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에 해당되는 글 675건

  1. 2018.06.02 직장 민주주의, 작업을 시작하며... 1
  2. 2018.05.31 어쩌면 뮤턴트... 1
  3. 2018.05.30 50대 에세이 서문을 고치고...
  4. 2018.05.29 농구 연습과 논문 읽기 1
  5. 2018.05.28 에어컨은 내년에...
  6. 2018.05.26 살살 살기와 바쁘지 않기 3
  7. 2018.05.25 붓꽃과 장미 2
  8. 2018.05.23 50대 에세이, 마치고
  9. 2018.05.22 양평 나들이
  10. 2018.05.19 건강한 웃음?

직장 민주주의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다. 내가 쓴 책 중에서, 이런 책 좀 써달라고 부탁받아서 쓰는 것은 처음이다. 다른 사람 제안으로 책을 쓰지 않는 것은, 그렇게는 책을 마무리지을 수가 없는 경우가 100%였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내용이 나온 것은, 품질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일단은 마무리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데서 온 것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마무리하지를 못했다.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다. 남한테 부탁받은 일들은, 결국 내가 시다바리야, 내가 하청업자야, 이렇게 툴툴거리면서 하지 않아도 좋은 이유만을 계속 찾게 된다. 그러다 결국 자빠진다. 직장 민주주의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까, 지금 이 시기에 내가 이 문제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잘 아는 사람은 많다. 이 문제만 고민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현장에서 매일매일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생을 바친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렇지는 않다. 속 편하게, 되는 대로 살고, 안되면 말고... 50대가 된 나는 무사안일주의의 결정체와도 같다. 그렇지만 나만 할 수 있는 얘기도 있다.

그리하여... 지금 이 책을 쓰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하게 되었다. 즐거운 일은, 의미와 보람이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의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 workplace democracy나 industrial democracy, 어떤 의미로든 한국에서는 아주 생소한 개념이다. 한국 버전으로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즐겁기도 하고, 보람도 있는 일이다.

내가 다루는 주제들은 누군가 '공포경제학'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고통스럽고 외면하고 싶은 것들이다. 의미와 보람도 없으면, 다루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적당히 아는 척하고, 대충 사회에 기여하는 것, 그렇게 살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생각 없다. 한국 상황에서, 나는 이 주제를 가지고 극한까지 가보고 싶다... 대충 얼버무리는 방식으로 회사 얘기를 다루지는 않을 생각이다. 남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딱딱하지 않게, 가능하면은 가끔은 웃을 수 있게, 그런 톤앤매너를 잡을 것인가. 이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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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에디터랑 얘기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일종의 뮤턴트일지도 모른다. 일생 자체가, 좀 다르다. 내 또래의 남자들과는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살았는데, 이 차이가 점점 더 벌어져서 이제는 진짜 많이 다른 것 같다. 진화경제학의 출발점이 뮤턴트의 등장부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하는 게, 점점 더 쉽지가 않다. 꼭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며칠 전에 88만원 세대가 25만부 정도 팔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기서 받은 인세는 언제가는 적당한 시민단체에 기부할 생각이다. 원래 그렇게 하려고 준비해놓고 있었는데, 근혜 이후 이것저것 하면서 모아놓은 돈을 이재저래 쓰게 되었다. 아마 2~3년 내에는 좀 지난 마음의 빚은 덜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면? 더 홀가분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가지고 싶은 게 없으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다. 나는 이 상황이 진짜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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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참 힘들었다. 연초에는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온다. 내 주변 사람들도 조금씩은 행복을 찾은 것 같다. 세상은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모두 행복해지는 건 알겠다. 일단 동료들부터 행복해지고. 얼마 안 남았다... 50대 에세이 서문을 손봤다. 50, 돈이나 지위 혹은 재능이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게 되는 나이다... 요런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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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정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농구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슛만 계속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했다. 그리고 돌아서면 논문만 읽었다. 논문이 책 보다 좋은 건, 단순하다는 점. 논점이 복합적이지 않다. 자유투나 논문이나, 감각만 열어놓고...

요즘 다시 논문 읽는 중이다. 속에서, 울컥울컥, 이렇게 얘기할 건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든다. 뭐, 농구 연습이 그렇다. 잘 안 들어간다. 그래도 그냥 하는 거, 논문 읽기랑 다를 게 없다. 논문과 보고서, 나도 그 세계에서 살던 사람이다.

강북으로 이사오고 나서 안 좋아진 것이, 집 근처에 농구할 데가 전혀 없는. 딱 하나 있었는데, 시끄럽다고 주민들 민원 때문에 치웠다. 눈치 안 보고 혼자서 농구할 수 있는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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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에어컨을 꼭 살 생각이었다. 에어컨 기사도 불렀다. 놓을 수는 있는데, 각도가 애매해서 스탠드형 놔야 한댄다. 100만원 조금 넘는댄다. 책장 하나 빼고, 등등 나름 대공사다. 그래도 놓을 생각이었다. 올 여름은 엄청 덥다는데.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다. 내년에 놓자.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글 쓰는 게 오랫동안 내 트레이드 마크였다. 내가 살살 살아도, 글 쓸 때 빠이팅이 아주 없지는 않다. 배까지 나오기 시작하는 데다 에어컨 틀어놓고 시원한 데서 글 쓴다고 생각하니... 20대부터 지켜오던 더운 여름 날의 빠이팅이 내 삶에서 아주 없어질 것 같은 허전함이 들었다. 게다가 올 여름에 쓸 글은, 아주 더운 날 에어컨 꺼진 후의 긴박한 상황에 관한 것이다. 내년에 사자... 땀 뻘뻘 흘리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보여주겠어. 그래서 내년에 사기로 했다 (이 짓을 20년째 하고 있다. 올해도 내 방에 에어컨 다는 것은 내년의 일로. 매년 이러고 8월에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후회하게 된다. 내가 결코 생태주의라서 에어컨을 안 사는 것는 아니다. 우리 집에도 에어컨 있는 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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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요런 전시회에 갔다왔다. 누가 이런 전시회에 갈까 싶었는데, 내가 그런 데에 가고 있다...)

 

1.

50이 되면서 내 마음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키워드로 생각해보면, 살살 살기와 바쁘지 않기, 두 가지다. 원해서 그렇게 되었다기 보다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또래의 다른 남자들과는 좀 다른 방식의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여의도에 있던 시절,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원로들의 삶이었다. 초선 국회의원이던 문재인이 고립되어 있던 시절에서 당대표를 거쳐 더 더 이상 국회의원이 아니던 시절, 그 시간을 그와 함께 했다. 캠프 만들기 직전까지였다. 그 시절에 70 좀 넘은 할아버지들이 여의도에 인공위성처럼 떠다니면서 이런저런 일에 관여하는 것을 좀 보게 되었다. 안철수 탈당하고, 뭐 그런 사건들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원로들은 자기가 뭘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뭔가 또 맞춰줘야 한다. 그나마 국회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다. 문제가 생기면 직접 만나서 얘기하면 된다. 물론 될 일만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 그런데 원로들은, 누가 누군지 알기가 어렵다. 공식적인 자리에는 거의 안 나온다. 그 근처 커피샵이나 어딘지도 잘 모르는 사무실에 있다. 사무실 이름이랑 진짜 하는 일하고는 거의 연관이 없다. 그런데 이 원로들이 심통 나면 진짜 되는 일이 없다. 공식적인 것과 비공식적인 것 사이에 얹혀 있는데,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어렵다.

 

그 때 마음을 먹은 게 있다. 나는 원로가 되지 말아야겠다그리고 곱게 늙어야겠다는. 물론 한 명 한 명은 따로 만나면 대부분 훌륭한 사람들이다. 전직 국회의장, 전직 장관, 뭐 이런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장점들은 있다. 배울 점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이 덩어리로 묶이면, 우와엄청나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도 늙으면 이런 할아버지 중의 한 명이 된다고 생각하면, 삶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순수하게 사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더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순수하지 못한 것은 참을 수 있는 것 같은데, 더러운 것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 몇 년이 지났다. 여의도에 있던 시절, 잘 났다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못난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는 기억에서 잊혀져 간다. 많은 것들이 희미해지는데, 원로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만큼은 점점 더 강해지고 또렷해진다.

 

내가 50대에 갖게 된 삶의 원칙이라는 것이, 별 다른 것이 아니라 늙어서 원로가 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다. 난 그 사람들이 너무너무 싫었다. 그래서 늙어서 그런 모습을 갖지 않기 위해서 지금 뭔가 좀 노력을 하기로 했다. 그게 살살 살기와 바쁘지 않기, 두 가지다.

 

2.

21세기, 세계 경제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함께 찾아왔다. 이걸 간단하게 요약하면 죽도록 살면 너는 행복할 수 있다”, 요렇게 말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식 특이성 하나가 더 붙는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하나는 경제적인 것이고, 하나는 비경제적인 것이다. 많은 글을 분석해보면 한국 사람들의 숨어 있는 동기는 이 두 개의 결합 안에 들어간다.

 

이 생각을 처음 진지하게 하게 된 것은 2012년 대선이었다. 그 때 선거 마지막 순간에 내가 일종의 선대위원장이었다. 최저임금을 좀 더 빠르게 올리는 것을 그 때 내세우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반대가 너무 심했다. 정말로 어떤 반대들이 있는지, 그 때 진지하게 살펴봤다. 당사자들은 이게 될까, 시큰둥해서 별 찬성이 없었다.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거나 제대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정도였다. 가장 큰 반대는 사장들도 아니고 경총이나 전경련도 아니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서 가장 진직하고 적극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유는알바들이 정규직인 자신들의 임금과 큰 차이가 없으면, 자신들의 삶이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다.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자기들이 피해보는 것도 아닌데, 그 반대가 정말 심했고, 진지했다. 우리들의 많은 행위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것에서 시작한다.

 

열심히 살기, 이것은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오래된 것도 아니다. 21세기 들어와서 한국에서 특히 강조되었다.

 

살살 살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사상 속에 강력히 들어가 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열심히라는 말이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그야말로 적들의 음모일 뿐이다. 대충 살아도 별 일 없는 것, 그게 사실 선진국이다.

 

나는 살면서 나에게 살살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모두들 나에게 열심히 살라고 했고, 최선을 다 하라고 했다. 없던 힘도 내서, 죽어라고 하라고 했다.

 

어느 날, 나는 삶을 잠시 세워놓았다. 그리고 살살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 같은 삶 정도가 되면 좋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틈 나면 살살 살아요”, 그렇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좋은 점은 확실히 있다. 확 열불나는 일, 이런 것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치솟는 분노가 금방 내려간다. “남들은 뭐 하는데…”, 이런 엄마 친구 아들 같은 얘기에 대해서는 이제 거의 반응이 없다. “그러시든지”,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게 되었다.

 

븐노의 빈도와 분노의 강도가 내려가면, 이제 심심해진다. 내가 이렇게 화를 많이 내고 살았나? 시간도 많이 남고, 심심해진다. 올 봄,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이것저것 설정 맞추고, 노출값 잡고, 초점을 바꾸다 보면, 시간은 금방금방 간다. 사진 한 장 찍는데, 약간 과장하면 한 시간도 걸린다. 아니, 한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한 장도 못 찍는 경우도 많다. 살살 살면, 시간은 확실히 많아진다.

 

3.

바빠야 한다는 것도 오래된 이념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워싱턴 컨센서스의 강화와 함께 더욱 강화된 경제 이념이다. 그리고 한국적이다. Sehr koreanisch… 독일어로 매우 한국적. 이제는 너무 우리 옷에 잘 맞는 이념 같아서 그 기원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상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처럼 사는 나라도 없고, 우리처럼 서로 바쁘기를 권하는 나라도 없다. 미치도록 바쁘다. 바빠서 미치는 게 아니라, 미쳤으니까 바쁜 거다.

 

우리는 사랑도, 운동도, 투쟁도 다 목숨 걸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배웠다. 지나보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 목숨 걸고 사랑하겠다고 덤벼드는 사람, 무서워서 사랑하기가 어렵다. 뒤집어 보면 마찬가지다. “자신만을 사랑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그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 사랑하기는 어렵다. 운동도 그렇다. 사회라는 게,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사는 거 내팽개치고 사회만 얘기하는 사람이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사랑과 운동도, 다 병신이 되어서 하라고 하는 시대를 살았다. 사실, 목숨을 걸면 어느 것도 사랑하기 어렵다. 그리고 늘 섭섭하기만 하다. 나는 목숨을 걸었는데, 나한테 왜 이래, 이럴 수가 있어? 다 그럴만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늦게 알게 된다.

 

인생이라는 게, 바쁠 이유가 없는 것이다. 45, 유신식 바쁘게 살기다. 중고등학생들이 바빠서 소설 읽은 시간이 없는 나라, 근본적으로 교육 설계가 잘못된 것이다.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소설이라도 읽게 되는 나라, 이런 나라가 국민소득 7만 달러, 8만 달러 갔다. 죽도록 공부해서 병신되는 길, 이게 우리가 만든 세상이다. 뭔 짓이냐?

 

나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만은 바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제 할 일을 오늘 해도 된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룬다. 그리고 내일 하려고 했던 일은, 기약 없는 먼 미래로 넘긴다. 그리고 오늘은, 사랑을 한다. 일단 돈부터 벌고 사랑은 나중에, 그런 거 아니다. 돈은 나중에 벌어도 된다. 그러나 오늘 사랑하지 않으면 내일이 불행해진다. 내게 주어진 내 삶을 사랑하지 못하고, 도대체 남한테 할 수 있는 얘기가 뭐가 있을까? 냉소와 야유 그리고 질시, 이딴 거 필요 없다. 오늘 감사하고, 오늘 사랑하고, 오늘 존경하면 된다.

 

사랑과 돈, 미룰 것은 돈이지 사랑이 아니다. 그러면 뭐 먹고 살아? 이 질문은 딱 국민소득 5천 달러짜리 질문이다. 지금 사랑해도 밥 먹고 사는 걱정 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경제성장도 하고 경제 활동도 하는 거다. 적당히 해도 먹고 사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경제다. 물론 아직 우리가 그 단계는 아니다. 그렇지만 정서적으로는 너무 만 달러 이전 시대의 것이 형성되어 있다.

 

바쁘지 않기로 결정을 한 다음, 나쁜 점은 내가 좀 야박해졌다는 점이다. 안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혜윤과 하던 라디오 방송을 그만해야겠다고 말하는 순간, 아마 평생 기억날 것 같다. 우정과 사랑과, 하여간 많은 것을 같이 했고 또 하고 싶은 멋진 친구에게, 더는 못할 것 같다, 이 얘기가 참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정혜윤처럼 똑똑하고 잘 난 사람과 동료가 되는 일, 인생에 그렇게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다. 그 순간이 참 어려웠다.

 

그 다음은 쉬워졌다. 정혜윤과도 내가 안 하는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저 아세요? 덜 가슴이 아프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얻은 것은? 마음의 여유.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궁극의 상태에 드디어 도달하였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나는 이 상태에 꼭 와보고 싶었다. 이 궁극의 상태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내가 눈을 감는 날까지, 절대로 하고 싶은 것을 만들지 않고, 되고 싶은 것도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이 궁극의 상태에서 모든 것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야구는 좀 이겼으면 좋겠다. 너무 많이 진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없어야, 내 주변 사람들이 편안하게 자기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아무 일도 안 해도 괜찮다. 옆 사람들이 충분히 성과를 내면, 나도 좀 묻어가고, 가끔은 좀 줏어 먹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들이 넉넉해지면, 그게 나에게도 편안한 일 아니겠나 싶다. 50이 넘으면, 꼭 자기만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상황이 된다. 내가 바쁘지 않게 되니까,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물론 애들 보지 않는 시간이라야 전화도 받을 수 있다. 그냥, 이렇게 살짝 묻어가면서 살아도 나쁘지 않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이런 개떡 같은 소리에서 벗어나는데 50년이 걸린 것 같다. 그냥 사는 거다. 그리고 기왕 사는 거, 바쁘지 않게 사는 게 남는 거다. 그러면 억울하지 않냐고 누가 물어봤다. 억울한 것도 바쁜 사람들이나 갖는 감정이다. 바쁘지 않게 지내면 그것 자체로 보상이다. 억울하고 말 것도 없다. 그러면 경쟁에서 지지 않을까? 좀 지면 어때. 넌 억울하지 않아. 괜찮아유, 잘 놀고 있으니께.

 

바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에, 통장 잔고가 꽤 늘었다. 폼은 나는데, 쓸 데 없는 일은 안한다. 폼은 안나도 의미 있는 일은 한다. 그래도 시간 너무 많이 쓰면 못한다. 그리고 펑펑 남는 시간에 아이들 돌보고, 사진 찍고, 산책 다니고, 근교로 여행 다닌다. 그리고 드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나에게 먹고 사는데 불편하지 않은 돈을 가져다 주었다. 내가 워낙 조금 먹기는 한다.

 

모닝을 타는 데 불편함이 없는 삶’, 이게 결국 내가 정리한 나에게 가장 최적화된 삶이다.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그 출발점이, 언젠가 많은 사람이 자기를 찾아줄 원로가 되지 않는 것, 거기에서부터 나왔다. 나는 존경받으면서 행사 맨 앞줄에 앉는 사람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인생 향로를 크게 한 번 틀었다. 초청받는 인생보다 초청받지 않는 인생이 더 행복하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은 인생, 이것도 별로다. 올 필요도 없고, 갈 필요도 없고, 이게 궁극의 삶이다. 최근의 유명한 가문의 종친들 좀 볼 일이 있었는데, 이 할배들, 오지 말래도 여기저기 엄청 싸돌아다닌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패악질이다. 이거 좀 아니다 싶다.

 

살살 살고, 바쁘지 않은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21세기적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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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붓꽃이 더 피어났다. 1~2주 후면 정말 만개할 것 같다. 비현실적으로 화려한 꽃이다. 얘를 보면, 가끔 이전 집에 있던 금낭화 등 몇 개 꽃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몇 집 건너서 계속 살아가는 녀석들이 있기도 하다. 정신이 있었으면 이사할 때 좀 챙겼을텐데, 정말로 정신 하나도 없던 시절이었다...

장미. 내가 촌스러워서 그런지, 나는 아직도 장미가 제일 좋다. 붉은 장미,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장미가, 접사로 찍기 어려운 꽃 중의 하나다. 하여간 촛점 더럽게 안 맞는다. 수동으로 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디에 맞춰놔도, 그 풍성한 느낌이 살지 않는다. 그리고 바람이 전혀 안 부는 것도 아니라서, 왔다갔다 한다. 한 10분 붙잡고 땡볕에서 낑낑 매고 있으면, 아 놔... 포기. 키도 크다. 그래도 역시 나는 장미를 좋아한다. 기분이, 막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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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하고 이러고 논다. 남자 애들이라서, 좀 과격하다... 이렇게 노는 데에도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1.

나에게 50이라는 나이는 좀 특별했던 것 같다. 별로 의미는 없지만 장식품처럼 최연소라는 것들이 내게 붙어 다녔다. 이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뒤늦은’, 이런 것들이 붙어 다니기 시작한다. 별 의미는 없지만, 그런 변화가 한꺼번에 닥친 것이 50이라는 나이였다.

 

이제는 얘기를 해도 될 것 같다. 국회의장이 된 정세균이라는 사나이는, 아무래도 지난 몇 년 간의 내 삶을 생각할 때 떼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진짜로 죽을 고생을 같이 했다. 그가 우리 집 앞에 있는 소주 집에 온 적이 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안되면, 같이 세계일주 하자고 했다. 나보다는 그가 더 절박했었던 것 같다. 오세훈과의 선거 때, 정세균은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그 때 진짜로 정치 인생 끝날 뻔 했다. 그 선거를 이겼다. 오세훈의 정치 인생이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었다. 그 때쯤 둘째가 폐병으로 연거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정세균은 그 선거에 이기면서 국회의장이 되었다. 나는? 웃으면서 내가 하던 일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한참 난리가 났던, 왜 부인까지 대동하고 해외출장을 갔느냐고 하던 그 미국행바로 전날 정세균이 집 앞 빵집으로 왔다. 왜 왔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혹시 그에게 하고 싶은 부탁이 있는지 들으러 온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에게 바게트를 사고, “의장님, 여기 바게트 정말 맛있습니다”, 그렇게만 말했다. 그 후에,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건너 건너 한동안 연락 엄청 왔다. 나는 그냥 못 들은 척 했다. 그 때는 진짜, 마음의 동요가 전혀 없었다.

 

딱 한 번, 진짜로 싱숭생숭했던 적이 있었다. 지방 공기업에서 사장 제안이 왔었다. 워낙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서, 진짜로 싱숭생숭 했었다. 아마 내 인생에, 공직으로 내가 해보고 싶다고 마음이 흔들렸던 마지막 순간일 것 같다. 1주일을 고민하다가, 결국 내려놓았다.

 

애나 보자

 

그 뒤로는 제안까지는 아니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위 떠보는 전화들은 가끔 있었다. 그냥, 택도 아닌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했다. 가장 최근은, 몇 주 전인 것 같다. 그냥 단박에 거절하기에는 좀 미안했다. 워낙 오래된 관계라. 혼자서 위스키 반 병 마셨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뭐라고 말해야, 이 오래된 사이에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더 했다.

 

2.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애를 돌보기로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와보니, 상황은 좀 처참했다.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며 간당간당했고, 둘째가 아프면서 퇴사한 아내는 우울증 직전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내 동료들도 다 힘들었다.

 

그 때부터 2,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을 아주 열심히 했다.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진짜로 아무 것도 아닌 일만 했다. “, 병신이야?”, 요런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래도 그냥 묵묵히 병신 짓만 했다.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할 때, 50대 에세이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 신화와 실패담, 우리는 그 두 가지 얘기에 익숙하다. 나는 두 개 다 재미없었다. 삶은,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다. 그냥 사는 거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냥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래저래, 언론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것들을 정리했다. 임시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특별하게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정기적으로 글 쓰는 것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방송도 정리했다. 별 거 아닌 고정도 있었고, 좀 더 심각하게 내 쇼를 만드는 것에 대한 얘기도 약간은 있었는데, 그냥 다 아니라고 했다. 언론이든 방송이든, 고정적으로 하는 것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유는 별 게 아니라, 정신 사나워서 그렇다. 가만히 있어야 생각이 난다.

 

강연은 한 달에 하나만 하기로 했다. 그것도 끊고 싶은데저자로서의 숙명 같은 거라고, 그 정도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는 돈 안 필요해?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물론 필요하다. 2년 전에, 내 차를 치웠다. 생각보다 차가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들 보는 거, 가만히 생각하는 거, 이것 외에는 모든 일들을 없앴다.

 

2년 동안, 나는 숨만 쉬고, 가끔 술만 마시고 살았다. 그랬더니?

 

올 봄에 드디어 2년치 생활비가 모였다. 삶의 긴 터널 하나를 빠져나온 느낌이다. 그 즈음, 몇 년간 내려놓고 있던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몇 년 동안, 내 생각은 너무 무채색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흑백사진도 좋아했고, 가끔 일부러 흑백으로 찍기도 했다. 이제 나는 흑백사진이 싫다.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색감이 있고, 생동감 있는 칼라가 더 좋다. 비루하고 처량한 것들을 오히려 더 그냥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원색 그 느낌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흑백, 아니다.

 

중간에 대학 교수 얘기도 좀 있었다. 나는 내키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누구를 가르친단 말이냐? 이제는 후배도 귀찮고, 제자도 귀찮다. 나는 아무도 가르치고 싶지 않다. 그냥 내 얘기를 조곤조곤 할 뿐이다.

 

생각하는 것, 글 쓰는 것, 딱 이 두 가지만 내 인생에 남겨놓았다. 나머지는, 하면 좋은 것들이겠지만, 나는 할 수 없는 것이거나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그리고 너무 복잡하게 이것저것 펼쳐놓으면, 생각이 번잡스러워진다.

 

이 변화를 겪으면서 내가 했던 생각들이 50대 에세이의 내용이 되었다. 지내 놓고 쓴 것이 아니라, 쓰면서 지내고, 지내면서 쓰고. , 모든 삶은 그 자체로 다 자기의 현장이다. 어디 현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걸 잘 몰랐다.

 

3.

50대 에세이는, 아마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책이 될 것 같다. 남에게? 혹은 세상에? 그런 어려운 건 잘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생겨난 변화가 있다.

 

나만 혼자 잘 살아서 무슨 재민겨?”

 

책과 글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진짜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해결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내년도 책 두 권을 책에 관한 책으로 정했다. 책의 미래는 잘 모르겠고, 책의 경제학 정도 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형편무인지경의 삶에서는 좀 벗어날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좀 해보려고 한다.

 

두 말하면 잔소리다. 말만 지식경제라는 표현을 쓰지, 진짜 한국, 지식에 대한 기본이 안 된 나라다. 잘 하면 될 거 아니냐? 이런 건, 사실 좀 개소리다. 평균, 전체, 변화율, 변곡점, 이런 거 생각해보면, 너나 잘 해라는 말 보다 더 무책임한 얘기다.

 

너무 희망적인 자세를 가지고 세상을 살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유 없이 비관적이 되거나, 독설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문제는 원래 풀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건방 떨면서 살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풀 수 있는 문제가 있고,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은, 사실은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한국에서 글 쓰는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방법이 없을 것 같지는 않다. 나의 다음 번 질문이다. 50대 에세이를 쓰면서 생겨난 작은 변화이기도 하다.

 

나만 혼자 편한 거, 별로 재밌는 일은 아니다. 그렇게 보람 있는 일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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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워낙 비싸서 칠공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칼차이즈 렌즈. 요즘은 가격이 한참 내려왔는데, 내가 살 때만해도 200만원 한참 넘어갔던. 24미리에서 70미리까지, 표준줌인데, 조리개값이 고정으로 2.8이다. 실상활에서 24미리 구간을 많이 쓰게 되는데, 조리개값이 좀 애매하다. 나는 70미리 구간을 자주 쓴다. 그러면 2.8의 조리개값도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뭔가 아련하고, 비현실적인 사진들을 종종 뽑아준다. 그렇지만 막상 인물사진으로 쓰기에는, 여전히 좀 부족. 엄청나게 무겁다. 그래서 잘 안 들고 다니게 된다. 그래도 대구경 렌즈라, 가끔은 무게값을 한다. 아마 이 렌즈를 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

큰 애는 요즘 사진 찍고 노는 재미를 조금은 알아가는 것 같다.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2)

둘째의 눈으로 본 세상. 요즘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은 일상이 되었다. 핸펀 사진도 좋은 사진이다. 그래도 굳이 카메라를 쓰면, 귀찮은 것들 속에서 모르는 것들이 얻어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렌즈를 고르고, 사진 찍기 전에 미리 많은 것을 설정하고 시작한다. 특히 애들하고 사진 찍을 때에는, 무턱대고 들어가면 거의 한 장도 제대로 못 찍는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렇게 설정해놓고 애들 뒤를 잠시 따르다 보면, 아이들 시선으로 잠시 세상을 보게 된다. 앵글만 낮춘다고 아이의 시선이 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내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아닌 것들, 카메라를 들고 잠시 다른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3)

데이지. 양평. 나는 눈이 나빠서 그런지, 접사를 아주 좋아한다. 평생 내 눈으로는 느껴보지도 못한 다른 세계가 열린다. 접사는, 그 사진이 그 사진이라는 게 단점이다. 자주 보면, 질린다. 그 속에서 어떻게 좀 특이점을 만들까,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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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마지막 글 하나를 더 추가할 생각인데. 다시 쭉 고치면서 읽어봤는데, 이게 워낙 서로 연동되는 방식이라 이제는 찔러놓을 공간이 없다. 찔러넣을 거리도 없고. 가장 최근의 내 생각을 제목으로 정리해봤는데... '매운 놈, 달달한 놈, 웃기는 놈', 요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궁국의 경지는 웃기는 놈인데, 살아서 거기에 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잘 웃는 사람은 주변에서 종종 봤는데, 웃기는 사람을 본 것은 정말 너무 오래 전인 것 같다. 이재영이 그렇게 사람을 잘 웃겼었다. 글쎄, 웃기는 사람을 누구를 봤을까? 정찬우가 고등학교 친구인데, 웃기기는 잘 웃겼다. 이제 공황장애라니... 참. 건강한 웃음이라는 게, 너무 힘든 얘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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