국문과 대신 사학은 어떠냐고. 펄펄 난리들. 대학교 입학금 없던 유럽 같았으면 아마 그냥 국문학과 갔었을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인류학 같은 그런 고급 학문은 전혀 몰랐다.

대학에서 뭘 전공하느냐가 살아가는데 영향을 얼마나 미칠까? 점점 더 별 상관 없는 것 같다. 나는 학부 1학년 때 했던 생각을 지금도 하는, 약간 드문 경우인 것 같고.

뭘 해도, 아니 아무 것도 안 해도 행복해지는 데 아무 지장 없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것, 그게 내가 한국 사회에 가지고 있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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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돈만 가지고 될까?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닌 듯싶다.

 

여름이 막 오자 마자 일요일 오전에 애들 데리고 길을 나섰다. 마침 분수.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이게 될 일이 아니다.

 

결국 둘째는 물 흠뻑 뒤집어쓰고, 울었다. 큰 애는 좀 더 놀고 싶다는데, 여벌로 가지고 간 옷이 없어서 서둘러 귀가.

 

둘째는 한참 아팠었다. 그리고 올 봄, 태어나서 처음으로 폐렴 없이 넘어갔다. 둘째 뛰어노는 것 보면 나는 마냥 행복하다. 살면서 이런 순간을 몇 번이나 만나겠나 싶다. 일상이라는 것은, 고통의 모습을 잠시 감추고 억지로 평범한 얼굴을 꺼내 보이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힘들고, 괴로운 판단 앞에 서 있는 것, 그게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 그래도 잠시 웃고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삶이 괴로운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분수는 본다. 일상적으로 본다. 그렇지만 자기 아이가 분수에서 노는 모습을 보는 일은 평생 몇 번 없을 것 같다. 잡고 싶어도 지나가는 것이, 역시 일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가치를 잘 모르게 된다. 나라고 알았을까? 글쎄, 나도 잘 몰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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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서 그런지, 야옹구 팍 늘어졌다. 이 방에 내가 같이 있다. 나도 휴... 50미리 렌즈. 삥은 수동으로 잡았다. 요렇게 가만히 있을 때에는 수동도 괜찮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방법없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보리수 열매 익어가는 게, 하루가 다르다. 적당히 하다가 따야지, 그냥 잘 익게 두면 새들이 다 먹어버린다. 올해 딸기는, 딱 한 알 건졌다. 새들이 진짜 깨끗이 먹어버렸다... 칼 차이즈 표준 줌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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