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민주주의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다. 내가 쓴 책 중에서, 이런 책 좀 써달라고 부탁받아서 쓰는 것은 처음이다. 다른 사람 제안으로 책을 쓰지 않는 것은, 그렇게는 책을 마무리지을 수가 없는 경우가 100%였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내용이 나온 것은, 품질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일단은 마무리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데서 온 것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마무리하지를 못했다.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다. 남한테 부탁받은 일들은, 결국 내가 시다바리야, 내가 하청업자야, 이렇게 툴툴거리면서 하지 않아도 좋은 이유만을 계속 찾게 된다. 그러다 결국 자빠진다. 직장 민주주의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까, 지금 이 시기에 내가 이 문제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잘 아는 사람은 많다. 이 문제만 고민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현장에서 매일매일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생을 바친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렇지는 않다. 속 편하게, 되는 대로 살고, 안되면 말고... 50대가 된 나는 무사안일주의의 결정체와도 같다. 그렇지만 나만 할 수 있는 얘기도 있다.
그리하여... 지금 이 책을 쓰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하게 되었다. 즐거운 일은, 의미와 보람이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의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 workplace democracy나 industrial democracy, 어떤 의미로든 한국에서는 아주 생소한 개념이다. 한국 버전으로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즐겁기도 하고, 보람도 있는 일이다.
내가 다루는 주제들은 누군가 '공포경제학'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고통스럽고 외면하고 싶은 것들이다. 의미와 보람도 없으면, 다루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적당히 아는 척하고, 대충 사회에 기여하는 것, 그렇게 살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생각 없다. 한국 상황에서, 나는 이 주제를 가지고 극한까지 가보고 싶다... 대충 얼버무리는 방식으로 회사 얘기를 다루지는 않을 생각이다. 남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딱딱하지 않게, 가능하면은 가끔은 웃을 수 있게, 그런 톤앤매너를 잡을 것인가. 이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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