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팔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는 내 자신이 진보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남들이 그렇게 소개하고, 별칭을 붙였을 뿐이다. 공식적으로 내 입장을 밝히라고 하면, 나는 늘 좌파라고 했고, '명랑 공산주의자'라고 책에서 쓴 적이 있다. 굳이 누군가 좌우로 물어보지 않아서 가만 있을 뿐이지, 나는 진보는 절대 아니고, 우파도 절대 아니다. 그냥 좌파 중에서, 좀 찌그러져 있어야 하는 생태 좌파 정도 된다.

경제와 관련된 생각을 제외하면 나의 일상은 무지무지하게 보수적이다. 지킬 걸 지켜야 하고, 변화하기 위해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부모에게 효도까지는 몰라도 그냥 막 대하지는 않으려고 하고, 힘들어도 아이들은 낳고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좌우는 뭔지 알겠는데, 진보는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프로그레시브 락은 않다. 좋아한다. 한 때 전위적이었던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진보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나는 절대로 진보적이지 않고, 진보도 아니다. 그리고 진보연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 '진보팔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지칭하려고 하는지, 그 함의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좌파다. 그리고 좌파 내에서도 노동좌파랑 구분되는, 생태좌파다. 거기서도 비주류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생각이다.

 

예전에 강남살던 시절에는 강남 좌파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강북으로 이사온지도 이제 10년 정도 된다.

 

굳이 부른다면 강북 좌파가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우리 집에 같이 사는 고양이 이름이 강북이다. 정체성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굳이 정체성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냥 '강북 좌파'로 살아가고 싶다. 고양이 세계의 언어로 하면, 나는 '강북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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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가장 생산적인 시간은 아무 일정도 없고, 아무 일도 없이 그냥 뒹굴뒹굴 거릴 때다. 먼 훗날의 일이나, 아무 근거 없는 상상은 이럴 때 많이 한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내가 가장 돈을 많이 벌었을 때도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거리던 시절. 그리고 정말로 바빠서 쩔쩔 매도록 뛰어다닐 때에는, 돈도 안 벌었고, 오히려 내 돈도 갖다 쓰던 시절.

박근혜 때 창조경제라는 말이 유행했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사람들에게 욕 많이 먹었지만, DJ 때에는 지식경제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리고 신지식인 상도 주고 그랬다. 나랑 가까운 동료도 이 상을 탔다. 사실 나도 그 양반을 추천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결국 심형래가 신지식인이 되면서, 그 상을 받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DJ 시절부터 창조경제까지, 요즘 안철수가 꽃히면서 전국적인 난리브루스가 된 자본주의 4.0 혹은 인더스트리 2.0, 3.0, 이런 것들의 뿌리는 다 같다.

지식경제든 창조경제든, 정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게 정말 엿같은 거다. 포드주의 이후 50년 이상 세계의 기본이 된, 열신히 일하기, 이런 표준적 방식이 다 꽝이라는 얘기다. 열심히 일 한 사람이 아니라 빈둥빈둥거리는 사람이 떼돈 버는 시기, 그런 얘기 하는 거다.

말만 그렇지,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포드주의식 규모의 경제가 여전히 대세이기는 하다. 그래도 변화는 조금씩 오는 것 같다. 점점 더 세상은 더러운 사회로 가는 중이다... 그나마 포드주의식 경제 정의도 안 먹히는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 정의가, 차라리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사법고시 존치 운동이 되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서 찬성 의견이었다. 세상이라는 것은 모르는 일일까? 사법시험 조치를 주장하던 사람들 일부가 몰려다니면서 온갖 패악질들을 하는 걸 보고,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이름을 붙인 게 '포디즘식 정의'... 정의 담론도 변하기는 할 것인데, 한국에서는 무조건 시험 동등하게 보게 해달라는 게 정의의 거의 전부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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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미리 매크로 렌즈. 흰 철쭉, 접사도 몇 장 찍었는데, 그냥 일반 거리에서 찍은 게 훨씬 잘 나왔다. 순전히 빛이 좋아서 그렇다. 여기는 그냥 골목이다. 그리고 잘 관리되지 않은 골목의 계단이라, 전체적으로 칙칙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피어오른 흰 철쭉은 빛을 잘 받아서 찬란하도록 화사하다. 봄, 언제나 세워놓고 싶은 시간이다. 그러나 잠시 일부러 멈추어서 보지 않으면, 그냥 사람을 놀리듯이 잠시 쳐다보고 도망가버린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갑지 않은 빛, 그 빛은 언제나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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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좋은 문장, 나쁜 문장, 그렇게 구분하기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나쁜 문장은, 그냥 보기가 싫어졌었다. 나도 나이를 먹었다. 이제는 모든 문장에, 다 각각의 미덕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싫거나 보고 싶지 않은 문장이라도 어떤 미덕을 가지고 있을지 찾아보기 시작한다. 쓰고 싶지 않은 문장을 억지로 쓰는 사람은 없다. 어떤 한 사람이 자리에 앉아 글을 쓰게 되는 과정까지, 아무런 이유가 없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 이유가 미덕이 된다 (책을 읽는 속도가 요즘 늦어진 이유를 나는 이렇게 변명으로. 그냥 내용만 전달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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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아린이들 메모 2018. 5. 5. 21:56

애들 둘 목욕시키고 나니 이제야 어린이날이 끝난 것 같다. 큰 애는 오늘 처음으로 샴프 모자 안 쓰고 머리를 감았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혼자서도 목욕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까지는 어린이날 선물로 좀 비싼 걸 사줬는데, 이제 고가의 로봇 장난감은 안 사주기로. 적당히 있으면 모르겠는데, 너무 많이 갖고 싶어하는데, 실제로 사는 데 도움은 전혀 안 되는 것 같다. 큰 애는 조립식 소형 글라이더, 둘째는 옥토넛, 바나클 손목 시계.

맨날 서로 소리지르고 싸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루에 5분에서 10분 정도. 그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천국에 있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하다. 그 행복감은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실제로 촬영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전달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닌 것 같다.

연휴가 길다. 월요일까지 버텨야 한다. 내일은 근처 계곡에 놀러 가기로 했다. 월요일은 다큐 촬영이 있어서, 내가 몇 시간 빼야 한다. 직접 다큐를 만드는 건 당분간 손을 놨는데, 뭔 놈의 인생인지, 인터뷰도 해야 하고, 미니 나레이션도 해달란다. 그리고 나레이션 원고도 써달란다. 좋은 일이니까 도와주기는 하는데, 어쨌든 지난 몇 년간 다큐를 만들거나 관여하거나, 무관하게 지나간 시간이 거의 없는 듯하다. 하다 못해 라디오 다큐도 같이 하자고 해서, 오 플리즈, 전 애봐야 해요.

여유가 생기면 노년에는 경제 다큐 만들면서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박근혜 시절, 방송이 꽉 막혀 있을 때에도 하다보니 다큐는 계속 만들거나 관여했었다.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보람은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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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쉽지 않은 질문인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정도로 얼버무리는 중이다. 한동안 신자유주의라는,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얘기가 그 시대를 규정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었다. 자,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많은 것들이 불분명하고,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다 열려 있는 시기인 것 같기는 하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토건 쪽으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가는 것 같다. 탈 신자유주의 신 토건 시대? 뭐, 아주 복잡하고 기괴한 용어가 등장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무현 중반을 넘으면서 신개발주의라는, 역시 좀 모호한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기는 하다. 현재까지의 흐름만 보면, 강력한 신자유주의가 아닌 것은 확실한데, 토건도 아니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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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이 나온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나름 과감했던 책인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의미도 있었다.

 

이 책은 MB 시절을 맞아,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 그런 전망을 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책은 아니었다. 그 즈음에 스위스의 로잔느 대학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하게 될 일이 생겼다. 그리고 파리의 시앙스포에 교환교수 건도 있었고. 어떻게 할지, 나는 잘 판단을 못하고 있었다. 우선은, 건강이 너무 안 좋았다. 그래서 로잔느에서 좀 편하게 지내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던 중이었다.

 

한 학기 정도, 한국경제론을 강의한다는 생각으로 정리하던 것이 결국은 한국경제 대안시리즈 같은 형태의 결론편이 되었다. 그 시절만 해도, 내가 정말 힘이 좋았다. 그리고 머리도 잘 돌아갔다. 이젠 그런 작업은 못할 것 같다.

 

지금은 좀 아닌 것 같고, 문재인 정부 중반에서 후반 정도에 이 책을 한 번 업데이트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 때의 토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내가 제 3 부문이라고 불렀던 사회적 경제가 2~3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아직도 진행형인 질문들이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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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드저널 기고문...

 

https://brunch.co.kr/@boldjournalcom/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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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학 한참 공부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방법이 없어서, 나도 공부를 했다. 박원순의 서울시는 도시 공학의 지구단위계획과 종합계획을 거점으로, 본격적으로 토건으로 달려간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여당이던 광주가 과연 도시의 대안이 되었고, 우리의 미래가 되었을까? 오랫동안 내가 주장하던 얘기가, 광주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궁극의 민주주의였다. 광주는 그렇게 되지는 않은 것 같다.

도로 다이어트에 이어 25개 하천 전부 청계천식 복원으로 달려가겠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토건도시 서울' 발표랑 다를 바가 없다. 그냥 내버려두면서 조금씩 정비하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거, 이걸 우리는 아직도 못한다. 전면 정비, 전면 추진, 종합적 추진, 게다가 별로 논의하지 않고 전격 발표.

토건의 특징이, 탁상행정, 전격주의, 집중주의, 이런 것이다. 서울이 토건으로 달려가던 광주 같아진다.

대체 왜 한국의 민주주의는 성숙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힘만 잡으면 바로 토건과 손을 잡는지 모르겠다. 진짜 연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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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일단 요렇게 잡아 보았다...

 

요소 30

1) 취업 엇갈린 통보

2) 군대식 서열 구조

3) 서비스 정신 백화점 높임말 고객님 어쩌죠? 찾으시는 상품이 품절된 상태세요

4) 아침 7시에 출근하는 현대 중공업 부장님

5) 미쳤어, 내가 왜 결혼 해 – 20대 대리 여성

6) 내가 여길 그만둬야겠어 퇴준생

7) 퇴직 직원 핸드폼 요금 대납하는 회사 성골과 진골 그리고 육두품

8) 나는 아빠다

9) 영혼을 팔아야지

10) 회사는 가족이 아니다 - 20대의 사교육 보호와 50대의가족 같은 회사

11) 회사는 당신에게 뼈를 묻으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12) 군대에서도 자꾸 나가라고 한다 직업 군인의 비애

13) 경찰도 자꾸 나가라고 한다 경찰대를 유지할 것인가

14) 여기는 한국 아닌 것 같아 정말 작은 기업

15) 우리 회사는 너무 민주화된 것 같아요 한겨레 기자

16) 공을 세우면 금방 잘리고, 가만히 있으면 바로 잘리고국정원

17) ‘질서줄 서의 차이 일을 하는데 왜 줄을 서야 해?

18) 한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과 가장 나쁜 직장

19) 대한항공 조씨

20) 탈 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지 마소 태움의 세계

21) 일주일에 세 번 일하는 사람들

22) 건물주가 청소년의 꿈이 된 나라 우리 아버지를 사랑하기가 어렵다

23) TV에 아내가 절하는 기업, 삼성 돈 앞에서는 영혼도 인사한다

24) 요즘 기자들, 파이팅이 없어! – 조선일보편

25) 회식도 일이야 니나 많이 처묵으라!

26)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 수직형/수평형, 집중형/분산형

27) 연봉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일하는 만큼만 주면 되남?

28) 우리 회사는 복지가 끝내 줘 국가의 일을 기업이 대신하는 나라

29) 어린이집 교사의 임금은? – 복지를 증오하는 나라

30) 직장 민주주의가 최고인 곳? –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31) 총무부 직원의 성희롱 사건 특수의 특수, 총무의 왕국 그리고 비정규직 연구원

32) 오성과 한음 한음 같은 친구를 가져본 사람은

33) and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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