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딸라

책에 대한 단상 2019. 9. 16. 16:59

추석이랑 추천사 등 고만고만한 글들에 밀려서 첫 페이지만 보고 내려놓았던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을 다시 집어들었다. 뭐, 특별히 꼭 이 책을 봐야 할 이유는 없는데, 지금 마침 읽을 때 안 보면 이번 생에는 다시 못 볼 것 같은 느낌으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 책은 한 번 읽는 것이 최소한의 성의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강연이나 원고 청탁 같은 거, 힘들다고 하는 것도 사실 힘들다. 다 물리치지는 못하고, 신세진 사람이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거 정도, 약간씩 한다. 애 보고, 아내 뒷바라지 하는 게, 사실 요즘 나이 본업인 셈이다. 나머지는 되면 되고, 말면 말고. 맘 편하게 산다.

요 몇 달 사이에 연구원장 해달라는 부탁이 두 개 정도 왔는데, 둘째 초등학교 2학년 졸업할 때까지는 아무 것도 못 한다. 출근은 커녕, 밥 한 번 정도는 같이 먹어야 하는 동료들하고도 얼굴 한 번 못 본다.

별 아무 것도 하는 거 없는데, 뭐 해달라는 부탁은 엄청나게 온다. 사실 내가 먹고 사는 거에 엄청나게 의미를 두고 살지 않으니까 그렇지, 애들 보는 일만 하는 데도 원고 청탁 같은 게 오는 건, 사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냥 귀찮아서 대충 튕겨내지만, 그것도 꼭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 생각도 가끔.

나는 내 인생에 무엇을 바랄까? 사실 바라는 것 아무 것도 없다. 둘째가 아파서 폐렴으로 입원할 때, 그런 생각들 다 내려놓았다. 아니, 내려놓은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세삼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도 아니고.

좀 있으면 애들 올 시간이다. 오늘은 애들 데리고 '사딸라' 먹으러 갈 생각이다. 뭐, 먹어서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하고 놀 게 별 게 없다. 다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적당히 살려고 한다. 그래도 죽어라고 뭔가 한다고 하면서 허부적거리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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