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63건

  1. 2019.07.01 원고 절제..
  2. 2019.06.25 무짜증 인생 2
  3. 2019.06.18 50권 끝나면.. 5
  4. 2019.06.05 행복.. 3
  5. 2019.06.04 아이고, 마음 약해진다..
  6. 2019.06.04 경도와 위도
  7. 2019.05.27 장타.. 1
  8. 2019.05.21 은하영웅전설, 만화책 읽고.. 1
  9. 2019.05.17 닥터 리 2
  10. 2019.05.16 나쁜 놈이 나쁘다는 걸 알아봐야.. 1

요즘 원고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 나는 카피 라이터 같은 비싼 원고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차피 나한테 오는 원고의 원고료는 살벌하게 박하다. 그래서 잘 안 쓰는데, 이렇게 알고 저렇게 알고, 모른 척하기가 좀 그런 원고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너무 많다. 밀리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털어내는 데도 와서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노회찬 책에 들어가는 원고, 안 써줄 수 없고. 386비판 책 해제, 안 써줄 수 없고. 경향신문에서 부탁하는 원고, 이것도 안 써줄 수 없고. 털어도 털어도 와서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물론 이런 글들 원고료가 좀 넉넉하면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쓸텐데, 전혀 그런 건 아니고. 속 마음으로는 내가 그냥 그 돈 드릴테니, 저한테 글 써달라고 하지 마세요 ㅠㅠ.

오늘부터 애들이 태권도장에 다니기 시작한다. 여름방학 때 큰 애를 데리고 있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깡자로 데리고 있는 건 너무 무리하다는 게 아내의 판단이다. 도장에서 차로 집근처까지 - 물론 그래도 꽤 멀다 - 오니까, 어린이집과 학교를 두 번씩 돌아다니는 부담은 좀 줄게 된다. 태권도 도장이 둘이 30만 원이다. 지금까지 구청에서 하는 발레 교실에 갔었는데, 거기는 한 달에 3만5천 원..

애 둘 태권도장 보내는 30만 원 근처에 가는 원고료는 없다. 내 노동의 가치가 태권도장 비용도 안 되나? 그런 생각하면 그냥 아무 것도 안 쓰고 싶다. 그래도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데는 좀 낫다. 너 말고도 글 쓰고 싶다고 하는 사람 줄 섰어.. 이런 마음인 데가 더 많은 것 같다. 내참. 그럼 뭐하러 부탁은 했슈? 그런 말이 입 끝까지 나오려다가, 아참, 나는 약자지.

이번 주말을 보내면서, 머리도 더 숙이고 몸도 더 낮추고, 그렇게 살기로 크게 마음을 먹었다. 이것저것 속상한 일이 좀 생기기는 하는데, 짜증 낸다고 풀릴 일도 아니고, 뭐라고 한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속 한 번 상할 때마다 머리를 더 한 번 숙이기로. 내가 잘 못했다, 내가 죽일 놈이다.. 그래, 내가 잘 못했네.

인상 쓰고, 성질 내봐야, 그래 나만 손해다.

확 열이 받으려고 하는 순간에 마음이 편해진 건, 예전에도 많이 얘기한 고장난 시계에 대한 비유다. 약간 틀리는 시계는, 사실 하루에 한 번도 맞는 일이 없다. 고장난 시계는, 하루에 한 번은 정확히 맞는다. 언제 맞는 줄 몰라서 그렇지.. 고장난 시계처럼 지내는 것,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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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꽤 많은 글을 이미 써줬고, 적지 않은 글들을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힘들겠다고 사양했다. 그래도 요 며칠 내에 써줘야 할 글이 두 개나 남은 걸 보고, 확 짜증이 생겼다. 저녁은 아내가 해서 겨우겨우 먹고, 이것저것 좀 치우는데 둘째가 갑자기 등뒤로 타고 넘어서 확.. 에고, 큰 애인 줄 알았는데, 둘째다. 그야말로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랴. 성화는 부려서 무엇하려. 뭐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그냥 웃고 만다.

화는 잘 안내지만, 그 대신 요즘은 짜증을 좀 낸다. 다 인격 부족이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무짜증 인생'이란 생각을 잠시 했다.

내 삶에 더 이룰 만한 뭔가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무슨 엄청난 일을 하고 싶지도 않다. 뭐, 마냥 놀고만 지낼 수는 없으니까 이것저것 고만고만한 일들을 조금은 하기는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화내지 않고 잘 지낼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짜증까지 안 나는 건 아니다만.

'무짜증 인생'을 한 번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편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편하기 위해서다. 남한테 티는 잘 안 내려고 하지만, 그래도 짜증이 아예 안 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내 수준에, 해탈은 어렵지만, 무짜증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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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 권을 낼 예정인데, 한 권은 12월에 붙어서 내년으로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하반기는 농업경제학과 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 그렇게 두 권을 쓸 계획이다.

내년에도 목표는 세 권이다. 소설책 한 권, 젠더 경제학 그리고 역시 내년 안에 나올지 아니면 살짝 해를 넘길지 아리아리 하지만, 도서관의 경제.

50권까지는 하여간 책을 계속 쓸 생각인데, 마지막 50권째는 코멘터리 북이라서 그걸 빼고 나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비는 게 딱 여섯 권이다. 남은 권수가 얼마 없어서, 좀 신중하게 고르려고 한다.

내가 요괴 나오는 공포 얘기를 워낙 좋아한다. 오죽하면 학생들을 위한 생태경제학을 '생태 요괴전'으로 했겠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귀신 얘기는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2년 전에 아프리카 퇴마사 얘기로 한 번 틀을 잡으려고 하다가, 정신 없어서 내려놓은 적이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2005년에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때는, 나도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하여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꾸역꾸역 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지금 여섯 살인 둘째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2학년 때까지면 딱 4년이다. 지금 속도로 하면, 얼추 그 때쯤 50권이 끝난다. 둘째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학교 데려다 주는 건 그만 하려고 한다. 저녁 밥이나..

남은 권수가 별 수가 없어서, 앞으로 다룰 주제는 좀 생각해서 정하려고 한다. 꼭 해야하는 거 아니면 별로 할 생각이 없다.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것을 굳이 내가 쓰려고 고생할 이유도 별로 없는 것 같고.

50권 다 쓰고 나면 뭐하고 살지, 아직은 생각해놓은 게 전혀 없다. 미리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생이란 게 미리 생각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노년의 삶의 대해서 정한 원칙, 딱 하나 밖에 없다. 공직은 안 한다.. 귀찮다.

공동체에 대한 기여는, 책 50 권 쓴 걸로 어느 정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 하면, 진짜 할만큼 한 거 아니겠나 싶다.

사고 싶은 거 아무리 돌아봐도, 이제 센서 단자가 붙었다 말았다 하는 카메라 정도.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비 딱 맞추는 정도의 삶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돈 많이 쓰는 삶, 별로 재미 없다. 화려하지도 않고, 호사스럽지도 않고.

텃밭 한다고 옆집 사서 다 밀어버리고 진짜 텃밭 하는 사람을 안다. 텃밭이 재밌다고 그 옆의 집을 하나 더 샀다. 그래서 집 두 채 크기의 텃밭을 한다.

그 인생, 하나도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그 재산 물려받고 싶어서 그 자식들이 처절하게 이상한 짓 하는 거 몇 번 보고 나니까.. 저게 뭔 짓이여.

30대 때에는 나중에 나이 먹으면 우리 밀 키워서 그걸로 소주 내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술까지 만들면, 아예 바로 뒤질 것 같다. 곰곰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그 이후로는 뭔가 해보고 싶은 일이 내 인생에 생기지가 않았다.

목표를 세우고, 그걸 성취하는 것.. 그거, 별로 재미 없다. 그냥 되는 대로 살고, 안 되면 마는 것, 그 안의 잔재미,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그저, 뱃살이나 좀 빠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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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책에 대한 단상 2019. 6. 5. 16:14

오전에 목동에서 엄마들하고 수다 떨다가 집에 돌아오는데.. 문득 요즘 내가 심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속상할 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그런 거야 상수에 해당하는 거고. 별로 고통스러운 일도 없고, 특별히 안 되는 일도 없다. 그리고 재미 없는 일은, 안 하면 그만이다.

뭐, 더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꼭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애들 보면서 그냥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들 조금씩 하면..

살면서 딱히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요즘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불안한 게,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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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큰 애 초등학교 방학이다. 방학 때 그냥 내가 데리고 있기로 해서, 7월에는 정말로 아무 일정이나 약속도 안 잡는 중이다. 무안 공무원 노조에서 강연해달라고 부탁 왔다. 이래저래 힘들 것 같은데, 단체협약에서 7월 강연에 자체적으로 강사 모실 수 있게 따낸 거란다. 아이고, 마음 약해진다. 최근에는 시민단체와 노조 강연만 조금씩 하는데, 사실 이런 게 돈으로는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정말 최소한의 사회 운동이라는 점에서. 맘 약해져서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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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장한 며칠을 보냈더니, 저녁 먹고 나서 바로 뻗어서 잤다. 꿈이.. 배 위에서 경도 재고, 위도 재는 꿈이다. 위도를 재기 위해서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고, 그래서 영국 왕실에서 배 위에서 쓸 수 있는 정확한 시계에 현상금을 내걸고.. 뭐, 그런 유명한 얘기인데. 이런 걸 꿈에서 꾸다니..

꿈이 무의식이고, 자신의 욕망을.. 그런 눈으로 보면 내 꿈은 대개는 개꿈이다. 삼각돛을 설명하는 게 꿈에서 나오기도 한다.

곰곰 생각해보니, 부다페스트의 크루즈 사고가 꿈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부다페스트에서 배를 빌려서 한 바퀴 돌면서 밥을 먹고 내린 적이 있기는 하다. un 행사였다. 배를 빌린 건 일본의 네도라는 정부기관이었고. 뭐, 꿈이 내 의식과 아주 무관한 건 아닌 듯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위도를 재는 시계 얘기까지 꿈에서 꿀 거야. 하긴, 며칠 전에 읽은 마션에서도 화성에서 수천 킬로 이동을 하면서 경도를 재는 얘기가 자세하게 나오기는 했다. 위도는 화성의 달을 통해서 쟀고, 육분의 얘기가 엄청 길게. 그리고 그보다 더 자세하게 경도를 재는 얘기가.

꿈에서 dish washer의 역사적 맥락이나 세탁기 얘기 같은 것이 나오는 사람이나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꿈에서 깨자마자 히로시마 처음 갔을 때 생각이 났다.

어쩌면 지구적 시민으로서의 나의 각성은 un 협상가 시절이 아니라 히로시마에서 처음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내년에 쓰기로 한 책 중에서 메인에 해당하는 책이, 그 때 히로시마에서 받은 충격을 모티브로 한. 잘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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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책에 대한 단상 2019. 5. 27. 14:23

글에는 장타가 있고, 단타가 있다. 문장 길이 문제가 아니라, 한 무더기의 길이에 관한 것이다. 몇 년 동안 단타 위주로 글을 썼더니, 장타로 하려니까 이제 오히려 어색하다. 소설 '마션' 읽는 중이다. 장타, 그것도 1인칭 시점의 장타가 연거푸 나오는데, 매우 호쾌하다. 딱 내 스타일이다. 나는 원래 장타로 글을 썼는데, 먹고 살려니 별 수 없이 단타 위주로.. 그게 사실 글이 느는 건 아니다. 트렌드에 그냥 맞추는 거지. 한국 경제에 대해서 장타로 한 번 써야 할 순간이 몇 년 내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정치 평론이 글로 치면 극단적 단타다. 재미는 있는데,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고 싶어하시지는 않았지만 결국 정운영 선생이 단타만 치다 일생을.. 그 이후로 경제학자 중에서 경제 평론가로 불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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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은하영웅전설 8권, 전체 다 읽고, 너무 힘들었다. 애들 하교 시키고, 아내한테 인수인계하고 저녁도 안 먹고 잤다. 그리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다시 큰 애 등교시키고.

만화책 몇 권 보는 게 이렇게 힘드냐.. 싶지만, 그것도 집중해서 보면, 캑캑. 불어책이랑 번역된 만화책 보는 데 쓰는 들어가는 에너지가 같다면.. 이게 노안의 비애다. 눈까리에 힘 탁 주고.

원본 소설책으로는 2권까지 본 것 같다. 원작이랑 만화랑 최근 나온 neo thesis 애니메이션이랑 싱크로율 높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 약간의 서브라인들 뺀 것 말고는 애니메이션하고 만화는 거의 비슷하다.

나에게 감명을 많이 준 것은 애니메이션 버전이다. 그건 더 짧지만, 그만큼 짧은 부분에서 순간적 감명 같은 게 있었다.

은하제국이랑 동맹군이랑 붙는데, 맥락을 제외하고 그 부분만 보면, 진짜 은하제국이 이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악이라는 게 있다면, 겨우겨우 도망치는 동맹군 함대를 재집결시켜서 전투를 하라는 장면.. 동맹국의 정치인들이 패전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순간적으로, 나는 '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만화 원작도 봤고, 소설도 그 부분만 따로 봤는데.. 그렇게 보면 그 느낌이 약하다. 아니, 별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한 에피소드씩 끊어서 보는 애니메이션 버전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고도의 밀도.

결국 그 밀도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하던 일 다 밀치고 일단 은하영웅전설부터 보게 만든.

원래도 청소년용 독서 에세이 리스트에 은하영웅전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래저래 겸사겸사, 목요일 부산 여행가기 전에 보게 된 건데..

계산은 했지만, 계산 안에 안 들어간 게, 만화책 보자마자 뻗어서 내리 잠만 자게 될 줄은.

기왕 잡은 김에 은하영웅전설 소설도 이번에 마저 다 읽으면 좋겠지만, 연말까지 전체적인 스케쥴링 같은 게 있어서.. 소설은 한 텀 미루고.

'전기의 역사' 책 한 권 사러 교보에 갔다와야 하고, 나간 김에 차 한 잔 마시기로 했고..

그렇게 토막토막 나는 시간에 '마션'을 읽기로 했다. 영화는 50번은 본 것 같은데, 원작을 아직 못 읽었다. 원작이 그렇게 기가 막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나는 아직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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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리

책에 대한 단상 2019. 5. 17. 12:07

 

최근 책은 사회적 경제 책이랑 직장 민주주의 책이, 뭐 그닥 엄청난 건 아니지만 '스몰 스케일'로 자리를 잡는 것 같다. 두 책 다, '정직'을 모토로 쓴 책들이다. 크게 기교를 부리거나 구성상의 묘미 같은 거 없이, 그냥 13579, 논리의 순서대로 갔다.

아마 이 두 권을 경계로 해서, 그야말로 저자로서 내 삶의 후반기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무슨 엄청난 변화를 바라거나, 사회에 대한 극적인 전환, 그런 데 대한 기대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이 정도는 최소한 좀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주제, 그런 걸 조용히 티 안내고 하나씩 정리해가는 것만 해도 내 삶은 충분히 보람되지 않을까 싶다.

'맛집'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오래 되었다. 맛 있는 거 먹는 거, 그게 뭐 인생에 그렇게 큰 일인가 싶다. 단골도 안 만든다. 성격 지랄 맞아서 그렇다. 자꾸 주인이 인사하고 아는 척 하면, 잘 가던 집도 안 가게 된다. 그럴 때 내 주변에서는 '서울깍쟁이'라고 한다.

그래도 책 두 권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회전'에 해당하는 큰 얘기로 슬슬 방향을 돌리는 중이다. 이승만 얘기를 해보고 싶어진 것은 좀 된다. 이 모든 얘기는 '이완용 평전'에 대한 구상부터 시작되었다. 이건 아직 준비가 많이 안 되었다. 좀 더 뒤에 하려고 한다. 기왕에 이완용을 할 거면, 이승만도 해보고, 방정환도 해보려고 한다.

방정환은.. 내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결정적 동기였다. 방정환은 33살에 사망, 나는 그 나이에 그래도 뭔가 좀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은하영웅전설을 읽는 중이다. 양 웬리도 33살에 죽음을.. 하여간 33살에 죽어야 그래도 뭔가 천재급에 해당하는 인류사적 우연(!)이.

머리 속에 있던 꾸질꾸질한 것을 일단 다 털어버리는 일들을 가끔 한다. 꼭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경우도 많고. 지금은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탈탈 털어버리는 중이다.

세상에 그래도 정직하다고 감사하는 것은.. 탈탈 비우고 나면, 뭐라도 또 새로운 게 와서 그 자리를 채운다.

어제 만든 빵으로 아이들이 오늘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그래봐야, 제빵기 빵인데..

"제빵기 사서, 이렇게 계속 쓰는 사람 별로 못 봤어."

아내가 한 마디 한다. 뭐, 모든 전자기기를 내가 마르고 닳도록 쓰는 건 아니다. 신혼초에 튀김기를 샀는데, 식용유 처리하는 방법을 마땅한 걸 찾지 못해서 딱 한 번 쓰고 못 썼다. 튀김 음식 만들고 싶은 게 많았는데, 포기했다.

빵도 굽고, 음식도 하고, 애도 보고.. 그렇게 꾸역꾸역 일상을 산다. 그리고 내가 알던 것들을, 틈 나는 대로 탈탈 털어버린다. 약간의 재주를 가지고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틈틈이 아는 척.. 별로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성공하고 싶어서, 잘 나기 위해서 혹은 뭔가 움켜쥐고 싶어서, 아둥바둥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죽기 보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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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홍성에서 한국감정원 노조 강의가 있다. 내일은 저녁 때 외대에서 강의. 그리고 토요일날은 청라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 강의. 강연 안 하려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연타로 붙게 되었다. 지난 달을 비우려고 하다보니까 요번 달로 전부 모이게 된.

방송도 최소로 하고, 강연도 최소로 하면서 4년 정도를 지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애들도 크고, 나의 50대도 절반 이상 지나갈 것 같다. 어느덧 환갑 바라보는 나이..

4년 후에 뭘 하고 지낼지는 생각해 둔 게 없다. 한 가지는 알겠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이런 스타일의 삶은 재미가 없다. 그냥 그날 할 수 있는 것을 재밌게 하고, 즐겁게 하고. 나중 일은?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할 것 같다. 생각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있을 성공을 위해서 참고 버티는 것도 그렇게 재밌는 일은 아니다. 해 보니까 그렇다. 성공해서 재밌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을 하나하나 버텨내는 게 재밌는 게, 진짜 재밌는 것 같다. 혹시나 있을 요행이나 행운을 기다리는 것, 그것도 재미 없다. 50이 넘으면, 그딴 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는 아쉬움은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나쁜 놈이 나쁘다는 사실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걸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은하영웅전설 앞 부분을 읽고 느낌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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