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극한치가 변화의 극한치다 1/2

 

1.

살다 보면 얻어 걸리는 게 가끔은 있기 마련이다. 노력한 것이 그 사람이 삶에서 얻는 모든 것은 아니다. 가끔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것도 얻어 걸린다. 좀 극단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얻어 걸리는 것 중의 최고는 부자 아빠일 수도 있다. 대한항공 조씨라고 부르기는 하는 대한항공 자녀들의 일탈을 보다 보면, 가족은 무엇이고 자본주의는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하게 된다. 자본주의는 공평할까? 공정할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업에서 회장님 자녀들이 그냥 고속 승진하고, “어차피 내 꺼야”, 이런 되도 않는 꼴불견을 연출할 때, “쟤는 너무 많이 얻어걸린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게 된다.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받은 사람들이 회사를 자기 맘대로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우리가 왕조 시대를 사는 것은 아니쟎아? 물론 그렇기는 하다. 가끔 2세 혹은 3세 정치인이 있기는 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3세 정치인이다. 아베 가문은 그보다 훨씬 더 예전의 통일 이전에도 가끔 등장하는 가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자식이 아버지의 정치적 권능을 그냥 물려받는 것은 아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박근혜도 아버지의 권능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그 능력까지 물려받은 것은 아닌가 보다. 지금은 감옥에 있다. 아마도 독재자의 자식이, 그냥 아버지의 권능을 물려받아 대통령까지 가는 일은 한국에서 다시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5년 전, 아버지의 권능을 물려받아 대통령이 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국민의 절반이 넘었다. 불과 5년 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 한국에서 시간은 정말 빠르다.

 

2.

대한항공 직원 1,800명이 참여한 단톡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직원의 1/10 가량이 참여했다고 한다. 대한항공 조씨 일가의 부당한 대우에 관한 얘기들이 차고 넘친다. 자발적인 참여이고, 많은 사람들은 글을 쓰면서 여전히 두려워하는 것 같다. 여기서 나온 특별한 얘기들은 두 개다.

 

1) 사축 나가라회사 가족들과 결탁한 짐승들, 나가라

2) 노조 나가라… (아마 사태를 이렇게 만드는 데 일조했을 것이 분명한) 어용노조 나가라.

 

이 사건은 어떻게 해결될 것일까? 그리고 무엇이 해결일 것일까? 과연 무엇이 궁극의 해결책이고 개선책일까? 이런 것은 진행형의 질문이다.

 

오랫동안 노동에 관해서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노조 나가라라는 질문은 좀 뜨악할 것이다.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오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저기에는 제대로 된 노조가 아니라 어용노조가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좀 편하다.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 노조가 저기에도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노조의 영향력이 많아져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

 

이 논의는 87 6월에 뒤 이은 877월 이후로 우리가 노동에 대해서 생각한 기본적인 시각이다. 지금 노조가 없어서 그렇지, 노조만 생기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질 것이야

 

전교조 만들 때 아마 우리가 그랬을 것 같다. 교육과 노동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여기서 만났다. 교육 문제가 뭐가 좀 나아졌을까? 솔직히 뭐가 좋아졌는지 전혀 모르겠다. 80년대의 과외 금지 시절 보다 지금의 교육 여건이나 환경에 좀 개선이 있을까? 적어도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전교조가 지금보다 더 본격화되고 더 강화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노동 문제나 개별 부문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서 제시했거나 혹은 제시 받은 것은, ‘노조를 만들자’, 대체적으로 이 한 문장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조금은 다른 시대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탄핵까지 가는 큰 흐름의 시작은 이화여자대학교의 학내 분규 과정이었다. 좀 황당한 총장이 이상한 과를 만들고 자기들 맘대로 뭔가 하려고 하는 순간에 학생들이 제동을 걸었다. 이게 더 커지면서 정유라의 특급 대우와 입학 과정에 대한 비리들이 막 쏟아져 나왔다. 이 사건은 커지고 커져서, 결국 현직 대통령의 하야가 아니라 파면까지 끌고 가게 된다. 나중에 생긴 사건들에 묻혀서 지금은 크게 주목을 안 하지만, “돈도 능력이야라고 했던 정유라의 되도 않는 얘기가 그들의 파멸에 도화선이 되었다. 그 때 이대 학생들 사이에서 나왔던 얘기도 대한항공 단톡방에서 나왔던 얘기와 같다.

 

운동권 나가라.”

 

좀 더 복잡한 맥락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한항공에서 노조 나가라는 얘기와 학생들의 게시판에서 운동권 나가라는 얘기가 공통된 부분도 존재한다.

 

3.

전통적인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는 산업 민주주의의 하위 분과이며, 작업장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좀 거칠게 단순화시키면, 노조가 힘을 키워서 회사 권력을 제어하자,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개별 기업차원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넓은 산업 차원에서 생각하지, 이런 얘기들이다. 전통적인 좌파의 기업 논의다. 이 얘기가 지금 한국에서 유효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답하기는 쉽지 않다.

 

노조와 기업, 아마도 자본주의가 망하는 그 날까지 계속될 질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좀 뉘앙스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노조와 직장 민주주의라고 큰 줄기를 잡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고민은 노조조직론정도일 것이다. 어떻게 노조 가입률을 높이고, 노조의 활동을 조금 더 강력하게 만들 것인가, 즉 어떻게 노조를 강화시킬 것인가, 그런 질문 하나가 남는다. 방법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다야?

 

이 줄기를 잡으면 아주 계몽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노조를 잘 몰라서 그런데, 그게 엄청 중요하고또 여러분이 잘 모르셔서 그러시는데, 노조가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이 되는 게 자본주의가 더 나아지는

 

이 얘기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그리고 결국은 2단계 접근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 힘 빠지게 한다. 1차로 뭘 하고, 2차로 필요한 것은 1차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

 

,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서 있는 장소 혹은 출발할 장소가 딱 여기다. 전통적인 접근 방법을 벗어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논의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4.

몇 년 전에 현대자동차 노조를 둘러싸고 좀 큰 논쟁이 한 번 벌어진 적이 있었다. 직원 자녀들이 취업할 때 가산점을 줄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게 논쟁의 핵심이었다. 노조에서 이 가산점을 선거에서 공약으로 걸었었나 보다. 하여간 해야 한다는 게 노조 입장이고, 이건 좀 아니다, 그걸 말리는 사람들이 한 편이었다. 이 논쟁은 생각보다 많은 상처를 남겼다. 노조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 흐름은 노조와는 사실 별 상관없는 복지 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잘 얘기하지 않지만 회사 복지와 국가 복지라는 두 가지 다른 흐름이 있었다. 당연히 우리는, 미국을 따라서 회사 복지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보니까 회사가 어디냐, 이게 엄청나게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그걸 제공해주는 회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졌다. 이게 끝까지 가다 보면? 그 회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권리가 되는 시대가 오게 된다. 우리가 이미 21세기 초에 만난 한국이다.

 

한국 기업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얘기인데, 외국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얘기다. 유럽은 그런 거 없으니까 안 다루고, 미국은 그게 기본이니까 안 다루고.

 

기업에 대해서는 중요한 얘기인데, 우린 거의 안 다룬다. 노조 얘기를 강화시키면, 사실 기업 복지에서는 정반대의 방향에 대한 결론이 나올 위험성이 있다.

 

5.

이런 게 내가 직장 민주주의를 다루기 위해서 세워 놓은 줄기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결정적으로 서술의 방법이라는, 양식과 구성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자 이 문제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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