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도, 애들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오면 꼭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된장. 일정표를 보니까, 점심 약속, 커피 약속, 오매나야 줄줄줄. 강연과 방송 일정을 다 없애고나니까, 또 뭐 별로 우선순위에 넣지 않아도 되어도 좋은 일들이 줄줄줄. 내 입장에서는 집에서 나가게 만드는 일은 다 일이다. 그리고 책 추전 부탁이 엄청은 아닌데, 꽤 온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본다.

책 추천이 귀찮은 일이다. 특히 나에게 추천 부탁이 오는 책들은 어렵거나 까다로운 책들이다. 전에 내가 지금처럼 요 모양 요꼬라지 아닐 때에는 추천사나 해제로 어마어마하게 팔아준 책들이 있기는 하다. 연이나... 그것은 힘 좋던 시절의 일이고. 지금은 그냥 밥 세 끼 입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하는 시절. 내 추천사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까다로운 책, 그것도 읽을 일정에 없던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요즘 애들 보면서 책 한 권 읽는게, 진짜 없는 시간을 쥐어짜는.

그래서 추천사는 가급적 안 쓴다. 예전부터 그랬다. 꼭 써야 할 거면 차라리 좀 더 공을 들여서 해제를 쓰고, 해제 쓸 정도로 여유가 없으면 아예 안 쓰고.

이 짓도 10년이 지나니까 약간의 이해가 생겼다. 추천사도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추천사로 고마워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저자나 출판사나.. 사람이 원래 그렇다. 잘 되면 자기가 잘 한 거고, 안 되면, 다른 넘들이 못한 거고. (88만원 세대 때 남재희 장관이 정말 공들여서 추천사를 써줬고, 그 이후로는 가급 술 받아들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도 한 가지 배웠다. 정말로 고맙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그 때가 아니라 훨씬 늦게라도 꼭 고맙다고 전화라도 한다. 그게 어려우면 안부 인사라도 한다. 쑥스럽다고 고맙다는 말을 미적미적하면, 나중에 진짜 어색해진다. 고맙다는 말은, 고맙다고 생각드는 순간에.

출판사에서 부탁오는 경우는 거절이 쉽다. 내가 하루 단가로 생각하는 나의 일당은 50만원이다. 난 가끔만 일하니까. 물론 단가 안 맞거나, 돈 안 줘도 남들 돕거나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한다. 돈 내고도 한다. 그렇지만 상업적인 활동의 최소 단가는 50만원이다. 그 밑은.. 원칙적으로 안 한다. 애 둘 보면서 한 번 움직이기 위한 원가를 생각해보면, 그 이하로는 정말로 삶만 힘들어지고 고달픈 뿐이다. 추천사의 원가는.. 뭐, 택도 없다.

머리 아픈 경우는 저자가 직접 부탁하는 경우. 이 순간 참, 다양한 종류의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그걸 해봐서 좀 더 생각이 많아진다. 거절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내가 거절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사람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야.

냉정하게, 한다 안 한다, 이것만 결정한다. 안 하는 경우에는 최대한의 예절로, 하는 경우에는 아주 짧고 드라이하게 '예스까 노까', 이렇게만 대답한다. 나머지 얘기는 원고로.

추천사 하나를 오늘 내로 써야 하는데, 추천사는 안 쓰고, 추천사에 대한 글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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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노회찬 부탁으로 강연도 참 많이 했었다..)

 

 

어제 정의당 강의는 경기도 당원들 대상으로 한 당원교육이다. 움직이기 싫어서 거의 꼼짝도 안 하는데, 정의당 경기당 당원교육까지 간 건, 진짜로 노회찬 이후로 마음이 너무 짠해져서 그렇다. 어차피 해주기로 한 거, 가장 최신 얘기로 정성스럽게 준비할 생각이었다. 비슷한 때 광주 정의당에서도 강연 부탁이 왔다. 같은 내용으로 할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성이라는 것은, 가장 최근의 얘기, 다른 데서 아직 발표하지 않은 내용을 얘기하는 것이다. 하던 얘기를 가지고 하면, 폼도 나고, 준비도 쉽다. 아니, 준비랄 게 없을 경우도 많다. 그래도 늘 하던 얘기라서, 빠다 바란듯이 미끄럽게 넘어간다. 나는 이런 것을 싫어한다. 한 얘기 또 하고, 또 한 얘기 또 하는데, 이게 무슨 녹음 테이프냐 싶은 생각이 든다. 하던 얘기 또 하는 것을 계속 반복하는 건, 진짜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강연을 처음 시작할 때, 내가 나한테 했던 약속이 있다. “같은 강연은 안 한다”, 그렇게 생각을 했다. 거칠지만 그 때 새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들을 가지고 얘기를 했다. 원래의 주제와 새로운 생각, 이런 것들이 섞였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진짜로 고로운 일이지만, 길게 보면 그게 도움이 된다.

 

시간이 흘러서 사람들이 파워포인트를 쓰기 시작했다. 금강기획 같은 기획사에서도 아직 파워포인트 도입하기 이전 시절부터 나는 파워포인트를 썼다. 수학식 하나하나 다 에미네이션 걸고, xy축에서 지시선, 방향선, 전부 날려오는 짓을 했다. 그게 96, 97년이니, 나도 좀 난리부르스이기는 했다. 사장단 회의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시간은 없었고, 부사장단 회의에서는 그 난리를 쳤다. 그렇지만 그게 내용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UN 시절에도 파워포인트 썼다.

 

사실 강연하는 입장에서는 파워포인트가 훨씬 편하다. 한 번 만들어 놓고, 그냥 조금씩 고쳐서 때우면 된다.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나다 보니, 만들어 놓은 걸 가지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면, 거절하면 된다. 더 편하다. 그러나 했던 걸 또 하는 일이 벌어진다. 나는 가장 최근의 내용 그리고 아직 얘기하지 않은 걸 가지고 얘기하지 않으면, 내가 부디낀다. 뭐 하는 짓이냐, 시방.

 

그렇다고 매번 파워포인트를 만들 수는 없다. 간단하게 해도 하루는 넘어간다. 그래서 결국 내린 결론이, 안 한다.. 돈이 필요해서 강연을 한다고 생각하면 내가 견딜 수가 없다. 그래도 그렇게 막 살지는 않았다. 맨 앞에 서서, 가장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산다고 생각했지, 돈도 필요하고, 에 또, 이렇게 생각하면서 산 적은 없다. 또 강연비를 받아야 할 정도로, 그렇게 생활이 궁핍한 것도 아니다.

 

정치인 중에서 내 강의를 가장 처음 들었던 사람은 노회찬과 단병호였다. 수많은 사람에게 강의를 해주었는데, 그래도 선생격이라고 꼬박꼬박 인사하는 사람은 단병호 정도였다. 노회찬은 친구 같은 처지라서, 들었니 말았니, 그럴 처지는 아니고.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나, 같이 스터디하던 후배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강의를 들은 사람은 정세균과 원혜영이다. 국감 때 정세균 외국 갔을 때를 제외하면, 개근했다. 안 불렀는데도 가장 많이 왔던 사람은 진선미와 박병석이었다. 그 때는 그냥 판서했던 때도 있고, 파워포인트 만들었을 때도 있다.

 

회사 사장들 강연 부탁도 많이 왔었다. 한 번은 진짜로 전경련 회장단 강연 부탁이 왔다. 고민하다가 할까 했다. 일본에서 하라는 거라서, 일본 정도는 나도 갈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니미럴.. 골프장에서 골프치다가 하라는 거다. 골프 안 치는데요? 그냥 치는 척만 하시면 돼요. 싫은데요. 그래도 이런 기회가.. 그래도 싫어요. 안 했다. 대통령을 만나라고 해도 골프 치면서, 안 한다. 남들한테 골프 쳐라 마라, 이러지는 않지만, 나는 안 친다.

 

강연이, 중요한 순간들이 있다. 명박이, 순실이, 이런 애들이 황당하게 하고 있을 때에는 그래도 조그맣게라도 모여서 서로 고민하고 하다못해 고통이라도 나누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그 때는 나도 전국을 돌아다녔다. 갔다왔다, 차비 빼면 진짜 내 돈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시대를 같이 버티고 이겨내는데, 뭐라도 도움이 되면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시간은 변했다. 다시 니 편, 내 편 갈리기 시작한다. 굳이 나까지 나서서 이 편, 저 편,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생각을 만들고, 시대의 최전선에 가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석하고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하는 일이다.

 

그래서 타협점을 찾았다. 책 나오면 하는 의례적 강연이나 신세진 사람이 하는 부탁, 그 정도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눈 오는 겨울, 더운 여름에도 아무 것도 안 하기로 했다. , 가을로 피하기 어려운 강연 몇 번, 그게 내가 찾은 타협점이다. 물론 시민운동 차원에서 하는 건, 돈 받지 않고 내 돈 내서라도 한다. 사회과학 특강 같은 것은 정말로 무료로, 가끔은 맥주 한 잔씩 사기도 하면서 했었다. 그런 게 시민운동 차원에서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은 애 둘 보면서 뭔가 하는 처지에 당분간은 힘들다.

 

그리고 파워포인트 만드는 일은 안 하기로 했다. 귀찮아서가 아니다. 판서가 더 좋은 강의 방식이라서 그렇다. 그 때 그 때 중요한 일, 아직 하지 않은 얘기를 전부 정리하는 게, 꼭 새로운 얘기를 위해서 좋은 방식은 아니다. 그러면 라디오 같은 매체는 전부 죽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라디오도 얘기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데 좋은 방식이다. 그래서 팟캐스트라는 매체가 나름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전부 보여줘봐, 시각형 정보가 전부는 아니다.

 

지난 주 토요일날 정의당 당원교육은 그렇게 생각한 첫 시도다. 마침 칠판이 있다고 했다. 몇 년 전에는 칠판 놓고 강의하면 칠판 3번 정도는 새로 썼던 것 같다. 내가 정렬적이던 시대다. 그렇게 판서하면서 눈사람형 경제니 8자형 경제 같은 개념들이 나오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강의 준비하면서 판서 분량으로 1장 정도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개념 10개 정도 썼는데, 끝난 것 같다. 그 대신 설명을 많이, 길게 했다. 파워포인트 20, 30컷 만들어 놓고. 시간 맞추기 위해서 막 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개념 열 개가 안 된다. 그리고 새로 분석하거나, 새로 알게 된 것은 한두 개 밖에 안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사실 한 개 분량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11월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 것도 안 한다고 철썩 같이 생각하고 있는데, 뭐가 뭐가 엄청나게 온다. 돈 많이 준다고 하는 게 오면, 사실 나도 흔들린다. 마침 또 그렇다. 그래도 그냥, 힘들다고 하고 말았다. 새로운 얘기나 새로운 분석을 계속 만들지 않으면, 시대는 퇴행으로 간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 그게 인간의 2대 욕망 중 하나라고 프로이드가 말했다. 타나토스라고 부르는, 죽음의 욕망이 후기 프로이드의 2대 축 중의 하나다. 계속해서 변화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하는 것, 이걸 프로이드는 에로스에 속한 영역이라고 했다. 20대 초, 나는 타나토스보다는 에르스의 영역에 속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타노트>는 그 후에 나왔다. 같은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그 시절 베르베르는 매우 프로이드적이었다.

 

강연도 요즘은 상업화 정도가 아니라 산업화가 되었다. 강연산업에서 강연자의 수명을 보통 2년 정도로 본다는 것 같다. 2년이면 한 얘기의 수많은 변주도 거의 다 끝나고, 인기도 떨어지고. 물론 그걸 계속하기 위해서 자기도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하는데, 그것까지 포함해서 평균적으로 2년이라고 본다. 내가 처음 대중 강연한 것부터 치면 15년 정도 된 것 같다. 강연 논리 그대로 따라가면 2년 후에 아주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내가 성격이 지랄맞아서 이렇게 저렇게 했던 결정들이, 우연이지만 아주 나중에 산업적 논리와 분석과 맞추어 보니까 내가 내린 선택들이 맞는 것 같다.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결국은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로운 것은, 많은 시간과 많은 집중을 필요로 한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겠지만,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고, 계속 관찰한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시간 많이 들어간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지 않는 것, 이게 내가 지키려고 하는 딱 하나의 명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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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나는 독서감상문 형태로 책 읽은 소감을 쓰지, 서평의 형식으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평... 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농담 보태면 절을 하는 자세로 읽는다. 내용이든 스타일이든,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책을 보는 것이 아닌가? 스승을 대하는 자세로 책을 대한다. 그리고 스승에게 평?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스승을 대하듯이 책을 대해야 나에게 뭐라도 좀 남는다. 하다못해 진한 자극이라도. 그래, 얘는 뭐라고 씨부려댔나, 내 함 봐줄께, 요런 자세로 보면 나에게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좋아하는 책이든 좋아하지 않는 책이든, 일단은 스승을 대하는 자세로 책을 대한다.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의 책도? 물론이다. 설령 그것이 이완용의 책일지라도, 그가 뭔가 자신의 삶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생겨나서 쓴 거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책을 본다. 그래서 서평을 쓴다는 게, 여전히 부담스럽고 거북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서평을 쓰게 된다. 참 어렵다. 국내 작가들의 책을 주로 고르려고 하는 편이다. 세상이 그렇다. 누군가의 책을 집어들면,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는 왜 뺐는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책 한 권을 집어드는 순간, 그보다 훨씬 많은 변명을 하게 된다. 이게 아예 모르는 사람이거나, 볼 일이 없는 사람이면 그냥 눈 감고 있으면 될텐데. 그렇지도 않다. 많은 경우, 이렇게 저렇게 결국에는 만나게 된다. 언젠가 어색한 만남을 하게 되는.

이걸 피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외국 책을 집어든다. 죽은 사람이면 더 편하고. 고전이면 정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고. 설령 엄청 유명한 이 시대 사람이라도, 볼 일이 있겠어? 이게 약간은 비겁하고, 가벼운 방식이다.

에고고... 하면서도 나는 가급적 우리나라 책을 집어든다. 대책 없는 정면돌파 방식이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변명할 게 부담스럽기는 한데, 그렇다고 우리 시대, 지금 여기의 질문을 피해나가면 내가 내한테 '쪽팔'..

그래서 이래저래, 독서감상문을 쓰지 서평은 잘 안쓰려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심사위원 같은 것도 안 한다. 평을 쓰거나 심사를 하는 것 보다는, 뭔가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하다보니까 조선일보에 서평을 쓰게 되었다. 이게 약간 기구하고도 우연스러운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게 되면서..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 한다. 박노자 서평을 쓰면서, 진짜 많은 점에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곤혹스러운 상황에 나 스스로를 몰아넣게 되었는가.. 난, 원래 그렇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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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참 별의별 생각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내린 생각은, 그냥 나는 자랑스러운 좌파로 살아가겠다는. 당연한 얘기이기는 한데, 진보니 그런 어정쩡한 말 쓰지 않고, 빨갱이로.

물론 나도 좌우가 공통으로 가져야 할 소양이 있고, 같이 추진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얘기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좌파로.

이런 결정은, 앞으로는 정부에서 일하는 건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어서 빨갱이가..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또 해야 할 이유도 잘 못 느끼겠다. 나는 그냥 좌파 경제학자로, 편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뜨슨 밥 먹고 살기는 힘들겠지만, 뭐 많이 먹는 스타일도 아니고, 누가 나 챙겨줘야 일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해보고 싶은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일들이 꼭 내가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하면 다르다", 이 생각과 2년간 싸워서, 결국 내가 이겼다. 내가 해도 별 수 없다...

오늘 간만에 교보에 가서 여기저기 돌아보았다. 문화칸에 갔는데, 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았다. 시급한 일들 좀 끝나고 나면 다시 한동안 도서관에 틀어박히는 삶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게 제일 행복하다.

20대, 나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는다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 칸에 가서 몇 주씩 머물면서 책을 읽었다. 다 읽은 것은 아닌데, 몇 년에 걸쳐, 내 손에 한 번도 머물지 않았던 책은 없을 정도로.

책방에 가면 전혀 모르는 분야에 가서 한동안 봐야 직성이 풀리고는 했다. 좀 무모한 방식의 독서를 한 건데...

결국 밥은 먹고 살게 되었다.

20년 가까이 좁게 보면 환경, 좀 넓게 보면 생태 쪽에서 주로 움직였다. 50대에는 이걸 크게 바꿔서 문화 쪽으로.. 요런 고민 중이다. 재미는 있을 것 같다.

한국이라는 데가, 뻔하다. 돈 좀 돌고, 권력 좀 있는 데에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줄도 길고, 텃세도 심하다. 별로 돈 없고, 빛 볼 일 없는 분야는 늘 가난하고, 배고프다. 사람도 별로 없다.

나는 그런 춥고 배고프고, 보람만 있는 (그러나 잘 못느끼는) 그런 데 있으면 진짜 우리 집 안방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행복하다.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그런 춥고 외지고, 각광받지 못하는 분야에서 보냈다. 그러다보니, 그게 체질이 된 것 같다.

문화 쪽도 엄청 배고프다. 문화연대 최근 상황 물어봤더니, 사무실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더 싼 데로 옮겼다고. 이런 분야에서 일하는 게, 난 제일 속 편하고 즐겁다.

해보고 싶은데 못 한 것, 제일 기억에 오래 남는 게 아프리카 경제학이다. 환경이나 경제 이런 전문가가 아니라 아프리카 경제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원 때 지도교수가 프랑스 최고의 아프리카 전문가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돈이 너무 없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돈 없으면, 아프리카 연구 자체를 할 수가 없다. 그게 마음 속에 남아있는 아쉬움 혹은 애잔함.

이건 나 아니면 못할 거라는 생각을 몇 번 했었다. 그리고 몇 십년 지나보니까, 나도 못했다. 별 방법 없다. 애도 낳아야 하고, 낳았으니 키우기도 해야 하고. 그래서 아쉬움만 남기고 손을 내려놓았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는 없더라도..

그냥 좌파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리, 별로 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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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박산호씨의 에세이집을 샀다. 나는 필요한 책이면 어지간하면 사는 편이다. 꼭 내가 알아야 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그냥 세상 동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사고. 박산호 에세이집은 읽고 짧은 감상기라도 쓰려고 한다. 감상기를 쓰면 책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기억도 오래가지만, 자료 정리의 의미도 생긴다. 읽고 해석하면서, 책은 나에게 의미가 생긴다.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30대에 책을 쓸지 말지 고민하던 시절, 이런 분석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회과학의 독자는 대체적으로 2만명.. 그게 15년 전의 계산인데, 아직도 그 정도는 될 것 같다. 그렇게 가설을 놓고 검산을 해보면, 대체적으로 맞는다. 사회과학 독자들이 전부 사 보는 책이면 2만부.. 사실 거기까지 가기 어렵다.

같은 책을 사서 읽는 집단이 만 명 정도 있다고 하자. 그래서 괜찮은 책이거나 아니면 미래가 담겨 있다고 하는 책은 만 명 정도 사준다고 해보자. 물론 그렇게 받는 인세가 엄청난 돈도 아니고, 팔자 고칠 수준은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새롭게 데뷔하는 저자나 작가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 걸 운동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애 태어나고 어쩌구 저쩌구 하다 보니까, 나도 독서량 자체가 줄었다. 잠시 책상에 앉아있기도 힘든데, 이것저것 벌일 여유가 없었다.

50대, 나는 뭐 엄청난 일을 할 생각은 없다. 그냥 소소하게 하던 일이나 망치지 않고 처리하는 이상의 일을 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어떻게 하면 새로운 저자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데 약간 손 보태는 정도의 일은 할 생각이 있다. 책이라는 게, 목숨 걸고 그 사회 구성원들이 지켜내지 않으면 그냥 나오고 버티는 게 아니다. 원래도 책이란 건 그랬다. 자본주의 시절에도 그렇고, 그 이전에도 그랬다. 책 특히 좋은 책은 목숨 걸고 그 사회 구성원들이 지키는 것이다. 안 그러면? 별 거 없는 문화가 되고, 그 문명도 별 거 없다.

만 명 정도가 1년에 책 20~30권 사는 거,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다. 최소한 그 정도의 일들이 몇 번 벌어져야 이 사회가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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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기분이 좀 이상했드랬다. 점심 때 문예출판사에 갔었다. 그랬더니, 노회장님 별세. 고인의 뜻에 따라 직계가족들만 모시고 조촐히 장례...

이 양반하고 얽힌 얘기를 풀면 책 한 권은 좀 그렇고, 2~3장은 나올 만한 얘기들이 많다. 하여간 경제학 전공인 양반이라, 몇 년간 노닥노닥, 사연이 많다. 진짜 친구처럼 지냈다.

"우박사, 우리랑 책 한 권만 더 합시다."

사회적 경제 책을 내고 나서, 이 양반이 몇 번을 부탁을 했다. 그렇다고 달랑 한 권만 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도서관 책 등 책에 관한 책 두 개를 묶어서 여기서 하기로 했다. 그게 타계하신 분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 진짜 몰랐다. 건강이 좀 간당간당하기는 했지만, 워낙 잘 버티셔서 한 10년은 더 노닥노닥거리고 놀 줄 알았다.

아드님을 만났는데, 우신다. 장례도 따로 없어서, 문상이라고 치면 내가 첫 번째로 간 셈이다. 햐아, 진짜 가는 데 순서 없다더니.

노회장님하고 나는 정치적 견해는 많이 다르지만, 많은 것이 통했다. 나는 죽고 나면 장례 따로 지내지 않는 게, 식구들한테 남겨놓은 거의 유일한 유언이다. 처음 만났을 때 장례식 얘기가 나와서, 나는 장례 안 지낼 거라고 했더니, 이 양반이 자기도 그렇댄다. 햐, 그리고 진짜 장례식 안 했다.

돈이 있어도 건물 챙기는 것은 좀 아니라고 하는 생각이 같았다. 태극기에 가까운 보수지만, 그렇다고 태극기 들고 나가시지는 않고.

이 양반하고 한동안 태극기 흉 많이 봤다. 출판계 사장 중에는 누가 가고, 누가 가고... 멀쩡하신 양반들이 왜 그러신디야.

어렸을 때 갈메기 조나단 얘기를 너무 재밌게 봤었다. 데미안도.. 그게 이 양반이 내신 책들이다. 시간을 훌쩍 건너 뛰어 지난 몇 년간 친구처럼 지냈다. 나도 영향을 많이 받고, 실제 도움도 좀 받고.

예정된 책이 앞으로도 여러 권 더 있는데, 사회적 경제 책 딱 한 권 하고 보내드리게 되었다.

전병석 회장님, 천국에 가셔서 몇 년 동안 못 드신 술이라도 친구분들과 맘껏 드시길. 더 오래 같이 놀아드리지 못해서 늘 송구스럽기만 하네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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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리그..

책에 대한 단상 2018. 7. 20. 10:10

50대 에세이에서 사회과학 저자를 3부 리그로 표현했었다. 그리고 나는 진짜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관객은 별로 없어도 엄연한 현역이다. 매 게임, 최선을 다 한다. 묵묵히 그냥 할 일을 다 한다. 최선을 다 해서. 아프거나 힘들면, 쉰다. 여긴 1부 리그가 아니다. 대체 선수, 그런 건 없다. 잠시 쉰다고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 안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의 등판이 기쁘다.

올해 아주 덥다. 내년에는 출간 일정을 잘 조절해서 무더운 7~8월 쉬고, 아주 추운 1~2월 쉬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그외에는, 별 불만 없다.

그래서 친구처럼 지내던 양반들, 요즘 조금씩 찾아서 차 한 잔이라도 하는 중이다. 운이 잘 맞으면 점심 같이 먹고.

나는 77학번들하고 같이 공부했다. 하다보니 그랬다. 실제로 현업 시절에도 그 사람들하고 일을 많이 했다.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 인생의 친구들인 셈이다. 이제는 대부분 은퇴하는 나이들이다. 그래도 한살이라도 덜 먹은 내가 찾아가서 차라도 한 잔.

책이란 게 묘하다. 사회과학은 특히 묘하다. 했던 얘기 다시 안 하고, 다루었던 주제는 다시 안 다루려고 한다. 그러면 이제 거의 다 써서 손 털고, 판 접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써야될 게 더 많아진다. 이것저것 해달라고 의뢰 오는 것도 많다. 점점 는다. 왜 이런지 생각해봤다.

획일성 때문이라는 게 내가 내린 임시 결론이다. 팔리는 거, 되는 거, 유행인 거, 이런 데 다 몰려 있으니까 그 흐름에서 조금만 빗겨간 것들이 다 황무지다. 물론 그게 3부 리그의 정의이기도 하다. 유행을 빗겨난 것, 인기 없는 것 그러나 의미도 없지는 않는 것.

직장 민주주의, 이런 걸 정면으로 다룬 책이 한 권도 없을지는 몰랐다. 정색하고 도서관을 분석한 책, 이런 게 없을지도 몰랐다. 농업경제학, 아무도 이런 건 이제 하려고 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이런 주제들이 수 십개가 넘는다.

여기가 내가 게임하는 3부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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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책에 대한 단상 2018. 7. 19. 14:09

오늘 점심은 친한 기자랑 밥을 먹었다. 몇 년 동안 못 본 사람들, 요즘 약간 한가해져서 찾아보는 중이다. 하다 보니까 주로 아줌마들하고 주로 밥을 먹게 된다. 진짜 내 주변에 이렇게 여성 동료들이 많았었나? 나도 놀라게 된다. 신문 칼럼 얘기가 나왔다.

"그래도 좀 쓰는 게 영향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가 않나요?"

"글쎄요. 책에서 나오는 영향력 말고는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영향력이라.. 몇 년만에 들어보는 단어인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생각해본지 너무 오래되는 일이라서. 예전에 시민단체의 싸움에 앞장 설 때는 지면 하나, 방송 하나, 그런 게 너무 중요했다. 그래서 나도 죽기 살리고 버텼던 시절이 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은 별로 재미 없다. 미래에 대한 얘기, 다른 미래로 가는 방법, 이런 것들이 재밌다. 그걸 위해서 지금 현재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고. 현실에서의 영향력, 별로 재미 없는 방식이다.

내 책을 읽을 독자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미래에 대한 얘기를 써나가는 지금의 방식, 나는 딱 좋다. 영향력, 그딴 건 필요없고. 2~3년이든, 4~5년이든, 그 시기에 필요할 것들을 지금 만드는 일, 충분히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나도 이제 50이다. 예전처럼 밤을 새고 전국을 누비면서 현장을 뛰어다는 일, 이제는 그렇게 못한다.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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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초반부의 셋업은 거의 끝나가고, 중반부로 넘어가기 위한 꺾기 들어가는 중이다. 이 책은 내 인생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한국의 사회과학 저자는 또 다른 분야 사람이 느끼기 어려운 보람이 있다. 돈으로 생기는 만족감과는 좀 다른 종류의 느낌이다.

작년에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그냥 차분히 내가 하던 일을 하는 게 가장 큰 애국일 거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냥 나는 내가 하는 속도대로, 내가 하던 리듬대로, 새로운 생각을 계속 만드는 게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게 사회에 대한 기여도 가장 높은 것 같다.

이대호가 그런 얘기 했었다. "나는 조선의 4번 타자다." 나도 언젠가 그런 얘기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조선의 사회과학 저자다." 아직은 좀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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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도서관, 농업, 이런 게 요즘 내가 주로 분석하는 것들이다. 직장 용어로 하면, '한데 것', 한직에 있는. 한참 '핫'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들. 가끔 사회적 논쟁이 바로 벌어지면서 세월호 사건처럼 빨리 책을 쓴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나는 한산한 주제들을 많이 다루었다. 이런 것이 당시로서는 미래 논의이기도 하지만, 경쟁이 없어서 소위 '나와바리 경쟁'이 없다. 나는 원래도 내 전공, 니 전공, 이러면서 나와바리 싸움 하는 거 아주 극도로 싫어했다. 88만원 세대 때에도, 한 데 것 중의 한 데 것이었나. 청년 얘기, 이런 걸 누가 볼란가, 그랬었다.

나도 tv를 본다. 내가 고민하고 분석하는 얘기들은, tv에 절대 나오지 않는다. 신문에도 거의, 아주 가끔만. 도서관 얘기, 이런 거 거의 안 나온다. 농업 경제학, 택도 없고. 그래서 좋다. 한산하고 조용하게 작업할 수 있어서.

tv를 보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tv만 보고 있으면 정말 바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새로운 것은 tv에는 없다. 맨날 '미래'를 얘기하지만, 진짜 미래는 tv에는 한 컷도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먹는 거는, 엄청 나온다... 대부분, 너무 달게 양념을 해서. 한국 사회, 촛불 집회 이후로, 어쩌면 양념 과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같은 음식을, 이 양념, 저 양념, 굵은 후추, 가는 후추, 백후추, 이렇게 양념만 바꿔가면서 먹으라고 한다. 좀 다른 거 먹고 싶을 때, 그냥 맵게 해서 먹으면 안 될까? 요즘 청와대에서 나오는 거 보면, 오래된 메뉴들을 그냥 설탕, 고추가루, 겨자, 양념만 바꿔가면서 먹으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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