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칼럼 끝냈다. 하다 보니까 기명 칼럼으로 세 개를 쓰는데, 한 달 내내 칼럼 주기가 계속 돌아오는 것 같다.

칼럼에 대한 고민은, 새만금에 대한 고민과 같다.

새만금 얘기가 결국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1차 계기 같은 것이다. 총리실 있던 시절, 몇 층 아래에서 새만금 기획단이 있었다. 당시 새만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총리였던 이한동이 하기로, 그렇게 정리가.

새만금 기획단에서 가끔 윗층에 있던 나한테 와서 이것저것 자료도 물어보고 자문도 하고 가고는 했다. 그리고 또 한참 생태경제연구회 시절, 연구 주관을 하지는 못해도, BC 분석 같은 거는 연구원들하고 직접 했었다.

뭐,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내 이름으로 뭔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머지 인생을 사는 건 아닌 듯 싶었다. 또, 마침 상사로, 김진표가 왔다. 김진표랑 몇 달 일했는데, 이런 걸 위해서 내가 입 다물고 사는 건 아닌 듯 싶었다.

결국 파견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고, 공단으로 돌아가 조용해지는 시간을 기다려서 결국 사직서 내고 나왔다.

아예 총리실에 짱박으라던 사람들도 많았고, 당시 4급 특채 얘기가 좀 나오기는 했었다. 모 부처에서는 나랑 얘기도 하지 않고 4급 특채를 열었는데, 나는 안 갔다. 왜 안 냐고 전화 와서, 왜 내느냐고, 나는 어리벙벙. 후일담이지만, 그 때 그 자리에 간 양반이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 받았는지, 몇 년 못 가고 암으로..

지금도 여전히 새만금은 오리 무중, 아무도 이게 어떻게 될 것인지 정확히 모른다.

새만금 얘기 해봐야, 상처만 받고, 올드하다는 느낌만 준다. 아무도 관심 없다.

그래도 이 얘기를 해야 할 거냐, 말 거냐.. 그런 현실적 판단 앞에 서게 된다.

나에게 칼럼은 그런 새만금 얘기 같은 것이다. 물의를 무릎쓰고 그 얘기를 할 거냐,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번 판은 쉬어가자, 잠시 덮고 갈 거냐..

정치인들은 한 번 떠들고 지나가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 뭐, 그걸 욕하는 것도 좀 그렇다.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은 한 두 가지 주제를 잡으면, 평생을 한다. 그래서 마음의 갈등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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