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원에서 직장 민주주의 강의해달라는 부탁이 왔다. 뭐, 시간도 마땅치 않고, 돈도 조금이라서 힘들다고 얘기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안 땡긴다.

근데 자기 네는 노조가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그냥 간다고 했다.

직장 그만둔 이후로 나에게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은 시민단체나 노조 한 구석, 뭔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다루는 주제들은 주로 정부 방침과 반대인 경우가 많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들을 다룬다. 그러다보니까 성공한 사람들이 큰 돈 벌고 내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사람들은.. 주로 욕 한다.

그래서 늘 우울하거나 힘들거나 아니면 심난한 사람들을 주로 만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버티기 위해서 '명랑'이라는 걸 더 많이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힘들거나 어려운 사람들 만나서 같이 인상 쓰고 있으면, 서로 힘들어서 아무 얘기도 못 한다.

이 일을 2003년부터 치면 벌써 15년 넘게 한 것 같다. 그 중에서는 잘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보통 잘 되면 연락이 잘 안 된다. 별로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의 리그에서 덩더쿵 덩더쿵 하고 지내는 게 그렇게 재밌지는 않다. 잘 된 다음에도 계속 연락한 사람은, 몇 사람 정도, 좀 드물다.

아마 책을 쓰는 한에는 평생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뭐, 처음 경제학을 공부할 때에는 이렇게 복잡하게 살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꼭 <자본론>을 읽어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되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뭐, 그렇게 사는 게 별 재미는 없다. 올라가면 뭐 할겨? 사실 별 거 없다. 그리고 그 특수한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 나쁜 짓을 좀 하거나, 나쁜 짓을 안 했다고 자기를 속이거나.

그냥 나는 적당히 이렇게 사는 게 더 내 인생 다워서 좋다. 약간 불편하기는 하지만, 삶이 쪽스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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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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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17 0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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