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이나 읽으려고 하는 책들 서문만 소리내서 읽어보는 일을 해볼고 한다.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서문이 뭔데? 그걸로 돼? 책에서 작가가 가장 공들여서 쓰고, 가장 많이 고치는 글이 서문이다. 거기에 인삿말 위주로 쓰는 사람도 있고, 가장 하고 싶은 메시지 위주로 쓰는 사람도 있다. 테크닉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여간 독자들이 가장 먼저 읽는 글이라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말 할 필요가 없다.

 

번역가 박산호의 에세이집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혼자 일하는 사람, 그들의 애환가 즐거움, 그런 것들이..

 

아마 두 번 정도 점프를 더 하면 그의 인생의 클라이막스로 갈 것 같다. 책과 함께, 지켜보는 설래임이 있다. 박산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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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억지로라도 좀 읽어보기 위한 발광을.

 

'재해에 관한 전력 네트워크'라는 책은 눈물 나는 책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곤경에 처했다. 어쩌면 좋을까, 그런 일련의 책들이 와세다 리포트라는 형태의 문고판으로 나왔다.

 

우리는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하여간 출간은 했다.

 

애보면서 나도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그야말로 고육지책으로, 녹음이라도 좀 해보기로. 진짜 발버둥을 치는 중이다.

 

서문 읽는데, 눈물 날 뻔 했다.. 우리는? 뭘 알아야 면장을 해먹을 거 아닌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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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개구리가 건방증 있어?

건방증? 건망증이겠지. 얘기는 이렇다. 애들 보는 책 중에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옆에서 "개구리가 건망증이 있나봐", 요렇게 한 마디. 그 얘기를 일곱 살 큰 애가 한 거다.

그나저나 건방증.. 이게 한국 엘리트 남성들의 고질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높은 관지만 가면 엄청 건방증 심해지고, 운좋게 돈 좀 벌었다 싶으면 건방증 중증으로 가고.

나도 예전에 건방증이었을까?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분명 건방증 시절이 있었을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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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글을 쓰는 일이 편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가장 싫은 일은,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일. 물론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싶겠지만, 대부분의 글이 하나마나한 소리가 되고 만다.

중앙선데이에 꽤 큰 지면으로 연재를 하게 되었다. 자꾸 쓰던 대로 쓰려고 하는 관성 같은 게 나에게도 생겼다. 한겨레 36.5에 명랑국토부 연재하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빵빵 터졌었다. 경향에 시민운동 몇어찌 연재하던 시절에도 종종 터졌었다.

그때랑 지금이랑 뭐가 다를까? 글쎄..

스타일, 문체, 정보, 이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도 익숙해지는 습 같은 게 생겨서 하던대로, 약간 그런 게 생긴 것 같다. 전혀 다른 눈으로 보고, 앵글을 바꾸어서 보고.. 이런 건 사실 그냥 하는 얘기다. 무슨 얘기를 할 것이냐, 그게 내가 쓰는 글의 생명이다. 스타일은 진짜 부수적인 것이고..

그 때는 나도 30대라서, 그냥 내 생각만 얘기해도 다른 사람과 생각이 많이 달랐다. 그걸 지금은 못할까? 글쎄..

못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안 하는 거라는 생각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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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런 용어를 거의 안 쓰지만, 예전에는 아방 가르드라는 말이 한참 유행했었다. 가드 보다 더 앞에 있는 그런 척후병 같은 용어인데, 이걸 전위라는 말로 번역해서 쓰기도 하였다. 전위예술, 물론 재미 없다는 얘기와 동의어다.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약간의 도치나 전복적 시도를 가지고 전위라고 뻥까는 거, 아주 질리도록 보았다. 한동안 누벨 바그 계열의 프랑스 영화들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이건 전위가 아니라, ‘덜 만든 것’, 마무리 짓지 못한 것. 그래 놓고 인생이 원래 답 없어”, 턱하고 엔딩 타이틀. 뭐야, 이거.

 

2005년에 미세먼지 문제로 처음 데뷔를 하였다. 책이 나오고 나온 첫 기사는 서평이 아니라 사회부의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물론 나에게는 익숙한 얘기였고, 가장 익숙한 얘기였으니까 데뷔할 주제로 골랐지 않았겠나. 요즘의 한국에너지공단, 예전의 에너지관리공단의 팀장을 그만둔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이 미세먼지였다. 총리실 파견을 정리하고 돌아와서, 나는 발전소 오염물질 관리나 하겠다고 신청을 했다. 그리고 내가 관리하는 항목에 pm-10을 포함시켰다. 원래 내가 하던 일들을 아주 좁히고 좁혀서, 이런 거나 하고 쉬겠다는 약은 판단이었는데. 위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는데, pm-10은 업무 영역을 넘어가니까 이거 빼고 하라고 통보가 내려왔다. 그 날 사직서 써야겠다, 마음 먹었다.

 

미세먼지는 그 시절에도 최전선이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최전선이다. 지금 쓴다고 해도 가장 종합적인 보고서를 쓸 수 있다. 미세먼지 대책은 아직도 헤매고 있다.

 

내가 왜 계속 책을 쓰는가? 이건 내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에게도 질문 거리다. 가능하면 책 쓰는 과정을 즐기면서 하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즐겁거나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돈으로 생각하면, 내가 책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은 인세로 딱 우리 집 생활비 만큼이다. 평균 내보면 그것보다는 많이 벌었다. 최근에는, 맞춘 해가 있고, 못 맞춘 해가 있다. 평균 내보면, 그래도 대충 비슷하다. 저자 데뷔 이후 최악의 2년간을 보냈다. 방송, 강연, 전부 최소 수준으로만 하고, 한동안 신문 칼럼도 못 썼다. 그런 거 치고는 그래도 선방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나에게 생긴 원칙이 하나 있다. 내가 아니면 못 쓸 것 같은 책 아니면 안 쓴다. 이건 어쩌다 나가는 방송을 제외한 내가 만드는 전분야에 걸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방송은 내가 기획하고 준비한 게 아니라 그것까지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그걸 나는 나름 최전선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동기가 생겨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게 먹고 살 만하게 된 이후의 폐해일지도 모른다. 돈 되면 아무 거나 다 해야하는 거, 맞기는 한데, 나는 그렇게는 못 한다. 하기가 싫어지고,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 심통이 든다. 다른 사람의 제안을 받아서 책을 쓰는 일을 안 한 게, 그런 이유다. 해봤는데, 그런 식으로는 책을 마무리하지를 못하겠던.

 

직장 민주주의 책이 처음으로 외부에서 제안을 받아서 쓴 책이었다. 외부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같이 작업하는 동료였던 에디터의 제안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최전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렵고 난해한 작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직장 민주주의 책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안 쓰는 게 입문서나 청소년용 책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오는 제안의 대부분은 그런 거다. 물론 그런 걸 전혀 쓸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저히 최전선에서 버틸 수 없는 수준으로 내 능력이 떨어지면. 퇴물이 된 마음으로 지나간 것들을 정리해보는. 그렇지만 실제로 나이 먹어서 최전선에 있기 어렵게 되면, 결국 입문서도 안 쓸 것 같다. 나이 먹어서 최전선에 서기 어려우면 그냥 책을 안 쓰면 되지, 뭐 하러..

 

아직도 해보고 싶은 실험들이 좀 있다. 예를 들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사람들 만나는 인터뷰와 조사한 결과들, 그런 것들을 가지고 경제 다큐 만들어보는 것. 생각만 있지 아직 그렇게까지 넓힐만한 여력은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최전선에 서는 것은 직장 민주주의 책으로 어느 정도는 정점을 찍은 것 같다. 더 앞으로 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면서, 오히려 삶의 노예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직장 민주주의 책 수준 밑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내 능력으로는 그 정도가 극대치다. 그 상황에서 포맷과 양식 등 형식 실험을 좀 더 해보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웃길 수 있나, 어떻게 하면 사회과학이 가지고 있는 근엄함을 좀 더 누그려뜨리고, 확 깨는 스타일로 할 수 있나. 움베르트 에코도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없지 않나?

 

예전에는 있던 일인데, 요즘은 좀 어려워진 게, 책의 힘만으로 책을 파는 것. 이게 2년 전부터 내가 방송을 갖지 않는다, 그런 몇 가지 원칙들을 만든 이유다.

 

10년 넘게 저자로 살아오면서 저자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은 이미 다 누렸다. 20만 부 넘게 팔린 책도 있어서, 책도 팔만큼 팔아봤다.

 

요즘은 내 인기가 바닥이다. 일반적이면 그 인기를 높이는 게 우선순위일텐데,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수단이 없는 건 아닌데, 애 보면서 하기에 좀 그렇기는 하다. 그리고 제일 해보고 싶은 게, 인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정말로 책의 힘만 가지고, 그것도 최전선에 서서 팔리는 책을 해보고 싶다.

 

몇 사람 안 오는 블로그 정도 운영하면서 이미 그것도 올드 매체가 되어버린 약간의 강연, 그 정도만 가지고 책의 힘으로 스스로 팔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래야 이게 선례가 될 것 같다는.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날을 위해서 나도 참고 버틴다.

 

그런 이유라면 참고 버티고, 계속 책을 쓰는 게 나에게 의미를 준다.

 

가끔 출판사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이건 딱 팔릴 것 같은데, 왜 안 쓰냐고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물론 그 정도 틀이면 충분히 팔릴 거라는 것은 나도 안다. 그렇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이 써도 되고, 더 젊은 사람들이 써고 되고. 굳이 내가 쓸 이유는 없다. 책을 잘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해서 책을 쓴다면, 내가 이미 보내 버린 나의 청춘 시절이 너무 불쌍해진다. 인생에.. 돈이 다가 아니다. 명예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나에게 인생은, 명분이다. 명분이 없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고, 시도도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어떤 연구원의 연구원장 자리 제안이 왔다. “머리에 총 맞았어요, 지금 와서 그걸 하게.” 진심이다.

 

인기 바닥인 상태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책을 책의 힘만으로 파는 것.. 그걸 위해서 차관 자리 몇 개 장관은 아니고 몇 개의 기관장 자리를 안 한다고 했다. 차관 해봐야, 그걸 누가 기억하겠나? 사람들은 잠시만 시간이 지나가면 총리 이름도 다 까먹고, 장관은 더더군다나. 차관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냥 자기 만족이다. 혹은 아버지, 할아버지 좋으라고. ‘가문의 영광’, 그런 건 집에서 같이 사는 고양이의 환한 미소 보다도 가치가 없는 일이다.

 

책은 부드럽게, 팔리게 써야 한다는 게 지금의 출판 시장에서 대세다. 그리고 맡지를 못해서 그렇지, 어떻게든 방송을 맡고, 그렇게 얼굴을 알려야 책도 더 팔린다고 권유하는 게 대세가 된지 벌써 몇 년이다.

 

나는 그 흐름과는 정반대로 간다. 능력이 안 되서 못하지, 더 최전선으로, 더 전위로 내가 다루는 주제를 밀어넣는다. 농업경제학, 생각만 해도 머리 지끈지끈하다. 이걸 누가 하겠나? 내가 한다. 그런 자부심 정도는 가지고 산다.

 

정말 터프하고 지나치게 정공법이다. 내가 책을 사랑해서 그렇다. 읽는 것도 사랑하고, 좋은 책이 나오는 것도 사랑하고, 읽은 만한 것을 쓰는 행위도 사랑한다. 그래서 책을 능멸하거나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건 괜찮다, 그 정도는 그런 시대와 정면으로 맞서 서는 게 나는 보람이 있고, 즐겁다. 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내 책만 파는 건 쉽다. 그러나 더 좋은 책을 많이 쓰고, 그런 게 더 많이 읽히고, 그렇게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내가 꿈꾸는 세상은 그런 정공법의 세상이다. 그리고 난 그런 게 좋다.

 

나는 돌맹이, 이리 치고 저리 치여도, 굴러가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마시따 밴드의 <돌맹이>와 함께 올해도 한 해를 버텼다.

 

블로그의 여러 분들에게도, 한 해를 같이 지내면서 지지고 볶었던 시간을 위해서, 감사의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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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아이들 메모 2018. 12. 28. 10:33

 

큰 애가 아침에 식탁 위에 있던 아내 노트북을 떨어뜨렸다. 작살만 겨우 면했다. 지난 주에 서비스 센터 갔다 온 애인데.. 반성문 썼다. 보다가 웃겨 죽을 뻔 했다. 아들아, 아빠도 술 처먹고 들어오면 반성문 쓴다. 냉장고에 붙여놓는다. 너도 반성문 많이 쓰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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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부터 강연을 없애는 중이었다. 내년에는 강연 계획이 없었다. 애들 보면서 강연 일정 소화하는 것도 무리고, 그렇게까지 힘들게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결점이 없는 책이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거나, 구조를 너무 무리하게 짰거나, 아니면 너무 안이하게 주제에 접근했거나.. 지나고 보면 크고 작은 결점들이 책에서 보인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더 잘 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좋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내 실력으로는 여기까지가 거의 극한치다. 그리고 게임이론을 비롯해서 지나치게 어려워보이는 2장을 완전히 들어내서, 몇 페이지로 결론만 요약했다.

책 반응은 별로다. 보통은 이러면 그냥 내려놓고 다음 책 일정으로 넘어간다. 그래도 이 주제는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제일 큰 문제는, 일단 내가 인기가 바닥이라는 점. 애 보면서 방송에도 안 나가고, 딱히 노출될 만한 일을 하는 게 없다. 국민연대 공동대표하던 시절처럼 시민운동 맨 앞에 서 있는 것도 아니고.

되는대로 지방에서 몇 군데 강연 일정을 잡았다. 부산이나 광주 같은 데는 강연장 채우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강연도 못 잡았다. 부산대에서 대형 강의실 꽉꽉 채우던 시절도 있었지만, 애 둘 보는 아빠가 그런 옛날 생각 해봐야 별로 정신건강에 좋은 일도 아니고.

나는 강연은 정말 최소한만 하고, 그것도 되게 까다롭게 고른다. 기업 강의는 안 하고, 특히 직원 교육용 강의는 절대 안 한다. 그런 데는 '긍정적 마인드' 같은 강의가 더 어울린다. 괜히 이것저것 비판하는 얘기를 그런 데 가서 해봐야, 서로 불편하기만 하다.

이번에는 기업 강의도 하기로 했다. 주제가 그렇다.

아직 날짜는 안 정해졌는데, 여성정책연구원에서 하기로 했고, 연금관리공단 노조에서 하기로 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되는대로. 그래도 많이 가면 갈수록 뭔가 변화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한다. 삼성계열사에서도 강연 부탁 들어온 게 하나 있다. 할 생각이다.

시민운동 하던 시절에는 정말 바닥에서 돌아다니는 일을 많이 했었다.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지역에서 조그만 단체 생길 때 창립 기념 특강, 이런 것도 많이 했다. 강의료 받는 것 보다 술 사주는 돈이 더 많이 들어간.. 나는 그런 일에는 아주 익숙하다.

본격적인 직장 민주주의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나왔다. 생활 경제, 생활 민주주의, 최근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계속 써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날은 춥다. 그리고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 그런 나그네 심정은 아니다. 낙수물은 차고, 장부가 길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으리, 그런 형가의 심정도 아니다. 초봄에 씨 뿌리는 농부의 심정에 더 가깝다.

당분간은 좀 돌아다니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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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분리수거 쓰레기 왕창 옮겼다. 화장실에 좀 씻으러 갔더니, 둘째가 불 꺼버리고 도망갔다. 둘이 도망다니면서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이다. 내가 골탕 먹으면, 애들은 좋아한다.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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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가 함께 하기를.”

 

8편까지 이어져온 <스타워즈>가 만든 대표적인 유행어다.

 

스타워즈의 세계관과 명랑을 합쳐서, 국적불문의 요상한 문장 하나를 만들었다.

 

전에도 책 사인할 때 가끔 명랑이 함께 하기를”, 요렇게 썼었다. 내년부터는 아예 더 파격적으로, “May the 명랑 be with you..”

 

사실 내가 요즘 명랑하기 좋은 시절을 보내는 건 아니다. 아이들 둘 보는데, 내년에는 큰 애 학교 들어가서, 학교, 어린이집, 서로 시간 다르게 두 탕을 뛰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진짜 죽을 것 같다.

 

잔고라도 좀 넉넉하면 좋겠지만, 그냥그냥, 딱 세 끼 입에 밥 들어가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기분 전환으로 쇼핑, 이런 건 택도 없다. 겨울에 입을 슈트 한 벌 사야 하는데, 이것도 그냥 미루고 미루고..

 

버티고 버티면서, 그야말로 시간을 버티는 거지, 뭐가 엄청나게 잘 되고, 그냥 막 웃음이 나오고, 그런 시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나는 웃음을 잃지 않고, 명랑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한국 사람 아닌 것 같다. 가슴 속에 이 없다. 억지로 기억하면 고통스러운 순간이 없지는 않은데, 흔히 한이라고 부르는 그 한이 없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밉고, 막 복수하고, 그런 사람도 없다. 빈정 상하는 사람들 리스트를 만들면 DB 하나는 채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진짜 싫은 사람,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좀 있을 뿐이다.

 

내년에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꽤 많은 글을 쓰게 된다. 그리고 형식도 정말 다양하다.

 

최대한의 파격을, 그것도 웃기고 명랑한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다. 남 야지 놓으면서 웃기는 것도 별로고, 성적 농담으로 자기만 웃기는 것도 별로다. 좀 다른 방식으로 명랑해보고 싶다.

 

자기 속을 쥐어 파면서 뭔가 만드는 것도 별로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만 할까? 그냥 좀 웃으면서, 그렇게 적당히 하면서도 의미 있는 건 못하는 걸까?

 

에세이 제목으로 “May the 명랑 be with you”라고 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냉정하게 얘기하면, 아무 일도 안 벌어진다. 난 그렇게 인기 있는 저자가 아니다. 그냥 밑바닥을 박박 기면서 버티는 중일 뿐이다. 그러니 그런 걸 못 할 이유도 없다.

 

나는 출발부터 ‘C급 경제학자였다. 그렇다고 재야 경제학자는 아니다 (여전히 이렇게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 그러신가보다 하고 나도 무시한다. 나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실력이 떨어지는 거지, 재야는 아니다..)

 

더 파격적으로, 더 명랑스럽게, 그렇게 해 보려고 한다. 어차피 잃을 것도 별로 없고, 신경 쓸 사람도 별로 없다.

 

30대에 시도하던 걸, 더 꼴통스럽게 몇 단계 올려서 다시 한 번 해보려고 한다. 그래야.. 나라도 명랑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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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닌텐도 사는 사람이나 나이키 사는 사람이나, 청년들의 주머니를 놓고 경쟁하는 것과 같다.

오랫동안 영화의 상대는 닌텐도라는 말도 유행했었다. 사람들의 24시간을 어떻게 나누어가질 것인가, 그런 점에서 이 말도 맞다.

물론.. 결국 닌텐도도 그 시장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콘솔, 누가 그걸로 게임하나?

닌텐도가 나이키와 영화를 다 묶어서 경쟁했듯이, 요즘 유튜브가 한참 때 닌텐도 보다 더 핫하다. 사람들의 24시간을 놓고 경쟁을 하는 것도 같고, 광고비를 비롯한 돈을 굴리는 것도 가장 핫하다. 어떤 개인 매체도 지금의 유튜브처럼 매달리면 돈이 툭툭 튀어나오는, 그 경지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유튜브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

대충매체와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은 유튜브에 진출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걸 놓고 지금 판단 중이다.

팟캐스트 시작할 때, 나도 거의 초창기에 이 시장에 들어갔다. 만약 mb 시절이 아니었으면, 나도 그런 일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때는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다운로드 수가 몇 백만까지 갔었고, 한 때는 글로벌 팟캐 순위의 앞자리에 있기도 했었다. 물론 내가 아주 힘 좋던 시절의 일이다. 삼성이 공유수면 사업 시작한다는 소문 날 때 '갤럭시 넙치' 같은 말을 써서 빵 터지게 하기도 했다. '과일방' 얘기는 농업 분야에서는 지금도 전설과 같이 내려오는 말이기도 하고. 실제 삼각김밥이 중국산 찐쌀에서 국내산 쌀로 많이 변경되기도 했다.

그럼 나는 유튜브를 할까 말까?

일단 나는 그 시절에 비하면 나이를 먹어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뭔가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애도 키워야 하고.

그리고 모든 것을 정치적이고 이념적으로 보는 것이 꼭 옳은 것인지, 이념 앞에 서 있는 것이 길게 봐서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런 것도 잘 모르겠다.

유튜브도 네트워크 효과 같은 것이 있어서, 쌩판 처음으로 움직이면 진짜 힘들다.

물론 나는 용민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다. 할 생각이 있으면 김용민 옆에 살짝 붙어서, 난 잘 모르니까 이것저것 니가 다 해줘, 이러고 붙어 가면 된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경제를 제대로 다루는 매체는 거의 없다. 너무 얕거나, 너무 뒤틀려 있거나..

그렇지만 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들일 시간이 없고, 들일 정성도 없다. 팟캐스트도 마찬가지지만, 기왕 한다고 하면 최선을 다 해서 해야 뭔가가 생기지, 그냥 때우는 방식으로는 아무 것도 안 생긴다. 매체와 상관없이, 최전선에 서야 뭐라도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물론 책을 쓰면서 중요한 내용을 살짝살짝 만들어 가공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별로 내가 선호하는 양식은 아니다.

모르겠다. 1~2년 지나서, 내가 정말 편안해지면 한 시간 반 내외의 경제다큐를 매우 저렴하게 만들어서, 용민이네 채널에 트는 방식 같은 것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극장판으로 해봐야 원금 회수되지 않을 건 마찬가지인데, 저 부담감 없이 저예산으로 하는 것은 가능한 방식일 것 같다.

그리고 한 번 만들면서 생겨난 내용들을 부산물로 좀 더 가공하는 2차 시장까지도.

가능은 한데, 당장 고민할 일은 아닌 것 같고.

그리하여..

나는 지금 하는 일들이나 무리하지 않게 끌고 나가는 정도로, 일단은 유튜브에 관한 검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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