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른 분야는 모르겠는데, 한국에서 사회과학은 세 개의 허들을 넘는 것과 같다.
1번 허들. 이게 당신 문제예요…
쉽게 애기하면 배달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배달하기가 어렵다. 더 쉽게 배달할 수 있는 양식을 찾으면 안돼? 현재로서는 책 밖에 없다. 방송도 경제분야에는 심층취재나 다큐 같은 게 거의 없다. 사회 운동으로 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도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하니까 깊이 들어가기가 어렵다.
2번 허들. 아냐 아냐 난 알고 싶지 않아.
이 문제는 짜장면의 칼로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과 같다. 미세먼지 문제도 초기에는 같았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 알아봐야 일상이 더 피곤해지기만 한다.
3번 허들. 난 모를 것이니까 너도 알 필요 없어.
좀 더 적극적인 거부다. 그냥 자기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필요 없으니까 주변에서 아는 것도 거부하는. 이런 골 아픈 일을 뭐 하러 해? 그게 딜레마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1999년 벨기에에서 <로제타>라는 영화가 나온 적이 있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그래서 로제타 법안이 나오고, 청년 의무할당제가 시행되었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 없는 것인지, 한국이 이런 사회가 아닌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다른 매체는 이런 고민을 해주지 않으니, 아직까지는 위태로운 3단 허들 뛰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2.
직장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잡을 때 좀 고심을 했다. 비슷한 표현으로, 산업 민주주의가 있고, 작업장 민주주의가 있다. 그리고 한국 버전에서 직장 민주화라는 표현도 있다. 이런 걸 전체적으로 살펴봤는데, 우리 맥락에서는 직장 민주주의가 가장 나은 것 같았다.
그리고 금방 깨닫게 되었다…
아, 이게 ‘배달의 문제’가 1번 과제인 주제구나. 그리고 여기에 2번과 3번,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아, 너도 그런 데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벽에 부딪혀 있다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찾아볼 수 있는데… 된장, 확실한 것은 팬시와는 정반대, 문화적 트렌드와도 정반대에 서 있는 주제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기이한 침묵이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 같다.
한 가지, 흔히 말하면 ‘잠재성’ 즉 중요성은 높다.
중요하기는 한 건데, 별로 인기는 없을… 이론이론.
3.
사실 한 달 전에는 이미 쓰기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주변 상황 좀 살펴보느라고 시간을 좀 더 썼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직장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인기가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너무나 기이할 정도로 침묵이 오래 있었다는. 왜 그런지, 알 듯 모를 듯.
잠시 눈을 들어보면 허들이 세 개, 그것도 아주 높게 서 있다.
솔직한 마음이라면, 그냥 이거 안 하고 싶다.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도 있는데…
에, 벌써 한다고 했는데. 주저주저.
사명감만 가지고 책을 쓸 수는 없다. 그렇게는 써지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좀 다른 동력이 더 필요할 것 같기는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누군가 벨기에의 <로제타> 같은 영화를 만들어주거나, 아니면 거기에 비견할 만한 경제다큐 같은 거 만들어주면 좋겠다. 나는 그냥 좀 계속 쉬게…
하여간 경제 얘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고, 경제 영웅들이 그렇게도 많은데 아직까지도 직장 민주주의가 사회적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이 기이한 상황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경제는 나한테 물어봐”,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이렇게나 많은데… 그냥 그런 데서 “이 문제는 우리 거야, 남의 나와바리에 들어오지 마”, 요런 얘기 해주면 좋겠다.
토깔 때에도 명분이 있어야…
그런데 있을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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