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크리스마스가 끝났다. 이제 설거지 시작하면 연휴도 끝.

어제 저녁에 식구들 전부 명동성당에 가서 한참 싸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먹고 왔다.

오늘은 오전에 아이들하고 목욕탕에서 옥터넛 놀이하고, 그 김에 목욕까지.

점심 먹기 전에는 애들 태어나고는 정말 처음으로 악보집도 좀 만들고, 기타도 약간.

오후에는 큰 애 데리고 처음으로 극장에서 점박이2를 보고 오는 쾌거를. 극장만 가면 어두워서 무섭다고, 결국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오늘은 눈도 떼지 않고 끝까지 봤다. 팝콘 먹어가면서.

저녁은 겁나 맛있게 먹고, 애들 둘과 격투를 30분이나. 놀만큼 놀았다.

그러면 기분이 아주 좋은가? 그렇지는 않다.

내가 하는 일들은 여전히 지지부진, 혹독한 시간을 버티고 있다. 잘 되는 일과 잘 되지 않는 일들이 섞여 있는데, 그래서 그럭저럭 버티기는 한다. 버티기는 하지만, 마음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잘 못한다. 그리고 왜 못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뭐라도 좀 적어서 보내보라는 주문들이 약간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내가 뭘 엄청나게 아는 것도 아니고.

태안 발전소 사건은 나에게 충격과 그리고 골치아픔을 남겨주었다. 다음 달에 발전소 한 번 가볼까 말까, 그렇게 일정을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금에라도 다음에 사고 날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쭉 짚어서 어디에 쓸까? 그러나 나는 시간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는다. 마음이 그냥 답답하다.

연구소 같은 거라도 하나 만들자고 후배들이 나를 달달 볶는다. 그러나 여력이 안 된다, 도니도..

나이 50, 깃발 들기 딱 좋은 나이이기는 한데, 뭣 모르고 깃발 들었다가 "죽기 딱 좋은 날이네", 이런 꼬라지를 만나게 될 것 같다.

딱히 시원하게 되는 일은 없는데, 뭔가 꽈배기 꼬이듯이 배배 꼬여들어가는 듯한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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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극장 가본 게 추석날 사촌 형들이랑 <정무문> 봤던 것 같다. 이소룡이 도망다니면서 토끼 구워먹던 거, 마지막에 죽으러 뛰어든 것만 기억난다. 그리고 아마 그 다음 정월인가, <신바드의 모험>을 봤던 것 같다.

 

만화영화는 <로보트 태권브이> 2편을 극장에서 봤는데, 중간에 들어가서 보다가 처음부터 다시.. 그 때의 짜증이 워낙 강렬해서 그런지, 그렇게 영화보는 일은 절대로 안 하게 되었다.

 

큰 애는 다섯 살 때 <카봇> 뮤지컬을 데리고 갔었다. 10분도 채 안 보고 어두운 게 무섭다고 울어서 어쩔 수 없이 바로 나왔다.

 

얼마 전에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은 끝까지 잘 봤다.

 

큰 마음 먹고, 크리스마스고 해서 점박이2를 보러 갔다. 길거리에 지나가다가 포스터를 보고, 저거 꼭 봐야겠다고 해서 생긴 일이다. 크리스마스 개봉이다.

 

팝콘도 사고, 쥬스도 사고.

 

아이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봤다. 너무너무 재밌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재밌지는 않았는데, 뭐 애가 재밌다면 다행.

 

다섯 살 둘째도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무섭다고 안 간다고 해서. 둘 데리고 가서 하나는 더 보겠다고 하고, 하나는 나가겠다고 하면 난감할 것 같았다.

 

다음 크리스마스에는 둘째도 데리고 꼭 같이 극장 오기로 큰 애랑 약속했다.

 

시간은 흐른다. 벌써 많이 흘렀다. 기저귀 하던 '애기' 시절이 언제인가 싶게, 그 사이 극장도 같이 다니고.

 

나는 아버지랑 극장 딱 한 번, 엄마랑은 중학교 때 성인 동반해야 볼 수 있는 영화를 졸라서. '데스 쉽'이었던 것 같다. 너무너무 재밌었다. 어쩌면 평생이 갈 내 영화 취향이 그 시절에 형성된 것 같다.

 

그게 내가 골라서 본 첫 번째 영화였다. 물론 친구들하고 취권 등 홍콩영화는 종종 봤었는데, 그건 내가 골랐다기 보다는 다들 그렇게 보는 거라서.

 

그 때 그 '데스 쉽' 감성이 평생을 갔다.

 

유학 가서 박사 논문들 db를 보고 제일 먼저 찾아본 게, 경제, 화폐, 가치, 그런 게 아니라.. 흡혈귀에 관한 박사 논문들. 아, 흡혈귀가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박사로 만들어주었구나.

 

그게 흐르고 흘러서 '생태 요괴전'이라는 책이 되었고, 그걸 읽은 사람들이 영화 같이 하자고 해서, 아직도 10년째, 지지고 볶고.

 

'공포 택시' 리메이크 해보자는 제안이 올 여름에 있었다. 사실 악명 높은 영화이기는 한데, 나는 재밌게 봤다. 이서진의 젊은 시절도 나름 풋풋했고.

 

공포물 하나가 아직도 리스트 한 구석에 얹혀 있다. 진짜 무서운 거 만들어보고 싶은..

 

큰 애도 이렇게 극장에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삶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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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발전소 사고를 보면서 진짜 만감이 교차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제 옛날 얘기고, 공적 시설의 관리에 사모펀드 개방하던 mb 시절 얘기까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빈집에 들어오면 빈집 치우고 살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보수 정권 10년 동안 온갖 난장굿을 치룬, 빈집이나 마찬가지인 곳에 들어온 것이다. 그냥 뭉개고 살아던 거 아닌가 싶다.

폐허처럼 방치된 빈집인 거 알았고, 그거 치우라고 사람들이 정권 바꿔준 거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안전 총점검, 이런 방식으로라도 곳곳에 안전이 미비하게 된 시스템과 구조를 파악하고, 고칠 거 고치고.. 한국당이 그런 방안에 대해서 반대를 강력하게 할 수 있었을까?

지금이라도 빈집부터 정리정돈하고 새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안전 문제에 대한 투자부터 운영, 예산, 인력, 이런 것을 총체적으로 재검검하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

1년만 더 지나면, 너무 이상한 집에 들어와서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말을 하기 어렵게 된다. 아직 반환점 돌지 않았을 때, 지금이라도 안전에 대한 것은 발상을 바꾸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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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김리. 그는 북부 난쟁이의 대표였다..)

 

몇 해 전에 아내와 파리에 좀 길게 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시트콤을 잠시 봤는데, 난쟁이 아줌마가 사랑의 요정으로 나오는 얘기였다. 앞뒤를 다 보지는 못했는데, 뿌듯하고 감동이 있는 그런 얘기였다.

 

인구 비례로 장애인이 태어나고, 그 중에는 난쟁이도 있고, 또 다양한 종류의 장애가 있다고 알고 있다. 한국의 tv에서 난쟁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헐리우드 영화에도 난쟁이들은 자주 나온다. <반지의 제왕>에는 주인공급이고, <해리포터>에는 요정 도비를 비롯해서 또 수많은 직군의 난쟁이들이 나온다. 당연히 호그와트의 선생님 중에도 등장한다.

 

최근의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난쟁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헐리우드나 영국 영화에서도 난쟁이들이 이 정도로 존재하지 않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이건 왜 그런 것일까?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가장 상징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게 난쟁이와 꼽추라고 불리는 척추 질환자. 70년대로 형성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꼽추들이 동네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장에서 짐을 나르는 아저씨가 그랬다. 시장 귀퉁이에서 순대 사먹는 걸 좋아했었는데, 막일 하는 아저씨 한 명이 꼽추였다. “아줌마, 얘 간도 좀 많이 주세요.” 뭐 좀 더 주라고 한 마디씩 거들어주고 가고는 했다.

 

그럼 유신 시대의 한국 사회가 전두환 군사정권을 거치고 다시 민주화 정권을 거치면서 꼽추 같은 장애는 아예 극복을 하게 된 것일까? 더 이상 한국에는 난쟁이는 태어나지 않는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프랑스에서 난쟁이 아줌마가 요정으로 나와 주인공이 되는 시트콤을 보면서,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폐쇄적이며, 그야말로 선남선녀를 지향하는 국가인지도.

 

외모차별을 하지 말자고 하지만, 말 그대로 예쁜 것들만 좋아하는 좀 지나치게 표준형 사회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은 진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그렇게 빡빡하다.

 

그 한 극단에서 난쟁이와 꼽추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한다. 그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길거리에서 꼽추 보신 분 있으신가? 나는 못 본지 좀 된다. 그러면 없는 건가?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혹시 최근에 난쟁이 보신 분 있으신가? 나는 없다.

 

없는 게 아니라, 약간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돌아다니기도 어려운 게 한국 사회가 아닐까 싶다. 1인당 gdp 1만 달러 넘어갈 때에도 그랬고, 2만 달러 넘어갈 때도 그랬다. 그리고 이제 막 gdp 3만 달러 넘어간다는 데 여전히 한국은 그렇다.

 

어떻게 보면 21세기 한국인은 냉정한 걸 넘어서 참 잔인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다른 것을 못난 것이라고 하면서 아예 곁을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

 

길거리에 존재하지 않는 난쟁이, 이 문제는 많은 것들의 뿌리에 해당하는 의식일지도 모른다. 임대주택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게 아예 사유지라고 길을 차단하는 부모들, 이게 전혀 다른 문제일까?

 

왕한테 예쁨 받는 것들, 여기 다 모였구나?”

 

사도세자 유아인이 영화 <사도>에서 했던 대사다. 크리스마스, tv 어디를 봐도 예쁨 받는 것들만 나온다.

 

예수님의 탄생, 그가 예쁨 받는 예쁜 것들을 위해서 이 땅에 오셨겠는가? 그가 십자가에서 세상 모든 짐을 다 지고 하늘로 떠날 때, 왕한테 예쁨 받는 것들을 위해서 그 모든 짐을 지고 가셨겠는가?

 

크리스마스, 한국에 존재하지 아니 존재하지 못하는 난쟁이와 꼽추, 그렇게 예쁨받지 못하는 것들을 위해서 잠시 머리를 숙인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 것은, 그들이 당당하고 자신 있게 길거리로 나와서 쇼핑도 하고, 식당도 가고, 그런 순간이다. ‘노키즈존이 정말 역겨운 것은, ‘키즈이하로는 전부 출입금지의 함의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그런 식당에 난쟁이, 꼽추, 환영 받겠는가?

 

크리스마스다.

 

한국의 모든 예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는 잠시 머리를 숙인다. 그런 날이 오기를 위해서, 잠시 기도한다.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다. 정권의 문제, 경제 문제, 교육 문제, 사회 통합의 문제.. 그러나 가끔 그렇게 여나 야나 문제 축에 끼어주지도 않는 진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예수가 말구유에서 태어난 날이다.

 

장애인 아이를 두고 힘들어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을 위해서도, 잠시 기도..

 

난쟁이 아줌마가 tv 시트콤의 주인공이 되는 날, 그날이 우리가 진짜 선진국이 되는 날이다. 대치동의 엄마, 아빠가 주인공인 나라에서, 다른 시대로 한 번 더 넘어가야 한다.

 

그 날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아직도 버린 적은 없다.

 

(명동 성당, 크리스마스 이브, 아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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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노회찬과 같이 토크쇼하던 사진을 드디어 찾아냈다..)

 

포위 당해서 섬멸의 위기에 놓였을 때에는 내용은 물론이고 형식에 대한 모든 것들을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 한국의 지성은, 전멸 위기다. 지성과 지식, 모두 다 전멸 직전.

일부는 청와대 가서 폼 잡는 것은 좋은데, 아, 열심히 공부해서 저거 하려고 하셨구나, 그 회의감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일부는 대중들의 삶과 아주 멀리, 그냥 안드로메다로. 그리고 또 다른 일부는 월급만 많이 주면, 땡큐, 열라 땡큐.

이러다 책이 문제가 아니라 지성 자체가 전멸한다. 분서갱유가 아니라 그냥 상업적인 이유로 고립되어 분서폭망. 욕만 하고, 쟤네들 다 나빠요, 이렇게 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70년대에는 박정희랑 목숨줄 내걸고 싸운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지지해줬다. 80년대, 90년대, 마찬가지다. 지금은 뭐랑 싸우냐? 지지할 이유도 없고, 뒤에서 폼잡고 있을 거면. 지성이 존재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보여줘야 한다. 지금이 그래도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순간 아닌가 싶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둘째가 폐렴으로 입원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특별한 스터디팀 없이 지냈다. 그렇지만 이건 내 인생에 아주 예외적인 순간이다.

 

대학교 1학년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는 늘 스터디를 만들거나 했고, 지금은 젊은 여성학 하는 박사들과 새로운 스터디팀을 만들기 위한 구상을 하는 중이다.

 

그 중에 가장 화려했던 것은 지금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과 했던 스터디팀. 매주 했는데, 문재인, 정세균, 추미애 심지어는 김한실까지 고정 멤버였다. 여성부 장관이 된 진선미, 벤처기업부 장관이 된 홍종학도 멤버였다. 야당 시절,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스터디팀을 하나 만들었었다. 거기서 대통령, 국회의장이 나왔고, 장관은 겁나게 많이 나왔다. 그 때 장하성 선생과 김상조 선배도 강사로 왔고, 전번들을 서로 나누었다. 정성인 선생도 강의를 했는데, 그 때는 문 대표가 불참. 아쉬운 순간이었다. 보수 신문들은 이거 그만 하라고 난리들을 쳤었는데, 나는 못 들은 척, 그냥 1년 정도 강행했다. 결국 안철수의 탈당으로 아사리판이 나서 더 이상 끌고 나갈 수가 없어서 접었다. 나중에 문대표 양산 집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 했던 내용들 꼭 책으로 내면 좋겠다고 하셨던.. 한다고 대답은 했는데, 둘째 입원하면서 나도 모르겠다, 내 코가 석자다..

 

(당시 스터디 관련 기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23&oid=305&aid=0000017219)

 

그 시절에 딱 한 시간 포맷으로 했다. 30분 발표, 30분 토론. 좀 극단적으로 짧기는 했지만, 그게 매주 그 사람들에게 내가 받아낼 수 있는 시간이 극대치였다.

 

보통 내가 하는 스터디팀은 두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책을 같이 읽을 것인가, 읽지 않을 것인가, 이게 큰 기준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모여서 책을 읽는 형식의 스터디팀을 만든 적은 없다. 책 정도는 혼자서 읽고, 그 뒤의 얘기들을 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 그래서 이게 대학원 박사 과정의 스터디랑 형식이 같은 것이다. 모여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그러면 책 읽고, 진짜 할 얘기는 뒷풀이 가서.. 그렇게 해놓고 술 처먹다가 한 쪽에서는 싸우고, 한 쪽에서는 연애하고, 뭔 짓인가 싶었다.

 

내가 준비하는 강연은 2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예전에는 딱 한 시간 발표하고, 한 시간 토론이었는데, 이제 점점 더 토론의 강도가 약해져서, 그냥 한 시간 반 정도 얘기한다. 책을 읽고 오면 발표는 사실 필요 없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제일 싫은 것은 기업 연수교육에서 하는 강연이다. 아마 돈은 충분히 받았을 테니까, 한 번 씨부려봐, 품평회 하듯이 배 내밀고 앉아 있는 대기업 직원들 앞에서.. 딱 맘 먹었다. 배 내밀고 앉아 있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건 안 한다. 지금도 사장이 어떻게든 꼭 해달라고 부탁한 예외적인 경우 아니면 기업 교육은 안 한다. 피차 서로 곤욕스러운 자리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전경련에서 부탁 왔을 때. 그야말로 회장급들 교육을 좀 시켜달라고 했다. 일본에서 한다고 했다.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중에 보니까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거기서 강의를 해달라는. 그래서 골프 못 친다고 했다. 그냥 골프채 들고서 치는 척만 해도 된다고 했다. 싫다고 했다. 돈 많이 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싫다고 했다. 이것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사실은 나도 전경련의 환경 분야 주포 역할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서로 전혀 모르는 관계는 아니다.)

 

요즘에 내가 새로운 양식 실험을 해보는 것은 티타임이다. 10명에서 20명 안팎의 사람과 모여서 차 한 잔 마시면서, 나는 30분 이내로 배경에 관한 얘기를 하고.

 

돌아가면서 서로 얘기를 하게 하고, 중간중간 내가 진행성 개입을 하는.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읽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효과는 강연보다 티타임이 훨씬 좋다. 좀 더 비공식적인 얘기의 핵심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최근에 독자 티타임하면서 나도 안 해본 새로운 포맷을 실험해보는 중이다.

 

티타임 형식이 성공하려면 얘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확실하게 출발점과 목표점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건 내가 하는 거니까 아무 문제 없고.

 

기존의 강연과는 다른 20명 내외의 티타임 형식을 좀 더 많이 만들어볼 생각이 있다. 물론 강연으로 돈을 벌고, 책을 팔 생각이면, 무조건 다다익선이다. 그렇게 보이기는 하는데.. 나는 사실 그런 목적은 별로 없다. 진짜로 사회를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하고 싶은. 그럴 때에는 티타임 형식이 좀 더 나을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사고, 변화를 만들기 위한 것, 진심이 최고다.

 

후배들하고 하는 스터디에 대해서 내가 약간의 자부심이 있는 게.. 석사 시절에 나와 공부했던 친구들이 대부분 박사가 되었다. 타율로 치면 9할이 넘는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서 박사과정 진학을 포기한 드문 경우 일부 아니면 대부분 최종 터치다운까지.

 

나는 그들에게 지식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목적을 주로 가르치고, 공부하는 법을 가르쳤던 것 같다 (내 손을 거쳐간 박사들만 모아도 학과 몇 개는 거뜬히 만들 수 있을 듯한.)

 

이런 유사한 효과를 상식적인 시민들과 나누기 위한 포맷이 현재로서는 티타임이다. 강연보다는 나은 것 같다.

 

내년에는, 어차피 사람 많지 않은 것은 미리 주최측과 얘기해서 티타임 형식의 실험을 좀 더 많이 해보려고 한다. 내가 우스워 보여도 박사 22년차다. 가르치고 지도하고, 이골이 나도록 잔뼈가 굵었다. 좀 더 쉽고, 좀 더 표준화할 수 있는 양식에 대한 실험이 내년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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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도 지금의 20대를 잘 모르겠다. 하여, 철수하여 농업경제학 부터는 전격적으로 10대에 대한 연구로. 그렇긴 한데, 주간조선도 지금의 20대를 그렇게 핵심적으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추상화라는 이론 작업의 기본이 된 것 같지도 않은. 뭐라뭐라 써놨는데, 무슨 얘기 하고 싶은 건지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 그냥 20대에서 문재인 인기 떨어지는 거, 오 예.. 이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은 한 범주에 넣기 어려울 정도로 전혀 다르다는 것. 마치 선진국 여성과 개도국 남성을 한 범주에 넣고 분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런데 이 추세가 10년 후에도 계속 될지, 아니면 완화될지 그런 미래형이 아직도 오리 무중.

그런 현실을 놓고 생각해보면, 주간조선의 20대 이미지는 아직은 변희재 보다 많이 진화하지는 않은 듯. 제일기획이 그리는 20대 이미지가 이보다는 몇 배 더 과학적이다.. (아직은 신문 기획이 대기업 마케팅팀을 못 따라가는..)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538100001&ctcd=C01

  1. 커버스토리
  2. [2538호] 2018.12.24

올해의 인물 고군분투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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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강연할 때.. 저 시절만 해도, 참, 나에게도 힘이 남아있었다..) 

 

1.

몇 년 전만 해도 강연은 꽤 잘 되었다. 진중권, 홍기빈 등과 했던 건대 강연은 천 명인가 왔었다. 나 혼자 해도 500명 정도 되는 방은 너끈히 채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장하준 선생 강연이었다. 연대에서 강의하던 시절, 매주 한 명씩을 불렀다. 공식적으로 내가 줄 수 있는 돈은 10만 원.. , 염치 없기는 한데, 그 대신 나도 품앗이로 다른 걸 도와주기로 하고, 그렇게 했었다. 300명 정도 들어가는 대형 강의실을 내가 빌릴 때, 괜찮겠냐고 걱정들을 했다. 그래도 천하의 장하준인데..

 

그게 어찌어찌 소문이 나서 원희룡 같은 국회의원들도 왔다. 300명 들어가는 계단강의실에 500명이 넘게 왔다. 나중에는 산소 부족으로, 덥고, 숨쉬기 힘들고. 그 시절, 장하준의 인기는 정말로 하늘을 찔렀다.

 

mb 시절, 어쩌면 모두 외로웠는지 모르겠다. 뭐라도 있으면 같이 모여서 니들, 참 고생이 많다”, 그런 걸 나누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강연회마다 사람들이 가득 찼었다. 부산대 강연할 때 300명이 넘게 와서, 정신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 그 시절에는 그랬다.

 

사회적 경제 책 내고 작년 하반기에 전국을 한 번 돌았었다. 그 때는 작게 돌았다. 지역의 작은 생협이나 협동조합 아니면 시민단체, 20~30명 모인 작은 강의실을 꼼꼼하게 돌았다. 사회적 경제는 크게 모여서 얘기할 주제는 아니다. 작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차비도 제대로 주기 어려운 시민단체의 작은 방들을 돌았다.

 

보통 강연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강연기획사와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기업에서 하는 직원 연수 같은 거를 하면서 꽤 큰 돈을 받는다. 나는 그런 거는 안 한다. 돈 때문에 강연을 한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내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진다. 그럼 그냥 연봉 많이 준다는 데 가서 대충 살았으면 될 거 아냐? 이 나이에 이게 뭐냐! 그렇게 내가 불쌍하게 느껴질 것 같다.

 

강연 시장에서는 강연자의 수명을 대체적으로 2년 반 정도로 본다. 전문 강연자로 나서면 한 때 돈을 많이 벌기는 하지만, 그게 2년 반이면 땡, 그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건 완전히 미사리 카페하고 경제적으로는 똑 같은 구조다.

 

미사리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려면 히트곡이 두 곡은 있어야 한다 (영화 <걸 스카우트>에서 최성수 팬이 등장하는.) 두 곡은 있어야 시작할 때 한 곡, 끝날 때 한 곡, 자기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중간에 남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한 시간 짜리 공연에 앞뒤는 자기 거로 할 수 있어야 나중에 미사리라도 갈 수 있다.

 

히트작 하나로는 2년 반, 그게 강연 시장의 논리 구조다. 그리고 내내 돌아다니면서 같은 얘기만 하면 두 번째 히트작이 나오기가 어렵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강연업체들이다. 냉정하다.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게, 내가 회사 강연을 안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고.

 

2.

촛불집회 이후, 서울이든 지방이든, 강연은 이제 아주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서로 같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어려운 시기는 지나갔다.

 

그리고 유튜브가 커졌다. 돈 때문에 강연하던 사람들은 유튜브로 넘어갔고, 광고 수익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도 세상 사는 방법 중의 하나다. 이래저래 강연은 아주 힘들어졌다.

 

그 사이에 지방 강연은 정말로 더 힘들어졌다. <불황 10> 나왔을 때, 지방의 교보문고를 따라서 전국을 돌았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큰 방이든 작은 방이든, 꽉꽉 찼다. 그리고 다시 서울로 와서 강남교보에서 할 때 정말 그 큰 강당이 다 찼었다. 그건 옛날이다.

 

이제 지방의 교보문고에 강의실을 가진 곳은 거의 없다. 채울 수가 없으니 강연을 할 수가 없고, 그러니까 뭐하러 방을 유지하느냐, 그런 거랜다. 광화문에 있던 교보 기획팀이 근교로 이사가고, 그 이후에 책에 관련된 기획들이 급감했다. 그 충격이 지방에서는 더욱 더 충격적으로 온..

 

직장 민주주의 책 나오고, 어쨌든 되는대로 일단 지방 강연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잡힌 게 대구, 인천, 전주, 진주.. 강연장이 없어서 지역의 도서관과 연계해서 할 수 있는 데만 먼저 잡았다.

 

지방 강연이, 참 어렵다. 서울도 사람 모으기가 어렵지만, 지방은 더 어렵다. 그래서 더 안 하게 되고, 그러니까 더 안 가게 되고, 결국 아무 행사도 없는 지역이..

 

내가 내는 모든 책에 강연을 하는 건 아니다. 책 나오기 일상적으로 하는 강연 한두 번 하고 마무리하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강연이 들어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음 작업을 해야 하니까 지난 책 붙잡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회적 경제 때 크고 꼼꼼하게 강연을 했었는데, 직장 민주주의는 좀 길게 꼬리를 늘이려고 한다. 낮고, 작게.

 

책에 썼다. “나의 타점은 낮다.” 높은 데 보고 스윙한 책이 아니다. 가벼운 진루타로도 충분하다.

 

원칙은 독자 다섯 분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

 

유튜브와 디지털의 못하는 것은, 사회는 사람의 일이라는 점이다. 씨앗이 뿌려질 때, 결국 사람들이 만나는 순간이 한 번은 있어야 한다.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이해는 많은 경우, 수다로부터 시작된다.

 

수다, 이건 내가 좀 한다.

 

물론 나도 언제까지 강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애들 보면서 잠시 시간 내는 거라서 물리적으로 한계도 뚜렷하다. 그렇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이렇게 말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이상은의 <언젠가는>, 아직도 좋아한다. 언젠가는, 그 기다림 마저도 없으면 삶은 너무 비루하다. 나는 그렇게 비루하게, 그리고 때로 비겁하게, 그렇게 50대를 보내고 싶지는 않다.

 

화려하고 불꽃같이, 거대하고 거창하게, 그런 건 이제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다시 올 필요도 없다. 그러나 비루하게, 그렇게 시간을 때우면서 환갑 되는 날만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방송의 인기와 같은 이미지의 도움 없이, 책 그 자체의 힘만으로 세상을 몇 센치라도 움직이는 것, 그 순간을 보고 싶다.

 

그래야 우리 자식 세대에도 책이 여전히 살아있는 나라가 된다. 지금 같아서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책은 오래 못 버틴다. 사회과학이라는 쟝르는 그보다 훨씬 전에 사라지게 된다.

 

예전에 협상하던 시절 태국대 교수랑 친하게 지낸 적이 있었다. 책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태국에는 한국과 같은 사회과학 책이라는 게 아예 없다는 거다. 그 때 놀랐다.

 

각고의 노력이 없으면, 우리는 진화가 아니라 퇴화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그 분기점에 서 있다. 가면 안되는 길로 우리는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책이라는 광선검을 들고,

 

May the 명랑 be with you!

 

오늘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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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PEOPLE >
[북앤북] “억울한 ‘갑질 문화’ 타개할 방법은 ‘직장 민주주의’뿐”
최혜빈 기자  |  choi0309@econovill.com  |  승인 2018.12.23  09:34:19

   


<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저서 <88만원세대>로 세대 간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저자가 직장 내민주주의의 부재를 지적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조현민의 ‘물컵 갑질’,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의 ‘직원 폭력’ 등 유독 직장 내에서만 비민주적인 행동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음을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예일대 정치학 교수이며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로버트 달은 “국가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던 권위주의 통치체제를 기업에서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기업은 민주화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의 많은 직장인이 회사에서 겪는 억울한 사연들을 때로는 풍자와 자조를 곁들이기도 하고, 공포와 절망을 담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저자는 단순히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담은 ‘직장 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제시한다.

그는 자기의 주장이 결코 기업에 유해한 것이 아님을 명백히 전제한다. “기업을 망하게 하고 기업가들에게 무언가 뺏기 위해서 직장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중략) 직장 민주주의는 조직 내부의 경쟁게임을 협력게임으로 전환시키는 장치 중 하나다. 내부의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협력 그리고 쌍방향적인 관계, 이런 것들이 직장 민주주의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결과다”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 방법은 팀장 민주주의·젠더 민주주의·오너 민주주의다. 팀장 민주주의는 회사 조직 내 팀장으로 대변되는 ‘작은’ 권력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다. 직장 내의 수직적인 위계와 권력의 집중이 문제인데, 팀장들에게 최소한의 직장 민주주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젠더 민주주의는 직장 내 여성의 노동 조건에 관한 것이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직장 어린이집 등의 회사복지를 국가복지로 전환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처우라는 ‘3동 원칙’의 개념을 소개한다. 오너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사회이사제와 감사제를 보완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직장 민주주의 인증’으로 직장에 민주주의가 잘 안착되었음을 인정받도록 하는 제도도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체념하듯 살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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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책 독자 티타임 끝났다. 원래 독자 티타임을 하지는 않았다.

'살아있는 것의 경제학'은 꽤 괜찮은 책이었다. 에디터가 책 출간하자마자 회사를 옮겼고, 그냥 붕 떴다.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이 내가 다시 책의 세계로 돌아왔던 것을 최소한 기자들에게 알리는, 그런 역할은 했던 것 같다.)

작년 2월, 한푼두푼 내면서부터 블로그와 페친들 몇 명과 조촐하게 책 내면서 생긴 얘기들, 그냥 살아가는 소소한 얘기들을 나누었다.

이건, 강연과는 전혀 다르게, 진짜로 차 한 잔 마시면서 나누는 자리로 하고 싶었다. 클 이유도 없다. 그리고 부산하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침 시간되고 여유되는 사람, 차 마시면서 나눌 정도의 잡단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직장 민주주의 책이 나왔고, 어김 없이 너무 늦기 전에 작은 행사를 했다. 이 모임을 스무 명 내외를 생각하는데, 10명 미만으로 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직전의 어느 토요일, 나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나는 부산하고, 무슨 의전 같은 것이 있고, 서로 성가신 행사는 딱 질색이다. 그런 건 예전에도 많이 했고, 문재인 대표 시절에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저자로서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에디터나 회사에, 손 많이 가고, 품 많이 드는 저자로 남고 싶지는 않다 (크게 돈 벌어다주지는 못해도, 이런 거라도..)

책 나오면 기본적인 거나 하고, 팔리거나 말거나, 보통 내깔려 두는 스타일이다. 한다고 더 팔리는 것도 아니고.. (더 팔린다는 보장이 있으면, 당연히 한다. 난 소심하니까.)

지금까지는 그랬는데, 이번 주제는 좀 다르다. 직장 민주주의, 그냥 안 팔린다고 버려두는 것은 좀 아닐 듯 싶다.

상황이 열악하고, 이런 건 내가 가장 잘 안다.

"독자 다섯 분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

원칙은 이렇게 호쾌하게 잡았다. 그래도 수많은 독자들의 도움으로, 이런 데 갈 때 굳이 돈 받고, 차비 안 받아도 크게 어렵지 않을 정도의 삶을 살게 되었다. 초청료, 강연비, 그런 거 안 받아도 애들 둘 데리고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다. 설령 지방에 가서 힘들어서 내 돈으로 1박하고 온다고 해도, 10원도 안 받아도 아무 문제 없다.

다만 애들 둘 업고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까, 가용한 시간 내에서. (내가 경제학 박사라서, 단서 조항 없이 무조건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돌아보면, 역시 양아치군,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독자들과 티타임을 시작으로,

나도 직장 민주주의를 위해서 내년에는 좀 돌아다닐 생각이다. 이런다고 책이 팔릴까? 그건 모른다. 이런다고 돈이 벌릴까? 많은 경우 내 돈 쓰면서 움직이는데, 무슨 돈이 벌리겠나.

그러나 세상은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1미터든, 아니면 1센치든,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만큼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그럼 되는 거다.

수많은 회의와 조롱 속에서 잔뼈가 굵으면서 나도 50이 되었다. 아직 한국은 좋아질 여지가 많은 나라다. 조금은 몸을 움직여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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