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신문에서 칼럼 연재 부탁이 왔는데, 지금 너무 많이 써서 어렵다고 답장을 썼다.

칼럼이 대충 쓰거나 신경 써서 쓰거나, 사실 별 차이는 없다. 좀 더 핫한 주제인가, 아닌가, 결과적으로는 그 차이가 더 크다. 그렇지만 쓰는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나마나한 얘기는, 진짜 좀 그렇다. 누가 싫다, 뭐가 아니다, 이런 즉자적인 얘기들로 지면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몇 년째 일을 줄이는 중이다. 줄이고 줄여도, 다른 데서 자꾸 늘어나서 실제로 양 자체가 준 것 같지는 않다. 약속 특히 점심 약속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아내도 그러라고 한다.

"밥이나 사줄께 함 와라", 요런 부탁도 그만 듣기로 했다. 다이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살도 좀 빼야 하는데, 언제까지, 아 네네.. 처묵처묵하면서 살 수는 없다. 밥 못 먹는 인생도 아니고.

술 약속도 정말 최소한으로만 남기고. 예전 동료들과는 '비포 더 돈', 한강에 아스라이 새벽에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귀가하는 걸 최고로 치던 시절. 차 마시고 얘기하자, 이게 여전히 안 된다. 그렇게 지냈던 시간의 무게가 여전히 무겁다. 사선을 같이 넘던 처지에, 그냥 모른다고 그러기도 좀 그렇고.

어떻게든 일감을 하나라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내 허랑방탕한 입장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좀 미안하다. 그냥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 같은 게 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치기 어려운 볼은 안 치고, 잡기 어려운 볼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만, 최소한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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