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에어컨을 꼭 살 생각이었다. 에어컨 기사도 불렀다. 놓을 수는 있는데, 각도가 애매해서 스탠드형 놔야 한댄다. 100만원 조금 넘는댄다. 책장 하나 빼고, 등등 나름 대공사다. 그래도 놓을 생각이었다. 올 여름은 엄청 덥다는데.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다. 내년에 놓자.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글 쓰는 게 오랫동안 내 트레이드 마크였다. 내가 살살 살아도, 글 쓸 때 빠이팅이 아주 없지는 않다. 배까지 나오기 시작하는 데다 에어컨 틀어놓고 시원한 데서 글 쓴다고 생각하니... 20대부터 지켜오던 더운 여름 날의 빠이팅이 내 삶에서 아주 없어질 것 같은 허전함이 들었다. 게다가 올 여름에 쓸 글은, 아주 더운 날 에어컨 꺼진 후의 긴박한 상황에 관한 것이다. 내년에 사자... 땀 뻘뻘 흘리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보여주겠어. 그래서 내년에 사기로 했다 (이 짓을 20년째 하고 있다. 올해도 내 방에 에어컨 다는 것은 내년의 일로. 매년 이러고 8월에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후회하게 된다. 내가 결코 생태주의라서 에어컨을 안 사는 것는 아니다. 우리 집에도 에어컨 있는 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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