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과 진짜로 얘기를 해본 것은 딱 한 번이다. 부산항 뒷골목에서 곱창구이를 놓고 부산에 관한 얘기를 해볼 기회가 있었다.

 

김석준 주위에는 재주꾼들이 많이 있었다.

 

지금 레디앙에 만화를 연재하는 이창우 화백이 그렇고, 사진작가 화덕헌이 있다.

 

화덕헌의 사진을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때마침 김석준이 글을 쓰고, 화덕헌이 사진을 찍은, 그리고 부산의 구석구석에 관한 책이 나왔다.

 

부산에 관한 사진첩은 몇 번 본 적이 있었고, 지금은 도서관에 기증을 했지만, 부산 피난 시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도 가지고 잇었던 적이 있었다.

 

책은 얇다만, 사진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부산에 가면, 나는 늘 먹을 것이 고민이다.

 

맛있다고들 하는데, 전라도 쪽에 가면 그래도 맛있게 먹는데, 솔직히 부산이나 제주도에 가면, 난 영 입맛이 나지는 않는다.

 

일단 음식이 너무 짜다. 마치 독일에 와 있는 것 같다. 독일 음식들도 엄청 짠데, 부산도 거기 못지 않다.

 

입맛은, 나도 영낙없이 서울것이다.

 

<세 도시 경제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맨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이 부산이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화덕헌의 사진을 따라서 음미하면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이 아직은 낯선 도시의 미래 혹은 가지 않은 길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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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인사이더>가 있다. 담배회사에서 담배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담배 안에 섞은 사건인데, 이 사건을 sixty minutes라는 프로그램에 올리기 위해서 PD와 퇴직 부사장이 겪게 되는 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알 파치노가 좌파 성향의 PD로 나오고, 러셀 크로우가 천식인 딸을 위해서 의료보험을 포기할 수 없어 고등학교 과학교사가 되는 전직 부사장으로 나온다. 아마 내 인생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 영화로 남을 것 같다.

 

이 영화가 슬펐던 것은, 그렇게 오랫동안 사회가 만든 PD와 과학자가, 이 사건을 끝으로 방송을 떠나거나 과학 연구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공공의 적 2>에, 마지막 쯤에 검찰총장에게 서울검찰청장이 자기 자리를 걸고, 수사를 보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출국하려는 범죄자의 출국을 막기 위해서 했던 대사 하나가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왜 검사들이 나쁜 자들보다 늘 24시간 늦는 겁니까?"

 

김용철 사건이 났을 때, 좀 조용해지면 <인 사이더> 혹은 비슷한 내용으로 내부고발자 사건들에 대해서, 그 중 경제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바빴다.

 

왜 우리는 늘 한 발 늦고, 늘 뒤통수를 맞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답하기가 쉽지 않다.

 

2.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이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교보에서 산 일이다. 밀린 일들이 많았고, 공식적 일정이 많았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다른 일들을 제치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아마 이 책을 당분간은 10권 이상은 살 것 같다.

 

이상은의 앨범들을 선물로 오랫동안 사용했었는데, 그런 내가 주로 사용하는 선물 리스트에 이 책이 맨 앞을 차지할 것 같다.

 

3.

삼성에서 법무팀을 꾸리고 현직 검사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나는 현대에 있던 시절에 들었다.

 

김용철이 있던 시절, 나는 현대에 있었고, 그만큼 핵심 자료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지만, 역시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99년에 현대에서 나왔다.

 

IMF 경제위기와 국민의 정부 출범, 그 한가운데에서 나도 참 못볼 꼴 많이 보았다.

 

워낙 돈단위가 큰 재경 쪽에는 모피아라는 이름으로 그 이름이라도 붙어있지만, 양상은 돈 단위, 즉 '오더'만 달랐지, 김용철이 우리에게 보여준 그 법조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 도둑, 작은 도둑이 따로 있을까...

 

나는 우리나라에 김용철 같은 인사이더들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4.

공직 생활 동안에는, 나는 삼성과는 내내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너무 보여지는 이미지 사업들만 하고, 실제로 필요한 기술투자는 잘 안한다는 게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이었다.

 

삼성전자의 몇 가지 내부 설비와 현대자동차의 에너지 맵 같은 데에 불만이 있었고, 이걸 제대로 좀 해보고 싶었는데...

 

내 접근은 곧잘 차단되고는 했다.

 

한 번은, 큰 맘 먹고 타워팰리스의 몇 가지 시설 문제에 대해서 살펴볼려고 했는데...

 

내 상관 중의 한 명이 여기의 아주 큰 평수 아파트의 분양을 받았다고.

 

아 놔, 더러버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와도 한바탕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아는 것들은.

 

이제 그만둔지 7년이 지나는 데에도, 그 수많은 마피아 집단들이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늘 마음이 편치는 않다.

 

5.

아마 삼성이나 검찰 혹은 법원에서 김용철의 책을 본다면, 일부는 아주 눈쌀이 찌뿌려지겠지만.

 

몇 가지 기술적인 얘기들, 예를 들면, 자수하면 감면한다는 방식을 경제범죄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 외에는, 대체적으로 풍문으로 떠돌던 것들을, 김용철이 실제로 그러하다고 확인해준 것에 가깝다.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엔론 사태를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용철의 글은, 대체적으로 편안하게 읽히는 편이다. 그동안 맘 고생을 많이 했을텐데, 이렇게 차분하게 써내려갈 수 있다니, 놀랍기마저 하다.

 

6.

앞으로 삼성이 변하게 될까?

 

언제 부터인가... 내 기억으로는 IMF 경제위기가 지나고 2~3년 이후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삼성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70~80년대에 간첩을 조심하는 것만큼이나 국민들은 삼성을 조심하게 되었다.

 

이게 영, 나라 꼴이 아니다.

 

지난 2~3년 동안, 한국에서 내재화된 공포는 삼성과 조선일보인 셈이다.

 

이 두 가지를, 아마 국민들의 절반 정도는 무서워하거나 가끔은 그 무서움을 뛰어넘어 혐오하거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 꼬라지가 아니다.

 

삼성과 조선일보를 비교하면.

 

삼성처럼 강력한 조직 문화 속에서도 내부 고발자가 나왔다. 조선일보에는, 아직은 없다.

 

그만큼 독특한 기업 내의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고, 삼성 이상으로 균질적이며, 구조본보다 더 뭔가를 잘 한다고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육해공군, 경찰, 검찰, 어떤 식으로든 내부 고발자가 나왔다.

 

금융과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경로로 얘기들이 많이 흘러나와서, 더 이상 한국은행이 어떤 식으로 통제되고 있고, 주요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이제 비밀도 아닌 상황이다. 정작 한국은행 당사자들만, 얘기하면 큰 일 난다고 쉬쉬.

 

7.

김용철의 책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아마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은 자신과 자신의 삶 혹은 주변에 관한 것들을 생각하게 해볼 것 같다.

 

큰 비리와 작은 비리, 큰 결탁과 작은 결탁.

 

과연 나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혹은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8.

전직 공무원들이 로펌 고문으로 가는 것은, 요즘도 흔한 관행처럼 되었다. 도덕심이 꽤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이런 데에 대해서는 별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

 

크고 작은 비리 혹은 그와 연결될 것들이, 아직 이 사회에 너무 많고, 명박 정부 이후로 오히려 '매관매직'이 횡행하는 것을 가끔 목격하고는 한다.

 

참 안 보고 싶은데, 자꾸만 보인다.

 

가슴이 여전히 무겁지만.

 

'진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을 얼마 전부터 종종 생각했는데, 이 표현이야말로 김용철에게 아주 적합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국제적 기준으로만 말하자면.

 

삼성에 노조가 생기고, 분식회계가 정리되어야, 이 모든 일들이 한 번쯤은 정리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 참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는데.

 

삼성도 이제는 이 정도의 국제 기준 정도는 지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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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할 책이 요즘 너무 밀려있다.

 

신나게 놀았더니, 책이 왕창 밀린 데다가, 한동안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처리하려고 하니, 그야말로 책을 읽을 짬이 안난다.

 

이거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잘 모르겠다.

 

연구소가 이사를 갔는데, 드디어 내 방이 생겼다는 것 같다. 아직 내 자리에 가보지도 못했다.

 

한동안 집에 처박혀 있었는데, 다시 출근 형식을 해볼까, 고민 중이다.

 

옆에 쌓여있는 책을 보다가, 잠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심상정 출판기념회에 갔다오느라고 하루가 가고. 오늘도 나와는 별로 상관은 없는 약속이 하루 종일이다. 내일도.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절반 정도 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밌다. 김용철 변호사가 맘 먹고 편안하게 자기 얘기를 풀어간 것인데, 와... 글을 잘 쓴다. 느낌은... 옛날에 김형욱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박정희의 독재를 고발한. 그 책으로 김형욱은 결국 죽었다만. 하여간 그 책의 앞부분과 묘하게 느낌과 어투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 프리드만. 제목이 길다. 100년 후 태양의 제국 시대가 온다. 뭐 볼 게 있나 싶으면서 집어들었는데, 상당히 재밌다. 참 대단하다. 100년 후를 생각해본다는 게. 우리는 당장 명박과 함께 보낼 3년 후의 모습도 생각하기 어려운데.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고, 최근의 원자력 열풍 역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정리 중이기는 한데.

 

Wendy Lewis. Events that shaped Australia.

 

시드니 방문한 김에 호주사를 몇 권 사올려고 했었는데, 도대체 호주사가 없어서 가장 비슷하게 생긴 책을 하나 집어들었다.

 

50개 정도의 1770년부터의 50개 정도의 사건으로 호주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차분히 정독을 하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잘 안나서, 아쉬운 대로 몇 개를 빼서 먼저 읽는 중이다.

 

호주 원주민에 대해서 재밌는 것들이 좀 있다. 원주민에게 투표권을 준 것은 1967년의 일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궤적에 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한국사에 대해서도 주요 근현대사 사건 50개 정도를 꼽으면 어떻게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뉴라이트 계열에서 50개 뽑아보고, 좌파에서 50개를 뽑아보고, 각각 어떤 사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비교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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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저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자기가 책 내고, 자기가 출판기념회를 하는 건, 엄청 남사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손낙구 출판기념회는 단병호 선생이 발의를 하신 걸로 알고 있다...

 

최장집 선생과 단병호 선생이, 이 책이 그냥 묻혀서는 안된다고...

 

하여간 나도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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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출판 기념회라는 데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여간 하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가 원래 원칙이기는 하다만.

 

최근에 안 간 것은, 가고 싶었는데,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것은 시간이 다른 토론회하고 딱 겹쳤고, 이계안 이사장, 노회찬 의원 것은, 노니라고...

 

가면 돈 내는 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2일의 심상정 출판기념회와 10일의 손낙구 선배의 출판 기념회는 가기로 했다.

 

이런 행사에 갈 때면, 늘 옷차림이 신경쓰인다...

 

그냥 팍 추리닝 입고 가면 좋겠다만.

 

추리닝 입고 다닌다고 하도 지랄 질들을 하셔서, 추리닝도 위아래로 맞춰서 누가 뭐라고 하면, 그래도 맞춤 추리닝이라고 확 지랄을 할까 싶지만.

 

그냥 두 행사 다 의상을 통일하기로 했다.

 

슈트 정장에 운동화 신고 가기로 했다. 내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막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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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 시사회 일정 안내

"당신과 나의 전쟁" 공식 시사회가 3월 2일, 19시, 기독교 회관에서 열립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작품 소개
제       목 : 당신과 나의 전쟁
장       르 : HD 다큐멘터리
런닝타임 : 85분
연       출 : 태준식
제       작 : 제작위원회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쌍용자동차 비정규지회, 쌍용자동차 정리해고특별위원회, 미행美行, 필름메이커)
후       원 : 자동차 범대위, 쌍용 공동투쟁본부, 쌍용 지역대책위원회, 비정규없는세상만들기

시사회 안내
- 일시 : 3월 2일, 화요일, 19시~22시
- 장소 : 한국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 (종로)
- 프로그램 : 제작보고, 쌍용투쟁현황보고, 영화상영, 관객과의 대화 (쌍용 노동자, 가족, 제작진)

* 한국기독교회관 오시는 길
지하철1호선 : 종로5가 하차 2번출구 직진 100m
지하철4호선 : 혜화역 하차 3번출구에서 종로5가쪽으로 직진하시어 오른쪽에 위치
시내버스 : 1214번, 2013번, 101번, 106번, 107번 (종로5가 경유)
주 소 : (110-470)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136-46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

티저 영상 (예고편 폴더)
URL:gaseel.bizhard.com
ID:harvest
PW:123456


티저 링크
다음팟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21054367
유 투브 : http://www.youtube.com/watch?v=vRMlTA1cLVs

홈페이지 (블로그)
http://77day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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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원래는 고졸이고, 서울 사범 출신이다. 서울 사범이 무슨 학교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등학교이다.

 

내가 아버지를 아버지로 기억하는 첫 번째 이유, 어쩌면 마지막 이유가,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아버지의 고등학교 친구였던 어떤 분이 내 방에 LP를 들을 수 있는 장치를 해주고 가셨던 사건이다. 물론 비싼 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파나소닉 앰프와 역시 파나소닉 스피커, 그리고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운 턴테이블, 딱 그렇게 내가 아무 것도 모를 때, 그냥 내가 중학교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분이 우리 집에 오셔서 내가 LP를 들을 수 있게 뭔가를 설치해주고 가셨다.

 

나중에 알았다.

 

그 양반이 원래는 사진작가이고,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봤던 사진 중에 많은 것들을 찍으신 분이라는 것을.

 

하여간 그런 건 나중에 알았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는 중학교 때에는 사진반을 했었고, 내가 찍은 평생의 사진보다 많은 사진을 중학교 때 찍었었다.

 

우리 집은 부자 집은 아니었지만, 중고와 중고로 조합을 해서,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그런 대로 근사하게 LP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내가 돈을 벌고 난 다음에야 알았다.

 

비싸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소리를 돈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주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하여간 솜씨 있는 분이 내 방에 비싸지 않은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가셨고, 나는 그 혜택을 아주 많이 봤다.

 

어머니는 나에게 한달에 2~3장 정도의 LP를 살 수 있는 용돈을 주셨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내가 받은 용돈으로 첫 번째 산 것은, LP가 아니라 비틀즈의 초기 노래를 모은 테이프였다. 나는 그것을 테이프가 닳아질도록 들으면서 중학교 1학년을 보냈다.

 

처음 산 LP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러브 스토리 사운드 트렉, 그리고 슈베르트의 물방앗간의 처녀.

 

너무 많이 들어서 앞부분의 노래들은 이제 튄다. 그게 내가 용돈을 받아들고 처음 LP 가계에 가서 사왔던 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산 게, 바로 사이몬과 가펑클의, 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냥 그들의 노래들이 대충 모인 pack 20이라는 이름을 가진 앨범이었다.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쓰리 핑거를 배우게 되었다.

 

참, 신은 나에게 이런 개떡 같은 목소리를 주었을까...

 

그 때 음악을 같이 했던 리드싱어가 나중에 국정원에 들어갔고,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약간 이해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는 국악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해금이라는 악기를 잡게 되었다.

 

해금으로 날 표현하고,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된장.

 

그해 국악과 대학원은 파아노를 기본 점수에 집어넣었다.

 

내 피아노 실력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기본 코드로 치는 실력...

 

아 또 때 마침, 그 때 수배도 받았다.

 

음악으로 먹고 살기도 어렵고, 진학고 간당간당하던 순간, 집은 나와서 돈은 없었고, 대학은 다닐까 말까...

 

참, 노래를 잘 부르면 좋았을 걸...

 

대학가 앞에서 잠깐 기타 반주하고 그러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그 때 또 사이먼과 가펑클을 들었다.

 

하여간 고맘 때, 집에서 돈을 좀 받아야 유학이라도 갈 수 있으니까, 결국 잠깐 집에 들어가서 살았다.

 

그 때가 대학 4학년, 미칠 것 같았다.

 

집은 이미 나와서 살고 있었는데, 국악원에서는 그냥 국악하면 좋겠다고 하고, 나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대학 공부는 때려치고 신춘문예라도 되면 좋겠다고 시만 쓰고 있던 시절.

 

그리고 점점 경찰은 나를 찾아서 조여오던 그런 날.

 

바로 그 나와 오랜 시간을 같이 했던 그 LP...

 

그게 아직도 내 방에 있다.

 

그걸 다시 틀어본다.

 

스피커는 모니터 오디오, 한참 괜찮을 때의 스튜디오 식스.

 

앰프는 몇 년 지났지만 여전히 괜찮은 기기라는 평을 듣는 뮤지컬 피델러티 A3, 인티 버전. 사람들은 이걸 보통은 뮤피라고 부른다.  

 

그리고 턴테이블은, 장정일 선배한테, 구박받고 구받받으면서, 당분간 이렇게 버틴다고 말했던 데논.

 

음악이 이런 건지, LP가 그런 건지 모르겠다.

 

하여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나와 온갖 사건을 다 같이 겼었던 LP 한 장이, 아직도 살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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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열흘간 여행이다. 고양이를 맡게 놓을 데가 없어서 고민고민 하다가 길고양이를 6마리 정도 키우는 어느 화가의 집에 맡기기로 했다.

 

속편하게 그냥 동물병원에 맡겨놓을려고 했더니, 거기는 그냥 철장에 가둬두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 집 고양이도 동물병원에서 4달 된 것을 데리고 온 건데, 어쨌든 안 좋다고 한다.

 

우리 집 고양이는 여름에 가끔 집 바깥의 고양이들과 방충망을 사이에 놓고 떠드는 것을 제외하면, 집에 온지 1년 약간 넘는 동안에 혼자서만 살았던 셈이다.

 

사회화, 인간화, 그런 표현을 응용해본다면, '고양화'가 너무 안된 넘이다. 나도 고양이를 꽤 키워봤지만, 이렇게 잠자리를 파고 들고, 도무지 자기가 고양인지 사람인지, 분간 못하는 넘은 처음이다. 새끼 때부터 사람들하고만 커서 그런 것 같다.

 

여러가지 황당 사연들이 많은데, 그 중에 최고는, 툭하면 베게를 베고 잠을 잔다는 점이다.

 

식빵자세 혹은 잠수함 자세가 기본 자세로 알고 있는데, 내가 베게 배고 옆으로 자는데, 꼭 그 모양 그대로 잔다.

 

미친 넘.

 

하여간 여섯 마리 고양이 있는 집으로 열흘간 보내는데, 완전히 학교 가는 셈이다.

 

사흘 정도 혼자 둔 적이 있었는데, 혼자 있다가 열불이 났는지, 부엌에다가 똥다 싸놓고, 경향신문 위에다 촥, 오줌을 지리고.

 

열흘씩 혼자 두는 게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누군가 와서 좀 돌봐주라고 말할 그렇게 만만한 사람도 없고, 이래저래 자신이 없어서.

 

조금 있으면 화가가 집에 돌아올 시간이라서, 그야말로 고양이 기숙학교로 갈 시간인데.

 

자신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모르고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고양이한테는, 이게 마법사들이 가는 호그와트 같은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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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냐, 좌파냐, 개념을 놓고 설왕설래인데, 어지간해서는 나는 진보라는 표현은 안 쓴다만...

 

상황이 상황이라, 울며 겨자먹기처럼, 나도 진보라는 단어를 조금씩 쓰기 시작한다.

 

진보신당이, 원래 이름은 진보신당을 만들기 위한 '연석회의'로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당이 아니라 연석회의가 원래 이름이고, 임시 모지방이었지만, 그냥 그렇게 하나의 이름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노회찬 인터뷰집에 대한 부탁은, 아주 늦게 왔는데, 이미 이계안 인터뷰집을 상당 부분 진행해서, 인터뷰의 절반 정도를 했던 시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두 개를 같이 하는게 이상해서, 이 책에는 글을 하나 쓰는 걸로 가름하기로 했다.

 

직접 구경한 것은 김어준 인터뷰를 할 때에는 옆에서 좀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노회찬을 위해서는 별도로 두 권의 책을 준비 중인데,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은, 작업 속도가 늦어져서 하반기로 미루어놨으니, 연말에 한 권, 내년 연초에 한 권, 그렇게 나오게 될 것 같다.

 

두번째 책은, 인터뷰집으로 하는 게 편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일부 있기는 한데, 같은 주제에 대해서 노회찬과 내가 하나씩 글을 쓰는 형식, 아니면 짧게 인터뷰를 하고, 그냥 내가 알아서 쭉 정리하는 방법... 사실은 그냥 일반 독자들에게 내가 질문지를 보내고, 그 질문에 대해서 내가 상상하는 것을 정리해보는 법, 이 쪽을 더 선호하기는 한다.

 

어쨌든 가능하면, 논의 수준을 일반 국민과 일반 독자들의 저잣거리 용어로 낮추는 것, 그게 올해 내가 생각하는 책들의 방향이다. 더 저열하지만 더 진득진득하고, 경상도 아저씨들한테, 봐요, 이렇쟎아요, 하고 디밀 수 있는 그런 문체와 문장들을 고민하는 중이다.

 

부산이나 대구 같은 데에서 정말 아저씨들하고 얘기를 하면, 진짜 끈적끈적하고.

 

됐고,

 

난, 박근혜 그냥 밀랑께...

 

됐고,

 

낸 한나라당이다.

 

이 끈적끈적한 아저씨들에게 더 끈적끈적하게 들러붙는 것, 그런 게 요즘 고민이다.

 

노회찬 인터뷰집을 보면서, 드라이하고, 쿨하지만, 새침떼기 느낌이 들었다.

 

'논객'이라는 말이 좀 그렇다.

 

'취객'과 같은 끈적끈적한 느낌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이 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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