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하며 나누는 새해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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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스님들과 신부님들, 그런 종교계 어른들과 같이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느꼈던 게, 이렇게 도 닦는 일에 따라붙는 게 애정결핍 아닐까 싶은. 혼자 오래 있다 보면 생기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를 지도하는 위치에 사는 사람들의 숙명인 건지.

누가 조금만 모른척 해도 금방 마음 상하고, 사람들이 자주 돌아보지 않으면 심통나고.

유명한 사람 중에는 애정결핍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매니저 등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움을 혼자서 잘 버티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고승과 애정결핍,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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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글을 또 쓰기는 싫다. 안 그럴 수 있는 방법은 매번 다른 얘기를 하면 된다. 그런데 그건 다른 글인가? 신문기사는 같은 글의 소재만 다른 변주인 경우가 많다. 뉴스 끝에 있는 기상캐스터의 날씨 소개는 같은 글이 매일, 끝없이 반복되는 글의 전형이다. 이런 글은 쓰고 싶지 않다. 나는 기자가 아니거덜랑.

새로운 소재만 찾으면 같은 형식의 글을 끝없이 써도 되는 것일까? 이게 내가 글에 대해서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 자세이며 파토스이기도 하다. 무슨 얘기를 하느냐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어떤 식으로 쓰느냐도 때로는 중요하다. 그래야 같은 글을 또 쓰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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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서울 시장 때 중앙 버스차선제를 놓고 약간의 격론이 벌어졌다. 이거 기본적으로는 좋은 거다. 나쁜 넘이 하쟎아? 나쁜 놈이 하는 걸 어떻게 찬성해? 좋은 넘이 하면 좋은 거고, 나쁜 넘이 하면 나쁜 건가?

가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논쟁 앞에 놓이게 된다. 나쁜 넘이 하는 나쁜 일은 나쁜 거고, 나쁜 넘이 해도 좋은 일은 좋은 거다. 마찬가지로 좋은 넘이 하는 좋은 일은 좋은 거고, 좋은 넘이 해도 나쁜 일은 나쁜 일이다.

그렇지만 늘상 우리는 어처구니 없는 논쟁 구조에 들어간다. 그냥 도망다니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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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분석하기 너무 쉽다. 어느 정권이든 들어오면 그 때 외국에서 유행하던 좀 복잡한 개념 막 얘기하고, 이렇게 갈 거다.. 그렇게 시간 보낸다. 실물이든 금융이든, 아무 것도 안 하니까 경제 막 나빠진다. 그리고 중간 반환점 돌 때쯤, 토건 오케이, 토건 급발진. 진보든 보수든, 패턴은 같다. 이게 뭐 정권 내부의 구조와 지지자들의 의견 구조, 이딴 거 분석 다 필요 없다. 늘 같은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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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고 지방정부고 할 것 없이, 신나게 토건으로 복귀하는 중이다.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면서 문득 '토건 광주, 토호들의 광주', 이런 제목이 생각났다. 민주당발 토건의 핵심 진원지는, 결국 광주 아니겠는가? 도서관 등 사회 기반 시설들 살펴보다가, 광주도 좀 너무 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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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의미있는 책이다. 세상은 못바꿨어도, 몇 사람의 인생은 행복해진 것 같다..) 

 

 

1.

90년대 대만의 젊은 감독들이 카메라 워크를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그야말로 스탠딩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기술이 발달해서 카메라를 다양하게 움직이고, 앵글도 훨씬 많아졌다. 실력이란, 카메라 딱 세워놓고 누가 잘 찍을 수 있느냐, 그게 진짜 예술이란 얘기다. 어차피 자본과 장비로는 헐리우드 이기기 어려우니까, 이런 논쟁이 나왔다. <붉은 수수밭> 나오던 시절의 기술적 논쟁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대형 지비집은 기본이고, 드론도 비행허가만 나면 다 쓴다. 물론 카메라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긴박감을 만드는 고전적 영화 <구멍>을 비롯해서 여전히 그런 예술적 시도들이 있다. 그렇게 하면 대단한 게 맞기는 하다. 그런 걸로 승부 보려는 사람, 거의 없다. 하다못해 간단한 실외 예능방송도 동원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한다. 사람들의 변한 시선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

 

2.

2년 전에 <살아있는 것의 경제학>을 냈다. 겁나게 안 팔렸다. 그 뒤에 낸 육아 에세이도 역시 겁나게 안 팔렸다. 아마 몇 권이 계약되어 있지 않았으면 그 시점쯤 나는 책을 그만 쓰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을 것 같다. 생각은 그런데, 그 전에 약속한 게 있어서 억지로 억지로 끌고 갔다. 다행히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가 체면치례 정도는 할 수 있을 수준은 되었다. 사회적 경제, 딱 견적 안 나오는 주제이기는 한데, 했던 작업들의 흔적은 남겨놓아야 할 것 같아서 한 책이다. 그야말로 시한부 생명연장’, 내 상황은 그렇다.

 

그 때쯤 나는 나도 돌아보고, 내가 내는 책도 돌아보고, 그리고 바뀐 세상도 돌아보게 되었다. 다들 책이란 원래 안 팔린다,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책을 쓸 이유도 없다. 도서관에 납품하려고 책 쓰는 건 아니다. 안 팔려도 괜찮지만, 그냥 안 팔려서, 그런 건 이유가 아닌 것 같았다.

 

3.

내 생각에는, 내가 다루는 주제나 내용에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둘러싼 여건도 너무 안 좋아지기는 했는데, 이건 내가 손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들 방송에 좀 더 나가고, 케이블에서 하는 예능방송 같은 데에도 나가라고 했다. 라디오도 진행 섭외 들어오면 그냥 빼고만 있지 말고. 마침 그 때 신동엽이 mc를 맡는 새로운 방송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파일롯부터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왔다.

 

나는 그게 본말이 뒤집힌 거라고 생각을 했다. 방송을 하다 보면 나갈 수는 있지만, 책을 팔기 위해서 방송을 나가는 것은 좀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까지 책을 써야 하면, 차라리 그만 쓰고, 편안하게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그래서 오히려 방송도 안 하기로 더욱 마음을 굳혔다. 어쩌다 오는 일회성은 몰라도, 진행을 하거나 고정을 하는 건 아니하기로 (하여간 성격 진짜 지랄 맞다. 이것 좀 해봐, 그랬더니, “절대로 안 할 거야”, 이렇게 삐둘어질 테다 버전..)

 

4.

그리고 살펴봤는데, 내가 변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변했다. 유튜브의 짧은 동영상의 영향 등으로 호흡이 더 짧아져 있다. 책은 호흡이 길다. 책을 잘 안 보기도 하고, 텍스트의 묘미로부터 멀어져 있기도 하지만, 호흡 자체의 길이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많은 아날로그 매체들이 그렇게 디지털 시대의 변한 호흡에 잘 적응하지를 못한다. 그건 매체 속성상, 어쩔 수가 없다. 한국에서 디지털이 들어와서 시장이 붕괴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매체가 영화 정도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다음을 꼽으면 웹튠. 그런데 여기도 이익 분배 등 근본적인 문제들이 심각해지는 중이기는 한 것 같다.

 

,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작년에 맞닥거렸던 잘문이었다.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 실험적 시도를 해본 게 50대 에세이였다. 문제 실험을 많이 했다. 물론 망했다. 그렇기는 한데, 읽은 독자들의 팬레터 같은 게 좀 열렬하게.

 

이게, 세상이 돈이 전부가 아니듯이, 책도 돈이 전부가 아니다. 가끔 나한테 가장 의미 있는 책을 꼽으라고 하면 아직도 아날로그 사랑법을 꼽는다. 책은 완전 망했다. 그리고 가난한 출판사의 마지막 카드였는데, 나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에디터는 결국 가난한 출판사를 떠나게 되었다. 나도 한동안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그 책이 내 인생을 바꾸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연락을 해왔다. 세상을 바꾸는 아니, 바꾸는 척만 책보다, 단 한 명이라도 행복하게 해준 책이 진짜 좋은 책이다. 그래서 저자로서 아날로그 사랑법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과 비슷한 현상이 50대 에세이 때 벌어졌다. 안 팔리는 책이 미운 책일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해서 나쁜 책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안 팔리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많은 요소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유튜브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맞춰서 호흡도 더 짧게 가져가고, 웃기거나 화나게 하거나 어쨌든 감정 포인트를 더 자주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까지는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이제는 일부러 밀도를 낮춘다. 밀도를 높이면 숨이 막힐 정도로 꽉꽉 조이는 느낌을 받지만, 요즘은 밀도만 너무 높이면 힘들다고 책 집어 던진다. 밀도 조절도 이제는 신경 쓰는 항목 중의 하나가 되었다. 너무 낮추면, 글이 건들건들거려서 불량한 책이 되거나, 가짜 책이 된다.

 

5.

50대 에세이 때 했던 문체 실험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한 책이 직장 민주주의 책이다. 그래도 여전히 완성형은 아닌 것 같고. 중간 편집을 하면서 게임이론으로 조직론 설명한 2장을 통째로 날렸다. 그리고 그걸 짧은 몇 페이지로 축약해서 앞의 장 끝에 넣어버렸다. 독자를 웃길 수는 없어도 재우는 것은 너무 실었다. 책의 난이도가 확 내려갔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느냐고 하지만, 사람들의 호흡이 변했다. 방법 없다. ‘88만원 세대에서 살아있는 것의 경제학까지는 주로 생각의 흐름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제 그렇게 하면 잘 훈련된 독자들 말고는 책을 못 읽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하려면 거기에 맞추는 것 말고는 별 방법이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그런다고 책의 내용이 더 좋아지느냐, 그렇지는 않다. 내용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같다. 결론도 같다. 이것저것 맞추다 보면 힘은 몇 배로 든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이러다가 1쇄도 못 털게 되고, 출판사에 돈을 벌어주기는커녕 매번 손해만 입히게 되는 것.. 그건 책을 그만 쓰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다.

 

이렇게 하면 책이 훨씬 더 팔리느냐? 꼭 그런 건 아니다. 책의 판매에는 개입하는 요소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인지도와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 방송에 나가지는 않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정말로 책의 힘만으로 파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다. 엄청 팔고, 겁나게 팔고, 그런 건 옛날에 다 해봤다. 책의 힘만으로 팔리는 책 그리고 그 힘만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책, 그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다. 그래서 여전히 책을 쓰는 것이다.

 

다음 번 책에서는 더 많은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농업경제학에서는 편지 형식의 형식 실험을 해보려고 하고, 젠더 경제학에서는 어투와 문체, 가장 저렴한 싸구려 문체를 사용할까 생각 중이다.

 

디지털 시대, 사람들은 유튜브의 영향을 받아서 호흡과 감성도 변한다. 책이 완전히 디지털 방식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호흡에 맞춘 변화 정도는 할 수 있다.

 

6.

권위도 더 내려놓고 싶다. 자꾸 사람들이 나한테 교수라고 한다. 애 태어난 다음부터는 도저히 여유가 없어서 학교 수업도 안 했다. 난 교수 아니다. 이제는 박사라고 불리는 것도 좀 그렇다. 박사면 어떻게 아니면 어떻고..

 

그냥 씨라고 불리는 게 차라리 더 편하다는 생각이 요즘 들기 시작한다.

 

글도 그런 마음으로 쓰려고 한다. 더 허당스럽고, 힘도 더 빼고. 좀 더 저자가 권위가 있어야 독자들에게 설득력이 있는 거 아냐? 10년 전에는 그랬다. 지금은 안 그렇다. 권위 있는 저자, 그냥 20대들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다. 방법이 없다. 내려놓을 수 있는 건 극한으로 내려놓는 수밖에.

 

그렇게까지 해야 해? 물론이다. 좋은 세상을 보고 싶은 그 욕망을 위해서, 내가 뭔들 못하겠냐? 못해서 못하는 거지, 싫어서 못하는 것은 아니다.

 

더 짧게, 더 낮게 그리고 더 많은 주기적 패턴의 포커스들을 배치, 그런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감성이 변한다. 그리고 20대의 감성은 정말로 흐름을 알기가 어렵다. 자기들도 사실 서로 잘 모르는 것 같다. 죽어라고 맞추려고 해도 어색하다. 그러나 맞추려는 노력도 안 하면, 진짜 급식체가 아니라 꼰데체라고 불리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방법이 없다, 맞춰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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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뭔가 맡아달라는 부탁이 몇 개 왔다. 몰아서 오늘 아침에 힘들겠다고 한꺼번에 답을 했다. 애들 보는 처지라서 상근하는 건 당분간 택도 없고, 그냥 회의에만 나가는 것도 무리다.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가족친화형 기업 인증위원은 장관 부탁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진짜, 누님만 아니라면 ㅠㅠ.. 조한혜정 선생이 하자고 하는 장관 자문도 별 수 없이 하게 된. 이건 피할 방법이 없어서, 젠더 경제학 출간 일정을 바꿔서 어차피 하게 될 거, 그냥 즐기자, 그렇게.

작년에 공기업 등 정부기관 기관장 문의가 몇 번 왔었는데, 전혀 형편이 안된다고 말도 못 꺼내게 했다. 그런 거 할 생각 있었으면, 정세균 국회의장 하던 시절에 벌써 국회직 했다. 그 때는 둘째가 아프고 입원하고, 그래서 뭘 할 처지가 아니기도 했고, 정세균 덕봤다는 소리 듣는 것도 싫었다.

최근에 나한테 온 제안들이 국회의원 할 생각 있으면 꽤 괜찮은 것이기는 한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다시 어깨싸움으로 들어가, 패거리 몰고 제압할 것이냐, 제압당할 것이냐,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처음 시민운동 출발은 나도 참여연대의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생태운동하면서 환경단체에 많이 관여했었고. 환경운동연합 간사랑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게 지금의 아내다. 에너지 관련 단체, 농업 단체, 이런 데와도 뭘 많이 했다. 그리고 뜨문뜨문 문화연대랑도 일했고.

아이들 조금 더 크고 나도 여유가 생기면 문화 분야 쪽으로는 시민운동을 조금 더 할 생각이 있기는 하다. 환경운동은 평생을 해서, 이제 지겹다. 그리고 맨날 지기만 하는 싸움, 그 안타까움을 이겨내는 것도 이제 버겁다. 그게 내가 얼핏 생각하는 내 삶의 장기적 계획이다. 지금은, 택도 없다. 큰 애는 어린이집 앞에서 매일 들어가기 싫다고 운다. 오늘도 달래고 들여보냈다. 그 대신 일찍 데리러 온다고 했다. 이게 요즘의 내 삶이다.

정부든 국회든,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문고리들한테 잘 보이는 것도 싫고, 실세들한테 아는 척하는 것도 싫다. 내가 왜?

명박 시대도 그렇고, 박근혜 때도 그렇고.. 국가에 충성할 사람은 필요없고, 문고리에 충성할 사람들을 구하는 것 같았다. 대통령에게 충성하면 안 되고, 문고리에 충성해야 한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그 때는 몰랐다. 문고리 중의 왕 문고리가 최순실이라는 걸. 이런 게 요즘은 좀 많이 달라졌을까? 잘 모르겠다.

어제 민병두 의원하고 커피 한 잔 하다가 웃기는 얘기를 했다. 여의도 한 가운데 있는 민병두보다 내가 여기저기 얘기를 더 자세하게 알고 있는. 자기한테는 아무도 얘기를 안 해준단다. 나는 그냥 아무 것도 안 하니까, 속상한 얘기, 열받는 얘기, 이러면 안 된다는 분통들,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종종 한다. 어쩌다 보니까 내가 그런 시시콜콜한 정보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하긴, 애들 보다가 정신 없으면 누가 전화걸어서 그냥 수다떠는 것도 잘 받아준다. 나도 재밌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잡스러운 얘기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다. 국회의원한테 전화해서 속상한 하소연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민원 넣을 거 아니면. 그냥 애보는 아빠나 붙잡고 속상한 얘기하지.

사는 게, 딱 정해진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흐르는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힘들면 철푸덕, 쉬었다 가도 아무 상관 없다. 학교에서는 잠시도 쉬지 말고 죽어라고 달리라고 한다. 그게, 그 편이 관리가 쉬워서 그렇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 지식경제, 창조경제라고 하는 세상은 더더욱 그렇다.

남자들의 어깨싸움에서 나왔더니, 애 키우는 아줌마들의 수다가 기다린다. 나는 그 세계가 더 좋고,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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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와 친구들

아이들 메모 2018. 12. 18. 20:48

 

큰 애가 어제, 오늘 그린 그림. '푸와 친구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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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시시하지만 추접하지는 않다. 내 삶은 남루하지만, 비겁하지는 않다. 내 삶은 너절하지만, 더럽지는 않다. 내 삶은 고단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다. 내 삶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작지만 찬란한 꽃이 피어난다. 내 삶은 소소하지만, 그래도 생산적이다. 누구한테 나에게 시중들거나 접대하게 하는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만들고 싶은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삶. 나도 누구에게 머리 숙이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머리 숙일 필요가 없는 삶. 그렇게 살다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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