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강연은 진짜 오래 했다. 매번 힘들다. 그래도 이번에는 기억에 남는 건, 직장 민주주의 가지고는 처음 한 강연이라서 그렇다. 몇 번 얘기가 있었는데, 아직 회사 다녀본 경험이 없는 고등학생들하고 이 얘기를 하는 게 여러 가지로 좀 자신이 없어서..

작년부터 강연은 부득이한 경우 아니면 거의 다 줄였다. 지치는 일이다. 뭐, 돈이 좀 되면 생각을 고쳐먹을 수도 있지만, 내 경우는 별로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돈 되는 것만 골라서 하면, 이건 양아치다.. 그렇게는 안 산다.

농업경제학 준비하면서 주대상을 중학생과 고등학생으로 삼으면서, 최근에는 고등학교에 자주 간다. 아무래도 그렇게 자주 보면 이미지를 잡을 때 좀 도움이 된다. 계속 고등학교 강연을 해서, 분위기 변하는 것도 좀 느낄 수가 있고.

10대들은, 강연 때 보면 귀엽다. 질문도 많이 한다. 길게 대답해주지는 못하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는 가능한한 정확하게 얘기해주려고 한다.

하다보니 별의별 학교를 다 가보게 되었다. 민사고는 몇 번 부탁이 있었는데, 일부러 안 한 건 아니고, 시간이 잘 안 맞아서.. 그야말로 입시만 준비한다고 소문난 학교에서부터 진짜 특별한 경우는 대안학교까지.. 시간이 10년 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지나보니, 그런 것들도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강연이 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다. 분위기 잘 못 만들어서 영 어정쩡하게 시간만 보내고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오늘 별내고 특강은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다. 일단 학생들이 착하다.

어른들이나 대학생들 강연보다 고등학생 강연이 좋은 점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학생들이 책을 미리 읽고 온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다. 공무원들은, 강연은 들어도 책은 안 읽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역설적이다. 책을 읽는 공무원들은 강연에는 안 온다 (그리고 가끔 직접 연락..)

책 읽는 비율과 질문하는 거 생각해보면, 뭐라뭐라 그래도 고등학생.. 여전히 순수의 시대다. 대학교만 가도 그런 이유로는 절대 책 안 읽는다. 나도 그런 순수의 시대가 있기는 했었다는, 그런 오래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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