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이 '여성의 종속'을 발간한 것은 1869년이다. (자본론 1권이 나온 것은 1867년.)

"어떤 사람은 백인으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흑인으로 태어나듯이, 누구는 노예로, 또 다른 누구는 자유민과 시민으로 태어났다. 일부는 귀족으로, 나머지 다수는 평민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 봉건영주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민이나 돈 많은 집안 자식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었다. 노예나 농노는 결코 자유인이 되는 꿈을 꾸지 못했고, 또 상전들이 허락하지 않는 한 그렇게 될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중세가 끝나고 왕권이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평민들도 귀족 작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귀족 중에서도 장남은 아버지의 소유물에 대한 유일한 후계자라는 정해진 운명을 타고났는데, 아버지가 장남 외의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상속할 수 있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숙련공 중에서 동업조합인 길드의 회원으로 태어난 사람 또는 기존 회원에 의해 입회가 허용된 사람만이 합법적으로 각 지역의 경계 안에서 직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직업에 종사할 수가 없었다 - 적어도 법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오늘날의 유럽, 특히 현대적인 발전을 이룩해낸 곳에서는 어디든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밀의 시대에는 인간의 평등을 둘러싸고, 소설과 동화책에서도 전면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 밀이 한 얘기와 똑같은 논쟁이 '비글호 여행기'에도 나온다. 누나들에게서 "인간은 다 똑같다"는 말을 배운 다윈이, 노예제를 강력 옹호하는 비글호 선장과 엄청 싸운다. 결국 그는 그 배에서 왕따가 된다.

비글호 여행기가 아직까지 유럽에서 10대들에게 필독서가 된 이유는, 나중에 이 다윈이 진화론을 만든 다윈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평등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어린 시절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한 사람의 내적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밀의 책을 연속으로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밀의 책 중에서 하나를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에 포함시키고 싶은데, 과연 뭐가 제일 좋을지, 골라보기 위해서다.

100년도 전에 나온 책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의제 1번이 된 지금, 문장들이 하나도 옛날 얘기가 아니다.

마약으로 난리난 재벌 4세들이, 이런 걸 좀 봤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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