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영미 인터뷰 읽다가 문득 옛날 생각 나서. 그 시절 사진 뒤적거리다가 조국 선배 사진이 왕창 나왔다. 그 후로 그와 참 많은 일을 같이 했었다. 죽음 같은 사선을 같이 등대고 지난 것도 몇 번이고. 저 때는 나도 7년 전, 40대 중반이었다.

문득 옛날 사진 보다 보니까, 사는 게 뭔가 싶다. 나는 더 뒤로 왔고, 많은 사람들은 더 앞으로 갔다. 그리고 너무 멀리 가버린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다시 저렇게 모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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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책은 3쇄 간다고 연락이 왔다. 부수로는 별 의미는 없는데, 그저 아직 죽지는 않았다는 정도.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고 해서, 힘든 티도 못 낸다.

내일은 '차이나는 클라스' 녹화가 있다. 할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기는 했었다. 하거나 말거나, 사실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런 한 마디를 보태는 정도의 생각으로.

나이를 먹으니까 몸만 너무 무거워지고, 실속은 없고. 한 발 떼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천천히 가더라도 어디론가, 그리고 조금이라도 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가고 싶다. 맘만 그렇고, 한 발 떼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처음 글 쓰기 시작하면서 'C급 경제학자'라고 포지션을 잡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게 잘 한 것 같다. 어차피 메이저와는 거리가 멀고, 본장에서 뭔가 한다는 긴장감과는 거리가 먼. 남들 신경 쓰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어차피 C급이라, 차분히 뭔가 만드는 길이 나다운 것 같아서 좋기는 하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지금 나처럼 사는 게 참 답답할텐데.. 성격상 원래 화려한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어수선하고 번잡스러운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작년에 밀려온 책까지, 올해는 다섯 권이 계획이었는데,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작년 말에 농업 경제학 마무리를 못해서 2월까지는 갈 것 같다. 그리고 청소년 독서 에세이 한 권 쓰고, 젠더 경제학까지가 올해 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되는 대로..

도서관 책은 필라델피아에서 책 머리를 쓰려고 하는데, 올해도 필라델피아 갈 여력이 안 생길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내년으로..

머리 좋은 사람들이 열심히 뛴다. 생각해보니, 어느덧 나도 나이를 먹었고,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이런 삶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좋은 일이다. 오라는 데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고. 이렇게 조금씩 마무리 짓다보면, 나도 환갑이 올 것 같다. 진중권이 유시민에게 나이 얘기하는 데, 그건 좀 그렇다. 어차피 조만간 다 환갑줄인데..

나는.. 그냥 당분간 쓰던 책이나 잘 마무리하는 게, 내 능력상 최대치인 듯싶다. 누가 미워하는 것도 귀찮고,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이거다 저거다 하는 것도 여력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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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한 해를 그냥 머리 푹 처박고 그냥그냥 버티는 중입니다. 내년에는 좀 나아질까, 기약이 없지만, 버티다 보면.. 2005년에 첫 책 낸 이후로 책을 한 권도 못 낸 첫 번째 해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버티는 건, 이미 많은 욕심을 버렸고, 되는 대로, 안 되면 말고.. 명랑도 잃으면 다 잃는 거라는 생각이.

올해를 뒤돌아보며 가장 열받은 건, 역시 드라마 '스토브 리그' 볼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방송사 자기들 송년회를 대신 방송한 거. 다음 날 뭉쳐야 찬다 볼까 싶은데, 연말 특선이라고 안시성 틀어준 거.

나머지 소소한 일들이야, 그냥 속으로 삼키면 되는 일들이라.

내년에는 그래도 간만에 추수를 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몇 년째 씨만 뿌리고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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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행정..

낸글 2019. 12. 25. 18:00

선진국의 되면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그 과정이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우리는 그런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구중궁궐 밀실행정, 촛불 정부도 바뀐게 없다 - 오마이뉴스

[똑경제-우석훈] 문재인 정부 후반기, 성공적인 경제정책을 위하여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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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체계의 국제비교분석과 유통정책 개선방향'이라는 이름의 2017년 보고서를 읽고 있는 중이다. 하이고. 얼핏 살펴보려고 하다가 너무 재밌어서 하던 일 다 착파하고 읽고 있다. 이게, 소설이나 영화 보다가 피가 끓어야 하는데, 보고서 요약문 보면서 피가 끓기 시작하니.. 나도 참 특이 체질인 것 같다. 어지간한 영화 보다는 보고서가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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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어린이 삼국지 보다가 적어놓은 군령장. 혼자 보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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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경제학, 두 번째 편지 마쳤다. 8장 중에서 setup에 해당하는 1장이 끝났다. '최소한의 농업'이라는 제목 만큼이나 최소한의 얘기들을 담으려고 한다. 관건은 얼마나 경쾌하게, 읽을만하게, 그리고 읽고 나서 좀 찡하게 감정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한동안 이 '최소한' 시리즈로 몇 권을 더 해 볼 마음이 생겼다. 다음 책도 역시 10대들에 관한 최소한의 제목으로 쓸 생각이다.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최소한이라도 방향을 보게 되면, 그걸로 족하다.

쉽게 쓰는 게 제일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기는 하다.

우리 시절의 나쁜 버릇이다. 니가 잘 알아, 내가 잘 알아, 니가 똑똑해 내가 똑똑해.. 지금 와서 돌아보면, 참 고만고만하게 제대로 모르면서 엄청들 잘난 척들 하고 살았다. 그리고 남에게 상처주고 집에 가서 기분 좋아하고.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뭔 의미가 있나 싶다.

최소한 지난 3년 동안, 농업 경제학에 관한 책을 정리해본다고 할 때, 고개 푹 숙이고 한숨 쉬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니는 왜 또 그렇게 아무도 안 볼 책을 붙잡고 인생 한심스럽게 사냐, 그런 표정들이었다.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안 볼텐데.

그저께, 첫 번째 편지의 첫 번째 꺽기 들어가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이 책을 경쾌하게 쓰고 지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오래 쓰다 보니까, 진흙탕도 즐기면서 경쾌하게 지나가는 재주가 생긴 것 같다.

40 통 정도의 편지를 쓰게 될 것인데, 이제 두 통 썼다. 우리 또래에 편지 많이 써 본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편지 정말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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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경제학은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책이다. 3월 중반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매주 한 통씩 쓰게 되는데, 방학 때 좀 줄이고 하면 대략 40개 내외의 편지가 될 것 같다. 여기에 8장보다 좀 줄여서 장 구조를 갖추게 되고, 장마다 시작하는 글 하나씩 들어가니까, 이래저래 50개 미만의 절로 만들어지는 책 구조를 갖게 된다.

첫 번째 편지를 막 끝내고, 내가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88만원 세대' 쓰면서, 십만 부는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는 몇 배 더 팔렸다. 그 보다 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책 사정은 그 때보다 훨씬 나쁘지만, 그 때도 사회과학 상황이 좋다고 하던 때는 아니었다. 요즘 농업에 대한 관심이 정말 바닥이지만, 그 시절, 20대나 세대에 관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아예 없었다. 물론 결과는 내봐야 아는 거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갖게 되는 느낌 같은 게 있다.

책이라는 게 그렇다.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케미'를 만드는 것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게 뭔지 실체도 불분명하다. 역사적으로 그런 게 성공한 대표적인 책이라면 나는 '빨간 머리 앤'을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캐나다 어느 한 변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한 여성이 쓴 글이 그렇게 세계적인 히트를 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 내가 이 얘기에 대해서 들여다보게 된 건,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반지의 제왕의 상징들을 찾아보다가 북구 신화와는 또 다른 계열의 기괴한 상징들에 대해서 찾아보게 되면서였다. 마침 그 시절, 마법 학교 호그와트에서 벌어진 해리포트도 세계적인 히트를 치던 중이었다. 이런 얘기들을 따라가다보니까 나도 아일랜드 환상이 가득한 몽고매리 여사의 얘기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프랑스 사람에게 아일랜드 등 소위 켈트 상징은 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빨간 머리, 대놓고 켈트족의 환상을 거론하는 얘기인데, 어린 시절 앤의 얘기는 이런 켈트풍 상징으로 가득하다. 런던과는 좀 경계감이 있는 상징인데, 프랑스로 대표되는 또 다른 대륙에서는 "엄머, 이건 내 얘기야", 그렇게 먹어주고 들어간. 여기에 스코틀랜드의 소위 '네오스토이시즘', 신금욕파가 가졌던 매우 별란 서구 근대사의 사상적 전통을 만나게 된다.

요즘 욕 더럽게 많이 먹는 꿀벌의 우화의 맨더빌이나 공리주의의 벤담, 이 사람들이 매우 독특하다. 이 사람들하고 사상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게 멘더빌-아담 스미스, 벤담- 존 스튜어트 밀, 그렇게 나온다. 동시대 사람들이고, 다들 정말 친했다. 거기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왔고, 존 스튜어트 밀에게서 여성들의 인권과 권리 그리고 참정권에 대한 주장이 나온다. 19세기에 여성에 대해서 교육을 해야한다는 가장 적극적인 얘기들을 스코트랜드의 전통이라고들 한다. 신금욕주의의 또 다른 정신적 다리이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 관심 갖는 사람은 잘 없다.

이런 게 '빨간 머리 앤'에 다 모여있다. 비슷한 흐름의 또 다른 축으로는 당연히 '오만과 편견'인데, 지독할 정도로 지적인 스노비즘을 추구한 런던의 전통과, 뭔가 이교도적이면서도 환상적 그리고 어디선가 엘프가 튀어나올 것 같은 낭만의 전통에 서 있는 '빨간 머리 앤'이 기묘하게 대척점을 이룬다.

뒤에 성공한 얘기의 성공사례를 분석하는 것만큼 허탈한 얘기도 없지만, 나는 켈트 전통과 스코틀랜드의 근대철학의 흐름 같은 게 만든 환상적 공간, 그런 게 빨간 머리 앤을 뒷받침하는 철학적 배경이라고 보았다.

처음 책을 쓰면서 내가 제일 많이 참고한 것은 움베르트 에코와 '빨간 머리 앤'이었다. 그리고 보조적으로 프랑크 허버트와 아이작 아시모프를 보았고. 앤 얘기의 4권은 편지와 일기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도 수많은 로맨스 코미디가 만들어지지만, 앤의 얘기는 캐나다에서 본 세상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켈트적 상징과 환상 그리고 여성들만이 갖게 된 복잡한 의식 그런 게 일종의 케미를 만들게 된다. 그래서 세익스피어의 골 때리게 웃긴, 그렇지만 런던 중심의 서사와는 좀 결이 다른 게 만들어진 거 아닌가 싶다.

농업경제학 첫 번째 편지를 마치고, 낭만의 시대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블랙유머를 다루는 법에 대한 생각이 좀 들었다. 나는 실패한 인생이다. 뭔가 좀 더 아는 게 많다고, 그 실패가 가려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생으로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험악하고 힘들게 살 필요까지 있나 싶다. 그 주변부적 의식이 켈트 전통에 있고, 몽고메리 여사에게 있었던 것 같다.

첫 편지를 쓰고 나서 나도 알았다. 내가 속세적 관점의 인생으로서는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을. 그걸 내가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두 번째 편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친 영화 대사 하나를 고르자면..

대부 2편에 마이클의 둘째 형인 프레도가 엄마 장래식에서 했던 대사다.

"I'm smarter than you."

망설이던 마이클이 결국 이 말 한 마디로 형을 죽이게 된다. 그 가족을 끝까지 따라다니는 동족 살해의 비극을 잉태시킨 한 마디이다. 한국 남자, 아니 한국의 엘리트 남성들이 가장 마음 속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가 이게 아닐까 싶다. "난 너보다 똑똑해."

이 얘기로 한국을 가장 처절하게 읽은 사람이 강준만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수없는, I'm smarter than you들.

이 충동을 내려놓기는 어렵다. 망한 인생이라는 것을 인정해도, 그래도 사실은 내가 쟤보다 더 똑똑해, 이런 바보 같은 전통 속에서 살아간다.

이제 나는, 그런 생각도 좀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몽고매리 여사가 앤의 첫 권을 마무리하는 여정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그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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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총리..

잠시 생각을 2019. 11. 29. 12:12

김진표가 총리가 될 것은 지난 주에는 알았다. 사정이 좀 복잡하기는 한데, 아주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 정도만 얘기했다.

한겨레 21에서 이진경 선생과 대담을 한 적이 있다. 서초동 집회에서 충분한 의견을 보여주어야 앞으로 경제개혁 등 원하는 개혁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는 얘기에, 나는 그냥 말끝을 흐렸다. 그렇게 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1기, 2기로 나뉘게 될 것이고, 그게 총리의 성향으로 나뉘게 될 것은 이제는 명확해 보인다. 더 좋은 방향 그리고 개혁의 방향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지금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구체제가 더 힘을 받을 것이고, '올드 보이'들이 좀 더 전면에 나설 것 같다. 시대가 뒤로 가는 걸 처음 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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