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51건

  1. 2019.06.18 50권 끝나면.. 5
  2. 2019.06.05 행복.. 3
  3. 2019.06.04 아이고, 마음 약해진다..
  4. 2019.06.04 경도와 위도
  5. 2019.05.27 장타.. 1
  6. 2019.05.21 은하영웅전설, 만화책 읽고.. 1
  7. 2019.05.17 닥터 리 2
  8. 2019.05.16 나쁜 놈이 나쁘다는 걸 알아봐야.. 1
  9. 2019.05.14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
  10. 2019.05.13 사회적 경제 책, 4쇄 찍는다는데..

올해는 세 권을 낼 예정인데, 한 권은 12월에 붙어서 내년으로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하반기는 농업경제학과 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 그렇게 두 권을 쓸 계획이다.

내년에도 목표는 세 권이다. 소설책 한 권, 젠더 경제학 그리고 역시 내년 안에 나올지 아니면 살짝 해를 넘길지 아리아리 하지만, 도서관의 경제.

50권까지는 하여간 책을 계속 쓸 생각인데, 마지막 50권째는 코멘터리 북이라서 그걸 빼고 나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비는 게 딱 여섯 권이다. 남은 권수가 얼마 없어서, 좀 신중하게 고르려고 한다.

내가 요괴 나오는 공포 얘기를 워낙 좋아한다. 오죽하면 학생들을 위한 생태경제학을 '생태 요괴전'으로 했겠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귀신 얘기는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2년 전에 아프리카 퇴마사 얘기로 한 번 틀을 잡으려고 하다가, 정신 없어서 내려놓은 적이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2005년에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때는, 나도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하여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꾸역꾸역 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지금 여섯 살인 둘째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2학년 때까지면 딱 4년이다. 지금 속도로 하면, 얼추 그 때쯤 50권이 끝난다. 둘째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학교 데려다 주는 건 그만 하려고 한다. 저녁 밥이나..

남은 권수가 별 수가 없어서, 앞으로 다룰 주제는 좀 생각해서 정하려고 한다. 꼭 해야하는 거 아니면 별로 할 생각이 없다.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것을 굳이 내가 쓰려고 고생할 이유도 별로 없는 것 같고.

50권 다 쓰고 나면 뭐하고 살지, 아직은 생각해놓은 게 전혀 없다. 미리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생이란 게 미리 생각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노년의 삶의 대해서 정한 원칙, 딱 하나 밖에 없다. 공직은 안 한다.. 귀찮다.

공동체에 대한 기여는, 책 50 권 쓴 걸로 어느 정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 하면, 진짜 할만큼 한 거 아니겠나 싶다.

사고 싶은 거 아무리 돌아봐도, 이제 센서 단자가 붙었다 말았다 하는 카메라 정도.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비 딱 맞추는 정도의 삶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돈 많이 쓰는 삶, 별로 재미 없다. 화려하지도 않고, 호사스럽지도 않고.

텃밭 한다고 옆집 사서 다 밀어버리고 진짜 텃밭 하는 사람을 안다. 텃밭이 재밌다고 그 옆의 집을 하나 더 샀다. 그래서 집 두 채 크기의 텃밭을 한다.

그 인생, 하나도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그 재산 물려받고 싶어서 그 자식들이 처절하게 이상한 짓 하는 거 몇 번 보고 나니까.. 저게 뭔 짓이여.

30대 때에는 나중에 나이 먹으면 우리 밀 키워서 그걸로 소주 내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술까지 만들면, 아예 바로 뒤질 것 같다. 곰곰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그 이후로는 뭔가 해보고 싶은 일이 내 인생에 생기지가 않았다.

목표를 세우고, 그걸 성취하는 것.. 그거, 별로 재미 없다. 그냥 되는 대로 살고, 안 되면 마는 것, 그 안의 잔재미,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그저, 뱃살이나 좀 빠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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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책에 대한 단상 2019. 6. 5. 16:14

오전에 목동에서 엄마들하고 수다 떨다가 집에 돌아오는데.. 문득 요즘 내가 심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속상할 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그런 거야 상수에 해당하는 거고. 별로 고통스러운 일도 없고, 특별히 안 되는 일도 없다. 그리고 재미 없는 일은, 안 하면 그만이다.

뭐, 더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꼭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애들 보면서 그냥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들 조금씩 하면..

살면서 딱히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요즘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불안한 게,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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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큰 애 초등학교 방학이다. 방학 때 그냥 내가 데리고 있기로 해서, 7월에는 정말로 아무 일정이나 약속도 안 잡는 중이다. 무안 공무원 노조에서 강연해달라고 부탁 왔다. 이래저래 힘들 것 같은데, 단체협약에서 7월 강연에 자체적으로 강사 모실 수 있게 따낸 거란다. 아이고, 마음 약해진다. 최근에는 시민단체와 노조 강연만 조금씩 하는데, 사실 이런 게 돈으로는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정말 최소한의 사회 운동이라는 점에서. 맘 약해져서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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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장한 며칠을 보냈더니, 저녁 먹고 나서 바로 뻗어서 잤다. 꿈이.. 배 위에서 경도 재고, 위도 재는 꿈이다. 위도를 재기 위해서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고, 그래서 영국 왕실에서 배 위에서 쓸 수 있는 정확한 시계에 현상금을 내걸고.. 뭐, 그런 유명한 얘기인데. 이런 걸 꿈에서 꾸다니..

꿈이 무의식이고, 자신의 욕망을.. 그런 눈으로 보면 내 꿈은 대개는 개꿈이다. 삼각돛을 설명하는 게 꿈에서 나오기도 한다.

곰곰 생각해보니, 부다페스트의 크루즈 사고가 꿈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부다페스트에서 배를 빌려서 한 바퀴 돌면서 밥을 먹고 내린 적이 있기는 하다. un 행사였다. 배를 빌린 건 일본의 네도라는 정부기관이었고. 뭐, 꿈이 내 의식과 아주 무관한 건 아닌 듯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위도를 재는 시계 얘기까지 꿈에서 꿀 거야. 하긴, 며칠 전에 읽은 마션에서도 화성에서 수천 킬로 이동을 하면서 경도를 재는 얘기가 자세하게 나오기는 했다. 위도는 화성의 달을 통해서 쟀고, 육분의 얘기가 엄청 길게. 그리고 그보다 더 자세하게 경도를 재는 얘기가.

꿈에서 dish washer의 역사적 맥락이나 세탁기 얘기 같은 것이 나오는 사람이나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꿈에서 깨자마자 히로시마 처음 갔을 때 생각이 났다.

어쩌면 지구적 시민으로서의 나의 각성은 un 협상가 시절이 아니라 히로시마에서 처음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내년에 쓰기로 한 책 중에서 메인에 해당하는 책이, 그 때 히로시마에서 받은 충격을 모티브로 한. 잘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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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책에 대한 단상 2019. 5. 27. 14:23

글에는 장타가 있고, 단타가 있다. 문장 길이 문제가 아니라, 한 무더기의 길이에 관한 것이다. 몇 년 동안 단타 위주로 글을 썼더니, 장타로 하려니까 이제 오히려 어색하다. 소설 '마션' 읽는 중이다. 장타, 그것도 1인칭 시점의 장타가 연거푸 나오는데, 매우 호쾌하다. 딱 내 스타일이다. 나는 원래 장타로 글을 썼는데, 먹고 살려니 별 수 없이 단타 위주로.. 그게 사실 글이 느는 건 아니다. 트렌드에 그냥 맞추는 거지. 한국 경제에 대해서 장타로 한 번 써야 할 순간이 몇 년 내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정치 평론이 글로 치면 극단적 단타다. 재미는 있는데,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고 싶어하시지는 않았지만 결국 정운영 선생이 단타만 치다 일생을.. 그 이후로 경제학자 중에서 경제 평론가로 불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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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은하영웅전설 8권, 전체 다 읽고, 너무 힘들었다. 애들 하교 시키고, 아내한테 인수인계하고 저녁도 안 먹고 잤다. 그리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다시 큰 애 등교시키고.

만화책 몇 권 보는 게 이렇게 힘드냐.. 싶지만, 그것도 집중해서 보면, 캑캑. 불어책이랑 번역된 만화책 보는 데 쓰는 들어가는 에너지가 같다면.. 이게 노안의 비애다. 눈까리에 힘 탁 주고.

원본 소설책으로는 2권까지 본 것 같다. 원작이랑 만화랑 최근 나온 neo thesis 애니메이션이랑 싱크로율 높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 약간의 서브라인들 뺀 것 말고는 애니메이션하고 만화는 거의 비슷하다.

나에게 감명을 많이 준 것은 애니메이션 버전이다. 그건 더 짧지만, 그만큼 짧은 부분에서 순간적 감명 같은 게 있었다.

은하제국이랑 동맹군이랑 붙는데, 맥락을 제외하고 그 부분만 보면, 진짜 은하제국이 이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악이라는 게 있다면, 겨우겨우 도망치는 동맹군 함대를 재집결시켜서 전투를 하라는 장면.. 동맹국의 정치인들이 패전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순간적으로, 나는 '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만화 원작도 봤고, 소설도 그 부분만 따로 봤는데.. 그렇게 보면 그 느낌이 약하다. 아니, 별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한 에피소드씩 끊어서 보는 애니메이션 버전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고도의 밀도.

결국 그 밀도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하던 일 다 밀치고 일단 은하영웅전설부터 보게 만든.

원래도 청소년용 독서 에세이 리스트에 은하영웅전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래저래 겸사겸사, 목요일 부산 여행가기 전에 보게 된 건데..

계산은 했지만, 계산 안에 안 들어간 게, 만화책 보자마자 뻗어서 내리 잠만 자게 될 줄은.

기왕 잡은 김에 은하영웅전설 소설도 이번에 마저 다 읽으면 좋겠지만, 연말까지 전체적인 스케쥴링 같은 게 있어서.. 소설은 한 텀 미루고.

'전기의 역사' 책 한 권 사러 교보에 갔다와야 하고, 나간 김에 차 한 잔 마시기로 했고..

그렇게 토막토막 나는 시간에 '마션'을 읽기로 했다. 영화는 50번은 본 것 같은데, 원작을 아직 못 읽었다. 원작이 그렇게 기가 막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나는 아직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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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리

책에 대한 단상 2019. 5. 17. 12:07

 

최근 책은 사회적 경제 책이랑 직장 민주주의 책이, 뭐 그닥 엄청난 건 아니지만 '스몰 스케일'로 자리를 잡는 것 같다. 두 책 다, '정직'을 모토로 쓴 책들이다. 크게 기교를 부리거나 구성상의 묘미 같은 거 없이, 그냥 13579, 논리의 순서대로 갔다.

아마 이 두 권을 경계로 해서, 그야말로 저자로서 내 삶의 후반기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무슨 엄청난 변화를 바라거나, 사회에 대한 극적인 전환, 그런 데 대한 기대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이 정도는 최소한 좀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주제, 그런 걸 조용히 티 안내고 하나씩 정리해가는 것만 해도 내 삶은 충분히 보람되지 않을까 싶다.

'맛집'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오래 되었다. 맛 있는 거 먹는 거, 그게 뭐 인생에 그렇게 큰 일인가 싶다. 단골도 안 만든다. 성격 지랄 맞아서 그렇다. 자꾸 주인이 인사하고 아는 척 하면, 잘 가던 집도 안 가게 된다. 그럴 때 내 주변에서는 '서울깍쟁이'라고 한다.

그래도 책 두 권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회전'에 해당하는 큰 얘기로 슬슬 방향을 돌리는 중이다. 이승만 얘기를 해보고 싶어진 것은 좀 된다. 이 모든 얘기는 '이완용 평전'에 대한 구상부터 시작되었다. 이건 아직 준비가 많이 안 되었다. 좀 더 뒤에 하려고 한다. 기왕에 이완용을 할 거면, 이승만도 해보고, 방정환도 해보려고 한다.

방정환은.. 내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결정적 동기였다. 방정환은 33살에 사망, 나는 그 나이에 그래도 뭔가 좀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은하영웅전설을 읽는 중이다. 양 웬리도 33살에 죽음을.. 하여간 33살에 죽어야 그래도 뭔가 천재급에 해당하는 인류사적 우연(!)이.

머리 속에 있던 꾸질꾸질한 것을 일단 다 털어버리는 일들을 가끔 한다. 꼭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경우도 많고. 지금은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탈탈 털어버리는 중이다.

세상에 그래도 정직하다고 감사하는 것은.. 탈탈 비우고 나면, 뭐라도 또 새로운 게 와서 그 자리를 채운다.

어제 만든 빵으로 아이들이 오늘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그래봐야, 제빵기 빵인데..

"제빵기 사서, 이렇게 계속 쓰는 사람 별로 못 봤어."

아내가 한 마디 한다. 뭐, 모든 전자기기를 내가 마르고 닳도록 쓰는 건 아니다. 신혼초에 튀김기를 샀는데, 식용유 처리하는 방법을 마땅한 걸 찾지 못해서 딱 한 번 쓰고 못 썼다. 튀김 음식 만들고 싶은 게 많았는데, 포기했다.

빵도 굽고, 음식도 하고, 애도 보고.. 그렇게 꾸역꾸역 일상을 산다. 그리고 내가 알던 것들을, 틈 나는 대로 탈탈 털어버린다. 약간의 재주를 가지고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틈틈이 아는 척.. 별로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성공하고 싶어서, 잘 나기 위해서 혹은 뭔가 움켜쥐고 싶어서, 아둥바둥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죽기 보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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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홍성에서 한국감정원 노조 강의가 있다. 내일은 저녁 때 외대에서 강의. 그리고 토요일날은 청라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 강의. 강연 안 하려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연타로 붙게 되었다. 지난 달을 비우려고 하다보니까 요번 달로 전부 모이게 된.

방송도 최소로 하고, 강연도 최소로 하면서 4년 정도를 지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애들도 크고, 나의 50대도 절반 이상 지나갈 것 같다. 어느덧 환갑 바라보는 나이..

4년 후에 뭘 하고 지낼지는 생각해 둔 게 없다. 한 가지는 알겠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이런 스타일의 삶은 재미가 없다. 그냥 그날 할 수 있는 것을 재밌게 하고, 즐겁게 하고. 나중 일은?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할 것 같다. 생각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있을 성공을 위해서 참고 버티는 것도 그렇게 재밌는 일은 아니다. 해 보니까 그렇다. 성공해서 재밌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을 하나하나 버텨내는 게 재밌는 게, 진짜 재밌는 것 같다. 혹시나 있을 요행이나 행운을 기다리는 것, 그것도 재미 없다. 50이 넘으면, 그딴 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는 아쉬움은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나쁜 놈이 나쁘다는 사실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걸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은하영웅전설 앞 부분을 읽고 느낌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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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

1.
출판사 레디앙하고 나하고는 특수 관계다. 책을 쓰기 전에 이재영과 친구로 지냈다. 알고 있는 게 너무 많기도 하고, 인격적으로도 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다정, 다감 그리고 풍부한 감성.. 내가 모토로 삼는 ‘명랑’이 이재영이라는 인간 그 자체에게서 온 것이다. 이재영을 알기 전에는 명랑한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파리에서 송두율 선생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명랑 스타일은 아니었다. 홍세화 선생도 밝기는 하지만, 명랑과는 좀 거리가 있는 듯. 게다가 내가 당신을 보던 시절에는 사모님이 편찮으셔서 그런지, 늘 삶의 걱정이 많았다.

‘88만원 세대’는 이재영에게 월급을 주어야 한다는 긴박감으로 마무리하게 된 책이다. 그리고 실제로 책 후반 작업을 이재영이 했다. 그게 레디앙에서 나왔다. 이광호 선배가 이재영에게, 같이 하자고 처음 제안하던 순간은 석촌 호수 뒤쪽의 어느 술집이었다. 그 자리에도 내가 있었다. 뭐, 목수정이 첫 책을 레디앙에서 내기 위해서 모였던 날에도 같이 있었다. 여의도 어느 골목의 닭갈비집인가, 하여간 닭 가지고 뭐 하는 집. 목수정과는 통화만 몇 번 하다가 실제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하여간 레디앙은 이래저래 특수관계가 된 출판사다. 그런 레디앙이 문 닫게 생겼다고 한다. 사는 게 뭔가 싶다. 한 때는 진보 정당의 거의 유일한 포탈이었던 곳이기도 한데, 진보의 위기와 출판계의 위기, 그런 게 섞여서 생겨난 현상일 것 같다. 뒷짐지고 모른 척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고. 그래서 가지고 있던 리스트 중에서 그나마 시간 안에 너무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하나를 꺼내 들게 되었다. 그게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다.

2.
모티브는 예전부터 있었는데, 스타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영화평론가 전찬일 선생에게 헤세 책에 대한 서평을 부탁받았다. 책에 들어갈 건데, ‘수레 바퀴 밑에서’를 골랐다. 서평하고는 좀 다르게, 이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뭐 그런 얘기들을 주섬주섬 짧게 썼다. 이게 쓰면서 약간 ‘작두발’ 받아서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는 건 몰라도, 몇 사람에게는 좀 임팩트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편집하면서 전찬일 선생한테, 이거 마지막으로 들여다보면서 눈물이 났다는 연락이 왔다. 감성이 생길 수는 있지만 울기까지야? 역시 부산영화제와 오래 인연을 가졌던 영화평론가의 감성이 남다르시긴.. (예전에 나도 전찬일 선생 초청으로 부산영화제에 갔던 적이.)

그래서 디자인된 책이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다’. 에세이 형식을 빌린 건, 서평은 정말로 내가 싫어하지 않는 형식이라서. 50이 넘어서 보니까, 이 책이 나에게 무슨 영향을 미쳤는가, 그런 내용이 주가 된다. 책 내용이야 어차피 책 읽을 것을 전제로 하는데, 굳이 다를 필요가 없고.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내 가슴에 손을 얹어보고 정말로 수 십년이 지나서 지금 더 의미가 있거나,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쳤던 책들..

3.
전면으로 나올 책이 ‘해저 2만리’와 ‘15소년 표류기’일 것 같다. 읽으라고 권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게 있는 걸 알기라도 하라고 권하는 책으로 다윈의 ‘비글호 여행기’가 들어갈 것 같다.

전부 다 내가 10대에 읽은 책으로만 할 생각은 아니다. 나이 먹어서 읽었는데, 10대 때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책들도 일부. 파운데이션이 들어갈 거고, 듄이 들어갈 거고, 에코의 책이 들어갈 거다. 그리고 아마도 은하영웅전설도.

과학 책도 일부 넣을 생각이다. 세이건의 부인이기도 했던 린 마굴리스 여사 책이 들어갈 거고, 여성 천문학자와 천문학의 현대적 발견과 관련된 천문학 책 한 권 골라서. 도넬라 메도 여사의 책이나 글을 꼭 넣고 싶은데, 번역된 게 없다. 정 안되면 우드 스탁에 대해서 썼던 신문 칼럼 한 개를 내가 직접 번역해서라 넣을까 싶은.

50권 정도를 다룰 건데, 한국 책이 문제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하나랑 난중일기는 일단 넣을 생각이다. 그리고 자산어보도. 자산어보를 굳이 넣는 것은, 이 책이 도대체 어떤 책인지 제대로 된 설명을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대 소설은 좀 애매하다. 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다음 주부터 다시 한 번 볼 생각이다. 신소설과 일제시대 소설 중에서 진짜로 내가 영향을 받은 걸 집어넣을까 싶고. 박민규 소설과 가장 최근의 소설로는 ‘82년생 김지영’을 넣으려고 한다. 어지간해서는 우는 일이 거의 없던 내가, 결국 이 소설 읽고 얼마 뒤에 울었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50권 – 실제로는 8권짜리부터 20권짜리들이 들어가니까 책이 50권인 건 아니고 – 정도를 추리고, 꼭지는 30개 내외로 해볼까 싶다. 그 정도면 너무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이 되지 않을까 싶다.

3.
경제학 논문을 읽으면서 우는 일은 벌어지기 어렵다. 울었던 것은 아니지만 딱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1995년 박사 논문 제출하고 나서 미국경제학회지 몰아서 읽던 중에 경제학의 반성과 관련된 콜로키움 특집이 있었다. 거기서 ‘other-wise bright student’라는 표현을 봤다. 뭐, 그 얘기를 한국에서도 가끔 해봤는데, 내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런지, 전혀 사람들에게 감흥을 이끌어내지 못한. 그냥 나만 혼자 감동한 얘기였나봐, 그렇게 가슴에 놓고 산 게 20년이 넘는다.

얘기는 간단하다. 미국 주류 남성이 아닌 학생들, 유색인과 여성들, 이들이 경제원론 시간에 들어오면..

뭐, 좋은 대학의 경제원론 수업까지 왔으니까 당연히 bright student이기는 할텐데, 기존에 경제학을 공부하던 나름 상층부 주류 남성들이 아니니까, other-wise.. 이 사람들은 경제원론 듣자마자, 당연히 똑똑하니까, 아 이 수업은 나를 위한 수업이 아니구나, 바로 수강철회하고 나가버린다고 한다.

이 현상을 최근에 유심히 지켜보던 노교수가 펜을 들었다. 야 이 양아치들아, 니들이 바로 기득권이여.. 지금 경제원론으로는, 아니 지금의 경제학 프로그램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똑똑한 학생들의 관심을 전혀 못 끈단 말이여. 젠더 경제학 같은 게 필요하다는 얘기의 앞머리에 달린 논문이었다. 그게 미국경제학회에서 발표되었고, 당시에는 대대적인 관심을 끈.

그 논문이 나에게 영향을 많이 주었다. 나에게 욕하는 많은 주류 인사들은, 저 린간은 왜 스스로 비주류의 세계로 들어가서 인생 망치고 사는가, 한탄을 하거나 욕을 디지비게 하거나. 이제 내 인생은 50이 넘어서 다시 주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해봐야, 내가 재미 없어서 못 한다. 그렇지만 다른 세계에도, 니들이 내깔려 둔 그 세상에도 bright student가 있음이라!

4.
제목은 아직 모르겠지만, 하여간 부제는 정해졌고.

일정이 좀 더럽게 엮였다. 올해는 당인리, 내년에는 이승만, 그렇게 소설 두 권을 메인으로 잡으면서 나머지 일정들은 다 뒤로 미루어 놓았다. 그러니까 책 한 권 쓸 시간이 난 게 아니라, 많은 에디터들과 출판사들의 양해 덕분에 잠시 책 쓸 일정들이 생긴 건데.. 그래도 레디앙 문 닫게 방치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감? 그렇게 시간을 좀 냈다.

당인리와 농업경제학은 가을까지는 우야둥둥, 마무리가 끝날 것 같다. 그렇게 올해는 책 두 권만 내고 시마이.. 하려고 했는데, 실제 출간은 모르겠지만 급하면 당겨서 연내에라도 작업을 할 수 있게, 가을에 독서에세이 작업을 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의미는 이렇다. 농업경제학이 10대들 얘기를 주로 다룰 거라서, 그 감성으로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까지 붙여서 한 번에 작업을. 그리고 당인리는 30대~40대 여자들에 관한 얘기가 메인이라서, 그 느낌을 더 발전시켜서 내년에는 젠더 경제학으로. 그리고 10대 얘기와 30대~40대 여성의 두 테마를 크게 한 번 다룬 다음에, 그 얘기들의종합판으로 내년 말에 도서관 경제학을.

그 다음에는? 아직 잘 모르겠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는 계약을 해야 하는 소설책들이 몇 권 있고. 사회과학은 젠더 경제학과 도서관 경제학 이후로는 아직 일정이 없다. 직장 민주주의 책이 너무 안 팔려서 별 방법 없이 강연도 했다. 그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서, 사회과학 책은 솔직히, 무서워서 아직 엄두가 안 난다. 예전에 준비해둔 일정만 진행하고, 추가적으로는 주제를 못 잡고 있다.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뭔가 또 생각이 날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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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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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최근에 사회적 경제 책이 갑자기 좀 나가서, 급작스럽게 4쇄를 찍게 되었다. 10쇄 정도는 기본으로 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기는 했는데, 요즘은 4쇄 들어가는 것도 간만이다.

 

책에 대해서는, 사실 나는 별 전략이 없다. 책 팔려면 방송해야 한다고 엄청 주변에서 떠들지만, 방송을 고정적으로는 하지 않기로 벌써 몇 년 전에 결정을 했다. 그리고 책 팔려고 방송하는, 그렇게 꾸질꾸질하게 사느니 아예 책을 안 쓰고 만다.

 

직장 민주주의 정도 최소한으로 강연을 하지, 요즘은 강연도 거의 안 한다. 여유가 안 된다.

 

요즘은 책 쓰고, 그냥 내깔려두고, 팔리면 팔리고, 말면 말고, 예전 루틴으로 다시 돌아갔다. 사실 그 시절이 나의 전성기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책을 쓰고, 책이 승부를 하고, 아니면.. 말고.

 

언제까지 내가 책을 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50권 쓸 때까지는 그렇게 하려고 한다. 방송 나가는 데 신경 쓰고, 이것저것 챙기는 시간에, 차라리 책 한 권을 더 쓰는 게 나을 것 같은. 매우 고전적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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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의미가 있나? 아주 고전적인 방식은,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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