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조는 주로 사물의 성질에 의존하는 진정한 자연법칙인 부의 생산 법칙과, 어떤 조건에 지배되고 인간의 의지에 의존하는 부의 분배의 방식들을 올바르게 구별함으로써 생긴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 중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얘기가 내 박사 논문의 핵심 테제 중의 하나이고, 경제학자로서 내 출발점 같은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좀 윌리암슨 등 당시의 신제도학파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제도 문제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 얘기가 계속 연결되어서 '조직의 재발견'과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 연구 같은 게 되었다.

그렇기는 한데..

밀의 자서전에는 이게 그의 아내의 통찰에서 온 것이라는.. 논리학 때에는 아니고, 정치경제학 원론부터 아내랑 같이 작업을 했단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부터, 밀은 그냥 고전학파의 막내가 아니라, 그 어떤 경제학자와도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전에도 이런 사람이 없고, 그 뒤에도 이런 사람이 없었다는..

옛날 용어로 하면, 환원론이냐 비환원론이냐.. 그 중간 다리 어디에선가, 하여간 아주 독특한 인식론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여간 존 스튜어트 밀이 자서전에서, 자기는 원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내와 책 작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 걸..

50이 넘어서 읽으면서, 참 내가 덤벙덤벙, 까막눈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그러나 이 책을 이전의 학술적이라고 자부한 모든 경제학서와 뚜렷이 다르게 하고 이러한 모든 경제학에서 반감을 품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지게 한 전체적 논조는 주로 그녀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내 생각도 바뀔지도 모르겠다. 위의 문장은, 평생 내가 읽은 책에서 나온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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