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연재를 시작했다. '유익한 제안'이라는 컨셉으로 가보려고 한다. 뭘 하면 좋을지, 뭘 고쳐야 할지, 그런 내용들을 위주로 하려고 한다. 얼마나 얘깃거리를 발굴할지, 아직은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remium/at_pg.aspx?CNTN_CD=A0002518233&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 똑바로 쓴 경제이야기 1
  • 토건 이긴 정권 없었다
    이제 탈토건 위원회를 만들자

    [똑경제-우석훈의 생각] 지역숙원사업, 삭발, 상경투쟁 언제까지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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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 둘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두 군데를 가야하니까 아침 등교 시간이 더 힘들어지기는 했다. 큰 애는 육교 위에서 혼자 내려보내는데, 육교를 내려가기까지 연신 뒤를 돌아다본다. 교문까지 혼자 가는 걸 어려워한다. 이번 달 안에는 육교를 혼자 건너는 연습을 해야 한다.

    둘째는 혼자 움직이는 것에 아주 익숙하다. 어린이집 현관문까지만 데려다주면 혼자 자기 방까지 간다. 큰 애는 어린이집 졸업하는 순간까지, 방에다 데려다 달라고 했다. 둘째는 많이 아팠고, 부모 손길도 덜 받았다.

    토요타 공장의 일본 분포도와 센다이 공장의 연혁 같은 걸 찾아보려고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 자꾸 미국 토요타 홈페이지로 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센다이 공장 갔을 때 자료들 좀 잘 챙겨둘 걸.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료가 거의 없다. 그나마 책이라도 좀 있으면 생큐, 책은 물론이고 논문도 관련된 게 전무한 경우가 많다. 유튜브에 다 있다는 사람들 말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찾거나 보는 자료들이 유튜브에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주변의 작가들이나 기자들 작업하는 거 보면.. 중요하고 알고 싶은 순서대로 찾아가지 않고, 결국에는 일상적으로 접하거나 찾을 수 있는 자료 순서대로 가게 된다. 가고 싶은 데 가는 게 아니라, 갈 수 있는 데 가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개념들을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보는데.. 문득 먹고 사는데 크게 구애받지 않고 남들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내 삶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타 센다이 공장이 왜 생겼고, 거기서 무슨 차종을 만들고, 그게 지역 경제와 여건에 무슨 철학에 기반한 것인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서 다시 프리우스 플러그인이 갖는 상징적 가치.. 이런 걸 찾는 한국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후키시마 사고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그러나 프리우스 플러그인과 두 사건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한국에서는 못 봤다.

    얼마 전에 미세먼지 책 낼 생각 없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일정상 도무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실이 그렇다. 내가 2005년 에 미세먼지 책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낸 사람이고, 그걸로 저자 데뷔했었다. 미세먼지 문제로 제일 고민 많이하던 시절은 2001년으로 올라간다. 총리실에 있던 시절이다. 그 후로 3년간 고민을 했고, 결국 그게 데뷔작이 되었다. 그 책을 다시 내고 싶지 않은 것은, 미세먼지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저자로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작업을 하겠다는 대략이 밑그림도 그 책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그걸 지금 다시 하기는 어렵다.

    먹고 살기 위해서 지금 하는 일들의 일정을 맞추지 않아도 상관 없는 것, 그것만 해도 내 삶은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물론 지금 당장 뭘 해야 우리 집이 먹고 살 수 있으면, 아내가 아침마다 날 좀 덜 구박할지도 모른다. 빨리빨리 일어나, 오늘도 디비 처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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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에서 히사이시 조 책과 류이치 사카모토 다큐, 코다를 주문했다. 히사이시 조 책은 돌려 읽던 책이 있었는데, 내 앞 차례에서 어떤 작가가 보고 행방불명. 그냥 보고 싶어져서 샀다. 코다는 몇 번 본 다큐인데, 추가영상 50분 정도가 있는 것 같아서, 마저 보려고 샀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쓴 책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인생이 뭐 특별한 라이벌도 없었지만, 되고 싶은, 그럴 롤 모델 같은 게 아예 없었다.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그렇게 살기는 했는데..

    작년에 류이치 사카모토의 <코다>를 보고,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죽음 앞에서 어떻게 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몇 년 전에 원혜영이 웰다잉 얘기를 엄청 했었다. 솔직히 실망했다. 세월호 한참 수습 국면인 와중에, 앞으로 뭐하실 거냐고 물어봤더니, 웰다잉 정책..

    잘 죽든, 못 죽든, 죽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서 보니까, 죽음을 처연히 준비하는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물고, 나이 먹어가면서 점점 더 애정 결핍 아니면 감정 과잉으로 자신만을 사랑하게 되는 영감들만 자꾸 눈에 들어오는.

    미쳤어, 미쳤어, 곱게 좀 늙지.

    태극기에 목숨 걸거나, 자기 이름을 높이는데 목숨 걸거나, 돈을 죽어라고 부여잡고 추하게 늙어가거나.. 내 주변의 노친네들이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

    때 되면 추한 꼴 안 보이고 곱게 죽는 것도 복이야, 내 죽음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때쯤 류이치 사카모토의 <코다>를 보았다.

    멋있었다.

    내 주변의 수많은 영감들은 늙으면 늙을수록, 교회에 더 지랄 맞게 집착하고, 자기가 살아온 것에 대한 변명이 점점 더 늘어난다. 그리고 뭔가 복수하고 싶어지고.

    나이를 먹으면 복수 같은 것은 좀 내려지고 싶어지지가 않나?

    암으로 죽어가는 프랑스 할아버지 - 나름 겁나 유명한 - 가 20대의 나에게 남겨준 말은..

    니는 외국어 공부에 시간 낭비하지 말거레이, 나처럼 죽을 때 후회하게 된다.

    나름 짠했다. 7개 국어 affluent.. 죽기 전에 그거 아니라는 얘기는, 감동적이었다.

    내 주변의 할배들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아마 자기처럼 7개 언어는 꼭 하고 죽으라고,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그런 할배들 보면, 속으로는, 미친 거 아냐. 태극기나 죽어라고 나가는 주제에..

    삶의 전환점을 맞아, 히사야이시 조와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한 비교를 좀 해보고 싶어졌다.

    조선의 할배들은 왜들 다 늙으면 "나처럼 해봐요" 그러면서 자꾸 화만 내는지 모르겠다. 공무원 욕해, 신문 욕해, 교수 욕해, 무식하다고 대중들 욕해, 자기 신경 안 써주는 부인 욕해, 자식들 욕해, 가끔 찾아와주지 않는다고 지인들 욕해.

    욕하다가 죽는 게, 억울하지도 않은가 싶다. 칙칙하고 불운한 근현대사를 지내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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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애가 초등학생에 입학했다. 주변에서는 영어 공부시킨다고 난리다. 방과후 학교에 일본어나 중국어 하나 정도는 다 시키려고 하는 것 같고. 아내는 마술 등 노는 거 위주로 몇 개 신청하자고 했고, 나도 그러자고 했다.

    일단 나 닮았으면, 학교 안 간다고 겁나게 난리 칠 거다. 학교에 즐겁게 다니기만 해도 대단한 거다.

    내가 애들한테 꼭 알게 해주고 싶은 거는, 간단한 식사 빵 정도 만들 수 있는 남자. 그리고 무슨 대단한 요리는 아니더라도 집에서 식구들 먹는 간단한 국이나 음식 정도는 할 수 있고, 손님들 놀러 왔을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정도 해낼 수 있는 남자. 그리고 농사에 조금은 더 익숙한 삶.

    같이 살든 혼자 살든, 자기 먹을 거 정도는 자기가 해먹을 수 있는 것은 남자든 여자든 삶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냥 한국의 표준적 삶을 살면 남자는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한다. 그리고 과시용 요리만 배우려고 하는데, 그냥 간단하게 세 끼 밥 먹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내는 결혼 초에 할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아기들 태어나고 나서 요리 대발전, 요즘은 겁나게 맛있게 한다. 결혼 초에는 밥은 내가 했다. 그걸 가지고 누가 하니 마니,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쁘면 나가서 사먹기도 하고. 짜장면도 하고, 짬뽕도 하고, 육개장도 만들고..

    아들 둘 키우다 보니,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자기 일상 생활에 필요한 음식 정도 하는 게 더 실용적이고 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만 잘 하면 돼? 일생은 그런 거 아니다.

    주변 사람들 편안하게 해주는 게 공부보다 몇 배 더 중요하다. 그리고 자기가 편하기 위해서 남들 달달 볶지 않는 거.

    엄마와 아내의 희생 위에 남자가 큰 공을 세우는 것, 이게 내가 배운 교육이었다. 그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무슨 페미니즘이나 그런 어려운 건 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자기 해먹을 건 자기가 해먹는 정도, 그건 이념이나 가치와 상관 없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

    살면서 진짜로 중요한 지식이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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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놈들 전성시대>는 판매는 그저 그랬다. 그렇지만 술 마시다가 독자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책이기도 하다. 근혜 시대, 시대도 힘들었고, 나도 힘들었다. 그 고통의 클라이막스에서 썼던 책이다. 그 책의 연장선 위에서 '삐꾸들 전성시대'를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하긴.. 책 내면서 나는 c급 경제학자를 표방했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그런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21세기 초반.. 미국 박사들을 1류, 서울대 박사들을 2류, 그리고 기타 등등 나머지들을 다 묶어서 3류 취급하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뭐,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우리가 만드는 '질서정연한 바보짓'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각약각색의 삐꾸들의 약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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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신문에서 칼럼 연재 부탁이 왔는데, 지금 너무 많이 써서 어렵다고 답장을 썼다.

    칼럼이 대충 쓰거나 신경 써서 쓰거나, 사실 별 차이는 없다. 좀 더 핫한 주제인가, 아닌가, 결과적으로는 그 차이가 더 크다. 그렇지만 쓰는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나마나한 얘기는, 진짜 좀 그렇다. 누가 싫다, 뭐가 아니다, 이런 즉자적인 얘기들로 지면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몇 년째 일을 줄이는 중이다. 줄이고 줄여도, 다른 데서 자꾸 늘어나서 실제로 양 자체가 준 것 같지는 않다. 약속 특히 점심 약속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아내도 그러라고 한다.

    "밥이나 사줄께 함 와라", 요런 부탁도 그만 듣기로 했다. 다이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살도 좀 빼야 하는데, 언제까지, 아 네네.. 처묵처묵하면서 살 수는 없다. 밥 못 먹는 인생도 아니고.

    술 약속도 정말 최소한으로만 남기고. 예전 동료들과는 '비포 더 돈', 한강에 아스라이 새벽에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귀가하는 걸 최고로 치던 시절. 차 마시고 얘기하자, 이게 여전히 안 된다. 그렇게 지냈던 시간의 무게가 여전히 무겁다. 사선을 같이 넘던 처지에, 그냥 모른다고 그러기도 좀 그렇고.

    어떻게든 일감을 하나라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내 허랑방탕한 입장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좀 미안하다. 그냥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 같은 게 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치기 어려운 볼은 안 치고, 잡기 어려운 볼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만, 최소한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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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애 초등학교 수업 이틀째, 뭐가 제일 재밌냐고 물어봤더니.. 돌봄교실에서 망고푸딩과 브라우니를 먹었댄다. 나는 한 번도 안 주던 단 음식들. 큰 아이는 완전 녹았다. 이렇게 맛있는 게 있다니.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도 간식을 전략적으로 주는 것 같다. 일단 초창기에는.. 그 얘기를 들은 둘째도 "아, 빨리 초등학교 가고 싶다." 2년 남았다.

    우울하고 힘든 일이 내게도 있다. 그런 걸 다 까먹는 건 아니지만, 애들 학교 보내고, 이것저것 엉켜지내다 보면..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그런 것도 잠시 까먹는다. 그저 체력적으로 힘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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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애랑 둘째랑 카봇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서로 자기 꺼라고 싸웠다. 둘째 건데, 큰 애가 좀 가지고 놀자, 싫어, 이러다 싸움이 난. 그냥 갖다버리자, 들고 나갔는데, 운다. 같이 잘 놀겠다고 한다. 30분쯤 밖에다 뒀다가 돌려줬다. 진짜, 버릴 마음도 있었다. 얘들도 슬슬 로봇 장난감 졸업할 때가 되기도 한 것 같고.

    다음에 또 싸우면 이젠 진짜 갖다 버린다고 했다. 절대 안 싸운다고 한다. 내가 또 속는다.. 또 싸울텐데.. 티격태격, 그렇게 저녁 시간이 흘렀더니, 내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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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쓰다 보면, 갑자기 머리가 휙 돌아서 기가 막힌 전환점을 쓰게 되는 순간이 있다. 피가 확 돈다. 그런 게 한 열번 쯤 와야 책이 된다. 이런 흐름의 디테일은 미리 계산할 수가 없고, 기획할 수도 없다. 좀 전에 그런 순간이 왔다. 오 예..

    조직관리하는 사람들이나 마케팅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만드는 순간만의 매력이나 쾌감 같은 게 있다. 도저히 미리 계산할 수 없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빈 구멍을 채우기 위해서 뭔가 생성되는 순간.

    물론 이런 게 엄청난 돈이 되지도 않고, 기가 막히다고 평가해주는 사람도 없다. 그야말로 디테일 설계에서 어벙벙한 공간을 메꾸는 디테일을 만드는 순간. 그래도 이런 게 꽉 쪼여져서 만들어지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난 이런 게 좋아서, 관리직 같이 돈 만지고 힘 쓰는 길로 가지 않았다.

    어디다 얘기하기도 어렵다. 무슨 문제를 해결했는지 설명을 하려면, 앞뒤로 복잡한 얘기를 하도 많이 해야 해서. 그리고 전체적인 맥락에서만 중요한 거지, 그 context를 벗어나면 아무 것도 아닌 얘기가 된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기쁜 순간을 1년에도 몇십 번 만난다. 그래서 내가 아직 쓰러지지 않고, 웃고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인생, 돈은 진짜 별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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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bs에서 하는 '북소리'라는 책 소개 방송이 있다.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에 마지막 남은 책소개 방송이다. 보수 정권이 책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 기간을 지나면서 결국 공중파에서 책과 관련된 방송은 다 없어졌다.

    그러면 정권 바뀌면 좀 살렸냐? 뭐, 전혀. 다들 뭐 하느라고 바쁘신 건지.

    하여간 '북소리'에서 자문위원회를 구성한다고 연락이 왔다. "영광입니다"라고 짧게 답변을 주었다.

    요즘 예능방송 자막에 '방송국 놈들'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때마다 웃는다. 나도 오늘은 그 얘기하고 싶다. '방송국 놈들", 책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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