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joins.com/article/23247698

 

“갑질 상사에 맞아도 버틴다”…남자도 회사 가기 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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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한다. 그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 수는 없을까. [사진 중앙DB]

우리는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한다. 그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 수는 없을까. [사진 중앙DB]

'워라밸'이 전부가 아니다…지금 필요한 건 '직장 민주주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우석훈 신간『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직장 안의 군대식 문화+선후배 문화 돌아봐야

 
직장인 김 모 씨는 아침에 회사 로고가 박힌 정문을 지나면서 이 주문을 열번쯤 되뇐다. 김 씨는 회사에 들어갈 때마다 영혼이 없어지고 몸만 작동하는 것 같았다. 퇴근길에 회사 정문을 나서야만 비로소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찰나와도 같았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두꺼운 갑옷 속에 자신을 숨겨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똑같진 않더라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김 씨와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을 것이다. 매일 출근길이 즐거운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들. [사진 뉴시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들. [사진 뉴시스]

 
'워라밸'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일과 삶의 밸런스(Work Life Balance), '워라밸'을 추구하자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일과 삶 사이에 균형을 찾자는 말은 일은 고통이고 일 외의 삶은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즉, 고통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몸부림이 바로 워라밸의 실체인 것이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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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은 개인의 차원에서 수동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보면 이게 전부는 아니다. 최근 출간된 책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우석훈 지음, 한겨레출판, 1만5000원)에서 저자는 '일 자체가 덜 고통스러울 수는 없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책에는 앞서 소개한 김 씨를 비롯한 생생한 사례도 여럿 소개돼 있다. 
 
전근대적인 직장이 문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일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일 자체가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단 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치여서 발생하는 고통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상사와 동료와의 관계, 지휘 체계와 조직 구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 모든 이유가 대한민국의 '직장 민주주의'가 형편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군대식 문화에 (외국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선후배 문화가 결합하면서 층층의 수직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조직폭력배들의 형님 문화까지 더해지며 현재 한국의 기업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이는 자본주의와도 상관없고 정상적인 현대 기업의 조직론하고 상관없고 그저 '전근대적'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우리는 모두 직장의 피해자들
책에 따르면 직장인 박 모 씨는 몇 년 전 임신으로 부풀어 오른 배가 운전대에 닿는 상태에서도 운전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전 최대한 많은 일을 미리 해놓는 편이 복귀를 위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 휴가에서 다시 돌아온 일터는 싸늘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부서로 여러 차례 발령을 받은 박 씨는 결국 얼마 못 가 사표를 내고 말았다.
 
직장이란 군대 안에서 일차적인 피해를 보는 건 여성들이다. 군대 안에서 전투하는 건 남성들이고, 여성들은 전투를 위한 보조 요원 혹은 지원기능 정도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유리 천장이 생겨나고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전투병인 남성들은 엄청난 수혜자인가. 그렇지도 않다.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개인을 지워야 하고, 납득되지 않는 상사를 무조건 견뎌야 한다.  
지난 10월 30일 뉴스타파는 양진호 회장이 2015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뉴스타파]

지난 10월 30일 뉴스타파는 양진호 회장이 2015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뉴스타파]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5월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 뉴스1]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5월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 뉴스1]

저자는 사회 전체로 보면 갈등 비용을 줄이고 경제의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직장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위디스크' '교촌치킨' 등 기업 내에서 발생한 오너 갑질은 모두 직장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은 폐해라는 것이다.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것부터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굳이 선진국에서 사례를 찾지 않아도 된다. 책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협동조합으로 자리 잡은 '서울우유', 수평적 관계를 실현한 '카카오', 직원 투표로 회사 대표를 결정하는 '여행 박사' 등을 한국에서 직장 민주주의를 실현한 긍정적 사례로 꼽았다.
 
무엇보다 문제의식을 정립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다니는 회사의 이름에 '민주주의'를 붙여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 민주주의'처럼 말이다. 그러면 생각하게 된다. '중앙일보 민주주의'는 어떠한가. 이는 문제를 인지하고 지향점을 세우는 과정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직장인들에게 꿈의 회사로 꼽히는 구글 [사진 중앙DB]

직장인들에게 꿈의 회사로 꼽히는 구글 [사진 중앙DB]

 

저자는 "직장 민주주의가 지금 우리에게는 정의나 인권의 문제만은 아니다. 집단적인 바보짓을 줄여서 돈과 시간의 낭비 그리고 조직의 실패를 줄여야 다음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도 더는 질서정연한 바보짓을 유지할 여유가 없다. 질서정연하고 스마트하게 바보짓 하는 시대, 지금 우리는 이 길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갑질 상사에 맞아도 버틴다”…남자도 회사 가기 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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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이나 읽으려고 하는 책들 서문만 소리내서 읽어보는 일을 해볼고 한다.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서문이 뭔데? 그걸로 돼? 책에서 작가가 가장 공들여서 쓰고, 가장 많이 고치는 글이 서문이다. 거기에 인삿말 위주로 쓰는 사람도 있고, 가장 하고 싶은 메시지 위주로 쓰는 사람도 있다. 테크닉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여간 독자들이 가장 먼저 읽는 글이라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말 할 필요가 없다.

 

번역가 박산호의 에세이집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혼자 일하는 사람, 그들의 애환가 즐거움, 그런 것들이..

 

아마 두 번 정도 점프를 더 하면 그의 인생의 클라이막스로 갈 것 같다. 책과 함께, 지켜보는 설래임이 있다. 박산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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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억지로라도 좀 읽어보기 위한 발광을.

 

'재해에 관한 전력 네트워크'라는 책은 눈물 나는 책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곤경에 처했다. 어쩌면 좋을까, 그런 일련의 책들이 와세다 리포트라는 형태의 문고판으로 나왔다.

 

우리는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하여간 출간은 했다.

 

애보면서 나도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그야말로 고육지책으로, 녹음이라도 좀 해보기로. 진짜 발버둥을 치는 중이다.

 

서문 읽는데, 눈물 날 뻔 했다.. 우리는? 뭘 알아야 면장을 해먹을 거 아닌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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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개구리가 건방증 있어?

건방증? 건망증이겠지. 얘기는 이렇다. 애들 보는 책 중에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옆에서 "개구리가 건망증이 있나봐", 요렇게 한 마디. 그 얘기를 일곱 살 큰 애가 한 거다.

그나저나 건방증.. 이게 한국 엘리트 남성들의 고질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높은 관지만 가면 엄청 건방증 심해지고, 운좋게 돈 좀 벌었다 싶으면 건방증 중증으로 가고.

나도 예전에 건방증이었을까?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분명 건방증 시절이 있었을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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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글을 쓰는 일이 편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가장 싫은 일은,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일. 물론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싶겠지만, 대부분의 글이 하나마나한 소리가 되고 만다.

중앙선데이에 꽤 큰 지면으로 연재를 하게 되었다. 자꾸 쓰던 대로 쓰려고 하는 관성 같은 게 나에게도 생겼다. 한겨레 36.5에 명랑국토부 연재하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빵빵 터졌었다. 경향에 시민운동 몇어찌 연재하던 시절에도 종종 터졌었다.

그때랑 지금이랑 뭐가 다를까? 글쎄..

스타일, 문체, 정보, 이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도 익숙해지는 습 같은 게 생겨서 하던대로, 약간 그런 게 생긴 것 같다. 전혀 다른 눈으로 보고, 앵글을 바꾸어서 보고.. 이런 건 사실 그냥 하는 얘기다. 무슨 얘기를 할 것이냐, 그게 내가 쓰는 글의 생명이다. 스타일은 진짜 부수적인 것이고..

그 때는 나도 30대라서, 그냥 내 생각만 얘기해도 다른 사람과 생각이 많이 달랐다. 그걸 지금은 못할까? 글쎄..

못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안 하는 거라는 생각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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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런 용어를 거의 안 쓰지만, 예전에는 아방 가르드라는 말이 한참 유행했었다. 가드 보다 더 앞에 있는 그런 척후병 같은 용어인데, 이걸 전위라는 말로 번역해서 쓰기도 하였다. 전위예술, 물론 재미 없다는 얘기와 동의어다.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약간의 도치나 전복적 시도를 가지고 전위라고 뻥까는 거, 아주 질리도록 보았다. 한동안 누벨 바그 계열의 프랑스 영화들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이건 전위가 아니라, ‘덜 만든 것’, 마무리 짓지 못한 것. 그래 놓고 인생이 원래 답 없어”, 턱하고 엔딩 타이틀. 뭐야, 이거.

 

2005년에 미세먼지 문제로 처음 데뷔를 하였다. 책이 나오고 나온 첫 기사는 서평이 아니라 사회부의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물론 나에게는 익숙한 얘기였고, 가장 익숙한 얘기였으니까 데뷔할 주제로 골랐지 않았겠나. 요즘의 한국에너지공단, 예전의 에너지관리공단의 팀장을 그만둔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이 미세먼지였다. 총리실 파견을 정리하고 돌아와서, 나는 발전소 오염물질 관리나 하겠다고 신청을 했다. 그리고 내가 관리하는 항목에 pm-10을 포함시켰다. 원래 내가 하던 일들을 아주 좁히고 좁혀서, 이런 거나 하고 쉬겠다는 약은 판단이었는데. 위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는데, pm-10은 업무 영역을 넘어가니까 이거 빼고 하라고 통보가 내려왔다. 그 날 사직서 써야겠다, 마음 먹었다.

 

미세먼지는 그 시절에도 최전선이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최전선이다. 지금 쓴다고 해도 가장 종합적인 보고서를 쓸 수 있다. 미세먼지 대책은 아직도 헤매고 있다.

 

내가 왜 계속 책을 쓰는가? 이건 내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에게도 질문 거리다. 가능하면 책 쓰는 과정을 즐기면서 하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즐겁거나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돈으로 생각하면, 내가 책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은 인세로 딱 우리 집 생활비 만큼이다. 평균 내보면 그것보다는 많이 벌었다. 최근에는, 맞춘 해가 있고, 못 맞춘 해가 있다. 평균 내보면, 그래도 대충 비슷하다. 저자 데뷔 이후 최악의 2년간을 보냈다. 방송, 강연, 전부 최소 수준으로만 하고, 한동안 신문 칼럼도 못 썼다. 그런 거 치고는 그래도 선방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나에게 생긴 원칙이 하나 있다. 내가 아니면 못 쓸 것 같은 책 아니면 안 쓴다. 이건 어쩌다 나가는 방송을 제외한 내가 만드는 전분야에 걸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방송은 내가 기획하고 준비한 게 아니라 그것까지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그걸 나는 나름 최전선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동기가 생겨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게 먹고 살 만하게 된 이후의 폐해일지도 모른다. 돈 되면 아무 거나 다 해야하는 거, 맞기는 한데, 나는 그렇게는 못 한다. 하기가 싫어지고,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 심통이 든다. 다른 사람의 제안을 받아서 책을 쓰는 일을 안 한 게, 그런 이유다. 해봤는데, 그런 식으로는 책을 마무리하지를 못하겠던.

 

직장 민주주의 책이 처음으로 외부에서 제안을 받아서 쓴 책이었다. 외부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같이 작업하는 동료였던 에디터의 제안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최전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렵고 난해한 작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직장 민주주의 책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안 쓰는 게 입문서나 청소년용 책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오는 제안의 대부분은 그런 거다. 물론 그런 걸 전혀 쓸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저히 최전선에서 버틸 수 없는 수준으로 내 능력이 떨어지면. 퇴물이 된 마음으로 지나간 것들을 정리해보는. 그렇지만 실제로 나이 먹어서 최전선에 있기 어렵게 되면, 결국 입문서도 안 쓸 것 같다. 나이 먹어서 최전선에 서기 어려우면 그냥 책을 안 쓰면 되지, 뭐 하러..

 

아직도 해보고 싶은 실험들이 좀 있다. 예를 들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사람들 만나는 인터뷰와 조사한 결과들, 그런 것들을 가지고 경제 다큐 만들어보는 것. 생각만 있지 아직 그렇게까지 넓힐만한 여력은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최전선에 서는 것은 직장 민주주의 책으로 어느 정도는 정점을 찍은 것 같다. 더 앞으로 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면서, 오히려 삶의 노예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직장 민주주의 책 수준 밑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내 능력으로는 그 정도가 극대치다. 그 상황에서 포맷과 양식 등 형식 실험을 좀 더 해보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웃길 수 있나, 어떻게 하면 사회과학이 가지고 있는 근엄함을 좀 더 누그려뜨리고, 확 깨는 스타일로 할 수 있나. 움베르트 에코도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없지 않나?

 

예전에는 있던 일인데, 요즘은 좀 어려워진 게, 책의 힘만으로 책을 파는 것. 이게 2년 전부터 내가 방송을 갖지 않는다, 그런 몇 가지 원칙들을 만든 이유다.

 

10년 넘게 저자로 살아오면서 저자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은 이미 다 누렸다. 20만 부 넘게 팔린 책도 있어서, 책도 팔만큼 팔아봤다.

 

요즘은 내 인기가 바닥이다. 일반적이면 그 인기를 높이는 게 우선순위일텐데,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수단이 없는 건 아닌데, 애 보면서 하기에 좀 그렇기는 하다. 그리고 제일 해보고 싶은 게, 인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정말로 책의 힘만 가지고, 그것도 최전선에 서서 팔리는 책을 해보고 싶다.

 

몇 사람 안 오는 블로그 정도 운영하면서 이미 그것도 올드 매체가 되어버린 약간의 강연, 그 정도만 가지고 책의 힘으로 스스로 팔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래야 이게 선례가 될 것 같다는.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날을 위해서 나도 참고 버틴다.

 

그런 이유라면 참고 버티고, 계속 책을 쓰는 게 나에게 의미를 준다.

 

가끔 출판사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이건 딱 팔릴 것 같은데, 왜 안 쓰냐고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물론 그 정도 틀이면 충분히 팔릴 거라는 것은 나도 안다. 그렇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이 써도 되고, 더 젊은 사람들이 써고 되고. 굳이 내가 쓸 이유는 없다. 책을 잘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해서 책을 쓴다면, 내가 이미 보내 버린 나의 청춘 시절이 너무 불쌍해진다. 인생에.. 돈이 다가 아니다. 명예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나에게 인생은, 명분이다. 명분이 없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고, 시도도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어떤 연구원의 연구원장 자리 제안이 왔다. “머리에 총 맞았어요, 지금 와서 그걸 하게.” 진심이다.

 

인기 바닥인 상태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책을 책의 힘만으로 파는 것.. 그걸 위해서 차관 자리 몇 개 장관은 아니고 몇 개의 기관장 자리를 안 한다고 했다. 차관 해봐야, 그걸 누가 기억하겠나? 사람들은 잠시만 시간이 지나가면 총리 이름도 다 까먹고, 장관은 더더군다나. 차관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냥 자기 만족이다. 혹은 아버지, 할아버지 좋으라고. ‘가문의 영광’, 그런 건 집에서 같이 사는 고양이의 환한 미소 보다도 가치가 없는 일이다.

 

책은 부드럽게, 팔리게 써야 한다는 게 지금의 출판 시장에서 대세다. 그리고 맡지를 못해서 그렇지, 어떻게든 방송을 맡고, 그렇게 얼굴을 알려야 책도 더 팔린다고 권유하는 게 대세가 된지 벌써 몇 년이다.

 

나는 그 흐름과는 정반대로 간다. 능력이 안 되서 못하지, 더 최전선으로, 더 전위로 내가 다루는 주제를 밀어넣는다. 농업경제학, 생각만 해도 머리 지끈지끈하다. 이걸 누가 하겠나? 내가 한다. 그런 자부심 정도는 가지고 산다.

 

정말 터프하고 지나치게 정공법이다. 내가 책을 사랑해서 그렇다. 읽는 것도 사랑하고, 좋은 책이 나오는 것도 사랑하고, 읽은 만한 것을 쓰는 행위도 사랑한다. 그래서 책을 능멸하거나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건 괜찮다, 그 정도는 그런 시대와 정면으로 맞서 서는 게 나는 보람이 있고, 즐겁다. 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내 책만 파는 건 쉽다. 그러나 더 좋은 책을 많이 쓰고, 그런 게 더 많이 읽히고, 그렇게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내가 꿈꾸는 세상은 그런 정공법의 세상이다. 그리고 난 그런 게 좋다.

 

나는 돌맹이, 이리 치고 저리 치여도, 굴러가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마시따 밴드의 <돌맹이>와 함께 올해도 한 해를 버텼다.

 

블로그의 여러 분들에게도, 한 해를 같이 지내면서 지지고 볶었던 시간을 위해서, 감사의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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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아이들 메모 2018. 12. 28. 10:33

 

큰 애가 아침에 식탁 위에 있던 아내 노트북을 떨어뜨렸다. 작살만 겨우 면했다. 지난 주에 서비스 센터 갔다 온 애인데.. 반성문 썼다. 보다가 웃겨 죽을 뻔 했다. 아들아, 아빠도 술 처먹고 들어오면 반성문 쓴다. 냉장고에 붙여놓는다. 너도 반성문 많이 쓰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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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부터 강연을 없애는 중이었다. 내년에는 강연 계획이 없었다. 애들 보면서 강연 일정 소화하는 것도 무리고, 그렇게까지 힘들게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결점이 없는 책이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거나, 구조를 너무 무리하게 짰거나, 아니면 너무 안이하게 주제에 접근했거나.. 지나고 보면 크고 작은 결점들이 책에서 보인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더 잘 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좋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내 실력으로는 여기까지가 거의 극한치다. 그리고 게임이론을 비롯해서 지나치게 어려워보이는 2장을 완전히 들어내서, 몇 페이지로 결론만 요약했다.

책 반응은 별로다. 보통은 이러면 그냥 내려놓고 다음 책 일정으로 넘어간다. 그래도 이 주제는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제일 큰 문제는, 일단 내가 인기가 바닥이라는 점. 애 보면서 방송에도 안 나가고, 딱히 노출될 만한 일을 하는 게 없다. 국민연대 공동대표하던 시절처럼 시민운동 맨 앞에 서 있는 것도 아니고.

되는대로 지방에서 몇 군데 강연 일정을 잡았다. 부산이나 광주 같은 데는 강연장 채우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강연도 못 잡았다. 부산대에서 대형 강의실 꽉꽉 채우던 시절도 있었지만, 애 둘 보는 아빠가 그런 옛날 생각 해봐야 별로 정신건강에 좋은 일도 아니고.

나는 강연은 정말 최소한만 하고, 그것도 되게 까다롭게 고른다. 기업 강의는 안 하고, 특히 직원 교육용 강의는 절대 안 한다. 그런 데는 '긍정적 마인드' 같은 강의가 더 어울린다. 괜히 이것저것 비판하는 얘기를 그런 데 가서 해봐야, 서로 불편하기만 하다.

이번에는 기업 강의도 하기로 했다. 주제가 그렇다.

아직 날짜는 안 정해졌는데, 여성정책연구원에서 하기로 했고, 연금관리공단 노조에서 하기로 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되는대로. 그래도 많이 가면 갈수록 뭔가 변화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한다. 삼성계열사에서도 강연 부탁 들어온 게 하나 있다. 할 생각이다.

시민운동 하던 시절에는 정말 바닥에서 돌아다니는 일을 많이 했었다.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지역에서 조그만 단체 생길 때 창립 기념 특강, 이런 것도 많이 했다. 강의료 받는 것 보다 술 사주는 돈이 더 많이 들어간.. 나는 그런 일에는 아주 익숙하다.

본격적인 직장 민주주의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나왔다. 생활 경제, 생활 민주주의, 최근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계속 써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날은 춥다. 그리고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 그런 나그네 심정은 아니다. 낙수물은 차고, 장부가 길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으리, 그런 형가의 심정도 아니다. 초봄에 씨 뿌리는 농부의 심정에 더 가깝다.

당분간은 좀 돌아다니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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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분리수거 쓰레기 왕창 옮겼다. 화장실에 좀 씻으러 갔더니, 둘째가 불 꺼버리고 도망갔다. 둘이 도망다니면서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이다. 내가 골탕 먹으면, 애들은 좋아한다.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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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가 함께 하기를.”

 

8편까지 이어져온 <스타워즈>가 만든 대표적인 유행어다.

 

스타워즈의 세계관과 명랑을 합쳐서, 국적불문의 요상한 문장 하나를 만들었다.

 

전에도 책 사인할 때 가끔 명랑이 함께 하기를”, 요렇게 썼었다. 내년부터는 아예 더 파격적으로, “May the 명랑 be with you..”

 

사실 내가 요즘 명랑하기 좋은 시절을 보내는 건 아니다. 아이들 둘 보는데, 내년에는 큰 애 학교 들어가서, 학교, 어린이집, 서로 시간 다르게 두 탕을 뛰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진짜 죽을 것 같다.

 

잔고라도 좀 넉넉하면 좋겠지만, 그냥그냥, 딱 세 끼 입에 밥 들어가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기분 전환으로 쇼핑, 이런 건 택도 없다. 겨울에 입을 슈트 한 벌 사야 하는데, 이것도 그냥 미루고 미루고..

 

버티고 버티면서, 그야말로 시간을 버티는 거지, 뭐가 엄청나게 잘 되고, 그냥 막 웃음이 나오고, 그런 시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나는 웃음을 잃지 않고, 명랑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한국 사람 아닌 것 같다. 가슴 속에 이 없다. 억지로 기억하면 고통스러운 순간이 없지는 않은데, 흔히 한이라고 부르는 그 한이 없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밉고, 막 복수하고, 그런 사람도 없다. 빈정 상하는 사람들 리스트를 만들면 DB 하나는 채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진짜 싫은 사람,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좀 있을 뿐이다.

 

내년에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꽤 많은 글을 쓰게 된다. 그리고 형식도 정말 다양하다.

 

최대한의 파격을, 그것도 웃기고 명랑한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다. 남 야지 놓으면서 웃기는 것도 별로고, 성적 농담으로 자기만 웃기는 것도 별로다. 좀 다른 방식으로 명랑해보고 싶다.

 

자기 속을 쥐어 파면서 뭔가 만드는 것도 별로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만 할까? 그냥 좀 웃으면서, 그렇게 적당히 하면서도 의미 있는 건 못하는 걸까?

 

에세이 제목으로 “May the 명랑 be with you”라고 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냉정하게 얘기하면, 아무 일도 안 벌어진다. 난 그렇게 인기 있는 저자가 아니다. 그냥 밑바닥을 박박 기면서 버티는 중일 뿐이다. 그러니 그런 걸 못 할 이유도 없다.

 

나는 출발부터 ‘C급 경제학자였다. 그렇다고 재야 경제학자는 아니다 (여전히 이렇게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 그러신가보다 하고 나도 무시한다. 나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실력이 떨어지는 거지, 재야는 아니다..)

 

더 파격적으로, 더 명랑스럽게, 그렇게 해 보려고 한다. 어차피 잃을 것도 별로 없고, 신경 쓸 사람도 별로 없다.

 

30대에 시도하던 걸, 더 꼴통스럽게 몇 단계 올려서 다시 한 번 해보려고 한다. 그래야.. 나라도 명랑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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