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도 슬슬 인터뷰 작업 일정을 짜야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경찰, 직업군인, 국정원, 이런 데도 한 번씩은 인터뷰할 생각이구요.


이 기회에,


1) 한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

2) 한국에서 가장 나쁜 직장


요렇게 하나씩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직장은 어디일까요?


예전에 제 친구들은 한국은행을 꼽았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다가,, 막상 한국은행 선배를 만나고 나서 생각이 싹 바뀐. 뭐야, 이건.


좋은 직장은 리스트가 몇 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나쁜 직장은?


임금표를 보고 월급순으로 하면 아파트 경비원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하위 직급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위에 복지 관련된 직업들이 나옵니다.


이건 순전히 임금으로만 본 거구요.


진짜로 한국에서 가장 나쁜 직장은?


저도 안 던져본 질문입니다.


의견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말로 재밌는 생각을 던지신 분에게는, 후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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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배려가 뭔지 물어봤다. 막 가르쳐줬다. 그러자 질서가 뭔지 물어봤다. 애들 어린이집 벽에 붙어있는 말들이다. 또 가르쳐줬다. 그럼 줄 서는? 질서와 줄 서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줘야 하는데, 웃느라고 설명이 안 된다... 애들 귀에 질서와 줄 서가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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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경제학자 우석훈 라테파파 되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007833&memberNo=36054406&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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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친한 후배가 왜 정치 안하느냐고 물어봤다.

"내가 왜?"

정적이 흘렀다. UN 협상가 시절에는 선거에 나갔다. 그리고 됐다.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하라고 지시를 했다. 적극 참여... DJ 시절이었다.

한국에서는 딱 한 번 선거에 나갈 생각을 했었다. 송파구청장. 그 시절에는 송파에 살았고, 또 풀뿌리 모임에도 약간은 참여를 하고 있었다. 그건 의미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인생에는 더 중요한 일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강남 좌파라고 기자들이 지랄들을 했다. 돈 좀 많으면서 그런 소리 들으면 억울할 건 없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마침 건강도 아주 안 좋아졌다.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면서 송파구를 떠났다. 이사를 가면서 정치는 물론이고, 출마에 대한 생각도 접었다.

그 때 이사 간 집에서 <모피아>까지 썼다. 그리고 지금 집으로 이사왔다. <불황10년>이 지금 사는 집에서 쓴 책이다.

둘째가 아프면서 내 삶이 많이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것은 지방의 도시발전 관련 공기업 사장 제안이 왔을 때다. 그 때는 진짜 고민이 많았다. 지방으로 이사가는 것도 이사가는 거지만,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1주일을 고민하고 안 한다고 답을 했다. 그 순간이, 정부나 정부 근처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순간인 것 같다. 대선 전의 일이다. 그 때 마음을 먹었다.

재밌는 일, 보람있는 일 그리고 행복한 일, 이런 거 아니면 안 한다고. 돈 되는 일은? 물론 돈 안 되는 일도 한다. 돈만 보면서 뭔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어깨싸움의 세계에서 나왔다. 어깨싸움 안 하고도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은 세상에 많다. 나도 이제 50이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면서 마음이 뜨거워지고 도전의식이 마구마구 생기고, 그런 나이는 지났다.

지금 사는 거, 편안하고 좋다. 나한테 뭘 해야 한다고 그러는 사람도 없고, 나도 꼭 해야 하는 그런 게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삶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꼭 뭘 해야 삶이 의미가 있고, 그런 건 아닌 듯 싶다. 이렇게 나는 나의 50대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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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몇 달을 고민하다, 아내와 합의했다. 우리 이제 스트레스 받는 일은 하지 말자. 아내는 20대, 나는 30대, 결혼했다. 우리가 진짜, 힘 좋던 시절이다. 그리고 아이 둘을 낳았다. 아이들도, 이젠 기저귀 다 뗬다. 밥이야 먹고 산다. 스트레스 받을 일 하지 말자고, 간만에 아내와 큰 뜻이 통했다. 재밌고, 즐겁고, 보람 있는 일 아니면 하지 말자고. 아내는 나에게 30년만 더 살아달라고 했다. 난,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안 하련다... 조금 먹고 오래 살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는, 쓸데 없는 소리 말고, 살부터 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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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살던 집에서. 이 시절에는 모든 것이 드라마틱했다. 숨소리마저 파란만장했다. 딱 6년 전의 일이다. 나도, 저 오른 쪽에서 젖을 빨던 아기 고양이 강북도, 이제는 저 시절로 돌아가지 못한다...) 

 

1.

얼마 전부터 어려운 것을 쉽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쉬운 것을 어렵게 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책에 관해서는 그렇다.

 

영화에는 13579라는 표현이 있다. 일삼오칠구, 말 그대로 순서대로 나가는 걸 얘기한다. 전통적 방식으로 앞뒤 맞추고, 적절하게 구조를 맞추는 것을 이렇게 부른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영화가 끝까지 가면 웰메이드라는 소리를 듣는다. 어지간히 맞출 것은 다 맞춰어 놔서 왠만큼은 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은 없다. 당연히 실험적인 것도 없거나 극소로 등장한다. 왠만하기는 한데, 강렬하지는 않다.

 

책이 그렇다. 이것도 일종의 13579가 있어서, 적당한 형식과 양식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자꾸 하다 보면 이런 게 익숙한 양식이 된다. 익숙한 게 나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효율성과 전달력을 가지니까 그게 일종의 양식화가 된 것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하기, 익숙한 양식에 집어넣고 앞뒤를 맞추면 책 한 권이 된다. 그 익숙한 양식에 사람들이 처음 생각했을 것 혹은 처음 제기하는 문제, 그런 어려운 얘기를 집어넣는 것이 어느덧 내가 책을 쓰는 방식이 되었다.

 

어느덧 13579가 되어버린 내 모습.

 

13579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글을 쓰거나 뭔가 만드는 재미는 없다.

 

어느 순간부터, 이게 일종의 직업처럼 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조금만 돈 안될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은 주제는 그냥 내팽겨쳐져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일본은 촘촘한 나라라서,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주제가 그리 많지는 않다. 뭔가를 발견했을 때, 이미 누군가가 한 평생 그걸 추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는 달리, 아주 펑퍼짐한 나라다. 아주 좁은 구멍 몇 개에 모두가 몰려 있고, 그걸 조금만 벗어나면 아무도 없는 곳이 많다. 형편무인지경, 형편이 없는 곳이라서 무인일 가능성이.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 주제도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무가치할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무가치하다는 것은, 인기가 없거나 연구에 돈을 댈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아무도 손 대지 않은 주제들이 우리나라에는 거의 무긍무진이라고 할 정도로 많다. 내가 이제 나이 50이다. 내가 잘 움직여야 봐야 10, 엄청나게 부지런해야 15년 움직일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5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로서 책을 쓰는 시간이 5년이든, 10년이든, 어쨌든 그 길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젠 나도 슬슬 내가 쓰던 것들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정리할 시간이 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가 지금이다.

 

13579 방식으로, 펜 내려놓는 순간까지 책을 계속 쓴다고 해서, 나아질 게 뭐가 있느냐, 이런 질문을 나도 나에게 던져보게 된다. 몇 년 전부터, 내가 몇 권의 책을 냈는지도 세어보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한 권 한 권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책을 낸다는 것이 나에게 가슴 찡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통으로 본 그 시간들이 절절한 사연으로 남지도 않는다.

 

굉장히 기능적이고 기계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준익 감독이 가끔 나에게 라이팅 머신이라고 한다. 큰 의미를 담고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잘 생각해보면 욕이다.

 

2.

어려운 것을 쉽게 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에 관한 얘기다. 그렇지만 요즘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쉬운 것을 어렵게 할 것인가, 양식 실험을 포함해서 조금 더 전위적이거나 실험적인 시도들을 하는 것, 왜 나는 이런 것을 피하는가, 이런 거다. 13579를 깨고,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들을 담아내는 것, 이런 걸 더 해보고 싶다. 물론 힘들다.

 

아이 둘 보면서 뭔가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 무작정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을 쓰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싶지도 않다. ‘직장 민주주의라는 질문이 딱 이 양식 실험 한 가운데에 있다. 개념 자체가 쉬운 개념은 아니다. 그리고 이상적인 개념도 아니다. 딱딱하다. 그리고 이 얘기를 듣기 전에는 전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가 막상 그 얘기를 들으면 마치 아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개념이다. 정의? 당연히 우리 맥락에 맞게 정의되어 있지 않은 개념이다. 그리고 책으로 진지하게 다루는 것도 처음이다.

 

이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양식 실험을 해볼 수 있을까? 오매나야, 하여간 그런 고민 중이다.

 

답은 아직 모른다. 모색해볼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정도 남아있다. , 나도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카페에 두 개의 글을 썼다...)

 

http://cafe.daum.net/workdemo/iPgv/17

 

http://cafe.daum.net/workdemo/iPgv/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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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극한치가 변화의 극한치다 2/2

 

5.

한국 기업들인 아직은 좀 형편없다. 좀 더 잘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회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아직은 별로 그런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는 정부와 국가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얘기를 했다. 국가의 사업에 대해서도,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외의 공간에 두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기업은 그 논의의 예외였던 경우가 많다.

 

이게 지금 바뀌는 중인 것 같다. 기업이라고 해서 공적인 논의에서 이제 예외로 빼주지는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기업 문제라는 것은 삼성과 현대 문제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바깥에 있는 기업들은 대기업 문제의 연장선에서 같이 다루었다. 순환출자부터 시작되는 지배 구조의 문제와 계열사 문제들, 이게 기본이었다.

 

그리고 그 바깥에 있는 중소기업의 문제, 이건 그냥 뭘 더 도와줄까”, 소위 진흥의 대상일 뿐이었다. DJIT 기업들도 그랬고, 박근혜도 창조경제 아래에서도 그랬다. 안철수가 4차 산업혁명 엄청 얘기한 이후, 온갖 염병들을 떤다. 도와줘야 하는 이유만 바뀌지, 큰 틀에서는 중소기업을 엄청 도와줘야 한다, 여기서는 바뀐 게 거의 없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전통적으로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한국에서는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다.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 되고, 다시 그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면 많은 문제가 나아질 꺼야, 이게 큰 흐름이다. 그 생각이 21세기 초, 삼성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던 판사나 검사들이 했던 얘기, “삼성만큼만 하라고 그래”, 그 얘기와 크게는 맥락을 같이 한다.

 

그리고 이걸 전체적으로 모으면 기다리라”, 이 한 마디가 나온다. 우리의 기업 논의라는 것이, 사실 좀 그렇다. 기다리라는 것 외에는 별 거 없다. 노조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고, 회사가 좀 더 발전해서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리고,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서 시민운동이 관심 가질 때까지 기다리고우리는 그렇게 기다리다 날 새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6.

내가 출발하려고 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기다리기에는 지쳤어우린 너무 오래 기다렸어

 

기다리던 사람의 상상, 그런 게 필요한 순간이 왔다.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아, 어떻게 보면 그게 지금 우리의 직장 민주주의 논의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건 뭐 없어?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게 뭐야?

 

회사 내의 불필요한 위계를 완화시키는 것, 조금은 지금 보다 더 수평적인 것,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평등한 관계, 이런 것들은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 하지도 않다. 다만, 그렇게 상상하는 것 자체가 회사라는 구조 내에서 쉽지 않았을 뿐이다.

 

질문하는 각도를 조금 바꾸면, 지금 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으로 갈 수 있는 개선책을 훨씬 쉽게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먼 곳 같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해법은 단순할 수 있다.

 

문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 뿐일지도 모른다.

 

지난 번 50대 에세이 작업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 역사에서 친구 사이의 우정으로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오성과 한음이다. 그들이 맹활약하던 시기는 조선이 위기에 빠졌던 시기다. 그래서 그들의 우정이 더욱 빛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오성과 한음의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다. 자신의 절친이 다섯 살 차이가 나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한 살만 차이가 나도 엄청 선후배라고 나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입상 동기, 한 해 차이면 엄청 무서운 차이다. 다섯 살 차이가 나는 오성과 한음, 뭐야 이건?

 

회사 안의 위계, 어떤 것은 기업이 자연스럽게 만든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것도 있다. 선후배와 연령별 위계, 이런 것의 상당수는 한국 사회의 질서가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다섯 살 차이면 친구 안돼? 대부분 안된다고 할 것이다. 오성과 한음은? 걔들이 선후배 사이는 아니쟎아?

 

상상하면 변화할 수 있지만, 상상도 못해 본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한국의 회사가 변한다면, 그것은 상상했던 최대치 이하의 변화이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변화의 극대치가 상상의 극대치보다는 작을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이 상상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우리의 상상력 역시 제약되어 있다. 경험해보지 못하고, 들어보지 못하고, 본 적이 없는 것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7.

여기까지는 차분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얘기다. 한국 경제라는 특수한 상황과 우리가 가졌던 자본주의 역사, 이런 것의 별스러움 같은 것들을 놓고 보면 차분하게 얘기를 정리할 수는 있다. 그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전에 썼던 조직의 재발견작업 위에 세우는 거라서, 기능적으로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상상이라고 하는 개념을 끌고 나가게 되면, 글을 쓰는 양식에 대해서도 같이 질문을 하게 된다. 불행히도 우리가 사회과학에서 쓰는 문체와 서술 방법이 상상력을 확 넓혀주는 데 유리한 방식은 아니다. 아무리 유연하게 쓴다고 해도, 논리 진행과 전개가, 아주 빡빡하다. 게다가 시대가 또 변했다. 책을 읽는 사람도 더 줄었고, 책을 보면서 상상력을 펼치겠다고 마음을 먹을 사람은 더 소수일 것 같다.

 

내가 부딪힌 벽은 여기다. ‘상상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해서 사람이 상상하지는 않는다. 진실을 필터 없이 바로 눈 앞에서 보여준다고 해서 상상하게 되지도 않는다. 외국의 선진 사례를 마구마구 던져 놓고, 원래는 이런 거야, 이런 성공 스토리혹은 모범 사례들을 막 던진다고 해서 마구마구 상상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글의 양식에서, 어떤 것이 좀 더 독자들에게 더 많은 상상이 가능할 수 있게 해주는 양식일까? 이건 사실 안 해본 고민이다. 문체와 서술 방법에 대한 고민은 꽤 했는데, 양식 자체에 대한 고민은 나도 처음이다. 주제가 주제라서 그렇다.

 

나라고 무슨 엄청난 방법을 처음부터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한 것은 아니다. 얘기를 하나씩 정리하다보니 결국 양식의 문제까지

 

8.

일단 결정한 것은, 상황을 설명하는 몇 개의 콩트를 넣기로 한 것이다. 단편소설 보다 훨씬 짧은 A4 2장 내외의 콩트를 통해서 압축적으로 상황을 설정하는 것. 재밌는 시도이기는 하다.

 

문제는, 이것을 몇 개나,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할 것인가?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

 

극단적으로는 전체 얘기를 전부 개별 꽁트로 바꾸고, 여기에 약간의 설명들을 뒤에 다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려면 할 수는 있는데, 제도의 기원과 유래와 같은 깊은 얘기들을 설명하는 데에는 양식 자체가 한계가 있다. 국가 복지와 기업 복지의 차이 같은 것을 이런 방식으로 설명하려면, 머리에 쥐 엄청 날 것 같다. 쥐 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설명 자체가 부차적으로 보여서 아에 못 달 수도 있다. 이 정도 되면, 뭐가 우선인가, 좀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 남아있는 결정은, 설정에 해당하는 꽁트와 설명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할 것인가, 그 정도 된다. 말은 복잡하지만 10, 20, 30, 이런 개수에 해당한다. 개수가 늘면 설명이 줄고, 개수를 줄이면 서술적인 설명 부분이 더 늘어나게 되고.

 

지난 한 달 동안, 솔직히 이 개수를 두고 아침에 맘 변하고 저녁 때 맘 변하고, 그랬다. 별로 본질적인 것도 아닌데, 어느 정도의 실험적 시도를 할 것인가, 사실 그걸 놓고 오락가락 하는 내가 좀 한심해 보이기는 한다.

 

사실 책은 내용이 가장 중요한데, 내용과는 별 상관도 없는 양식 문제를 가지고 몇 주째 죽을 동 살 동 몸부림을 치고 있는 나를 보면 좀 한심 맞기도 하고.

 

그래도 방법이 다른 없다. 더 고민을 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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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극한치가 변화의 극한치다 1/2

 

1.

살다 보면 얻어 걸리는 게 가끔은 있기 마련이다. 노력한 것이 그 사람이 삶에서 얻는 모든 것은 아니다. 가끔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것도 얻어 걸린다. 좀 극단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얻어 걸리는 것 중의 최고는 부자 아빠일 수도 있다. 대한항공 조씨라고 부르기는 하는 대한항공 자녀들의 일탈을 보다 보면, 가족은 무엇이고 자본주의는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하게 된다. 자본주의는 공평할까? 공정할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업에서 회장님 자녀들이 그냥 고속 승진하고, “어차피 내 꺼야”, 이런 되도 않는 꼴불견을 연출할 때, “쟤는 너무 많이 얻어걸린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게 된다.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받은 사람들이 회사를 자기 맘대로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우리가 왕조 시대를 사는 것은 아니쟎아? 물론 그렇기는 하다. 가끔 2세 혹은 3세 정치인이 있기는 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3세 정치인이다. 아베 가문은 그보다 훨씬 더 예전의 통일 이전에도 가끔 등장하는 가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자식이 아버지의 정치적 권능을 그냥 물려받는 것은 아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박근혜도 아버지의 권능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그 능력까지 물려받은 것은 아닌가 보다. 지금은 감옥에 있다. 아마도 독재자의 자식이, 그냥 아버지의 권능을 물려받아 대통령까지 가는 일은 한국에서 다시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5년 전, 아버지의 권능을 물려받아 대통령이 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국민의 절반이 넘었다. 불과 5년 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 한국에서 시간은 정말 빠르다.

 

2.

대한항공 직원 1,800명이 참여한 단톡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직원의 1/10 가량이 참여했다고 한다. 대한항공 조씨 일가의 부당한 대우에 관한 얘기들이 차고 넘친다. 자발적인 참여이고, 많은 사람들은 글을 쓰면서 여전히 두려워하는 것 같다. 여기서 나온 특별한 얘기들은 두 개다.

 

1) 사축 나가라회사 가족들과 결탁한 짐승들, 나가라

2) 노조 나가라… (아마 사태를 이렇게 만드는 데 일조했을 것이 분명한) 어용노조 나가라.

 

이 사건은 어떻게 해결될 것일까? 그리고 무엇이 해결일 것일까? 과연 무엇이 궁극의 해결책이고 개선책일까? 이런 것은 진행형의 질문이다.

 

오랫동안 노동에 관해서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노조 나가라라는 질문은 좀 뜨악할 것이다.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오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저기에는 제대로 된 노조가 아니라 어용노조가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좀 편하다.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 노조가 저기에도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노조의 영향력이 많아져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

 

이 논의는 87 6월에 뒤 이은 877월 이후로 우리가 노동에 대해서 생각한 기본적인 시각이다. 지금 노조가 없어서 그렇지, 노조만 생기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질 것이야

 

전교조 만들 때 아마 우리가 그랬을 것 같다. 교육과 노동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여기서 만났다. 교육 문제가 뭐가 좀 나아졌을까? 솔직히 뭐가 좋아졌는지 전혀 모르겠다. 80년대의 과외 금지 시절 보다 지금의 교육 여건이나 환경에 좀 개선이 있을까? 적어도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전교조가 지금보다 더 본격화되고 더 강화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노동 문제나 개별 부문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서 제시했거나 혹은 제시 받은 것은, ‘노조를 만들자’, 대체적으로 이 한 문장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조금은 다른 시대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탄핵까지 가는 큰 흐름의 시작은 이화여자대학교의 학내 분규 과정이었다. 좀 황당한 총장이 이상한 과를 만들고 자기들 맘대로 뭔가 하려고 하는 순간에 학생들이 제동을 걸었다. 이게 더 커지면서 정유라의 특급 대우와 입학 과정에 대한 비리들이 막 쏟아져 나왔다. 이 사건은 커지고 커져서, 결국 현직 대통령의 하야가 아니라 파면까지 끌고 가게 된다. 나중에 생긴 사건들에 묻혀서 지금은 크게 주목을 안 하지만, “돈도 능력이야라고 했던 정유라의 되도 않는 얘기가 그들의 파멸에 도화선이 되었다. 그 때 이대 학생들 사이에서 나왔던 얘기도 대한항공 단톡방에서 나왔던 얘기와 같다.

 

운동권 나가라.”

 

좀 더 복잡한 맥락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한항공에서 노조 나가라는 얘기와 학생들의 게시판에서 운동권 나가라는 얘기가 공통된 부분도 존재한다.

 

3.

전통적인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는 산업 민주주의의 하위 분과이며, 작업장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좀 거칠게 단순화시키면, 노조가 힘을 키워서 회사 권력을 제어하자,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개별 기업차원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넓은 산업 차원에서 생각하지, 이런 얘기들이다. 전통적인 좌파의 기업 논의다. 이 얘기가 지금 한국에서 유효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답하기는 쉽지 않다.

 

노조와 기업, 아마도 자본주의가 망하는 그 날까지 계속될 질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좀 뉘앙스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노조와 직장 민주주의라고 큰 줄기를 잡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고민은 노조조직론정도일 것이다. 어떻게 노조 가입률을 높이고, 노조의 활동을 조금 더 강력하게 만들 것인가, 즉 어떻게 노조를 강화시킬 것인가, 그런 질문 하나가 남는다. 방법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다야?

 

이 줄기를 잡으면 아주 계몽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노조를 잘 몰라서 그런데, 그게 엄청 중요하고또 여러분이 잘 모르셔서 그러시는데, 노조가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이 되는 게 자본주의가 더 나아지는

 

이 얘기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그리고 결국은 2단계 접근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 힘 빠지게 한다. 1차로 뭘 하고, 2차로 필요한 것은 1차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

 

,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서 있는 장소 혹은 출발할 장소가 딱 여기다. 전통적인 접근 방법을 벗어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논의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4.

몇 년 전에 현대자동차 노조를 둘러싸고 좀 큰 논쟁이 한 번 벌어진 적이 있었다. 직원 자녀들이 취업할 때 가산점을 줄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게 논쟁의 핵심이었다. 노조에서 이 가산점을 선거에서 공약으로 걸었었나 보다. 하여간 해야 한다는 게 노조 입장이고, 이건 좀 아니다, 그걸 말리는 사람들이 한 편이었다. 이 논쟁은 생각보다 많은 상처를 남겼다. 노조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 흐름은 노조와는 사실 별 상관없는 복지 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잘 얘기하지 않지만 회사 복지와 국가 복지라는 두 가지 다른 흐름이 있었다. 당연히 우리는, 미국을 따라서 회사 복지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보니까 회사가 어디냐, 이게 엄청나게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그걸 제공해주는 회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졌다. 이게 끝까지 가다 보면? 그 회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권리가 되는 시대가 오게 된다. 우리가 이미 21세기 초에 만난 한국이다.

 

한국 기업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얘기인데, 외국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얘기다. 유럽은 그런 거 없으니까 안 다루고, 미국은 그게 기본이니까 안 다루고.

 

기업에 대해서는 중요한 얘기인데, 우린 거의 안 다룬다. 노조 얘기를 강화시키면, 사실 기업 복지에서는 정반대의 방향에 대한 결론이 나올 위험성이 있다.

 

5.

이런 게 내가 직장 민주주의를 다루기 위해서 세워 놓은 줄기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결정적으로 서술의 방법이라는, 양식과 구성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자 이 문제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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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애들 셋 보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친척 한 명은 우리 말을 아예 못. 4월은 노는 달로 정해놨는데, 정작 하루도 제대로 놀지 못한 것 같다. 내가 힘들다고 해도, 이게 뭐가 힘들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이 키우는 건 해보지 않은 부부, 결혼하지도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다. 애 키우는 게, 애 딱 혼자 밥 먹이고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아이 주변의 사람들과 싫든 좋든, 일정한 관계를 만드는 것... 원래는 없었을 일을 일부러 만들어, 남의 집에 가서 자고 오기도 하고,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가기도 하고... 그렇기는 한데, 느무느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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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출간일이 6월 4일로 잡혔나봅니다. 이제 정말 제목을 정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인데... 저는 1) 달달한 50대, 2) 어영부영 50대. 이 정도로 생각합니다. 부제는  1)개수작과의 결별, 2) 바쁘면 지는 거다, 이 정도 하면 어떨까 싶은...

 

의견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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