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들하고 얘기하다 이런 얘기가 나왔다. 현 정권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들 중 상당수가 '개천에서 용난' 경우이기 때문에 아니겠냐고. 자기도 했는데, 노력하면 되는 거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거라고 잘 보이지 않을 거라는.

운동권에서 높은 자리까지 간 경우, 조선일보류는 그냥 줄 서서 으쌰으쌰, 간 거라고 한다. 그렇지만은 않다. 나름대로 노력도 하고, 은근 실력도 있는 경우가 그렇게 없지는 않다. 그런데 여기에 작은 함정이.

양아치들은 제외하고 보더라도, 엄마친구아들, 엄친아 아니면 정말로 개천에서 용 난. 그래서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그 정도면 극복할 수 있는 거 아님?", 이런 거의 무의식적인 자신감으로 인해서 보지 못하는.

mb 정권은 양아치와 곽승준 같은 금수저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실을 몰랐다.

지금 정권은 아주 많은 양아치와 엄친아 그리고 개천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 <전우치>에 "이게 안되나, 이게", 임수정의 대사다. "이게 안 되나, 이게", 그런데 요즘은 이게 안 된다. 이걸 이해하기가 엄친아나 개천용에게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해보니까 되던 걸..

소통의 단절을 넘어, 감성의 단절이다. 공감한다고 말하는 것, 어쩌면 다 거짓말일 수도 있다. 어쩔 거냐?

'남들은 모르지.. > 소소한 패러독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의 딜레마  (0) 2019.02.13
안바쁘당의 이념..  (4) 2019.01.23
건방증..  (0) 2018.12.29
크리스마스를 위한 기도, 2018  (5) 2018.12.25
고승과 애정결핍  (0) 2018.12.21
Posted by retired
,

황윤을 처음 만난 것은 인사동 뒷골목의 작은 술집이었던 것 같다. 녹색연합의 활동가들과 회원들과 하는 작은 자리였었다. 그리고 내가 하던 수업에 그녀의 다큐와 함께 작은 세미나 자리를 마련했었다.

 

그녀가 한참 로드킬 무비 작업을 할 때, 그녀에게 자문해주던 사람들이 이래저래 내가 알만한 사람들이었다. 또 나도 그 시절에는 지리산에 자주 가던 때였고 (공지영 작가가 본격적으로 지리산에 오던 것은 그 약간 뒤의 일이다.)

 

무엇을 먹을까, 이건 농업의 질문과 직결되는 얘기다.

 

<음식국부론> 내기 전까지는 나도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삶에 대한 관심이 안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게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라는 막역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든 뭐든, 알고 싶지 않아했다. 그냥 외면하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난 그런 건 절대 보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더 불편해질테니까", 그랬다.

 

알고 싶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알고 싶지 않으니까, 너도 절대로 그런 얘기 하지 마라.. (날 고민하게 하면 죽여버리고 싶어, 이런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그 때 알았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아는 것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흐름이 하나 있다는 것을.

 

황윤은 그 벽 앞에 오랫동안 서 있었을 것이다. 그 벽은 공고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특히, 잘 균열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황윤에게 늘, 퐈이팅!

 

 

 

 

Posted by retired
,

예비소집일

아이들 메모 2019. 1. 8. 22:43

오늘 큰 애가 예비소집일이라서 학교에 갔다왔다. 내가 하도 자주 슈트를 입었더니, 자기도 슈트 입는다고. 진짜로 와이셔츠에 슈트 입고 갔다왔다. 학교는 잘 모르지만, 이 동네 애들 다 아는 학교 앞 떡복이집에 드디어.. 전설 같은 떡복이집. 엄마랑 용돈 협상 중이다. 큰애는 필요할 때마다 달라고 하고, 아내는 주급으로 준다고 하고. 용돈과 주급의 차이를 아직은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이제 용돈 주는 시대로 들어간다.

'아이들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데기 야구단  (2) 2019.01.18
너, 안 울고 있지?  (2) 2019.01.14
준비 그만, 나 똥..  (0) 2019.01.07
아빠, 똥  (0) 2019.01.06
아이들의 꿈  (0) 2019.01.06
Posted by retired
,

몇 달 전부터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조선일보에 쓰는데, 하여간 욕은 옴팡지게 먹었다. 욕이야, 뭘해도 먹는 게 욕이다. 뭘 하면 한다고 욕 먹고, 가만히 있으면 수수방관한다고 욕 먹고.

어쨌든 애들 둘 보면서 책을 별로 못 봤는데, 서평 쓰니까 책은 야무지게 읽게 된다. 막상 글을 쓰는 게 어렵지는 않은데, 일단 읽어야 쓰니까 절대 시간을 쓰게 된다. 그리고 뭘 읽을지를 알아야 읽는데, 이게 참.. 읽어야 뭘 읽을지를 알게 된다는 또 다른 딜레마가.

책 고르는데 원칙이 있나? 없다. 마음 가는데로. 박노자 책을 고를 때가 제일 힘들었다. 박노자 책 서평을 쓰고 나니, 마치 인생의 숙제를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박노자가 몇 번 나를 비난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거는 박노자 생각이고, 나의 박노자에 대한 생각은 또 다르다. 박노자 때에는 편집국이 잔뜩 긴장했다. 쓴다고 몇 주 전에 알려줬고, 원고도 일주일 전에 줬다. 혹시 이거는 안 된다고 하는 경우, 대타로 쓸 책도 준비해두었다. 다행히 그대로 나갔다.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고르는 절반 정도의 책은 일반적인 조선일보 독자들이 아주 불편해하거나 싫어할 내용들이다. 그리고 많은 진보 쪽 독자들도 싫어할 내용이다.

그런 책을 준비할 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긴장도 된다. 그리고 그냥 평이한 걸로 갈까 하는 꾀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나마나한 얘기로 떼우면서 세상을 살지는 않았다. 크든 작은, 지면이 주어지면 내가 가지고 있는 최상의 얘기를 최선의 노력을 다 해서 만들어낸다. 그렇게 살아왔다.

몇 년 전, 하도 하고 싶은 게 없어서 국방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나는 자격이 되고, 추천해줄 장군들도 있었다. 전쟁사와 특히 해전 중심으로 그래서 다시 대학원에 다닐까,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집에서 멀지 않아서 갈까 싶었는데.. 된장, 거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는데, 논산으로 이사간댄다.

인연이 아닌가벼..

그래도 서평을 쓸 정도의 여유가 생긴 것은, 국방대학원이 논산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어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변화 때문에..

만약 지금 대학원 다니고 있으면, 애 보다 잠깐씩 나가서 수업 받고 오는 것 외에 뭘 더 할 수 있겠나?

인생이란 그렇게 알기 어려운 복잡한 우연들이 겹치면서 만들어지는 작은 소품 같은 것이다.

아내는 나랑 결혼하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이 살았겠나? 이런 말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아내는 두 아이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다. 그리고 지금의 삶에 대해서 가끔은 감사하는 것 같다.

아내는 딱 15년만 더 일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마 그 정도는 어찌어찌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더 킹>에 감찰부 여검사가 나온다. 딱 아내 캐릭터다. 어마무시, 살벌 맥시멈,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그리고 남자들 특히 '개저씨' 스타일이 그냥 얼굴만 보고도 무서워한다. 본능적으로, 개저씨들도 누가 무서운지는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불이익을 많이 당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지난 일이다.

내가 국방대학원에 가지 않았고, 아내가 그래도 좀 편안하게 지내기 때문에 책을 좀 읽고, 서평이라도 쓸만한 여유가 생겼다. 소소하지만 매우 작은 우연들이 모여서, 나는 지금 책을 읽고 있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만년필은 언제나..  (1) 2019.01.18
참하게 2~3년 보내기로  (7) 2019.01.10
가판대 그랜드 슬램  (0) 2019.01.07
책과 만년필  (0) 2019.01.07
조롱과 멸시를 유머로 이기는 법  (5) 2019.01.06
Posted by retired
,

오늘 인터뷰 2시간 넘게 했더니, 피곤이 영 가시지 않는다. 끝나고 조금 쉬어야 하는데, 시간이 늦어져서 바로 애들 데리러 가서 다시 시달리고. 이제 인터뷰가 두개 남았나 했더니, 하나 더 남았다.

유명해지기 전의 일이다. 그 시절에는 여성동아 등 여성지, 패션지, 그리고 10대들 보는 쥬니어 패션지, 이런데 인터뷰를 많이 했다. 내 기사도 그런 데 주로 나왔고. 거기다 샘터나 그 비슷하게 생긴 잡지들에 주로.

생활 경제에 관한 작은 얘기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잡지들에서. 화장품 관련된 책을 준비하다가 '88만원 세대' 준비에 치어서 결국 화장품 얘기는 쓰지 못했다. 조향사와 관련된 얘기도 (조향사와 관련된 얘기는 결국 이번에 농업 경제학에서 일부 다루기로. 알고나면 진짜 음식에 대한 심미적 기준이 바뀔 수도.)

그 당시 잡지는 주로 가판대에서 팔았다. 주위에서 '가판대 그랜드 슬램' 했다고 놀렸다. 레몬트리인가, 중앙일보에서 나오던 쥬니어 패션지 느낌의 잡지, 그런 데가 주로 내가 놀던 곳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잡지에서 환경이나 농업, 식품, 이런 데 관심 있는 젊은 기자들이 엄청나게 밀어주고 도와준 거였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렇다. 하다못해 신동아 같은 데에서 내 얘기를 다뤄주고, 막 그랬다.

그 후로 정말 오랫만에, 직장 민주주의 주제 가지고 그랜드 슬램 한 번 할 것 같다. 한참 때에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이 동시에 인터뷰한 적은 없었다.

그냥 나는 이렇게 밑바닥에서, "이게 중요하다", 이렇게 움직이는 게 체질에 더 잘 맞는다. 사회과학은 이렇게 바닥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고.

오늘 행주산성 자료 정리하는 걸 시작으로, 이제 나는 다음 작업으로 이동한다. 약간의 인터뷰 남은 것과, 강연 정도만 남기고 다시 이동한다.

행군 간에.. 군가는 없다. 그냥 조용하게, 다음 목표를 향하여.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하게 2~3년 보내기로  (7) 2019.01.10
서평을 쓰기까지..  (4) 2019.01.08
책과 만년필  (0) 2019.01.07
조롱과 멸시를 유머로 이기는 법  (5) 2019.01.06
신은 한 쪽 창문을 닫을 때, 다른 쪽 창문을  (9) 2019.01.06
Posted by retired
,

오늘은 아내랑 나랑 너무 힘들어서 저녁은 그냥 나가서 먹기로 했다. 주섬주섬 옷 챙겨입고 나가려는 순간. 큰 애가 소리쳤다.

"준비 그만, 나 똥."

지금 다들 멍하니 기다리는 중이다. 아이들의 똥, 참 맥락 없다..

'아이들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 안 울고 있지?  (2) 2019.01.14
예비소집일  (2) 2019.01.08
아빠, 똥  (0) 2019.01.06
아이들의 꿈  (0) 2019.01.06
거북선 돌격!  (0) 2019.01.05
Posted by retired
,

 

강직한 현장형 검사가 부장 검사까지 승진하였다. 드문 일이라고 알고 있다.

 

그가 자신이 다루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책을 썼다. 책은 겁나게 웃긴다. 그리고 대박이다.

 

<국가의 사기> 원고를 출판사에 막 넘기고 이 책을 읽었다. 한 가지 메시지가 강렬하게 남는다.

 

형사사건으로서의 사기, 기본적으로는 자기 욕심에 자기가 넘어가는 것이다..

 

형사부 검사의 조언이자 결론이다.

 

그러나 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배달의 오류', 그런 걸 이미 아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정말로 이 얘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은 배달되기 어렵다. 배달의 오류라는 개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읽어두어서 해로울 것 없다. 아는 것 같아도, 우린 사기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다. 전문가의 조언, 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Posted by retired
,

책에 만년필로 줄 그으면서 보고, 중요한 개념들은 책 맨 앞 페이지에 노트한다. 전에는 따로 독서 노트를 만들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는 못 하고 바로 책에다. 근데 뭔가 잘 안 되는 시절에는.. 책이 있으면 만년필이 안 보이고, 만년필이 있으면 정작 책이 안 보이고. 이래저래 책 안 볼 핑계만 대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상태가 며칠이 가기도 한다. 정작 시간이 잠깐 났을 때.. 애 키우는 순간의 아픔이다.

요즘 그렇다. 만년필이 대체 어디 간 거지? 30분째 이 지랄하고 있다.. 책 보기 싫은겨, 아마도. 그걸 만년필이 안 거고.

Posted by retired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01319&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헤매는 우리 경제, 이거 하면 살아나
청와대가 먼저 '직장 민주주의' 해보자"

[신년 인터뷰] 새 화두 꺼낸 우석훈 "절 싫으면 중 떠나라는 건 옛날 방식"

19.01.07 07:58l최종 업데이트 19.01.07 07:58l
Posted by retired
,

 

책 버리려다 보니, 하퍼스 바자 인터뷰가 튀어나왔다. 패션지 등 인터뷰 엄청 했는데, 몇 번 이사하면서 버렸거나, 없어진.

 

연대 강사 시절이다. 햐, 과거는 늘 미화되고, 아름답게 각색된다고는 하지만.. 저 시절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치열한 진실을 너무 현장에서 보면 괴롭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무기력함도.

 

저 시절에 인터넷 활용 강의 전체 1위를 했었나? 하여간 뭐 그런 소소한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너무 날 것의 진실을 눈앞에서 직면하는 그런 괴로움들이 너무 컸다.

 

하여간 나만 보면 사람들이..

 

팔리지도 않는 책, 뭐하러 쓰냐, 어디 월급 주는 데 그냥 처박혀라.

 

엄청들 그랬다. 속으로는 부글부글 했지만, 그냥 꾹 삼키고, "네, 고맙습니다", 했더랬다.

 

안 팔리는 걸 누가 모르냐? 뭔가 솔직하게 얘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모르니까 이 지랄을 하고 있는 것이지.

 

예나 지금이나, 친한 사람이나 안 친한 사람이나, 팔리지도 않는 책 뭐하러 쓰냐고 아주 지랄들을 한다.

 

여기에 2년 전부터는 버전이 하나 더 붙었다. 애 둘 아버지씩이나 되서 뭣하는 짓이냐? 넌 왜 그렇게 책임감 없이 너만 좋은 인생을 사느냐? 애들은 뭔 잘못이냐?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러고 만다.

 

(20대 같았으면, 너 화장실로 나와.. 한 번만 더 이런 개소리하면, 아구창을 미싱으로 확 박아뿔라.)

 

하퍼스 바자 인터뷰를 보면서, 꾸역꾸역 그런 조롱을 10년 넘게 참아온 지난 시절이 문득.

 

앞으로 10년 넘게 이 지랄을 나도 하고 있을까? 그건 모른다. 그 때까지도 할 얘기가 남아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그 때까지 건강이나 지능이 감당이 될지도 잘 모르겠고. 내년 일도 잘 모르는데, 10년 뒤 일을 누가 알겠나?

 

친한 박사 친구가, 책은 뭘하러 그렇게 꾸역꾸역 쓰고 자빠졌냐, 건강도 안 좋다면서, 속을 확 긁어놓는다 (속으로는, 너는 왜 하라는 결혼은 안 하고, 연애는 좀 하냐?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참았다. 나는 인격이 되니까, 푸하하.)

 

그래도 나이 처먹는 게 좋은 점은 하나 있다. 신경줄도 굵어지고, 훨씬 더 잘 참게 된다. 모욕, 수모 혹은 조롱, 이젠 별로 그렇게 참는 게 어렵지는 않다. 애도 보는데, 그 정도야, 뭐.

 

그래도 꾸역꾸역 참으면서 한 자 한 자 써보는 건,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의 의무라고나 할까. 그 진창길을 걸어서 아직도 목이 몸뚱아리에 붙어있는. 그것만 해도 나는 생큐 베리버치, 메리시 보꾸!

 

그래도 둘째가 조금만 있으면 혼자 화장실에서 밑 닦을 있는 경지에 도달할 거다. 그나마 살만하니까, 요즘 이것저것 신경도 좀 쓰고. 그 전에는 누가 조롱을 하거나 말거나, 놀리거나 말거나, 갑자기 전화 걸어서 "너 아직도 책 같은 거 쓰고 자빠졌냐", 이러거나 말거나. 그냥 잠이나 좀 더 잤으면, 이런 생각 밖에는 못했다. 그래도 다 좋아진 결과 아니겠나 싶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조롱을 참으면서, 신경줄만 굵어진 게 아니라, 더 많은 낙관도 생겨났다. 그래도 잘 될 거야.. 입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속으로도 그런 생각이 든다. 강해진겨! 그래도 30대 보다는 내가 많이 강해진겨!

 

어느덧 한국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모진 조롱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는 것 - 싸우는 것은 택도 없이 중과부적이고 - 이 되었다. 그래도 참는 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경제학을 science economique라고 부른다. '경제 과학'.. 나는 과학자로 훈련받았고, 과학자로 분석했고, 과학자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개 똥 취급하는 조롱도 잘 견딘다. 나는 시방 과학을 하는겨..

 

그렇다고 상대방의 조롱을 같이 조롱으로 던지는 건, 개 똥 같은 삶이다. 그렇게 살 수는 없고.

 

그래서 내 삶의 마지막 - 아니 거의 마지막 - 단계의 점프는, 조롱이 아닌, 조소가 아닌, 진정한 유머로서 이 조롱들을 극복하는 것.

 

조롱과 멸시를 유머로 이기는 법, 아직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걸 이제 좀 해보려고 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께.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