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원고들 털어내서 이제 주말까지 해야하는 원고가 세 개 남았다. 하나는 원래 있던 파워포인트에 여섯 컷 정도 더 만들면 되는 거라, 내용이 어려워서 그렇지 힘들 일은 아니고.

남은 두 개가 좀 어렵다.

하나는 영어로 번역해서 외국에 나가는 영자 잡지.. 분량은 많지는 않은데, 외국 사람들이 주로 보게 될 거라서, 좀 신경 써야 하는.

남은 하나는 경향신문 칼럼인데, 이게 좀. 지난 번에는 조국 건에 관해서 상부구조, 하부구조를 썼는데, 나름 대박이었나보다. 연락 엄청나게 왔다. 조국 뉴스가, 너무 많고, 좀 이상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재미 있기는 하다. 워낙 다이나막하게 전개되니까. 이 상황에서 조국 얘기 아닌 걸 쓰면.. 그래도 조국 얘기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도 안 되는 거고.

칼럼은 이게 늘 딜레마다. 그 때 그 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적당한 코멘트들이 휘발성이 높다. 그런데.. 코멘트만 할 거면 글을 뭐하러 써? 신문사 원고료 보면, 원고료로서 의미는 정말 없다. 이게 맞다, 저게 맞다, 그런 얘기 할 거면 그냥 안 쓰는 게 장땡이다. 뭔가 하지 않은 것, 생각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건데. 그런 건 또 그냥 묻혀버릴 위험성이 높다. 그래서 매번 갈등하게 된다.

이 생각이 너무 길어지면, 좋은 글은 커녕, 마감 맞추는 것도 버겁다. 뭘 할 건지는, 빠르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글을 구상하고 자료를 찾는데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원래는 사립학교와 스쿨버스에 관한 얘기를 쓸까 했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좀 한가해보인다. 한가한 얘기는 아닌데, 구속영장 나온다 안 나온다, 이러는 와중에 좀 한가해보이는 측면이 있다. 패스.

또 하나 생각해둔 건, 재벌개혁에 관한 얘기인데.. 책에서 다루었던 얘기이기는 하다. 완전 씬삥은 아니지만, 매체에서 다룬 적은 없던 주제. 그런데 이것도 묻힐 가능성이 높다. 요즘 재벌개혁에 대해서 누가 관심이 있겠나.

이래저래 소소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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